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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소설, 수위소설) 아르바이트-주리 3

'이러다가 깨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리는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혜진은 막무가내였

주리가 싫어하는 것도 무시하고 이번엔 자신이 직접 그들의 앞
단추를 끌르는 것이었다.
(, 안돼."
주리가 귓속말로 나무랐다. 그러면서 혜진의 팔을 잡아당겨 침대
로 끌고 갔다, 침대 위에 누워서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다가 깨면 어쩔려고 그래? 무슨 망신이야?
"아냐. 안 그래. 안 그렇다니까. 그땐 하면 되지 뭐,"
혜진은 뻔뻔스럽게도 그런 말을 했다.
주리가 얼른 혜진의 입을 막았다.
혜진이 슬며시 손을 걷어내고는,
"괜찮대두. 장난인데 뭘. 얼마나 재밌어,"
"아냐. 그러면 안 돼. 아무리 술이 취했다고 하지만, ,,,, 금방
깰 거야."
주리가 나지막이 타일렀다. 이미 혜진은 장난기가 발동하고 있었
다 주리가 그런 말을 해봐야 곧이 듣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안녕 속초의 한때
아침이 밝았을 때쯤, 소변이 마려웠는지 빙 하사와 정 하사가 번
갈아가며 일어나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이미 그때는 주리와 혜진
이도 잠이 깨어 있었던 상태였으므로 어색한 눈인사를 하며 누워
있었다,
그들도 여자들만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밤을 보냈다는 것이
로 미안했는지 얼굴을 붉혔다.
"잘 잤어요?
혜진이 생글거리며 물었다.
네,,. 어젯밤엔 너무 마셨나 봅니다. 이거,,,,., "
"어젠 모두 취했는걸요, 뭐, 내가 제일 먼저 떨어졌죠'
그들은 말이 없었다. 소파에 누운 채로 침대 쪽을 바라보고 있었
다,
"어때요 뭐. 같이 술을 마셨으니깐 모두 다 취했던 거죠 뭐, 이따
대포항에나 갈래요? 거기 가서 회나 실컷 먹을까요?
'네. 좋습니다. 안 그래도 속이 쓰린 참인데, ,,,,,."
정 하사의 말이었다.
'빙웅길 씨는 괜찮으세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짬밥만 먹고 양주를 마셨으니 속이 편할 리
가 있겠습니까? 속이 쓰려서 일찍 잠이 깬 모양입니다. 잠을 잘 때
혹시 코를 심하게 골지 않았습니까?
빙 하사가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지 물어왔다.
"왜요. 얼마나 코를 세게 고는지 모르겠어요. 그 소리 펌에 잠을
못 잤는걸요."
그러면서 혜진이 쿡쿡, 웃었다. 주리가 얼른 혜진의 손을 꼬집었
으나 혜진은 오히려 주리의 손을 꼬집어댔다. 가만히 있으라는 신
__I출였다.
그러고선 다시 말했다.
"혹시 어젯밤에 이상한 꿈 꾸지 않았어요?
'亨슨 꿈?
빙 하사와 정 하사가 동시에 혜진과 주리를 번갈아가며 쳐다봤
다.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혜진이 쿡쿡. 웃어댔다. 주리가 옆에서 꼬집었지만 혜진은 웃음
을 그치지 않았다. 점점 더 커지는 웃음이었다.
-.....?''
빙 하사와 정 하사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서로의 얼굴
만 쳐다보면서 억지 웃음을 띨 뿐이었다.
밖은 아직 완전히 다 밝지 않은 신새벽쯤이었다. 창문으로부터
밝음이 새어들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아침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그들은 새벽부터 깔깔
거리며 떠들어댔다.
혜진이 주리 곁으로 다가와 은근한 말로 속삭였다.
"언니, 나 정 하사랑 같이 나갔다가 올게. 바닷가로 나가서 바람
이라도 쐬고 올 테니까 둘이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어 "
=.....-'
혜진이 나가려고 하는 걸 주리가 붙잡았다
'力럼 어떻게 해? 우리도 같이 나가지 뭐. 둘이 여기 남아 있으면
뭐해?
"아냐. 나랑 정 하사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둘이 따라붙으면
거추장스러을 것 같아서 그런걸 알았지?
주리는 할 수 없었다. 혜진이 저렇게 나오는 데엔 어쩔 수가 없었
다, 같이 바닷가를 거닐며'태일昇를 하겠다는 걸 만류할
건덕지가
없었던 것이다.
혜진이 정 하사와 같이 데이트를 한답시고 나가 버리고 나자, 주
리와 빙 하사만 남게 되었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서 처음엔 서로가 어색했다, 네 사람이 있을
때엔 그러지 않았는데 둘만 남고 보니 분위기가 약간 이상했다,
주리는 빙 하사에게 눈길을 주다간 자주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
다. 아직 바깥은 완전한 밝음이 아니었다. 회뿌연 어둠살이 서성거
리고 있었다,
"주리 씨, 어젯밤엔 너무 즐거웠습니다. 모처럼만에 파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양주도 너무 많이 마셨으니까
요. 어젠 완전히 곯아떨어졌습니다,"
"후훗. 그래요-아무튼 잘 주무시던데요."
'匕럼? 자는 걸 봤습니까? 아무렇게나, , ,
, 너무 실-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 "
빙 하사가 부IU러워하자,
"그냥 화장실엘 갔다가 오다가 얼핏 봤을 뿐이에요. 코는 좀 골더
라고요. 그건 정 하사도 마찬가지던데요."
주리가 우습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빙 하사가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부스스한 짧은 머리가 마
치 밤송이 같았다.
군복을 입고 자서인지 군데군데 꾸깃꾸깃한 것이 보였다,
'정 하사님이랑 혜진"泣心어디로 갔을까-----?
주리의 말에 빙 하사가 次글봤다. 마치 잊고 있었던 것처럼 생뚱
한 표정을 짓다가,
'心o'~-,,,, 바닷가 백사장이나 거닐겠죠. 아마 이 시간쯤이면
우리 대원들도 보초 근무를 마치고 철수할 시간이라서 들킬 염려는
없을 테고,-,,,,, 둘이 오붓하게 바닷가에 앉아 있겠죠."
: .....7''
주리는 그 말을 들으면서 창 밖을 내다봤다. 벌써 희뿌연 밝음이
창문을 넘어오고 있었다. 바깥은 점점 밝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주리는 빙 하사를 그윽히 쳐다봤다, 군복을 입고 있어서인지 믿
음직스러운 데가 있었다, 그리고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단순한 표
정이 적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 혜진은 바닷가를 거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솔밭 같은 데
로 들어가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됐다. 혜진은
그러고도 남을 애였다.
아까번에 남자들의 바지 단추를 끌르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
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안 아프세요?
주리가 물었다.
'네? 아, 몸요? 아직 이 정도 술을 마시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 말
이나 됩니까? 왜요? 몸이 아프세요?
'네, 조금요. 목덜미께가 조금 뻐근해서요,"
주리가 목덜미로 손을 뻗어 주물러댔다
"어젠 술을 너무 마셨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까......, 나도
모르게 많이 마셨던 것 같아요."
"그럼......, 제가 좀 주물러 드릴까요7숙녀한테 그러긴 좀 뭣하
지만, ,, ,,,,"
"아녜요. 괜찮아요. 좀 주물러 주시겠어요?
주리의 말에 빙 하사가 침대로 와서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주리
의 등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목 언저리를 주무르다가 토닥토닥 안마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매웠다.
주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자, 그는 다시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했
다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빙 하사는 주리의 어깨를 안마하면서 앞쪽의 가슴 선이 만져지는
듯했다. 양손으로 꾹꾹 누르다가 만져지는 가슴의 위쪽이었다,
빙 하사 스스로 얼굴빛이 붉어졌지만 주리의 뒤쪽이라 보이지 않
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됐다.
'빙 하사님 손이 무척 부드러워요. 너무너무 시원한 거 있죠. 막
잠이 오려고 그래요."
"그래요? 그럼 누우세요. 다리도 좀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시원할 겁니다."
"그라도 되겠어요? 창피할 텐데,,,,--."
주리는 머뭇거렸다, 그러나 싫지 않은 제의였다.
"누우세요. 불순한 마음은 먹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영광으로 생
각하겠습니다."
빙 하사는 진심인 듯한 말투였다. 그의 말엔 어느 정도 믿음이 배
어 있었다,
주리가 눕자 그는 다시 종아리부터 천천히 주물러 올라오기 시
작했다. 마치 지압사가 하듯 자근자근 주무르는 손길이 무척 시원
하게 느껴졌다
주리는 저절로 눌이 감겨졌다. 그리고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었
다.
점점 위로 올라오면서 허벅지께에 이르렀을 때,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짜릿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허벅지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긴,,, ,,, 됐어요. 너무 이상해요."
빙 하사의 손길이 우뚝 멈췄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주리를 쳐다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주리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얼굴이 바싹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의 입김에서 뜨거운 기운이 묻어났다.
"키스해도 되겠습니까?
= - --
주리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긍정도,
그렇다고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을려다보고만 있을 뿐괴었다.
그러다가 주리가 눈을 감자. 그의 입술이 가만히 내려왔다. 따뜻
한 입술이었다,
그의 체중이 실려왔다.
-
주리는 그가 입술을 여는 것을 느끼며 혀를 조금 내밀었다. 그의
혀가 느껴졌다.
그녀의 혀를 세게 빨아들이는 걸 느끼면서 주리는 그를 끌어안았
다. 그의 두 손이 주리의 목덜미 뒤로 감겨져 거세게 끌어당기는 걸
느꼈다.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은 억셈이었다
"아,,,,,, "
주리의 입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새어나오자, 그는 더욱 세게 입
술을 덮어왔다. 그리고 그의 손이 주리의 앞가슴을 어루만지며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온통 그의 손아귀에 다 잡힌 듯했다. 그는 손
으로 꼬악 잡았다가 놓으며 다시 어루만졌다.
"아, ,,,,
주리는 그 말밖엔 할 수가 없었다. 사랑해, 라는 말이 자꾸 입 밖
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그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주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고조되고 있었다.
젊은 남녀의 뜨거움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자
연스레 발전할 수 있으리라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좋다는 감정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가까이 다가갈 수가 있
었는지 모른다. 같은 또래의 남녀라는 것, 그리고 대학을 다니다가
군에 입대를 했다는 것이 주리에겐 대학생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가 못 참겠다는 듯이 낮게 속삭였다.
"주리 씨 제가,,,,,,,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미안합니다
I의 말소리는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마치 무례함을 응서해 달라
는 주문처럼 들렸다. 그 소리에 주리는 더욱 강한 홍분을 느껴야만
했다.
"아녜요. 췄어요. 저도 좋아요."
주리가 그 말을 하자, 그의 손이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지의
지퍼를 끌어내렸다,
주리가 히프를 들어 그가 하는 행동을 도와 주자, 바지는 곧 쉽게
밑으로 내려갔다. 팬티만 남게 되자, 그는 일어나서 자신의 바지를
벗어내렸다,
순간 주리는 눈을 감아 버렸다.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펀티를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는 손동작이
세밀하게 느껴졌다.
발끝에까지 내린 팬티는 곧 벗겨져 나갔고, 그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서서히 들어오는 그를 느꼈다.
확 찬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일단 들어와서는 잠시 쉬는 듯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찾아 서서히 다가왔다. 두 사람의 혀
가 서로 만나면서 뜨거운 엉김이 일어났다.
아직까지도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손이 주리의 가슴
을 움켜잡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군인이라서 금방 끝날지도 몰라요. 천천히. 천천히,,,,,,, 하겠
습니다."
'네,,,."
주리는 어떻게 그런 말에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마
치 오랜 연인인 것처럼 그의 말에 단순히 대답한 것뿐이었다.
군인이란 그랬다. 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생활하던 젊음이어
선지 여자를 접하면 금방 사정하고 만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런 말들은 면회를 온 애인과 같이 외박을 나갔다가 돌아온 동
료 군인들이 자주 해주던 말이기도 했다. 올라가기만 하면 금방 사
정을 하고 만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던 터였으므로 빙 하사는 미리
주리한테 그런 말을 해줬다.
외박을 나가서 밤새쩟 여러 번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한 번에
오래 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군인이라는 신분이 주는 환경
이 그러했다.
여자를 접해보지 않은 그들에겐 용기와 젊음만 있었을 뿐이지,
애인의 몸에 닿기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사정을 하고 마는 것이었
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주리를 껴안고 싶은 마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주리의 입술과 가슴을 부지런히 애무하는 것이었
?.
다. 그러한 것만으로도 주리는 충분히 달아오를 수 있었다.
주리도 점점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남자의 귓불을 할아대기 시
작했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께를 혀로 할아 주었다.
"아,,,,,,I"
그는 벌써 사정을 하고 마는 것인지 갑자기 몸놀림이 격렬해졌
다. 불과 1분도 안 된 그런 시간이었다.
역시 젊음이란 한순간의 격정만으로 만족하고 마는 그런 것이었
다. 그의 온몸이 축 처져 내려졌을 때 주리는 이제 서서히 달아오
르는 듯한 안타까움이 일어났다.
"사정했어요? 지금?
'너1 ,,,."
그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7'
주리는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이렇게 빨리 끝나 버릴 수가 있는 것일까.'
너무 쉽게 끝나 버렸다는 아쉬움 같은 게 남았다. 그런 생각이 들
자, 그녀는 그를 좌악 끌어안았다. 그도 역시 그녀를 거세게 끌어안
았다.
"군인이라서 그래요?
(L,그런 것 같아요. 너무 흥분돼서,,,.,., 좀 있으면 다시 일
어날 겁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요."
주리는 그를 껴안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와 다시 키스를 나누
었다,
혀를 깊숙이 밀어넣어 서로를 찾는 동안에 그의 것이 점점 되살
아나는 것이었다 주리는 그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r'
그가 다시 일어나서 공격을 해왔다 이번엔 좀더 파상적인 공세
를 감행하는 듯했다,
제법 밑에서 물소리가 날 정도의 거친 공격이었다, 주리는 그가
하는 공격을 그대로 받으면서 그를 껴안았다
그는 마치 좀전의 복수를 하기라도 하듯. 거칠게 다가왔다. 뼈와
뼈가 서로 맞닿는 듯한 격렬한 맞부딪침이 밑에서 일어나면서 거친
물소리를 냈다
이번엔 좀더 긴 시간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주리
를 꽈악 껴안았을 때. 그의 몸에서 다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와 주
리의 몸 속으로 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외침 같은 것이었다. 그가 격렬하
게 몸을 떨면서 한 방울이라도 더 깊이 밀어넣으려는 듯이 아래쪽
을 밀착시켜 왔다
주리는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더욱 거세게
끌어당겼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애타게 찾고 있는 듯한 격렬한 포
옹이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들은 다시 나른한 포옹으로 바뀌어졌다. 그가
입술을 갖다대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했다.
그는 그녀의 눈과 코, 입술을 할으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모처림만에 느껴보는 겁니다.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주리는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몸을 떨었던 순
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會 제대를 할 겁니다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
르겠군요."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등에 무슨 글이라도 써 주고 싶었
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등을 긁기만 했을 뿐, 정작 글씨를 쓰고 싶
다는 생각은 없어져 버렸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입니다. 복학을 하면 한
번 찾아가고 싶습니다, 학교로,.,,,. "
주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고개
를 돌련다.
다. 감상적으로 튀어나온 말은 아닙니다 내 마음은 지
금 그렇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주리는 눈을 감은 채로 그에게 나직이 묻고 싶었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있다면서요. 그 여자 친구는 어떻게 하고
요? 라고.
"내가 복학을 하면 같이 졸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 하
사도 같이 제대를 할 겁니다. 정 하사와는 같은 하사관 동기입니다.
정 하사도 제대를 하면 혜진 씨와 같이 사귀게 될 거고요,,,,,,, 정
하사도 혜진 씨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우린 다시 캠퍼스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주리 씨."
주리는 갑자기 그의 남성이 쪼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가 하는 말들이 먼 허공을 맴도는 것처림 아스라이 느껴졌다.
그의 말들은 모두 이렇게 결합된 상태로 있을 때에만 적용되는
것 같아 그녀는 비참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차라리 그런 말
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 아르바이트 4권 >>

미친놈들의 세상

오후가 맑다 푸른 하늘엔 서늘한 바람이 이는 듯하다
살갗에 와닿는 감촉이 무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기도 하고
충동질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왜일까
이런 늦가을의 신선함은 젊은 청춘 남녀들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
어넣기도 했다 괜히 근질거려지는 것 같은 충동질이 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혜진도 막무가내로 만류했다
언니 그런 데 가서 뭘 해 돈 벌려고 미쳤어
왜 그래 직업에 무슨 귀천이 있냐 뭐가 어때서 그래
오히려 주리는 자신을 나무라는 혜진을 흘겨 주었다
혜진은 어이가 없는지 벌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小냥 해보는 거야 놀고 있으면 뭘 해 차라리 시내 지리나 익힌
다고 생각하면 되지 윌 그래 이것도 다 경험이야 정정당당히 돈도
벌고 서을 지리도 익히는 거지 뭐
주리의 그 말에 혜진은 다시 소리쳤다
언니 S대까지 다니던 언니가 그런 걸 해 그런 건 막가는 인생
들이 하는 거라구 그러다가 납치라도 당하면 어쩔려구 그리고 혹
시 나쁜 남자들에 의해 집단으로 강간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

혜진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며 만류했다
그러나 주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차퍼 인생 경험
을 쌓기로 작정한 마당에 이것저것 가려가며 선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이 서울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많은 인종들을 다 경
험하려면 택시 운전이 제일 적격일 거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었

혜진이 아파트에서 며칠 묵다가 돌아간 다음날로 곧바로 주리는
대성운수를 찾아갔다
10
젊은 미모의 아가씨가 찾아와 운전기사 노릇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거기 모여 있던 남자 기사들은 저마다 흘끔거리며 주리의 위아
래를 훌어봤다
여우 한 마리가 들어왔군
내 참 기가 차서
저런 아가치가 택시 운전을 했다 그것 참 꼭 귀신한테 흘린 기
분이군
여기가 미국 텍사스인 줄 아나 저런 미모를 갖고 차를 몰았다간
손님들한테 주물탕이나 실컷 당하고 말지 아암 저렇게 팎은 스커
트를 입었으니 손님들 손이 즐겁겠어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흔히 남자들은 섹시한 여자를 두고 입방아를 찧어대는 게 배부른
모양이었다
몇 번씩이나 주리의 날씬한 종아리를 쳐다보며 군침을 흘리다가
또 헛소리들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주리는 다음날부터 그 일터로 나갔다
오후부터 시작한 택시 운전은 차를 몰고 나가는 순간부터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차에서 손님이 내린다 싶으면 또다른 손님이 무섭
게 잡아 탔다
첫날은 눈알이 뱅글뱅글 돌아갈 정도로 정신이 몽롱했지만 그 다
음날부터는 그래도 덜했다
처음 일주일간만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에 일을 끝마쳤지
만 일주일이 지난 뒤부터는 정식으로 운전을 하게 되었다 여느 운
전기사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 정상적인 근무였

기사끼리 교대하는 시간은 새벽 한시였다
주리가 신촌까지 가는 손님을 태워 주고 그곳에서 탄 손님을 오
류동까지 태우고 왔다
대개 남자 손님들은 작은 거스름돈이라면 사양하면서 두고 내렸

젊은 아가뛰가 운전하는 탓에 눈요깃감으로 옆좌석에 탔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거스름돈을 떨어뜨리고 내리는 것이었다
주리가 마악 돈을 집어넣고 차를 출발시키려는 순간이었다
어이 택시
앞유리로 바라보이는 남자가 인도 쪽에 서서 한 손을 치켜든 채
로 택시를 세웠다 남자가 인도를 벗어나 차도 쪽으로 내려섰기 때
문에 약간 떨어진 곳에 차를 갖다댔다
남자는 운전석 옆자리에 타면서 연신 주리 쪽을 쳐다본다
남자가 흘끔거리는 것쯤은 이미 많이 봐온 터라 주리는 남자에게
무관심한 채 기어를 집어넣으며 물었다
어디로 가요
차는 이미 슬금슬금 나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어디론가 달릴 거라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자는 뜻에서
차를 출발시킨 뒤였다
여자네
남자가 눈을 휘등그레 뜬 채 말했다
그래서요
그 남자는 할말을 잊는다
주리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때 남자의 시선이 딱 맞부딪치면
서 입이 얼어붙어 버핀 듯한 표정이었다
사당동
남자는 자존심이 조금 상했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주리는 알았다는 듯이 액셀러레이터를 꾸욱 밟았다 차는 미끄러
지듯이 나아가면서 곧 차들의 행렬 속으로 파묻혀갔다
오후의 시내란 그랬다
하루종일 시도때도 없이 막히고 그 막히는 차들의 터널 속을 미
꾸라지처럼 뚫고 나가는 것이 요즘 서울의 교통세계였다
악착같이 헤엄쳐 요리조리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자리에서
폭삭 삭아 버릴 것처럼 교통지옥인 것이 오늘날의 세계화를 부르짖
는 서울의 참상이 아닌가
남자는 옆자리에 앉아 자꾸만 주리의 팎은 미니스커트를 훔쳐본

햇빛이 닿은 살갗이 회디희게 빛나고 푸르스름하면서도 팽팽한
것이 절로 군침이 돌게 만든다
도저히 눈을 멜 수 없는 지경으로 마치 횡재를 한 기분으로 쳐다
보는 남자들의 심리란 거의 대동소이한 것이었다
차가 달리고 있을 때 옆 손님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젊은 아가씨가 운전을 다 해요
왜요
아니 뭐
여자들이 운전을 하는 택시들도 많잖아요
주리는 으레 듣게 되는 말을 또 들으면서 옆으로 시선을 주었다
남자의 눈이 화들 놀라면서 거두어졌다
주리의 얼굴을 쳐다보는 람자의 눈빛에 경악스러운 듯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미인인 여자는 첨이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연신 주리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혼
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주리는 싫지 않은 남자의 말에 웃음을 띄며 가볍게 액셀러레이터
를 밟았다
차가 기분좋게 달리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어 섰다 긴 행렬
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사람들의 다리를 보고 있노라면 가지각양의 행태를 연상시킨다
숏다리 롱다리 바깥쪽 굽이 너무 닳아 어기적거리며 걷는 사람
할일 없이 건너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도록 한가하게 걷고 있
는 사람 바쁜 듯이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
천태만상의 군상들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제한된 시간
내에 건너느라 하얀 금이 그어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이 서울에 우글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흘러들어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저절로 생길 법한 일이

너무 미인이라서 택시를 운전하는 여자론 보이지 않는데
아르바이트하는 겁니까아니면
남자는 내내 그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이런 횡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황흘한 얼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자못 우
스꽝스럽기도 하다
어린아이의 호기심마냥 자꾸만 곁눈질로 힐끗거리는 모양이 주리
가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다 큰 남자가 그러는 것이
어때요다른 여자들도 택시를 운전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잖아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또 택시 운전도 엄연한 직업이라
구요
주리의 말에 남자는 의외라는 듯이 그 당당함에 또 한번 놀란다
그러면서 주리의 허벅지를 내려다보았다
길게 뻗은 허벅지는 군살 하나 없을 정도로 미끈하다 그리고 그
위를 가까스로 덮었다고 해야 할 팎은 스커트에 자꾸만 눈길이 가
는 모양이었다
택시를 운전하면서 그렇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는 첨이
라서 불편하지 않습니까
남자는 기어이 묻고 싶은 말을 꺼낸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힐끗거리는 눈길이 그녀의 팎은 스커트 꼰
壽rR~
앉은 자세인지라 허벅지 안쪽으로 미끌려 들어간 스커트 밖으로
미끈한 다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시원스럽게 노출된 다리를 보자
눈길은 그곳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람자들은 다 그렇게 물어봐요 그리고 자꾸 쳐다보는 것
에도 벌써 무감각해졌는걸요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보는 사람들
은 하나같이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든요 처음엔 약간 속상했지만
차츰 그것도 면역이라는 게 생기는가 봐요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게 말예요
주리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 보이
며 웃었다
그녀가 운전하는 동안에도 남자의 눈길은 슁없이 다리 쪽을 드나
들었다 그리고 불안한 듯한 남자의 표정이 예사스럽지가 않았다
흔히 젊은 남자들은 그랬다 얼굴이며 몸매가 빼어난 주리를 보
고는 한결같이 그런 식의 눈길을 던지온 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성욕의 꿈틀거
림을 읽을 수 있었다
다리가 무척 예쁘군요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게 내가 마치
무엇엔가 흘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무작정 끝없이 따
라가고픈 충동이 일어날 정돕니다
남자는 그러면서 멋쩍은 웃음을 날렸다
콧날이 우뚝 선 얼굴의 윤곽이 또렷하다 짙은 눈썹이 주는 남성
적인 인상과 어울려 왜나 지적인 용모를 갖추고 있었다
회사에 다니세요
네 어떻게 알았습니까
주리의 물음에 남자는 꾀나 황송한 듯이 반가움에 넘친 말투로
물었다
그냥 알아요 이런 일을 하다가 보면 자연스레 손님에 대해 알
게 퇴거든요 타는 손님의 말투와 겉모습을 보면 대충은 알 수 있

주리의 그 말에 남자는 비로소 평온을 되찾은 듯이 양복 안주머
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러고는 다시 주리 쪽을 쳐다봤다
담배를 피워도 되겠습니까7
남자의 그 말에 주리는 고개만 끄덕였다
남자가 라이터를 켜서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내뿜었다
그 사이 주리는 왼쪽 문에 붙어 있는 단추를 눌러 창유리를 내렸
다 그 바람에 차 안에 고이기 시작하던 연기들이 유리창을 통해 썰
물처럼 빠져나갔다
남자는 연신 담배 연기만 뱉어내면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중
이었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시간쫌 낼 수 있습니까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갑자기 그러고 싶어졌습니다 그냥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이라도 쐬고 싶
은데 안 될까요 대신 그런 시간만큼의 요금은 계산해 드리겠습니

그러는 남자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주리는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왜요 안 되는 겁니까
남자는 무안한 눈빛으로 주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 입금액은 다 채웠어요 저엉 그러시다면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내 자존심이라는 것도 있어서
주리는 말끝을 흐렸다
그럼 안 된다는
아노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데이트를 할 수는 없는 일이
고 일단은 시간 미터대로 요금만 지불하신다면 그럴 수는 있어요
나도 하루종일 운전대만 붙잡고 있었으니까 지금부턴 느긋하게 운
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주리가 승낙의 뜻을 내비치자 남자는 대번에 얼굴의 화색이 달라졌다
아직 다 타지 않은 담배를 얼른 부벼 끄고는 자세를 바로 고쳐 앉
았다 머리를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
었다
지금 회사 일로 가는 길 아니세요
주리가 그렇게 물었을 때 그는 황급히 몸을 떼며 말했다
일이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오늘 못 하면 내일 하
면 되는 거고 이런 날 미인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더 소중
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남자는 그제서야 흡족한 듯이 제법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러면서 주리를 쳐다보는 눈길에 친근감을 담았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막연한 남자와의 대화에서 팎은 시간에 번져 버린 푸른 곰팡이
같은 훈훈함이었다
바쁜 듯이 운전을 하다가 보면 가끔 이런 식의 손님을 만날 때가
있기도 했다
저랑 같이 있는 게 좋으세요
주리는 마치 한번 더 화인이라도 하는 듯이 물었다
小럼요 좋다마다겠어요 꿈을 꾸고 있는 것같이 정신이 멍멍해
지는걸요
주리는 남자의 그 말에 다시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도 미인이라는 말을 곧잘 듣긴 했지만 오늘처럼 실감나게
들린 적은 없었다 옆의 남자가 그저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 생각
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아가씨의 이름도 모르지만 아무튼 좋은 시간
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어디로든 좋은 곳이 있으면 그쪽으로 차를
몰아요 난 그냥 좋은 기분으로 따라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으니
까요
남자는 이제 주리의 허벅지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얼굴
을 쳐다보며 정면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한 여자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확인시킨 다음에 갖는 남자 특유
의 넉넉함이기도 했다
주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래도로로 접어들었다
미사리 쪽으로 차를 몰았다
아직 퇴근시간이 안 되어선지 태도로는 한가했다 앞쪽의 차를
피해 옆차선으로 뛰어들었다가 속력을 내며 다시 좀전의 차선으로
뛰어들어 질주했다
옆자리에는 남자가 다소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운전
을 하는 주리의 옆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던지
며 마치 휘파람이라도 불 것처럼 기분이 좋아 보였다
결흔은 했어요
주리가 먼저 물었던 말이었다
어때요
한 것 같아요 안 한 것 같아요
남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로 물어왔다
벌써 두 남녀의 사이엔 어느 정도 벽이 없어지고 있었다 이제 서
로의 신상에 대해 궁금한 것을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정도가 된 것
이었다
글쎄 한 것도 같고 안 한 것도 같고 속이지 말고 얘기해
보세요 이럴 때 꼭 남자들은 음흥하게 안 했다고 그러더라
주리는 미리 쐐기를 박았다
Uprl
주리의 그 말에 남자는 까칠한 턱밑을 한번 쓰다듬고는
뭐 굳이 속일 필요가 있겠어요 신혼입니다 아직 애는 없고

그럼 몇 달 췄어요
이제 석 달쨉니다
남자는 미안한 듯이 얼굴을 붉혔다 처음 말을 할 때의 용기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순진한 면이 있는 남자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바람을 피우고 싶으세요
바람
남자가 급소를 맞은 듯이 되물어왔다 역시 남자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면서 겸연쩍어했다
心렇죠 이게 바람이라는 거죠 뭐 다른 여자와 이렇게 차 속에
서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거 만일 손님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이런 데이트를 즐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이해
할 수 있겠어요
남자는 그녀가 억지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지기도 하고 핵
심을 찌르는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냥 해본 소리예요 화났어요
주리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이 모든 걸 녹여 주었는지 남
자의 얼굴이 금세 펴졌다
잠깐 동안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남자는 다시 담배를 꺼내 피웠

주리가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저도 하나 주세요 이젠 여유롭게 차를 몰아도 되니까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담배가 끼워지자 그는 라이터를 켜서 불
을 붙여 주었다 그녀가 내뿜는 담배 연기가 남자의 얼굴 쪽으로 덤
벼들었다가 이내 흩어졌다
조금 열어 놓은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미사리에 도착하자 그들은 강 너머의 나무숲 사이에 숨은 듯이
옹기종기 몰려 있는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 이른 저녁을 먹었다
맑은 통유리로 된 음식점에서 바깥을 내다보며 먹는 산채정식은
해질녘의 어스름에 어울리게 맛 또한 괜찮았다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 그들은 다시 강가로 내려갔다 미사리 조
정경기장을 지나 아무도 모르는 둑길을 내려서면서 넓은 평지를 지
나갔다 자갈길이라 차가 울퉁불퉁거렸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는
곳이었다
강가에 다다르자 그녀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잡아당겼다
유리창 앞쪽으로 강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벌써 해가 기우는군요
남자의 눈빛이 붉은 기운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짙은 눈썹을 쳐다보다가 강쪽으로 눈길을 주었
다 잘게 반짝이는 강물이 스러지는 햇빛을 받아 포근한 느낌을 주
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런 분위기에 젖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 앉아 있으려니까 서로의 숨소리마저 다 들렸다 간
간이 그가 담배를 피우면서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했을 뿐이었다
주리는 오랫동안 다리를 오므리고 있어서인지 점점 불편해졌다
왠지 속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다리를 쭉 뻗고 등을 뒤로 기댔다 그
주리가 그를 쳐다봤을 때 그의 손은 이미 주리의 손등을 덮어오
고 있었다
주리는 다시 앞쪽의 강물을 쳐다봤다 점점 어스름이 깔리면서
짙어지는 강물이었다
왠지 강렬한 충동이 느껴지는군요
입술을 대보고 싶은 충동 같은 거 말입니다
그녀가 아무런 대꾸를 않자 그는 설명하듯이 자신의 심경을 털
어내 놓고 있었다
告더 편안하게 누우세요 의자를 뒤로 젖히세요
그녀가 먼저 의자를 뒤로 젖히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도 레버를
당겨 의자를 뒤로 젖혔다
두 사람은 반듯이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차 안에도 얕은 어둠이 스며들어와 있었다
Illi~~業y7~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가까워졌는지도 모
른다
한참동안 누워만 있으면서 서로의 손을 어루만지다가 갑자기 일
어난 일이었다
그가 먼저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의 입술을 덮어왔다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포근해진 분위기 탓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의 입술이 덮어오자 스르르 눈을 감아 버렸다 더이상
의 아무런 꾸밈도 가식도 필요치 않을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의 이런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러을 수 있었다 그랬
으므로 주리는 차라리 솔직해지자고 마음먹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입술을 틀어막듯이 바착 밀착시키며 혀와 혀끼리의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손이 주리의 짧은 미니스커트 밑
으로 들어왔다
얇은 펀티가 만져지면서 부드러운 살결이 만져졌다 습기를 약간
머금은 듯한 부드러움 때문에 그의 손은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었

여기서
그녀도 역시 참기 어려운 듯이 억지로 그 말을 꺼냈다
어때요 이런 분위기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인 것 같아 잠
깐이면 안 될까요
주리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눈을 감아 버렸다
잠시 그가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이내 주리의 스커트에 와닿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가 팬티를 걷어내려는 것을 도와 주리는 히프
를 들어올렸다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간 팬티가 다리 아래쪽을 벗어나자 주리는
다리를 오므렸다 부끄러운 곳을 드러내 보이는 것만 같아 다리를
최대한 오므리면서 손바닥으로 가렸다
그가 바지를 끌어내리고는 주리가 가렸던 손을 걷어냈다
까만 숲이 거기 있었다
삼각형을 이룬 그곳엔 좁은 계곡이 맞붙어 있다가 그가 그녀의
다리를 조금 벌렸을 때 연분홍빛의 살결을 드러내며 물기를 머금
고 있는 게 보였다
그의 손이 가볍게 어루만져졌다 작은 꽃잎 주위를 어루만지며
좁은 계곡 속으로 들어왔을 때 주리는 몸을 움찔거리며 조금 더 다
리를 벌렸다
주리 자신도 어쨀 수 없는 순전히 본능적인 것에 의해 일어나는
동작이었다
아무런 불필요한 동작도 그 이상의 어떠한 말도 필요치 않았다
좁은 차 안에서 그것도 젊은 남녀 사이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일
에 그 어떤 다른 것들이 개입될 수 없었다
오로지 감정의 물살에 의지해서 자연스럽게 떠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길이 닿았다가 멀어질 때마다 주리의 작윽 꼴일이 울찔거
리며 가벼운 신음을 토해냈다 그는 차츰 계곡의 윗부분과 아랫부
분을 오르내리며 흥건하게 젖어오는 물기의 감촉을 느끼며 스스로
도취하는 것이었다
oFoF
주리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말들이 튀어나왔는데도 그는 아직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잔인한 사람
주리는 이맛살을 찌푸려대며 자꾸만 몽롱해지는 걸 느끼자 어디
론가 빠져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래쪽에서부터의 강렬한 충동이 위로 올라왔다 그것은 목구멍
을 타고 넘어와 극심한 갈증을 느끼게 했다
됐어요 이제 그만하면
주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후두둑 떨며 그를 끌어안았다 갑
자기 끌어당긴 탓인지 그의 몸이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의 입술이 포옹해 왔을 때 주리는 아득한 낭떠러지의 벼랑끝
에 겨우 걸려 있는 듯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앞좌석에서는 불편할 거 같아 자리를 바꿀까
그의 말에 주리는 후닥닥 일어나 옆자리로 갔다
그와 엇갈理丁볶려를 옮기는 동안 그녀의 예쁜 아랫도리가 드러
났다 다리를 벌리느라 드러난 꽃잎 주위의 검은 숲과 그 숲속에
숨어 있었던 작은 계곡이 살짝 드러났다가 감추어졌다
그걸 보는 순간 운전석으로 옮겨 앉은 그의 아래쪽이 투둑 일어
서는 걸 느꼈다 팽팽해진 바지 위로 불쑥 솟아오른 남성이 더이상
은 참지 못할 것만 같아 보였다
조수석에 누운 그녀의 화사한 아랫도리가 보였다
그는 이제 서둘러 바지를 끌어내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얹었다
미끄러지듯 흘연히 들어가는 그의 남성으로 인해 주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가 활짝 펴졌다 그녀의 얼굴에 실금처럼 긴
장감이 팽팽하게 돋아나는 것을 보았다
너무 황흘해 이런 데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남자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녀의 귀에 그 소리가 들렸을 때 이미 그녀의 아랫도리는 화끈
거리는 것이었다 그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너무 좋아요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그를 다시 한 번 끌어안았다
그녀의 가슴에 포로가 된 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무
수한 벌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듯한 자잘한 쾌감들이 마치 동
굴 속을 떠도는 공명처럼 몸 속에서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지는 해를 맞아 본능이라는 것이 더욱 감칠맛나게 되살
아나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시트에 파묻히는 듯한 포근함으로 인해
더욱 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육체는 마치 조건반사적인 몸짓으
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가 다가을 때는 가라앉았다가 그의 몸이 떨어지려 할 때에는
안간힘을 쓰며 따라 을라가는 듯한 행위의 반복이었다
el
마치 연어의 회귀성 몸짓이랄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 파다닥거리며 밑에서 요동치는 그녀의
아득한 머릿속에는 그동안 자신의 몸을 탐하며 지나갔던 남자들의
갖가지 기묘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떤 남자는 사정할 때의 쾌감을 얼굴에 다 드러내며 어금니를
깨물어 바르르 떨던 모습 또 어떤 남자는 조금이라도 더 안간힘을
써대며 미친 듯이 몸을 상하로 움직여 마지막으로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했고 또 어떤 남자는 사정할 때의 쾌감을 즐기려는 듯이 아
래옥을 으스러져라 맞부벼대며 그녀를 꽉 껴안아 숨이 막힐 지경으
로까지 몰고 갔다
남자들의 사정할 때의 마지막 행동들은 제각기 다 달랐다
전희를 빼고 불과 십 분 고작해야 십 분의 시간일 정도였다
짧게는 오분 긴 事內는 십오 분 정도의 섹스를 하는 동안 청춘 남
녀들은 길고도 아득한 언덕바지를 넘나드는 듯한 아슬아슬함과 쾌
감의 극치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었다
o~
그녀는 그 말밖엔 더 할수 없었다
그가 움직여오는 동안 거세게 밀어붙이듯 인정사정없이 내리찧
는 몸동작에 따라 그녀의 알몸은 차와 함께 출렁거렸다
한번씩 세게 밀어붙일 때마다 더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태
에서 고스란히 그를 받아들이며 그녀는 점점 더 짜릿한 쾌감 속으
로 빠져들어 갔다
흔히 사람들은 딱 십 분 정도의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걸
느긴다 마치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수없이
많은 피스톤 운동을 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원래 여자보다도 남자가 더 조루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여자와 동시에 만족감에 이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커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렇게 좁은 차 안에서 섹스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쾌감의 극치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가 가끔씩 창 밖을 내다보며 바
깥의 동정을 살피느라 두리번거릴 때마다 웃음이 쿡 배어나오도록
진한 쾌감이 밀려오곤 했다
이런 강가에서 우리만 이렇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곧 사정할 거 같애
남자는 조금씩 동작을 늦추는 것 같더니만 다시 거센 동작으로
이어졌다
대개의 남자들은 마지막 순간에서는 젖먹던 힘까지 다 동원을 해
가며 한 방울의 정액이라도 더 뽑아내서 여자의 깊고 깊은 자궁 속
으로 밀어넣으려고 그랬다

남자는 드디어 사정을 하는지 외마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
다 뜨뜻한 기운이 그녀의 몸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

그런데도 그는 안간힘을 쓰며 피스톤 운동을 계속해 나갔다 밑
이 닿는 부분에서는 뼈와 뼈 살과 살이 서로 맞닿으면서 그녀가 흘
린 분비물과 함께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것은 마치 빠르게 물장구를 치는 물소리 같기도 했고 빨랫줄
에 내걸어 놓은 빨랫감을 막대기로 탁탁 치는 듯한 소리이기도 했

둔탁하면서도 재빠르게 나는 소리였다 마지막 절정으로 치닫는
소리를 들으면서 주리는 말할 수 없는 홍분의 상태로 젖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분비물들이 다 쏟아져나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주리는 그를 끌어안았다
아아 이런 기분 너무 좋아요
주리가 마른 침을 억지로 삼키며 겨우 말했을 때 그가 하던 동작
을 멈추고는 내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그륵글눈을 감자마자 곧 다가온 입술이 깊게 포옹되었다 다시
혀와 혀끼리의 애틋한 사랑이 이어졌다
그가 삽입한 시간이래봐야 불과 십 분 미만이었다 비록 짧은 시
간이지만 튼튼하고 굵은 시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강가의 분위기 이런 차 안에서의 성행위란 짧은 시간 동안
임에도 길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외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으며 내려왔다 옆구리를 스쳐
지나갈 때 그녀는 저절로 온몸이 떨렸다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쾌감이 옆구리를 스쳤을 때 환
희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손이 드디어 허벅지 안쪽을 더듬어 그녀의 숲을 건
드리기 시작했다
아직 그의 몸이 그대로 박혀 있는 상태에서 그는 여운처럼 다가
오기 시작했다 숲을 건드리느라 몸을 약간 텐 상태에서 그는 마음
껏 샘물을 퍼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치 오랜 섹스로 인해 갈증이 나는 듯이 그러는 그의 손에 질퍽
거리는 물기가 만져졌고 사정했던 정액들로 인해 꽃잎 주위엔 어
느새 강물이 범람한 후의 뒤쁠처럼 미끌거렸다
황홀해 몸을 빼기가 싫은걸
그는 아직까지도 깊은 여운에 빠져 있었다 일단 사정은 끝났지
만 그의 손은 아직 그녀의 숲속 작은 계곡을 더듬으며 오르내리고
있었다
미끌거리는 부드러움이 그녀의 살갗을 통해 위로 올라왔다 그는
짓궂게도 계곡을 덮고 있는 낭떠러지 같은 음순을 약간 벌리며 그
안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나도 그래요 이대로 더 있다가 떼요
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젖어 있었다 마지막 여운이 다 가셔질 때
까지 그가 계속 그러고 있어 줬으면 싶었다
지독한 목마름이 계속됐다
목 안에서 침을 끌어올려 혀를 적셨지만 타는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그를 끌어안고 있는 동안은 불을 안고 있는 듯했다 감미로우면
서도 한편으론 나무가 타는 듯한 뜨거움이 안으로 느껴졌다
아아 졸리워요
그녀가 나직이 속삭였다
섹스가 끝난 뒤의 여자란 그랬다 극심한 탈수증세가 뒤따랐다
입 안이 바착바싹 마르고 눈꺼풀이 밀려 내려오는 졸음증세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행복감에 의한 졸음증세일까
하여튼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은 채로 그를 놓아 주지 않고 있었
이미 쪼그라든 그치 남성은 이제 더이상의 기쁨을 줄 순 없었다
남자에겐 더이상 기쁨을 줄 수 없는 남근은 이제 수치심으로 남을
뿐이다
다 죽어 버린 남성을 그대로 여자의 질 속에 넣고 있는다는 건 나
약해진 남성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빼고 싶었지만
그녀가 등을 꽈악 붙잡고 있었으므로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다
졸려
U응
그는 잠들 것같이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희
고 갸름한 얼굴에 까만 눈썹이 알맞은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도도하게 솟아 있는 그녀의 오똑한 코가 거기 있었다 투
명하리만치 맑은 피부를 가진 그녀가 택시 운전을 하는 여자라곤
전혀 믿겨지지 않을 뿐이었단
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한았다가 젖가슴으로 내려갔다 작고
단단한 젖가슴이 혀끝에 닿자 더욱 단단해지는 듯이 움츠러들었

원을 그리듯이 빙빙 돌려가며 젖꼭지 주위를 맴돌자 그때까지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어렵사리 눈을 떴다
아냐 그냥 눈을 감고 있어 하려고 하는 게 아냐
그의 말에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실상 남자란 한 번의 사정으
로 모든 게 끝나 버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예쁘고 탐욕스런 마음이 있다손치더라도 다시 남성을 일
으키는 건 어려웠다 이미 죽어 버린 남근이 일어서려면 그만한 시
간이 흐른 뒤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쪼그라든 남성이 부끄러워 그는 그녀를 애무해 주고 있을 뿐이었

탄력 있는 몸매 왜나 단단한 그녀의 젖가슴에서는 풋풋한 내음
이 났다 마치 봄철 풀내음이 돋아나는 듯했다
혀끝에 닿는 부드러움으로 인해 그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부터 꿈
틀거리는 성욕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하는 섹스였다
이번엔 좀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그
녀를 정복해가며 이번엔 그도 그녀를 완전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
았다
한번씩 쳐들어갈 때마다 비명을 지르듯이 물러나는 듯한 그녀의
칭그린 얼굴 표정이며 흔들거리는 몸동작에서 좀전보다 더 깊은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하군
그 말은 그 자신 스스로에게 하늘 말인지
막인지 몰랐다 하여튼 두번째의 섹스는 좀더 여유롭게 치러졌다
그녀의 아래쪽에서 흘러내리는 분비물의 양을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사타구니를 만져보았을 때
그곳은 흥건하도록 젖어 있었다 시트로 흘러내린 물기가 만져지
자 그에겐 더할 수 없는 흥분이 느껴졌다
그러한 시간이라는 것도 결국 십 분 정도나 되었을까
사정했어요
그녀가 밑에서 조그맣게 물었다
응 했어
그녀의 아러워하는 표정을 훌어보며 그는 만족했다 두번째의 사
정이었다
젊음이라는 것은 이렇도록 마음만 있으면 다시 일어서는 것이었
다 그녀가 일어나 아래쪽을 닦는 것을 보며 그도 역시 기분이 좋아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主그만 더 있다가 가요
그녀가 다시 의자에 누웠다
그를 향해 옆으로 누우면서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쓸어내렸다
그는 누운 채로 팔베개를 하고는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
었다
이게 직업입니까 아니면 아르바이튬니까
그가 물었다
둘 다예요 당분간 복학할 때까지만 하고 있는 일이에요
그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그녀를 쳐다봤다
아직 학생이에요 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당분간 휴학계를 냈어
요 이런 일을 하려고 그런 건 아니지만
무슨 과
지질학과
그는 누운 채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가 내뿜는 연기가 천장을 향해 스물스물 올라갔다가 창문을 통
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처음엔 조금씩 창문 쪽으로 이동하던 연
기가 창문께에서부터 갑자기 이동이 빨라지며 훌쩍 밖으로 빠져나
가는 것이었다
어느덧 해가 기운 모양이었다
주위가 어둑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어둑한 것이
갑자기 쓸쓸함을 몰고 나타났다
이제 가요
그녀의 말에 그도 같이 몸을 일으키며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주리가 운전석에 앉아 기어를 넣고는 차를 뒤로 뺐다가 원을 그리
듯이 차를 몰아 강가를 벗어났다
리라도 먹고 들어가요 우리
아노 됐어요 아직 배가 안 고픈걸요
그녀는 앞을 보며 말했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말을 하는 그녀에게선 약간의 쌀쌀함이 묻
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갑자기 타인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랜 시
간 몸을 섞으며 즐거워했던 순간들이 물거품처럼 가라앉는 듯한 기
분이었다
그냥 이렇게 헤어지기는 섭섭해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연락할 전화번호라도
아노 뤘어요 자꾸 만나면 서로에게 안 좋은 거예요 아직 신혼
이라면서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름도 성도 묻지 않고
서로 헤어지는 것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그때서야 그는 그녀의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 후회하
기 시작했다 좀더 일찍 필요한 것을 물어봤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
었다
내가 신혼이라는 것과는 별갭니다 내가 책임질 것은 분명히 내
가 책임질 일이지요 회사로 찾아가기도 그렇고 가끔 만나서
식사나 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그는 마지막으로 하는 말인 것처럼 제법 단호하게 말을 뱉어냈

아녜요 전 언제 그만둘지 몰라요 길게 가는 건 좋지 않아요
이렇게 만났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다
고 헤프게 노는 여자라고 생각하시진 않겠죠
그럴리야
그쯤에서 남자는 체념하듯이 다시 담배를 꺼내 피웠다 담배 연
기를 빨아들이고 내뱉는 동안에도 그의 손끝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이런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한 여자를 정복하고 나서도 다 가질 수 없는 불안감 같은 것이었

택시는 뿐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저녁시간의 귀가하는 차들이 빨간 미등을 켠 채 재빠르게 질주
하는 틈 사이를 비집으며 달리다가 차츰 앞쪽에서부터 밀리기 시작
했다
어느새 한강엔 건너편 불빛들이 어룽대기 시작했고 물결에 따라
반짝이는 모습은 좀전의 황흘했던 기분을 한껏 식혀 주는 듯했다
이대로 혜어질 겁니까 전 아직 할 이야기가 남은 것 같은데
그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의 말에 그녀가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팼어요 즐거웠어요 생각지도 않은 관계에 더이상의 미련 같은
건 갖지 마세요 가정이라는 것도 소중하잖아요
그는 이제 더이상 대꾸할 건덕지가 없어졌다 괜히 더이상 말을
이어봐야 그녀와의 신선한 관계에 오물만 남길 것 같았다
저엉 원하신다면 오늘은 좋아요 지금이라도 어디 가서 관계를
가질 순 있어요 그렇지만 오늘 이후론 더이상 안 돼요 소중한 것
은 소중한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마치 이상한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이상한 여자였다
같이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몸부림치던 아까와는 달리 저렇
도록 냉정할 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늘만큼은 다시 관계를 가질 수는 있어도 내일부터는 안
된다는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달리는 차 안에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자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동물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이렇
게 자신을 흑사시키는 것이 그랬다
그는 다시 담배를 꺼내 피웠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싫었던 것이

그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그럼 좋습니다 한강 고수부지로 갑시다
그녀가 돌아봤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무시한 채 다시 말을 덧붙였다
남자에게도 정조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내가 헐떡거리다가
먼저 구듯발에 차인 꼴입니다 한번 더 관계를 갖고 싶습니다 마지
막이라는 느낌으로
그래요 좋아요
주리는 선뜻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고수부지로 차를 몰았다
앨도로에서 우측으로 붙어 고수부지로 내려서자 드문드문 차량
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모두 다 데이트를 하러 내려온 차들이었

어두워진 한강을 끼고 서 있는 차들을 지나 한적한 곳으로 갔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
주리는 운전대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 검게 변한 강물 쪽을 바라
봤다 불빛에 드러난 강물은 온통 검은빛이었다
서울의 밤이 눅눅하게 변해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 서울에서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탐욕스런 물고기처럼 느릿느릿
줄지어 떠다니고 있을 그런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아끼려는 듯이 강물 쪽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어색한 듯이 담배를 꺼내 피우려고 하자
저도 하나 주세요
그가 담배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주리의 담배에다 불을 붙여 주
었다 그 자신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묵묵히 담배 연기만 내뿜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창 밖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의
침묵이 못견며 일부러 그러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담배를 부벼 끄고 나서 등받이에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
담배 끄세요
절 갖고 싶다고 그랬죠 이제 가지세요
그는 말 없이 담배를 부벼 끄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젠 하고 싶지 않은걸 나한테 너무 주눅을 줬어
그건 왜죠 왜 주눅이 들죠
무슨 말이냐는 듯이 그녀가 되물었다
갑자기 내 자신이 비참해졌어 아까의 그런 감정이 아냐 난 지
금 울고 싶은 심정이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난 자신감에 넘
쳤어 한 여자를 만족시켰다는 뿌듯함으로 인해 나 자신도 매우 즐
거웠거든 그런데
주리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小런데 여자란 전부 다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난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오히려 상대방은 내 마음을
무시하려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구겨지는 것 같아 욕망이
다 사그라들었는걸
1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졌다
이런 게 바로 남자들만의 이기심이라는 걸까
주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예요 다시 해봐요 우리
그러면서 주리는 일부러 과장된 몸짓을 하며 그의 바지설을 건드
렸다
앞쪽 바지를 건드렸을 때 그의 남성은 아직 만져지지 않았다 마
치 누에처럼 작아져 버린 탓에 만져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다고 이래요 안 섰잖아요
그녀는 의자 뒤로 몸을 붙이면서 톡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래 의욕이 먼저야 남자란 마음에 불이 당겨져야 일어서거든
마음이 비참한데 어떻게 서 그냥 가
그가 그 말을 하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이내 팔짱을
긴 채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주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자고 할 땐 언제
고 저렇듯이 팔짱을 끼는 건 또 뭔가
갑자기 강렬한 욕구가 용솟음쳤다
남자를 못 믿어서예요 한번의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영원히 종
속될 것처럼 구는 남자들이 많아서 그랬을 거예요 전 남자
들이 무수히 그러는 것을 봤는걸요 어쩌면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
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주리의 말에 그는 번쳐 눈을 떴다
복수
례 복수라고 해야 옳겠죠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많
은 남자들이 전부 다 그랬어요 여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성욕의 대상으로서만 바라보는 남자들에 대한 복수 말
예요
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할 땐 다소 격앙되어 있을 만도 했지만 그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담담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럼 많은 남자들이 당신을
그의 말은 약간 떨려나오고 있었다
小래요 경험을 얻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전 너무 많은
것을 배워 버렸어요 이 사회란 남자들만의 사회라는 것 또 남자들
의 성욕을 푸는 시험장 같다는 무서움을 배웠어요 전혀 그렇지 않
게 보이던 남자들도 그랬어요 겉으로는 안 그런 것 같았지만 내심
속으로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성욕을 내뱉을 곳을 찾고 있는 것 같
았어요
小래서 여자들은 복수를 했다는 마음으로 자포자기하는 거죠
그러면서 쾌락을 통한 만족을 얻는 거구요 그것만이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거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거죠 이제 알겠
어요
주리는 그 말을 끝마치고는 멍하니 바깥을 내다봤다
小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그의 목소리는 다소 떨려 나왔다 반쯤 상체를 일으켜세운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아직은 하지만 믿을 건 못 돼요 차라리 여자인 나를 마음
대로 학대하고 끝냈으면 하는 마음뿐인걸요
더이상은 안 돼요 만나봐야 뻔하잖아요 유부남과의 불륜이란
결국 나만 상처를 입을 뿐이에요 그렇다면 내쪽에서 먼저 각오를
하는 게 백번 낫죠
그가 한숨을 내쉬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잠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강물 쪽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그가 가엾게 느껴졌다 차라리 그가 야수처럼 덤벼들어 그녀를 눕
혀 주었으면 싶었다
그의 손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거머쥐었다 약간 차가운 듯한 손
길이 느껴졌다
그녀의 가슴에 스멀스멀 모성애적인 보호본능이 생겨났다 이렇
듯 차가운 남자의 손을 거머쥐고 있으려니까 그런가
두 사람은 어두워진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을 올려서인
지 주위가 온통 조용했다
가로등 불빛이 내리비추이는 곳만 약간 밝을 뿐이었다
자리 바꿔요
그가 그녀를 쳐다봤다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러면서 그녀가 일어서자 그도 마지못한 듯 일어났다 서로 자
리를 바꿔 앉았다
그녀가 레버를 들어올려 의자를 뒤로 젖혔다
편안한 자세로 뒤로 누웠을 때 그는 아직도 창 밖만을 내다보고
있었다
누우세요 누워서 이야기해요
그녀의 말에 그제서야 그도 누웠다
다시 그의 손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거머쥐었다 점정 따뜻해지
는 손길이었다
주리는 눈을 감았다 어디에서부턴가 마음의 물살이 일렁이는 듯
했다
마치 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킨 것처럼 넓게넓게 퍼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세요
그녀의 말에 그는 옆을 돌아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불빛에 드러났다 그 눈빛은 다소 당활되면서도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해도 돼7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눈을 감고 있었으므로
그가 부스럭거리며 바지를 끌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팬티 고무
줄이 손가락에 걸려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튐겨나가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번엔 그도 서두르지 않았다 팬티까지 벗어내린 그가 단번에
덤비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왔고 아주 천천히 밑으로 내
려가 젖가슴을 애무했다
유두를 빙빙 돌며 한참동안 어루만졌을 때 그녀는 후두둑 정신
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는 주리가 얼굴을 찌푸리며 어금니를 꼬옥 깨무는 모습을 내려
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하던 동작을 계속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애무를 하던 그가 이번엔 주리가 있는 좌석
쪽으로 넘어왔다
주리가 다리를 벌려 그를 도왔다 그의 남성이 순식간에 들어와
똬리를 트는 것처럼 묵직하게 느껴지면서 최종적으로 완벽한 결합
이 이루어진 듯했다

주리는 자신도 모르는 탄성을 내지르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남자와 여자란 이렇게 결합을 통해서만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마음도 몸도 역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면서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섹스란 결코 추하거나 경멸할 것이 아니었다 좀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막상 결합이 된 후부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벌써 그의 움직임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은 친밀함이 둘 사이의
육체에 기름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가 세게 다가을 때는 밑에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움큼씩 위로 떠밀려 올라가면서 그녀는 다시금 마른 행복감이 밀
려오는 듯했다
이런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조금 서먹하다가도 행위가 이어지면서 이내 잦아든 것 같은 이
느낌을
아아 좀더 세게 그렇게 하는 게 좋아요
이미 주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마음의 벽이 무너진 지 오래였다
흥분이 고조될수록 그녀의 두 다리는 점점 더 넓게 벌려졌다 닿
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그곳에서는 질퍽거리는 물소리가 났다
그의 남성이 용솟음치듯이 떠올랐다가 내려을 때는 그녀의 몸도
같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사뿐히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지럼증
같은 현기증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었다
어디론가 그의 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아득함이 느껴졌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한번만 더 세게
그녀의 주문에 따라 점점 더 거세게 쳐들어왔다 정신을 딴 데 두
고 있는 듯한 몽롱한 얼굴이었다
남자들이란 섹스를 할 때 가장 진지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무
아의 경지에 빠진 듯한 표정 그리고 아무런 잡념조차도 없을 듯한
맹한 얼굴이 바로 남성이라는 동물의 본래 모습이기도 했다
섹스를 하는 행위의 시간이란 불과 십 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세게 부딪쳐오면서 그도 역시 흥분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물밀듯이 빠른 왕복운동을 하는 걸로 봐서 곧 사정할 거라는 예감
이 들었다
이제는 그녀 쪽에서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그가 곧 사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주리도 얼른 두 다리를 끌
어모으며 안간힘을 써댔다 질이 좁혀지면서 더 많은 쾌감이 전달
되어져 오기도 했지만 I의 성기가 들락날락거리면서 닿는 질벽의
마찰이 더 거세게 일어났다
무수한 벌레들이 아우성을 치며 달려나가는 것도 같고 아니면
안쪽으로 깊숙이 달려드는 것도 같았다
이런 걸 쾌감이라고 하는 것인지
그녀의 두 다리는 뻣뻣이 쭉 펴졌고 아랫배 쪽에 잔뜩 힘이 들어
갔다 그러면서 숨이 가쁠 정도로 거친 호흡을 하며 그를 끌어안았

그도 역시 마지막 사정을 미루다가 결국 못 참는 것인지 갑자기
몸동작을 멈추며 뜨거운 것을 쏟아냈다
주리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뜨거운 기운

주리는 참을 수 없는 손길로 그를 끌어안았다 그를 힘껏 끌어안
아 자신의 젖가슴께로 끌어당겼다
그도 역시 가만 있질 않았다 두 사람의 격렬한 포옹이 시작되었

좋은 거지이래도 연락처를 안 가르쳐 줄 건가
그녀는 할딱거리면서 풀어진 눈동자를 모두었다 가까스로 되찾
은 정신 사이로 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랬어요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이게 좋은 거예요 더이상 이러
는 것도
왜 안 된다는 거야
남자는 끝까지 주리의 항복을 받아내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의 팎지만 격렬한 몸동작으로 인해 지극한 쾌감을 얻은 그녀였
지만 점점 의식이 들면서 강한 부정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 알아요 옛날 신파조라고 몰아
붙이지 말고 가만히 음미해 보세요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어질
때 헤어지는 것이 또한 가장 현명한 거예요 난 내 할일이 따로 있
고 댁은 댁대로 할일이 있을 거예요 어차피 우리 두 사람은 결혼
을 전제로 해서 만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는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역정처럼 거칠게 말을 되쏘았다
小냥 이대로가 좋아요 더이상의 끈질김은 오히려 지금의 좋았
던 감정을 무너뜨리기만 하 서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끼리
강렬한 섹스를 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을 거
예요
주리의 그 말에 아직도 그는 꿈 속을 헤매고 있는 듯했다 초점이
바로 잡혀지지 않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h이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약간 뜨거운 입김이 번져졌다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아직도 뜨거웅 그 자체였
다 그녀의 반듯한 이마며 귓불을 할는 동안 그녀는 가만히 있었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그의 남성이 줄어드는지 질 속을 꽉
채웠던 묵직한 느낌이 점점 엷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일어나세요
그는 말이 엄었다
아직 아러움이 남아 있는 듯 그녀의 가슴이며 어깨선을 따라 입
술과 혀끝으로 하는 애무가 멈추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러한 애무도 별반 황흘하게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쟀어요 이제 일어나요
주리가 밑에서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조금 움직였는데 이미 쪼그라든 남성이 정액과 함께 밖으로 삐져
나왔다
그의 남성에 허연 액체가 흥건하게 묻어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아직도 아러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
런 거부반응도 못하고서 저절로 빠져 버린 남성이 힘 없이 죽어 있
는 것을 내려다보다가 덥석 주리를 끌어인찼다
이대론 헤어지기가 싫군 가만 있어봐
그가 힘껏 주리를 껴안았다 그의 팔힘이 무척 억세게 느껴졌다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灰렇게도 좋으세요

껄마나 좋은데요 부인이랑 같이 할 수도 있잖아요
주리가 물었다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는 듯한 스릴이 느껴졌다
이 남자는 부인과 어떻게 할까
주리는 그것이 은근히 궁금해졌다
그 여잔 이렇게 진하게 할 줄 몰라 그저 펑퍼짐하게 누워 있는
것밖엔 몰라 일일이 가르쳐 줄 수도 없고 괜히 그랬다간 성性에
눈을 뜨게 되면 나만 피곤해지는걸
피이 순 이기적인 사람이야 그러니까 남자는 모두 동물이라는
말을 듣는 거예요 자기만 즐길 줄 아는 동물
주리의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안 그래요 부인은 성에 대해 알면 안 되는 거고 남자는
성에 탐닉해도 된다는 식의 그게 바로 사디스트적인 발상이
아닌가요 흔히 남자들은 더 많은 여자들과 상대를 해서 성에 있어
서만큼은 최고가 될 꿈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그러한 성적인 것으
로 부인의 입을 막고 상대하는 여자들이 꼼짝 못하도록 하고야 말
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거죠
資 그렇지만은 않아 결국 여자들의 만족이란 남자의 테크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어서 더 많은 경험을 얻어 즐겁게 해주는 것도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걸 남자들은 필요악이라고 그래요
주리는 우습다는 듯이 빙글거리며 말했다
꼭 그렇게 말을 할 순 없지만 행복의 공유라고 볼 수도 있잖아
성적인 부조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은데
그러한 성적 불만족 때문에 이혼하거나 결흔에 파탄이 오는 경우
는 막을 수 있다고 봐
小럼 남자들은 모든 여자들을 다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생리학적으론 여자들이 남자보다 더 센데도 천성적으로
남자들은 조루에 가깝다고 봐요 성행위를 하는 동안에 여자가 대
체로 만족을 느끼니까 서로 육체적인 조화가 맞는 거죠
주리는 이미 처녀가 아니었다 남자에 대해 알 것은 이미 어느 정
도 알 정도로 그녀의 육체는 잘 단련되어 있었다
남자의 성기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남자가 어느 정도 만족시켜
줄 수 있는가를 대충 예견할 수 있는 단케에 와 있는 상태였다
남자의 단단함 그리고 질 속으로 느껴지는 단호함을 통해 그 남
자가 어느 정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 거라는 성적인 예감 같은 건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것이 남자를 겪어본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
자와의 차이일 것이다
이미 주리는 그런 쪽에선 빨리 눈을 뜬 여자라고 볼 수 있었다
대개의 남성들이란 삽입해서 불과 2분 내지 5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여러 횟수의 왕복운동을 통해 절정감으로 치닫기 때문에 남
자나 여자나 모두 긴 시간처럼 느껴질 뿐이다
실제 노초에 한 번 정도 왕복운동을 했다고 친다면 5분 동안의 피
스톤 운동이란 150회에 달했다
노초라는 시간에 한 번 움직이는 것도 매우 느린 동작이라고 봐야
했다
어쩌면 절정감에 도달했을 땐 일초에 한 번씩 피스톤 운동을 한
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5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모른다
비둘기라는 놈들은 주로 옥상 같은 데서 놀다가 서로 교미를 하
게 된다 주로 수컷이 암컷의 몸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불과 1초
내지 노고 만에 사정을 끝낸다
그러면서 수도 없이 자주 교미를 하는 것이 바로 비둘기라는 날
짐승이다 비둘기만큼 번식력이 강한 것은 또 없을 정도다
토끼도 역시 그렇다 교미를 하는 시간은 불과 1 2초에 불과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번식력에선 비둘기만큼 강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개라는 놈들은 무척 강한 편이다 한번 붙었다 하면 사정
을 끝내고서도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짓궂은 아이들이 작대기로 때리기도 하면서 억지로 떼어
놓으려고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개라는 동물의 끈질긴
교미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때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고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남자는 조금 오래할 수가 있고 여자 또한 섹
스를 즐기게 된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그렇지 못한 남자나 여자는
토끼나 비둘기가 하듯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짧은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섹스란 인간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오이기도 하다 종족 번식
의 목적만이 아니라 오늘날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둘만의 사랑을
확인하고 만족하면서 마음까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영혼과
육체를 잇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흔히 남자들은 많은 여성들을 상대해서 자신의 성적인 테크닉을
높이려고 애를 쓴다 그런다고 테크닉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하
여튼 남자들은 다른 여자와의 판계에서 더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가
보다
그건 여자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生늘 나한테 했던 것처럼 부인한테 그렇게 해보세요 여자란 다
똑같은 거예요 내가 더 젊고 몸매가 더 예쁘다고 해서 깊은 쾌감을
느낀 건 아닐 거예요 그건 순전히 마음의 문제일 뿐이죠 이렇게
자꾸 밖으로 나돌기만 하다가 가정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
래요
주리는 마음에 없는 말을 던지고 있었다 이 남자가 그리 싫진 않
았지만 왠지 더이상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한번의 섹스
그것만으로 족한 남자였다
지금 주리는 남자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더
이상 깊게 사귄다는 것은 서로에게 피곤함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짧게 만나 깊게 사귄다는 생각으로 가급적이면 빨리 헤어지는 것
이 좋다는 식이었다
가끔 만날 수 없을까7피해는 주지 않을게
이 남자 정말 순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조금 전의 매력이 송두리째 달아나는 듯한 퇴
색함이 불현듯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은 토두 달아나려는 상대방을 붙잡으려는 데에
더욱 사랑의 묘미를 느끼는 것이다 남자가 벗은 채로 덤빈다거나
여자가 날 잡아잡슈 하고 나온다면 누구든지 질겁을 하고 달아나
기 마련일 것이다
1건 순전히 이성에 대한 신비감이 왕창 사라져 버린 데에 대한
싫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랬어요 이제 가요 오늘 두 번 했어요 나도 만족했구요
그러면서 그녀는 기어를 넣었다 브레이크에 얹어 놓았던 발을
떼면서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눌렀다
한바퀴 원을 그리며 천천히 고수부지를 빠져나왔다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내내 말이 없었다 창 밖만 내다보며 묵묵히 담배만 퍼워댈
뿐이었다
짜릿한 쾌감을 느낄 때는 언제고 이렇게 쌀쌀맞게 핍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 듯한 얼굴 표정이었다 마치 벌레를 씹
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헤어져도 돼
그의 목소리가 한층 떨려 나오고 있었다
1
순간 주리는 위험을 느껴야만 했다 88도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
었지만 옆에 앉은 남자가 그런 식으로까지 나오는 데에는 약간의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좋아서 그러는 것일 뿐야
주리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부정했다는뜻이었다
연락처를 알려 줘요 괴롭히지는 않을게 다만 네가
그는 획 창 밖으로 담배를 내던지고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
다 그러고는 팔짱을 낀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그녀는 남부순환도로를 따라 달리
기 시작했다
회사에 들어가기는 늦은 시간인데 어디로 가요 댁이 어디예

람천동
그녀는 더이상 묻지 않은 채 곧바로 봉천동으로 차를 몰았다 사
당동에서 차가 막혀 한참동안 서 있을 때에도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힐끗 그를 돌아봤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화났어요
한참동안 서 있던 차들이 서서히 뚫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차가
쿨렁거리도록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봉천동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로 아직은 만원이었다 인도를
메을 만큼 밤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의 모습이란 한결같이 후줄근했
고 목적지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군상들 같아 보였다
바쁜 듯이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했지만 그
들 역시 밤이 주는 환락을 따라 유영하고 있는 물고기들 같았다
다 왔어요 어디다 세울까요
주리는 서서히 인도 쪽으로 차를 몰며 물었다
아무 데나
그는 이미 내릴 채비를 하느라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인도 쪽에
바착 차를 갖다대자
小마웠어 이런 경험 처음이야 끝까지 연락처를 안 가르쳐 주는
당신이 이뻐 혹시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내가 다니는 직장
엘 들어올지도 모르지 하여튼 넌 멋있는 얘야
그러면서 그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러고는 다시 지갑
에서 만원권 지폐 몇 장을 꺼내 불쑥 내밀었다
내 명함이야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어 가졌던 여자한테 주는 거
야 비즈니스가 아닌 철저하게 신뢰하고픈 당신한테 주는 낄 이름
ol야
근데 이건
주리는 얼른 명함을 받아쥐고는 그의 손에 들려져 있는 지폐를
떠밀쳐냈다
아냐 받아 둬 달리 생각하지 마 내 성의니까 택시비라고 생
각해
아노 뤘어요 저도 즐거웠는걸요 오늘 입금액은 벌써 다 채우
고도 남았어요
주리가 끝까지 밀치고 있자 그는 얼른 택시 안으로 지폐를 던지
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리는 그 자리에 잠자코 있었다
뒤따라가서 내던진 지폐를 다시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감정을 그런 식으로 떨쳐내고 싶진 않았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남겨두어야 했다고 생각되어졌다
주리는 막상 차를 출발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사람들의 유영을 훔쳐
보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 뒤섞여 보이지 않았을 때 1녀의 가슴 속에 한줄기
서러움 같은 것이 밀려들었다
이건 사랑이 아냐 숨바꼭질 같은 거야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뇌까렸다
요즘 여자들의 바람기
교대하려면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주리는 앞쪽 프런트의 속도계가 있는 불빛에 드러난 시계를 쳐다
보았다
어디로 갈까
새벽 한시가 교대 시간이었다 교대를 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
이 남아 있었다
오늘 입금할 돈은 충분히 되었으므로 그냥 이대로 차고지에다 집
어넣어 버리고는 쉬어 버릴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커피숍이나 영화관엘 가서 느긋하게 혼자 앉아 있고
도 싶었다 그러나 이런 시간에 일찌감치 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운
전기사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착같이 운전대를 잡으면서 졸음을 밀어내며 운전을 하고 있는
그들의 눈물겨운 모습을 생각하노라면 그런 마음이 단번에 싹 가셔
졌다 그들은 잘 먹지도 않으면서 하루종일 운전대만 붙잡고 앉아
있어선지 늘 소화불량이거나 자주 트림을 했다
그만큼 고된 운전이지만 생활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나와야만
하는 생활전선이었다
그러나 주리는 차를 끌고 나오기만 하면 개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차고에서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타는 남
자 손님들로 인해 하루 입금액을 채우는 것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
였다
미모가 잘빠진 주리에겐 그만큼 손님들이 들끓었다
가끔 선글라스를 끼고 다닐 때면 택시를 세운 사람이 먼저 놀라
눈을 휘등그레 뜨고 있거나 혹시 자가용을 잘못 세운 건 아닌가 하
는 듯이 택시 지붕의 간판을 보고는 안심하는 남자들도 더러 있었다
주리는 차를 그대로 세워둔 채 인도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
켜보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길가의
가로수에 기대 소변을 보고 있는 사람 상점의 닫힌 셔터 앞에 쭈그
리고 앉아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사람 등등
서울의 밤거리엔 볼만한 구경거리들이 많았다
면목동
누군가 차문을 열려고 그랬다 돌아보니 술에 취한 남자가 벌써
옆자리의 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안 돼요 타고 계시던 손님이 급하게 소변 보러 가시는 바람에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주리는 남자를 보고 소리쳤다 그러나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같이 합승합시다택시는 어디든지 가자는 데로 가는 거 아닙니
까 7
이미 옆자리에 올라탄 남자는 그 말을 하면서 주리를 쳐다봤다가
술이 화 깨는 모양이었다
아니 이거 택시 맞습니까
네 맞아요 아까 그랬잖아요
으응 그런데 아가씨가 운전순가내가 술이 취했나
이거 꼭 술집에 도로 들어온 기분이군 아가씨 미안해
요 갑시다 면목동
이 남자는 지금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쫌전에 분명히 안 간
다고 그랬는데도 다시 면목동이라고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주리가 분명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었다는
걸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이렇게 예쁜 택시 운전수도 있었나 이거 참꼭 귀신한테
흘린 기분이야 어이 아가치 무조건 달려 달리라구
중년 남자는 술에 잔뜩 취했는지 의자에 앉자마자 고꾸라지듯
벌렁 뒤로 누우면서 손사래를 쳐댔다
주리는 기가 막혔다
이렇게 술에 취한 손님은 막무가내여서 싫다 함부로 떠들고 함
부로 반말이나 찍찍 하기가 일쑤며 심지어는 주리의 미니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일도 가끔 있었다
남자들은 그랬다 술힘을 빌려 안하무인격으로 여자를 깔보려는
버룻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리는 온몸에 닭살이 돋는 듯했다 무심코 쓱 집어
넣은 남자의 손에 아슬아슬하게도 팬티 끝자락이 만져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그 안에까지 손이 닿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그 어떠한 남자라도 싫었다 별로 잘생기지도 않
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꼭 그런 남자들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
었다
그런 추태를 부리는 남자들의 하나 같은 변명이 바로 술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었는데 주리는 그것이 몹시도 싫었던 것이다
나 술 취했어 이뻐서 한번 그래본 거라고
이렇게 나오는 데엔 할말이 없었다
안 가요 지금 손님이 곧 올 거예요 내리세요
주리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 남자는 오히려 코방귀를 뀌고 있
다 부스럭거리며 담배를 꺼내 퍼우면서 의자 뒤로 널브러졌다
머리를 기댄 채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이 남자는 아예 내릴 생
각은 없는 듯했다
승차 거부하는 거야 뭐야 같이 합승하겠다고 했잖아 가 얼른
가자고
주리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차 안에 앉아 있으면서
쉬고 싶었던 것인데 그것도 다 틀린 것이다
일찌감치 차고로 가서 차를 반납하고 혼자 걸어다니고 싶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가요 면목동이죠
주리는 하는 수 없이 그를 태워 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말다툼을 해봐야 괜한 시간만 죽일 뿐이었다 그러니 차
라리 달리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

가 아무데로나 드라이브라는 거 몰라
남자의 말투는 완전히 반말지거리였다 아예 주리를 무시하는 듯
한 말버룻이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주리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술 취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주리는 기어를 넣으면서 돌아보았다 어느새 남자는 머리를 뒤로
기댄 채 가는 코를 골고 있었다
이런 날은 완전히 재수에 옴붙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저러다가 잖
자기 토사물을 쏟카내는 날엔 그야말로 택시 안은 난장판이 되고
만다
주리는 남자를 흘끔홀끔 돌아보며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막상 달리면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좀전에 손님이 말한 면목동이라는 곳도 확실한 장公理고 말할 수
없었다 나중에 깨고 나서 딴소리를 할 수도 있었다
손님 손님 어디로 가요
주리가 더듬듯이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고개만 끄덕일 뿐 눈을
뜰 기색은 아니었다 무조건 고개만 끄덕이는 손님을 태워서 차를
몰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리는 택시를 길가 쪽으로 세웠다
손님 어디로 가죠
주리가 흔들어 깨웠을 때에야 눈을 뜬 남자는 아직도 초점이 잡
혀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7아직 술집이이 술 더 가져와 가져오라구
그러면서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무의식적으로 손
을 넣어 빼낸 지갑을 열며 주리한테 수표 한 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去님 택시예요 면목동으로 가자고 그랬어요
주리는 빽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그가 잠깐 놀라는 듯했다
응 택시 으흥 그렇구나아 내가 택시를 탔지 그런데 왜
남자는 또 묻는다 왜 불렀느냐는 표정이다
주리는 순간 짜증이 났다
어디로 간다고 말씀을 하셔야죠
주리가 핸들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 짜증스럽게 말하자
아가씨 무지하게 예쁜데 같이 데이트하면 안 돼 난 집에 들어
가봐야 마누라도 없어 그런 집엘 왜 들어가니
주리는 약간 멈칫했다
이 남자가 그 말을 뱉어 놓고선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술기운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느닷없이 우는 남자를 보니 슬그
머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왜요 어디 갔어요
아냐 아냐 나를 버리고 도망갔어 그년이 나를 버리고 도망가
서 누구랑 같이 살진 모르겠지만 난 슬퍼 아주 슬프단 말야
주리는 핸들 위에 얹어 놓았던 손을 허벅지 위에다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차분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결코 궁색해 뵈지 않는 양복 차림새에다 좨나 배운 티가 역력히
드러나는 그런 남자였다
남자는 지친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이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듯한 남자였다
그런대로 맑아 보이는 얼굴에선 생활의 궁색함 같은 건 엿보이지
않았다
눈가가 젖어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주리는 속으로 안됐다
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남자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되어지
는 것이었다
남자란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
여자에게 있어서는 탐욕의 맹수와도 같다가 어느 때는 그 여자
라는 존재 때문에 괴로움에 빠져들어야 하는 이중성을 가진 존재임
엔 틀림이 없었다
분명 이 남자의 부인은 집을 나간 게 틀림없으리라 그렇다면 이
남자는 그 부인 때문에 방황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폭주한 이 남자를 바라보며 주리는 절로
마음이 슬퍼졌다 자신이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처음 사회
로 뛰어들었을 때 당했던 쓰라림이 떠을랐다
모든 남자들은 자신에게 몸을 요구하기만 했지 그 이상도 그 이
하도 아닌 오로지 동물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여자에 의해 메말라 버린 남자를 바라보며 자신이
더 슬퍼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
小냥 누워 계세요 차는 움직이지 않을 테니 한숨 푹 자고 나서
가면 돼죠
그는 눈을 뜨는 등 마는 등 억지로 눈을 뜨려다가 도로 눈을 감
아 버리고는 잠에 빠져든 듯했다
아무렇게나 팔을 늘어뜨린 채 그대로 잠이 든 남자를 바라보던
주리는 갑갑해져서 밖으로 나왔다
밤 12시가 가까웠는데도 젊은 남녀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돌
1다녔다 모두들 하나같이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어떻게 보면 행복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해 보
면 불행을 이겨내기 위해 억지로 술을 마신 것처럼 후줄근하게 보
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어 그 세
계를 항해 비틀거리며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의식적인 몸짓
이지만 하여튼 흔탁한 세상의 물 속을 유영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비애와 같은 비늘이 파닥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주리는 길가 가로수 옆에 기대어 서서 담배를 꺼냈다
길게 한모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지나가는 군상들을 바라보
았다 스러지는 불빛을 받으며 다가왔다가 멀어져가는 그들에게서
비릿한 몸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다가왔던 남자들이 한번씩 툭 몸을 부딪
치며 지나갔다 어떤 남자는 괜히 주리 옆에 서서 눈치를 보는 사람
도 있었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실래요
남자들은 늘 그랬다 개나 늑대인 것처럼 킁킁거리며 다가와 아
무 때나 시시때때로 떠자들의 허점만 보이면 옆에 붙어서서 추근
댔다
여자가 흘로 서 있거나 측은한 몸짓으로 거리를 배회했다면 으
레 남자들은 주파를 던지곤 했다 그것이 바로 남자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주리는 쏘아보듯 노려보면서 남자를 무시하는 눈빛
을 보램으로써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대개의 남자들은
잘못 건드렸구나 하고 물러서곤 했다
택시 쪽으로 돌아봤을 때 자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일어
나서 무언가를 만지고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얼른 담배를 부벼 끄고는 택시로 걸어갔다
冷하고 있는 거예요
으응 음악좀 들을려고 이 차 안 가
會은 다 깼어요7
그러면서 주리는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남자는 술
이 깼는지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와 있는 듯했다
가자고 한참 기다렸는데
남자는 길게 하품을 하며 두 팔을 들어올려 좌악 벌렸다 연거푸
두 번씩이나 하품을 하던 그의 눈에 작은 이슬이 고인 게 보였다
주리는 말 없이 시동을 걸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인도를 벗어나
면서 차들 속으로 섞여들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요7
주리는 묻지 않아도 될 것을 괜히 물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아무 데로나 가요 아가치가 가고 싶은 곳 아무 데나 술을 마
시는 것보단 이렇게 드라이브를 하는 게 백번 나을 것 같아
남자의 말이 듣기에 따라선 주리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그렇게 들리질 않았다 아까 들었던 그의 한탄
조의 말이 기억나서였을까
부인이 도망갔다는 말처럼 낯선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주리는 왠지 이 남자의 서글픔이 어떤 것인가를 들어보고 싶은
야룻한 충동이 일어났다
젊지도 그렇다고 늙었다고 할 수 없는 이 남자
이제 마악 중년을 지나고 있는 한 남자의 비애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심정이었다
止래도 말씀을 하셔야죠 좋은 곳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어디
든 갈게요
주리는 끝까지 그의 의사를 존중했다
주리가 아무렇게나 간다고 해서 나중에 택시비를 못 내겠다고 버
틸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손님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
서 다시 한 번 물었던 것이다
어디로 갈까 그냥 조용하고 복잡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냥 料도로를 달려봅시다 그것도 드라이브니깐
남자의 말에 주리는 알았다는 듯이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

차가 부웅 하고 미끄러지듯이 나아갔다 남부순환도로 쪽에서
다시 태도로로 접어들었다
밤 늦은 시간인데도 앨도로에는 많은 차량들로 거북이 걸음을 걷
고 있었다 잘못 접어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이거 여기도 막히는군 어차피 들어섰으니 어쩐다
그는 패나 신경이 쓰이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앞뒤 차들로 확 채워진 도로는
늦은 시간 같지 않게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앞쪽 어디쯤에선가 차량 사고가 있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차들
이 많이 밀리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띨리는군요 빠져나갈 수도 없고
주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렸어요 할 수 없지 뭐 음악이나 톱시다 클래식 같은 거 있어

남자의 말에 주리는 그럴 만한 테이프 하나를 골라냈다 그러고
는 카세트 데크에 집어넣었다
아직 음악이 안 나오는 걸로 봐서 처음 곡이 시작되려는 중인가
보았다
클래식 좋아하세요
이럴 땐 클래식이 좋죠 음악이 뭡니까7
그가 물었다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라는 곡 아세요
주리는 대수롭게 물었던 것인데 그가 반색을 하였다
小럼요 아주 경쾌한 곡이죠 그런 음악을 들으십니까 이런 택
시를 몰면서
주리는 그저 운기만 했다
이 남자가 클래식을 찾더니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을 아는 걸로
봐선 대학의 문턱에나 들락거린 사람임엔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되
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니 좀전의 내키지 않은 마음과는 달리 약간
은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카세트에서는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 흐르고 있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협주곡으로 템포가 빠른 선율이 실내를 가
득 메우고 있었다 어떤 힘을 부여하는 듯한 선율의 힘에 의해서인
지 주리의 마음도 그랬지만 남자의 마음도 어느덧 밝아지는 듯했

이런 곡을 들을 정도라면 대학을 나온 것 같군요 그런데
하필 이런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
그의 말에는 빈정거링 같은 것이 아닌 진지한 그 무엇이 들어 있
었다 주리에 대한 호기심일 수 있었다
왜요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꼭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조건
같은 것이라도 있나요
아노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일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이
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좀 아가치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나
서 그럽니다
그러면서 그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직업이란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
요 남의 강요나 간섭을 받는 게 싫어서 스스로 택한 일일 뿐이에
요 시간도많고 쉬고싶을때 쉴 수 있는 것이 바로택시 운전이
에요 하루 입금액만 맞춰 놓으면 그 다음부턴 전부 내 시간이거든

주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 여유 있는 웃음을
보아서인지 그도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이번엔 제가 질문을 할게요 해도 되죠
주리가 빤히 쳐다보자 그는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부인이 집을 나갔어요
그가 잠시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가 이내 펴졌다 그러고
는 슬몃 웃음을 머금었다가 풀어놓았다
이번엔 양복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가 한 모금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뿜었다 앞 유리
창에 부딪힌 연기는 스멀스멀 유리창을 타고 올라갔다
그가 입을 연 것은 한참 후였다
生長 여자들에게 얼마나 바람이 드세게 부는지 아십니까
그가 물어왔다
주리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숱한 남녀를 태워봤다 젊은 남녀들이
야 으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중년을 넘긴 남녀들의 밀회도
수없이 보아왔던 주리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택시에 타자마자 곧 다정한 연인으로 변해 갔

운전을 하고 있는 주리를 흘끔거리며 시작된 가벼운 애무에서부
터 나중엔 아예 주리를 무시하고서 나누는 진한 애무 장면에 주리
도 조금은 가벼운 홍분기를 느끼곤 했다
백미러를 통해서 본 남녀들의 애무 장면이란 이랬다
남자가 여자의 허벅지를 만지면서 점점 안쪽으로 쓰다듬어 들어
가면 여자 또한 가만 있질 않았다 남자의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남자의 가슴께를 더듬으면서 흥분을 더했다
여자가 만일 짧은 스커트를 입었을 경우에는 남자의 손이 허벅
지 속으로 들어가 있는 적도 있었다
백미러를 통해서 보여지는 여자의 얼굴이란 천태만상이었다
필통스러운 듯기 일그러뜨린 채 가파른 숨을 억지로 참고 있는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오므리면서 몸을 뒤로 젖힌 채로 몸
을 비비꼬는 모습이란 마치 동물들이 그것을 할 때의 표정과도 같
았다
여자가 내뱉는 가는 숨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다 둘 다 서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까지 발전되었을 때는 가는 도중에라도 길가
에 세워 달라고 요구할 때도 있었으니까
그들이 택시에서 내려 갈 곳이란 딱 한 군데였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을 채우기 위해선 대낮의 모텔밖에 없었다
그렇다
도심에서의 그것도 대낮의 자연스런 출입이 아무런 부담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이 바로 모텔이었다
그런 손님을 태우고 났을 때의 주리도 역시 온전한 마음 상태는
아니었다 진한 애무를 하면서 서로 못 참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서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욕정에 횝싸일 때도 있었던 것이다
차를 몰고 가면서도 바로 전에 내린 남녀들이 모텔에 들어가서
하는 행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찰 때도 있었다
지금쯤 샤일를 하고 있겠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벌거숭이가 되어 커튼이 쳐진 방에서 마음껏 애무
하고 있으리라
여자의 비트는 듯한 고통스런 얼굴이 겹쳐지고 입에서는 가는
숨소리가 터져나오고 참다 못한 여자가 남자의 등을 끌어당겨 좌


악 조여들이리라
그러면 남자의 검붉은 욕정이 마치 뱀대가리처럼 일어선 채로 여
자의 깊은 몸 속으로 들어가서 요동칠 것이 틀림없을 것이었다
남녀의 행위란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또한 황흘한
몸짓일 수 있었다 수없이 들고나는 동안 물과 물이 서로 만나 찰
찰박거리는 물소리를 내고 알몸끼리 부딪는 소리가 밑에서 요란하게
나리라
물과 물의 만남 그리고 소리와 소리의 만남으로 인해서 남녀는
더없이 깊은 만족감과 함께 극치의 행복감에 빠져들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불과 오 분에서 십 분 사이의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한 몸
놀림이 있게 되고 남녀 모두 최대한의 기쁨을 맛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마치 뱀의 꿈틀거림처림 몸에 있는 모든 물기를 뽑아내고 행복
의 근원인 저 밑바닥의 뿌킬까지도 걷어내어서는 한꺼번에 바깥으
로 내던지듯 서로를 깡그리 불태워 없애는 것이리라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가 천천히 연기를 내뱉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태가 바빴던 게 잘못이지요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하면 빨리 승진
하는가 하는 문제로 몰두해 있는 동안 그 여쟈한테 다른 남자가 생
겼던 것입니다 처음엔 나도 몰랐죠 가끔 밤마다 그걸 요구하려고
하면 처음엔 내가 안쓰러운 듯이 나를 영려해 주는 것처럼
하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신경을 쓰고 있는 나를 염려해서
가 보다 하고 생각했지요 매번 그런 식이었어요
나중엔 내가 요구하면 화까지 내면서 피하는 것이 어렴풋
이 불길한 예감 같은 것이 들기 시작했지요 사람이라는 존재에겐
직관력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여자의 뒤를 캐보고 싶은 생
각이 들었던 겁니다
주리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자꾸만 불안해지는 것이었다 남의
사생활에 대해 처음에 들을 때는 호기심이 끌렸는데 부인과의 성
관계에서 자꾸만 부인이 회피했다는 말에서부터는 일종의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남자란 단순하면서도 폭력적인 면이 있어서 때론 여자의 부정에
대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은 법이다
현장을 직접 봤죠 낮에 집을 나간 여자가 남자와 만나 러브호텔
로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양평으로 가는 길에 있는 외딴 숲속에 있
는 호텔로 들어가는 그 여자의 뒤를 따라 혼자 숲속에 숨어 있으면
서 갖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둘 다 죽어 버렸으
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가 아니지 나까지 애꿎게 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점점 더 그 여자에 대한 미움으로 가
득 찼습니다 저걸 죽이고 어디론가로 달아나 버렸으면 하는 마음
이 굴뚝 같았으니까요
주리는 반대편 차들이 내뿜는 불빛을 받아 창백해진 그의 옆얼굴
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녀를 되쏘아 보는 그의 눈빛에서 알지 못할 우
수 같은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사랑했었나요 그 전에는
주리가 묻고 싶었던 말을 기어코 꺼내고 말았다 그건 바로 한 남
자의 사랑과 조절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화두랄 수 있었다
대학 때부터 연애한 사이였죠 캠퍼스 내에서도 소문이 났을 정
도로 열렬한 사이였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열렬함도 점점 사그라들고 마는 것 같습디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그 여자 너무 재빨리 행
복을 한겠다고 설쳐댄 것이지요
그의 말에 자조적인 한숨이 섞여 나왔다
부인이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남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담배를 꺼내 퍼우기 시작했다
그가 반쯤 담배를 피우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성적으로 약해요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여
자의 성적인 만족을 다 채워 주려면 힘들다는 생각은 했어요 여자
가 섹스를 좋아하는 것과 밝히는 것은 나 같은 사람이 감당하기란
힘들어요 그 여자가 그랬으니까
주리는 운전을 하다 말고 고개를 남자에게로 돌렸다
어떤 날은 두 번도 요구했어요 남자는 밖에 나가 힘들게 일을
하고 들어오는 수가 많고 자주 술자리를 하다가 보면 몸이 피로할
때가 많지요 그런 날은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는데도
그 여잔 요구를 했어요 한도끝도 없이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여잔
피하기만 하는 나에게 사랑이 식어가는 증거라면서 나를 몰아붙이
곤 했죠 그럴 때마다 피곤으로 온몸이 묵지근했던 나는 그냥 참곤
했죠 남자의 일이란 모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부 사람
과의 만남에서 오는 피곤이 쌓이게 마련인데도 말입니다 여자란
항상 수동적이면서 받는 쪽이니까 그런 걸 토르겠지만 남자란 어
디 그렇습니까 육체적인 힘이 따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전 조루에
가깝습니다 선천적으로 그런 걸 어떻게 고칩니까
이 남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主루라는 게 어떤 건데요 어느 정도로
주리도 어느새 약간의 흥분기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조루라는 것에 대해 알고 싶었다
心런 말 아직 모릅니까 남자들한테만 쓰는 말인데 그건 남자가
여자의 성기에 삽입도 하기 전에 흥분괴 돼서 사정을 하거나 삽입
을 해서 몇 번 움직이다가 보면 저절로 사정이 돼 버리는 걸 말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여자는 미처 흥분도 하기 전에 남자가 끝
나 버리니까 여자로 봐선 김이 새는 거지요 그래서 그 여잔 미리
하기 전부터 진한 애무를 해달라고 요구를 했치요 그러나 그것도
가끔이지 매일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은 겁니다 몸이 피곤한데 어
떻게 그렇게 매일 정성을 기울일 수 있겠습니까 서로 부부가 된 이
상 그런 것쯤은 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남자는 그 말을 뱉어 놓고 다시 담배를 피웠다
이때쯤 주리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홀가
분하게 옆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담배를 피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이 들었다
담배 하나 줄 수 있어a
7
그가 놀라는 것 같았으나 이내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내밀었다 그러고는 다시 라이터를 켜서 그녀의 입술에 물린 담배
끝에다 불을 붙여 주었다
주리는 길게 한모금 내뿜었다 차량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
난 연기의 빛깔은 맑은 우윳빛이었다
여의도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차량들이 줄어졌다 그 대신 차들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건너편으로 등근 돔 지붕의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그 앞으로 환
한 불빛의 KBS방송국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여의도를 지나쳐 계속 달렸다 길게 뻗은 엡도로는 성산대교 쪽
으로 달리고 있었다
부인이 꼭 그런 것 때문에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하세요 그보단
서로의 무관심 때문에 그런 것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7
아닐 겁니다 그 여잔 그랬어요 양이 차지 않아 항상 부족
한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그런 걸 볼 때면 나도 속으로 불안해지는
거지요 남자가 한 여자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는 자괴감 같은 게
있는 거지요 겉으로는 그런 걸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내 자신도
벌써 그런 걸 깨닫고 있었던 겁니다
남자의 옆얼굴이 결연해 보였다 굳게 다문 입술이었다
다시 침묵이 홀렀다 그동안 차는 성산대교를 지나 행주대교 쪽
으로 달리고 있었다
난지도의 검은 산을 보았고 유유히 검은빛을 떤 채 흘러가고 있
는 한강물을 보았다
벌써 서울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보통 얼마나 해요 여자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떤 때
는 길게도 느껴졌다가 또 어떤 때는 너무 짧은 것 같은 느낌이 들
기도 하거든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가씨도 연애를 해봤겠죠 몇 번 이렇게 묻는 게 실례가 안 될
지 모르겠네요
남자는 예의를 갖추며 물어왔다
저도 경험이 있어요 여대생이라고 해서 숫처녀라야 했다는 건
이젠 맞지 않아요 몇 번의 경험은 있어요 그때마다 남자들의 사정
하는 시간과 제가 느끼는 느낌이 달랐어요
주리는 그 말을 해놓고 나서 스스로도 약간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차 안의 어두운 실내라는 것과 이때까지 이야기
의 정황으로 보아 그런 얘기쯤은 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가 더 솔직했다 그럼으로써 그녀 또한 솔직해질 수 있었는지
모른다
성性이란 문제는 어떤 장소와 분위기이냐에 따라 이야기하는
강도와 깊이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리고 손님인 그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나오는 데에 그녀라고
해서 내숭을 떨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주리는 그랬다 그녀 자신이 더 먼저 내숭떠는 일을 싫어하는 타
입이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불과 일이 분 정도밖엔 안 돼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왈칵 쏟아져나오는 통에 그만 그러니까 그 여
자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내가 사정을 끝내고 나
면 그 여잔 아직 기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관계를
하기 전에 전희를 많이 했어도 실제로 삽입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
른가 봐요
그가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소리 없이 웃는 웃
음을 보면서 주리도 웃었다
그렇게 빨라요
네 병원에도 갔지요 소위 남성 클리닉이라는 걸 받아봤지만
순전히 심리적인 요법에 지나지 않더군요 스스로의 기분을 절제하
고 자제하라는 충고와 함께 성기의 감각을 둔화시키는 약제를 바르
라고 그랬지만 마음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라 내 마음패로 되진
않았습니다 약간의 효과는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
대하기란 힘들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만뒀지요
결혼을 하기 전에 연애를 하면서는 몰랐나요 스스로 조루라는
사실을
小땐 서로 뜨겁긴 했지만 서로 참았죠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나
서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신비의 세계를 남겨
놓은 것 같은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결혼 전엔 그런 것에 대
해선 신경을 쓰지 않았죠 간혹 친구들과 미아리 같은 데 가서 술집
여자와 관계를 가져보긴 했지만 그땐 아직 학생이라서 그렇겠지
라고만 생각했으니까
책에서 보니깐 어떤 의사가 그러던데 남자란 원래 조루라는 거
예요 실제로 삽입해서 하는 시간이란 불과 2분 정도에 지나지 않
는다는 겁니다 거기서 남자들마다 조금씩 달라서 약간 더 긴 사람
이 있고 그 정도의 시간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
반면 여자들은 대체로 2분을 넘는다고 그래요 그래서 전희라는
것이 중요한 거고 타이밍을 맞추려는 서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그랬어요
주리가 설명하듯이 말했다
마치 스스로 이 남자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 의사가 된 듯한 기분
이었다
小事지만 남자나 여자나 특이체질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여자가 그런 쪽이에요 섹스를 하고 나련 힘을 얻는 것 같은 여
자였어요 지금 생각해 봐도 역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맞아요 내가
먼저 사정을끝내고난뒤 못견뎌하는걸 보면 알수 있어요 그럴
때 남자는 비참해지는 거죠 여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스스로 비참
함을 느끼는 거죠
그가 다시 한숨을 내뱉어냈다
그럼 이흔한 거예요
아닙니다 여자가 먼저 이혼하자고 그러는데 어떤 남자가 그 말
을 받아들이겠습너까 많이 다퉜죠 그러면서 몇 달이 지나고 잊을
만 하면 또 싸움이 시작되고 하다가 그 여자가 조금씩 변해 갔어요
예전처럼 나한테 조르지를 않는 겁니다 나는 그때 그 문제에 대해
서 이 여자가 스스로 체념했거나 그당시 취미교실에 나가서 배우
는 것을 통해 잊어버린 줄 알았지요
그의 얼굴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결국 어떤 남자를 안 거예요 나중에 알고 나서 한번 되게 손찌
검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날 나가서 가출을 해버린 겁니다
가끔 전화를 해서 이흔을 해달라는 말을 하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극심한 노이로제에 걸리고 맙니다 결국 술로써 나를 달래느
라 몸이 엉망이 되어 버린 거죠
주리는 잠자코 있었다 벌써 차는 김포 쪽으로 접어들어 넓은 도
로를 달리고 있었다
길 양편으로 넓게 펼쳐진 논들이 칠흑처럼 검게 보였다 아직 벼
를 베지 않았는지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난 벼들이 누렇게 일렁이
고 있었다
좀 쉬었다 가도 되죠
그럽시다
주리는 서서히 차의 속도를 떨어뜨려 길가로 붙으면서 논으로 이
어진 길로 접어들었다 농사를 짓느라 넓혀 놓은 논길을 타고 가다
가 택시를 세웠다
양쪽으로 벼들이 서 있는 모습들이 화연하게 보여졌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와 보기는 처응이었다
도심에서 벗어나 논길에다 차를 세워두고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
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검은 응단을 깔아 놓은 듯한 벌
판이었다
두 사랑은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차 뒷편으로 넓은 도로의
차들이 달리느라 훌고 지나가는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간간이 실내
를 조금 밝히려다가 말 뿐이었다
어디선가 잠을 뒤채는 듯한 뜸부기소리가 났다
이런 곳에서 뜸부기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뜸북뜸북
외로움을 혼자 달래는 듯한 소리였다
뜸북뜸북
볏논의 어둠 어디선가 숨어 뜸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런 호젓한 논
길 위에서 그것도 택시 안에서 겪게 되는 이상한 기분이란 서로의
신분을 망각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이미 두 사람은 서로의 내밀한 것을 다 보여 줬으므로 더이상의
감춤이나 내숭은 필요치 않았다
띠안하지만 편안하게 누워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그의 첫말이었다
약간 떨리는 듯이 튀어나왔다
주리는 말 없이 의자의 레버를 당겨 뒤로 누웠다 그 역시 레버를
당겨 뒤로 눕는 것이었다
갑자기 편안해진 기분이었다
같이 이러고 있는 게 겁나지 않습니까 이런 곳에서 내가 이러
자고 말했던 것도 아가씨한텐 무서움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그가 조심스럽게 울어왔다 예의를 갖추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그도 역시 남자인지라 숨길 수 없는 욕정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리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도 겁나지 않아요
다시 말이 뚝 끊어졌다 그가 슬그머니 담배를 꺼내 건네왔다
주리가 그걸 받자 그가 불을 붙여 주고는 다시 그의 담배에도 불
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느라 조금 열어 놓은 창문으로 후끈한 벼내
음이 쏟아져 들어왔다
다시 뜸부기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짝을 찾는 듯한 목소리였

그건 주리뿐만 아니라 이 남자도 똑같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날짐승인 뜸부기도 저렇게 우는데
담배를 거의 다 피웠을까
그가 주리 쪽으로 돌아누우면서 주리의 가슴에 손을 얹어왔다
주리가 가만히 있자 젖가슴을 써루만지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얼굴이 맞닿을 것처럼 바로 코 앞에서 훈훈한 콧김이 느껴졌다
겁나지 않으세요
그가 다시 물었다
주리는 옆으로 도리질을 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아 버렸다
바람이 부는지 벼이삭들이 사사삭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꿈결을 헤집는 듯한 볏잎이 스치는 물결소리 같았다
주리는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남자의 고독과 슬픔을
그리고 배설하지 못한 욕정의 덩어리까지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여자들의 바람기를 모르는 건 아니다 요즘은 주부
들 사이에서도 성적인 파트너 하나쯤 데리고 있지 않으면 병신 취
급을 당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여자들은 이혼당할 거라는 부담감 때문에 섣불
리 외간 남자들과의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
히려 그 반대의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몰래 숨겨 놓은 정부를 불러내서 대낮에 잠깐 드라이브를 즐기면
서 모텔로 들어가 정욕을 쏟아내곤 집으로 들어가는 주부들이 많았

낮 시간 동안 남자들은 일터에서 일하고 있을 그런 시간에 즐긴
다는 것은 남자들의 허점을 찌르는 것이었다
설마 그것도 벌건 대낮에 내 부인이 다른 남자와 그런 불륜을
저지를 리가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부인이 그렇게
간덩이가 부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
차라리 낮 시간은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섹스란 것은 오로지 밤
에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져 왔기 때문이다
대낮에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어 버리거나 아니면 그
런 대낮의 정사란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 자신 스스로가 마음이 편안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여자들은 밤보다는 대낮의 정사를 즐긴다 택시를 타고 멀
리 교외로 나가 바람이라도 쐬며 모텔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안전
하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를 미행할 자가용은 그리 많지 않다 택시란 입금액을 채우
기 위해서 가능하면 교통위반을 하면서까지 쌩쌩 내달리기 때문에
웬만한 자가용 운전실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것도 이용가치가
있는 수단이었다
주리는 그런 쌍들을 한적한 모텔로 얼마나 많이 안내해 줬었던

그들은 대개 택시를 세을 때부터 알 수 있었다 부부 같지 않은
어색한 모습 그리고 차 안에서 팎은 시간 동안이나마 서로의 애정
을 확인하려는 눈빛파 손에서부터 그러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부부 같지 않은 행동
서로 손을 맞잡고 있으면서 여자의 허벅지 위를 쓰다듬는 듯한
행동 허리를 두른 손으로 가볍게 어루만지는 행동에서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정다운 대화는 더욱 극명하게 그들의 사이
가 끈끈한 불륜관계라는 것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 확실히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무
조건 교외 쪽으로 나가자는 주문이다 평일 대낮에 한적한 교외로
나가는 족들은 어김없이 즐기러 가는 치들이었다
모텔에 가까이 다가갈 때종이면 남자는 대개 이런 말을 하곤 했

여기서 누가 기다리기로 했어 우리가 늦었는지도 모르겠네
남자가 하는 그런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었다
일부러 주리가 들으라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괜히 대낮에
모텔에 들어가는 것이 겸연쩍어 하는 소리였다
세상에 이렇게 즐기는 치들도 있구나
주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정숙하게 생긴 주부가 벌건 대
낮에 외간 남자를 만나 함께 모텔에 들어가다는 것이 비단 어제 오
늘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자들이 점점 간덩이가 커지는 건지도 모른다
옛날 같으면 밤중에 은밀히 만나 그런 델 들어갔지만 요즘에는 어
텅게 된 게 벌건 대낮에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것이 바로 요즘 세
상의 여자들이었다
모텔이란 곳은 이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하룻밤 묵는 곳이 아
니라 순전히 몰래 즐기기 위한 장소에 지나지 않았다 서로 즐긴다
는 것밖엔 다른 의미가 전혀 없는 그런 곳일 따름이었다
그들이 택시에서 내려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주리도
웃음이 배어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그래도 제법 당당하게 들어가는 반면에 솔개미에 채인
암닭처럼 꽁지를 잔뜩 내린 채 쭐레쭐레 뒤따라가는 여자의 모습은
마치도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죄인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런 모습은 대낮에 모텔을 찾는 남녀들이라면 누구나가 다 그랬

그럴 때의 남자의 당당함이란 암컷을 끌고 들어가 맛있게 요리해
서 먹을 수 있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었고 뒤따라가는 여자의 내숭
스런 쭐레거림이란 은밀한 것을 즐기기 위해서 미리부터 남자의 욍
성한 식욕을 돋구기 위한 그런 포즈일 뿐이었다
두 사람이 누워 있는 공간은 실로 비좁았다 비좁다기보다는 아
늑했다고 해야 할 판이었다
둘이 누웠을때 확찬듯한공간이었다 바로옆에 누워 있는남
자의 숨소리까지 다 들릴 판이었다
그가 손을 뻗어왔다
주리는 뿌리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그를 물리치고싶진 않았다
그에게 무안함을 던져 주기가 싫었을것이다
이 남자가 그 이상의 행동을 했다면
주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이내 잊어버렸다 무의미한 생각일
것 같았다
그의 손이 꼼지락거리며 주리의 허벅지와 아래쪽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애욕의 느낌이 점점 야룻하게 다가왔다
주리는 머릿속이 혼란했으므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치 손놀림
이 선연히 느껴졌다 그러한 느낌은 얇은 천을 통해 안으로 깊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상했다 남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매번 그러한 것을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미천한 손놀링에도 그녀 자신이 화들 놀라는 것이었다 그의 손
이 점점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다가왔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느낌은
그가 말했다
어색함을 애써 감추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주리한텐 미안해 하는
말로 들려졌다
그는 일단 정중한 남자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그의 손이 점
점 위쪽으로 올라오는데도 주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웃옷 속으로 들어온 손이 그녀의 보드라운 맨살을 더듬었다 탄
력 있는 살결이 타인의 손길을 느끼자 팽팽하게 되살아나면서 긴
장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처녀들은 남자의 손길이 닿게 되면 닭벼슬이 일어선 것처
럼 긴장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성적인 관계를 많이 가지지 않은 아
가치라는 증거일 것이다
주부들처럼 물렁물렁한 살결이 아니라 주리와 같은 아가치의 살
결이 그랬다
아랫배를 더듬으며 밑으로 내려갔다 팬티가 만져졌다
역시 부드럽기 한이 없는 팬티가 만져지자 남자는 한없는 나락
으로 떨어지는 듯한 쾌감이 일어났다 이제 더이상 미를 수 없는 것
처럼 급하게 쑥 내려갔다
아직 껏지도 못했는데
주리가 조그맣게 말을 했다 아직도 약간의 부끄러움이 남아 있
었는지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팼어요 그런 건 상관없어요 분위기가 더 좋지 않습니까그냥
가만히 계십시오
주리는 오므렸던 다리를 다시 폈다 그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
와서 숲 언저리를 더듬었다 팎고 무성한 숲이었다
숲 한가운데로 난 오솔길 같은 부드러움이 만져졌다 그 오솔길
은 금방 비가 온 것처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곳에 손가락끝이 닿자 자꾸만 움찔거리며 물기를 토해내는 것
같았다
을 부르르 떨었다
가슴을 훌으며 지나가는 강한 전율 같은 것이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려의 짧은 신음소리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더 진지한 모숨
으로 그녀의 입술을 할았으며 혀끝을 한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숲속에 숨어 있는 오솔길을 더
듬으며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미치겠다
미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걸
만류할 힘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
어졌다
얇은 천조각을 손으로 부벼보기라도 하듯이 그의 손은 부드럽게
부드럽게 그녀의 살갗을 어루만졌다
랬어요 이제 됐어요
올라오세요 못 참겠어요
주리의 흐느끼는 듯한 절규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리질을 했다
아냐 좀더 있어봐요 난 조루야 금방 끝나 버리는걸 나도 참
고 있어
주리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미칠 것 같은 격정이 입술을 비
집고서 한숨으로 새어나왔다
주리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 고통스런 얼굴을 내려
다보는 남자의 눈빛은 진지하기까지 했다
난 이러는 게 좋아 당신이 미칠 것처럼 즐거워하는 것이 사정
은 별 의미가 없어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느끼기만 하면 돼요 알
았죠
남자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나긋나긋하게 말을
했다
그의 입술이 맨살을 더듬으며 가슴께를 할았을 땐 마치 폭발 일
보 직전의 폭풍이었다
그리고 그가 몸을 구부린 채로 그녀의 검은 샅을 더등으면서 계
곡끌 탐닉하고 있을 땐 정말이지 하늘을 나는 듯 물 속을 짓의 듯
끔를 가만끓 둘 수가 없었다
저럼 허리글 들어올렸다가 비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온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해지듯 가슴이 답답해졌다
머릿속이 무엇인가로 꽉 찬 느낌이었고 무엇 하나 명확히 짚어
낼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해졌다
귿 3런 것이었다
本會年定理公有익 순간순간
기만 했다
의식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가물거리
주리가 급한 숨소리를 뿜어내자 그도 더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천천히 웠로 올라왔다 그는 절패 서두르지 않았다
입구께에서 한참이나 망설이는 듯한 눈치였다 그의 남성이 계곡
에 닿았다간 다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왔다
7
주리는 못내 아쉬을 뿐이었다 그가 왜 이러는지 몰랐다
잔뜩 애를 릴워 놓고서 흔자 달아나 버리는 야속함으로 애를 태
웠다
갑작길 목 안인 박왁반짝 멕말칵오면선 마른 침조차 삼킬 수 없
을 정도열다
넣어요 봤 그러세요
그는 어디까지나 노련한 조련사처럼 굴었다
자신이 조루하는 것을 미리 알고 느긋하게 나오는 그였다 그가
그럴수록 주리는 더욱 애가 탔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서서히 집어넣었다
커다란 것이 계곡 사이를 비집으며 뭉툭하게 들어오면서 주리의
몸을 갈라 놓는 것 같았다
처음엔 욱직하다는 느낌이 그러고 나선 점점 부드러운 감으로
다가왔다 이상하게도 남성은 강렬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면이
있는 듯했다
주리는 여러 번의 섹스 경험을 가졌지만 그때마다 느낌이 달랐

들어오는 속도가 달랐고 굵기가 달랐고 쳐들어오는 강도가 제
각기 달랐다
어떤 남자는 순식간에 숨쉴 틈 없이 마구 쳐들어와선 숨도 쉬지
않은 채 헐떡거리다가 팍 싸 버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 목적으로 우유부단하게 애간장을 태우돈이 느림보 걸
음을 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지금 이 남자는 자신이 지독한 조루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될 수 있으면 이런 감정을 더욱 오래 지속시킬 생각으로 성기 끝부
분을 문질러대다가 천천히 밀어렇는 경우였다
주리와 같이 젊고 탄력 있는 미모의 여대생에겐 쉽사리 남근을
집어넣는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남성이란 들어가는 즉시 움
직이게 돼 있고 움직이면 자연히 흥분이 고조되어 사젓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남성이란 존재는 삽입한 후로 불과 2분에서 10者 미만에서 사정
하는 게 당연했다 굳이 의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건 당연
한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에 빠르게 움직이는 왕복 횟수는 실로 셀 수 없을 정
도일 것이다 그 사이에 여자는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돼 있는 것이

여자의 모르가슴은 남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남자가 빠르
면 상대적으로 여자도 빠르게 되는 것이고 여자가 빠르면 남자 또
한 빠르게 반응했다
그 이상의 시간을 끈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리고 모든 남
성들이 2분에서 10달 정도에서 사정하고 마는 것이리라
그가 안으로 들어와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삽입한 채로 그녀의
목덜미며 젖가슴을 마구 할아댔다
혀끝이 닿을 때마다 재채기가 날 것 같은 간질거림이 느껴졌다
그는 오래도록 그녀의 몸을 한아댔다
아췄어 요
그녀가 그의 몸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이미 진한 흥분이 묻어 있었다 어쩌면 마른 먼
지가 폴폴 날 것 같은 목마름 같았다
갈증을 느끼는지 가끔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냈다
벌써 나을 것 같은데 어쩌지7
주리의 눈이 떠지며 그를 쳐다봤다
이제 겨우 이런 상태에서 벌써 사정기를 느끼다니
주리는 잠간 놀라는 눈빛이었다
그가 그럴 거라고 말을 해서 어느 정도 예감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끝나 버릴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안 돼 조금만 참아봐요
주리가 재빨리 속삭였다 그의 얼굴 표정으로 봐선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은 눈치였다
그가 억지로 참고 있는 듯이 이를 악물고 있는 게 보였다
안 되겠어 못 참겠어 너무 예뻐서 그래
남자는 조루의 탓을 주리한테로 돌리고 있었다 그가 하는 말이
변명같이 들렸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한 생각을 해봐요 나랑 연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바깥이
보여요 들판에 뭐가 있는지 내다봐요
그 말도 소용이 없었는지 이미 남자는 몸을 쿨럭거리멸서 진저리
를 쳐대고 있었다 숨이 막힐 듯이 좌악 끌어안는 그의 동작으로 봐
서 이미 사정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7
주리는 재빨리 눈을 감아 버렸다 그가 내쏟는 정액의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윽 윽
남자의 입에서 울음을 참는 듯한 격한 음이 새어나왔단 이미 주
리의 몸 속으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고 있었다 눈을 감았길래 그
러한 뜨거움을 느낄 수가 있었는지 모른다
남자의 몸에서는 자꾸자꾸 정액이 쏟아져나왔다 조루라고는 하
지만 정액의 양은 적지 않았다
뜨거움이 확 찬 느낌이었다 한참만에 그가 떨던 몸을 추스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가 주리를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봤지 조루가 이런 거야 그래서 가능하면 천천히 하려고 그랬던
거야 시간적으론 불과 1분 정도밖엔 안 돼 마음이 조급해져서 참
을 수가 없는걸 뭐 미안해
그의 사과를 들으면서 주리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직도 낯선 뜨
거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남성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는지 헐렁한 느낌이 왔다 그가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뜻으로 주리의 목덜미며 젖가슴을 할아댔다
그러나 그런 애무에도 그녀는 왠지 허전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

좋았어요
주리가 물었다
응 너무 좋았어 나만 좋아서 미안하지만
주리는 잠자코 있기만 했다
띠안해 조루라서 어깰 수 없었어 이런 분위기에서 이렇게라도
할 수 있었던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런 분위기라면 삽입하기
도 전에 사정해 버렸을지도 몰라 몇 번은 움직였잖아
남자는 미안한 감을 잊지 않고서 말을 했다
나도 괜찮았어요 조금은 빠른 것 같았지만
정말 그래 거짓말이지
아녜요 남자가 빠르면 여자도 빨라지는 법이에요 그래서 마악
사정을 하려는 순간에 눈을 감았죠 그걸 느끼기 위해선걸요
주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떤 느낌
남자가 물었다
사정할 때 뜨겁고 부드러운 느낌 같은 거 그것이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걸 느꼈어요
그게 그렇게 좋아그 여잔그런 말한 적 없었는데
남자의 표정은 진지해져 있었다
전 느꼈어요 그게 여자가 느낄 수 있는 쾌감일 거예요 남자가
사정을 하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과 온몽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
스런 모습일 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짜릿한 쾌감이
전달되어져 왔어요
이미 남성이 쪼그라들어 아무런 감각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는 느낌밖엔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싫지 않았다 그가 팔에 힘을 주어 자신을 안고 있다는
행복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굴을 맞댄 채 속삭이는 듯이 말을 주고받는 것이 좋았
던 것이다 행위는 짧았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있다는 것이 만족감
일 수 있었다
팔금만 더 길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으론 그렇게 될 거예요
生 만날 수 있을까3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이런 남자도 있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그가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주리
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깥에서는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세요
그녀가 몸을 꿈틀거리자
그가 몸을 떼었다 남성이 쑥 빠져나가자 빈 공간에서 주르르 정
액이 쏟아져내렸다
킬지 좀 줘요
주리의 말에 그가 얼른 티슈를 뽑아 줬다
어스름한 달빛을 보면서 서로의 몸을 닦아냈다 전혀 낯설지 않
은 모습이었다
이 남자
극심한 조루증이면서도 이 남자가 그리 싫지 않게 느껴지는 건
또 어텅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리는 옷을 입으면서 창 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흥
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싶을 정도로 냉정을 되
찾고 있었다
옷을 다 입은 그가 담배를 꺼내 피우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실내
에 번지면서 달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하나 주세요
주리가 손을 내밀자 그가 담배를 꺼내 주고는 불을 붙여 주었다
주리는 길게 한모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저는 부인이 가출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아저씨한테 문
제가 있을 거예요 여자는 좀더 짜릿하고 달콤하게 느껴지기를 바
라거든요
그는 말이 없었다
내가 택시를 몰아봐서 알지만 요즘 여자들은 너무한 것 같아요
이런 쾌감을 얻기 위해서 대낮에도 모텔을 들락거리는 여자들을 많
이 봤어요 아마 그 여잔 남자를 알게 되면서부터 가출을 꿈꾸고 있
었는지도 모르죠 핼복이 전부 그곳에만 있는 걸로 착각하기가 쉬
우니까
주리의 말을 듣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점점 침울해지고 있었다
여자만을 탓할 수는 없는 거예요 최소한 남자가 해줄 수 있는

건 해주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정신적인 사랑만을 가지고는 살 수
없었겠죠
주리는 그 말을 하면서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주리도 역시 답답
하게 생각되어졌다
신체적으로 그렇게밖에 되지 않는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가
있으랴
여자는 남자가 완전하기만을 바라죠 남들처럼 강하거나 더 센
것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여자를 만족시킬 줄 아는 남자이기
를 바라는 거죠 그래야만 행복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되
는 거고
주리는 마른 침을 목 안 깊숙이 삼켰다 침을 넘기는 것도 다소
힘이 들 정도였다
더이상 어떠한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이 가슴 속에서 얼
굴을 내밀었다
한편으로는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이 남자의 부인편을 들었다가
도 막상 말을 하면서는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
터 치밀어 올라왔다
남자는 모른다 여자들의 깊은 속내를 그리고 진실로 여자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남자들은 그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럼으로써 일에 대한 성취욕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루
어 놓은 일의 성취를 가지고 여자들한테 인내하기만을 강요하기도
했다
`여자란 단지 남자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성공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허황된 약
속에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려 줄 줄 아는 여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인내하는 동안 여자에게 조금의 충격이라도 가해진다면 여자는
곧 허물어지고 만다
이 남자는 아직까지도 여자라는 속성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주리는 그것이 답답했다
써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이렇게 성관계를 가져봤지만 아직까지 그는 자신에 대해 여자라
는 존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생활하는 가운데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
무슨 말입니까
그가 떨떠름하게 물어왔다
결혼이라는 것이 남자를 위해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여자를 위
해 있다고 생각하세요아니면 둘 다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
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그야 물론 둘 다를 위해서겠죠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건 아니
겠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가 진지한 낯빛으로 물었다
나보다 여자를 좀더 배려했다고 생각하면 해답은 간단해요 부
인은 사랑이라는 것에 갈증이 났을 거예요 좀더 진한 사랑이 어디
없을까 하고 바라던 참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여자의 마음이 움직인 게 아닐까요
그는 이제 주리의 말뜻을 알아채는 듯했다 좀더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참만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上럼 그 여자가 섹스 때문에 집을 나갔다고 생각합니까순전
네 맞아요 제 생각이 맞을 거예요 요즘 여자들은 정조를 목숨
처럼 생각하던 옛날 여자들하곤 달라요 좋은 상대만 있으면 언제
든지 바람을 피우고 싶어하고 거기서 얻는 쾌락을 중요시하죠 몰
래 무언가를 얻고 싶어하는 거죠 그러니까 대낮에도 모텔을 드나
드는 주부들이 많아지는 거겠죠
주리는 거의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아가치가 어떻게 그런 걸 그렇게도 많아요 그런 여자들
남자는 다소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心럼요 택시를 운전하다가 보면 그런 여자들이 많아요 겉으로
봐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도 그래요 꼭 바람기가 있는 여자들
만이 그러리라고 믿고 있는 남자들이 바보죠 낮에 직장에 나가 한
번씩 집으로 전화를 해본다고 해서 자신의 부인이 정숙할 거라고
믿는 건 남자들만의 착각일 따름이죠 여자들은 그만큼 단순한 것
같다가도 머리는 명석한 편이에요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럴 정도냐는 식
으로
아직도 믿지 못하시겠죠 지금이라도 모텔로 가 볼래요 모텔이
라는 데가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밤에도 그렇다면 이런 시간에 그런 곳엘 들어오는 여자들
란 남편이 없는 여자들이 아닙니까
남자는 마치 반항이라도 하듯이 말을 받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늦게 들어가는 여자들도 있을 수 있잖아
요 동창생들끼리 만났다고 하면서 늦게 들어갈 수도 있잖아요7그
런 걸 갖고 따로 의심할 남자들은 별로 없어요 여자들은 그런 걸
이용하는 거죠
주리는 한숨을 내쉬듯이 말을 뱉어냈다
누구에게 향하는 비난인지 자신도 몰랐다 그저 막연히 뚜렷한
대상이 없이 내뱉는 말이었다
그는 묵묵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검은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옆얼굴이 쓸쓸하게 보였다
람자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일에 빠져서 여자들한텐 관심조차
없는 거예요 자신의 출세가 곧 여자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것으로
만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 거죠 그 내면에 낀 살얼음 같은 것을 눈
치 채지 못하고 있는 거죠
남자들이 젊고 예쁜 여자들을 보면 한번 같이 자보고 싶다는 강
렬한 충동을 느끼듯이 여자 또한 그렇다는 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
어요 여자도 남자랑 똑같은 감정을 지닌 동물에 지나지 않는데 말
요 여자한테만 본능을 참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생각
일 뿐예요
그는 가만히 듣고 있기만 했다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주리는 천천히 기어를 넣으면서 헤드라이트를 켰다 길게 뻗어
있는 들길이 하얗게 드러났다
길 양편으로 서 있는 볏잎들이 몸살을 앓는 것처럼 푸르게 나부
끼고 있는 게 보였다
숲속의 그린 하우스
남녀란 서로 만나면 불꽃이 일어나서 결국은 육체적인 선까지 넘
고야 마는 것인가
그것은 어쩌면 인간들의 저 깊은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동물적인
본능의 꿈틀거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인간이 정말 위대하다고도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다소 동물적인
냄새가 나기도 했다
좋은 남녀가 같이 잠자리에 들고 싶어하는 것
어떻게 보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욕구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번 배가 지나간 다음부터는 뱃길이 트인 듯이 자꾸만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경험에 의한 성욕일 수 있었다
지금 주리는 그랬다
이 남자를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
의 남자에 대한 호기심도 동시에 생기는 것이다
그 호기심이란 여러 남자를 거쳐봤고 다루어봤지만 남자들이란
제각기 다 틀리다는 것이다 흔히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들이 다 틀
리듯이 결국 남자들도 섹스할 때의 기분이란 다 틀릴 것이라는 강
한 호기심이었다
결국 섹스라는 것도 자꾸만 확인해 보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바로 섹스에 대한 건망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주리는 섹스를 하고 나면 내가 언제 했었더라 하는 식
으로 모든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남자가 무엇을 어떻게 만졌으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공략했는
가를 기억해내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까마득히 잊어버
리는 것이었다
그런 경우가 심할 때는 남자의 성기를 만져보고서도 그 다음날
이면 남자의 성기의 감촉이 딱딱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말랑말랑한
것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만져본 그것이 그당
시엔 왜나 기분좋은 것으로 느꼈지만 모든 게 끝났을 땐 이미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것은 남자 쪽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자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고 숲이 얼마나 많았으며 섹스를 할
때의 기분을 기억 속에 찬찬히 집어넣었다고 할지라도 금방 잊어버
리고 나서 다시 생각하려면 기억에 없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남자
나 여자는 섹스를 하면 할수록 더 강한 집착럭을 가지게 되는 것인
지도 모른다
들길을 빠져나오는 길이 한참이나 길었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나
다닐 만한 들길을 빠져나와 큰길로 올라서자 주리는 고양시 쪽으
로 차를 몰았다
겨우 이차선밖에 되지 않는 좁은 차도에는 오고가는 차들로 밀리
고 있었다
웬 차들이 이렇게 많습니까
그가 물었다
그는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보다는 이 밤에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왜이리 많으냐며 묻는 것이다
다 즐기러 다니는 차들이에요 한번 보세요 저 많은 차들 가운
데 흔자 타고 다니는 차들은 거의 없어요 전부 다 옆에 여자를 태
우고 있죠
7
사실 그랬다 그는 지나가는 차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차 속에는 어김없이 미모의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남자들은 그
런대로 생긴 반면에 여자들은 하나같이 예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
히 상상이 가능했다
이런 밤길의 승용차 동행이란 퇴근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리라
예쁜 여자를 태우고 분명히 불륜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거
나 불륜의 현장에서 정사를 끝내고서 마악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길가 군데군데 빨간 네온사인 불빛을 휘황찬란하게 내비
치고 있는 모텔들이 그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 전부 다
그는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주리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목 안이 마른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앞쪽의 차들
을 향해 눈길을 주었다
心래요 이런 시간에 집으로 퇴근을 하는 경우겠어요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여자들 좀 보세요 부인 같아 보이세요 부인이 저렇게
요란하게 치장을 하고 나서는 여자 봤느냐구요 저치들은 전부 불
륜들이에요
그녀는 마치 혐오하는 듯한 말투였다
아직 영계랄 수 있는 자신도 저러지 않고 있는데 중년이거나 이
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것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눈꼴사나운 모양이었다
처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녀는 다시 화가 돋은 말을 했다
去즘은 전부 다 먹고 살만하니까 몸매만 조긍 빼어나면 전부 저
런다고요 여자들이 섹스에 발광을 했는지 아니면 남자들을 아예
다 잡아먹겠다는 것인지 하여튼 그래요 요즘 여자들은 알아 줘야
돼9
110
그녀는 더 격정적으로 짜증을 드러내고 있었다 같은 여자들로서
갖는 시기심일 수도 있고 자신의 미모를 더 내세우고 싶어하는 우
윌심이 작용하는 것도 같았다
어떤 여자는 결코 뒤지지 않는 미모를 갖고서도 핸들을 잡고 있
는데 반해 별로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을 가지고도 그럴 듯한 남자
와 함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죠
주리는 이때껏 열심히 떠들어댔던 것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듯한
그의 말투에 김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쩌다 그런 여자들도 있을 수 있겠고 또 그렇게 보일 수
도 있겠죠
어쩌다
주리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서로 몸을 맞대고 정사를 했던 사이인데도 자신의 말을 못
믿는다니
주리는 울컥 성이 났다
小럼 한턴 들어가 보실래요 요지경 모텔들이 도대체 어떤 곳인
t를 그러고 나서 직접 느낀 소감을 말할 수 있겠어요
주리는 획 차를 돌려 몬텔 쪽으로 몰았다
그녀가 액셀러레이터를 급하게 밟느라 차는 웅 하는 엔진음을
냈다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텔이 있었다
길가에 나무숲으로 위장한 듯이 우뚝 서 있는 모텔은 주위 경관
에 어울리지 않았다
주위가 온통 논밭이라면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모텔은 이방인
같은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모텔은 한눈에 보기에도 왜나 고급스럽게 보
였다
이런 데라고 해서 비싸진 않아요 잠깐 동안에 방을 여러 번 회
전을 해서 그렇지 비싼 게 아니니까 너도나도 잘들 이용하는 거

주리는 자동차의 키를 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들어가요 들어가서 어떤 사람들이 오나를 직접 눈으로 확인
해보는 것이 낫겠죠
그 말에 그도 같이 따라 일어났다 마치 여자의 손에 이끌려 모텔
로 들어온 남자처럼 쑥스러워지는 거였다
모텔 입구 쪽에 있는 커피숍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
로 남녀가 섹스를 하는 데 돕는 구실을 할 뿐인 겉치레에 불과한
시설이었다
넓고 화려한 처피숍엘 들어가 마주앉았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
고서 마주앉은 그녀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웨이터가 날라다 주는 커퍼를 마시며 몇 분을 기다렸을까 긴 헤
드라이트 불빛이 휘익 방향을 틀며 모텔로 들어서고 있는 게 보였

저기 지금 들어오는 차들을 잘 봐요 그들이 진짜 부부인가 아
닌가를 살펴보라구요 그리고 여자들이 대개 어떤 여자들인가도 잘
보시구요
그러면서 주리는 담배를 꺼내 피웠다
커피숍엘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개 정사를 위해서 커피숍을 이용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주위를 의식하면서 들어와서는 앉아 있는 사람
들의 얼굴을 살피고는 자리에 앉아 괴피를 마시곤 했다
차 보세요 차가 거의 다 들어왔어요 차에서 내리는 여자의 얼
굴이며 몸매며 나이까지 한번 알따맞혀 보세요 그리고 그런 여자
는 무엇을 하는 여자이겠는가 또 남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 같아
보이는지도 말이에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얼른 창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창
밖이 숲으로 가려지긴 했으나 다 가려지지 않은 틈새로 두 남녀가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보였다
남자가 먼저 내리고 그 뒤를 따라 조수석에서 여자가 내렸다 그
들은 잠깐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커피
숍으로 들어왔다
차 이제 그들이 들어와요 잘 보세요
주리는 마치 그가 시선을 놓치기라도 할까봐 그러는 것처럼 주문
했다
그는 문께에서부터 그들의 행동과 얼굴 표정을 놓치지 않고 쳐다
보고 있었다
왜나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주리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여자는 서른 중반쯤 되었을까 젊고 탄력 있어 뵈는 다리를 가진
좨나 괜찮아 보이는 여자였고 남자는 사십대를 넘어선 듯한 평범
한 남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서도 가끔씩 주위를 둘러보는 경계심을 늦추
지 않고 있었다
이 남자는 도대체 세상을 어떻게 살았을까
주리는 지금 앞에 앉아 있는 낭자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너무 세상을 모른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벌건 대낮에 부부가 아닌 남녀들이 모텔을 들락거리는 것도 모르
고 자기의 아내가 외간 남자와 정사를 벌였다는 것도 모르는 남자
이런 남자들만의 세상이라면 어느 여잔들 바람을 안 피을 수가 있
을까 싶을 정도로 한심스러웠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가 탁자 위에 놓인 주리의 손을 잡듯이 소리쳤다
나가는 게 아니예요 커피를 마시면서 분위기를 익힌 다음 I
다음은 숙소로 올라가는 거라구요 이런 커퍼숍마다 화장실로 나가
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층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법이에

주리는 그렇게 설명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너무 순
진한 남자한테 여자들의 불륜 현장을 낱낱이 다 일러바치는 꼴 같
아서였다
그가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사라진 남녀들의 뒤꽁무니를 쳐다보
고 있는 동안 그녀는 빽 소리를 질렀다
그만 봐요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
주리는 얼른 그의 시선을 붙잡으면서 일어전다 그러고는 좀전에
두 남녀가 들어간 곳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그 옆으로 다시 위층으로 올라기
는 계단이 있었다
어디 가요
그는 주리의 손에 붙잡힌 채 따라오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너무 모르시는 것 같으니까 그래요 제가 다 보여 드릴게요 이
런 데가 어떤 덴가는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몰라요 그리고 왜 이
런 데가 필요한가를 가르쳐 드릴려고 그래요 그럼 됐어요
주리는 계단 중간쯤에서 손목을 놓아 주며 약간 화가 난 듯이 소
리쳤다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다음부터는 주리를 따라 걸어 올라
오고 있얼다
주리는 걸으면서 그가 뒤따라 올라오는 걸 확인하고는 속으로 웃
음이 튀어나왔다
도 분위기를 모르니
한편으론 고소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답답함이 느껴
이층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자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에요 이런 곳에 남녀가 단 둘이 들어
와서 무엇을 하겠어요 이런 곳에서 즐기다가 돌아가는 차들을 좀
전에 봤죠 그런 차들은 바로 여자를 늦기 전에 집에까지 데려다 주
는 차들이라고요
주리는 그 말을 하고서는 소파로 가서 털썩 앉았다 들어을 때부
터 희미한 스탠드가 켜져 있어서 방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어 있었

어때요 이런 곳에서 여자를 유혹하면 좀더 환상적일 것 같지 않
으세요
물론 여자도 이런 불빛 아래에서는 자존심 같은 것도 사라지고
말죠 바로 이런 분위기가 은밀한 곳에서의 만남 같은 걸 연상시키
는 것이죠
그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소파로 와서 앉았다
그가 그녀의 옆에 소리 없이 주저앉자 주리는 벌떡 일어나서 소
형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술 한잔 하실래요 여긴 모텔이지만 이런 것까지 구비되어 있어

그러고는 냉장고 안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캔을 따서 그에게 내
밀고는 다시 자신의 캔도 땄다 그러고는 그의 캔에 자신의 캔을 부
딪혔다
이런 데까지 오게 된 게 이상해요 하지만 제가 너무 답답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어정 그렇게도 모르세요 남녀들이 은밀하게 만나
고 섹스를 하는 장소를 몰라도 너무 모르니까 제가 이렇게 들어와
버린 거라구요
그러면서 주리는 깔깔 웃어댔다
웃으면서 생각해도 자꾸만 우스운 것 같아 입 안에 든 맥주를 내
뿜을 것만 같았다
주리는 얼른 맥주를 상키고는 입가를 닦아냈다
어때요 이런 데서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주리의 말에 그는 무슨 뜻이냐는 듯이 쳐다봤다
부끄럽게 그렇게 쳐다보시기는 난 그저 이왕 들어왔으니
한번 꺼내본 말일 뿐예요
주리는 어색한 듯한 분위기를 그런 식으로 몰고 갔다
아 난 r~宣단 술마힌신 하시 너뚜 소읍하게 굴면
내가 안 서 나를 이해하고 도와줘 최대한 마음이 편해졌을 때를
기다렸다가 해야 돼 내가 그렇다는 건 알겠지
알고 있어요 이미 우리는 한몽이 된 사이인걸요 그런데도 부끄
러워했다는 건 내숭일 것 같아서 싫어요 전 내숭을 제일 싫어하거
든요
그가 캔을 들어 주리의 캔에 부딪쳐왔다
말하자면 건배였다 무언중에 약속한 육체의 향연을 뜻하는 건지
도 몰랐다
그들은 캔을 다 비우고 나서 다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그
러고는 다시 캔을 부딪쳤고 속시원하도록 맥주를 마셨다
지금부터는 별로 말이 필요없었다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거나
캔을 들어 보이면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마셔댔다 그것만이 그
들의 유일한 의사일 뿐이었다
헌저 샤워를 하세요 전 나중에 할게요
캔을 다 비웠을 때 주리가 한 말이었다
그가 일어나 어색한 표정으로 옷을 벗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주
리는 단정히 개켜 놓고 간 남자의 옷가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남자의 허물을 벗어 놓은 듯한 어지러움이었다
주리는 잠자코 앉아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러고는 길게 담배 연
기를 내뿜었다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나른하게 들려왔다 이런 날은 영 기
분이 이상해지는 것이었다
한 남자의 비애를 돕기 위해 제 자신이 원해서 옷을 벗는다는 것
이 스스로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언제부터 자신에게 이러한 용기와 대담함이 있었는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낯설어지는 기분이다
그러한 스스로의 의문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당시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대학생이라는 거추장스러움과 사회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 빗나감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었다
지금도 그녀는 애매모호하기만 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지금의 행동들이 여대생으로서 윤리에 부적당
한 일인지
사회라는 것은 너무 엄숙하기만 하다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선 침묵할 뿐이고 학생으로서의
의무와 맹종만 요구할 뿐이다
주리는 그러한 사회적인 관습에서 탈피하고 모든 제도적인 굴레
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싶었었다
비록 엄격한 굴레는 아닐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로부터
자신을 멀리 더 높이 올려놓고 그 누구도 끌어내릴 수 없도록 만들
고 싶었던 것이다
이미 그녀의 몸 위로 사타구니 사이로 지나간 남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은 하나같이 격렬한 몸부림을 치면서 정액만을 뿌려
댔을 뿐이다
이제 주리는 숫처녀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대신 철저하게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만이 앞설 뿐이었다 그것만이 이때까지 잃어
버렸던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는 길인 것처럼 생각되어졌다
그래 시간은 영원하지 않은 거야
주리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언젠가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못다
한 공부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이왕 사회로 나온 이
상 좀더 사회 경험을 하고 난 후 더이상 배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
었을 때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욕실문이 열리면서 그가 나왔다
그는 아직도 수줍은 듯이 커다란 타월로 자신의 앞을 가리고 있
었다
주리는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뒤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마치 보란 듯이 옷을 벗으며 그녀는 뒤에 있는 그에게 말
을 건넸다
어떤 사람이 동창회에 갔대요 그 동창회는 국민학교 동창회였
는데 남자 여자 동창생들이 다 모인 그런 자리에서 남자 동창생이
벌떡 일어나서 뭐랬는 줄 아세요
힐랬는데 그런 자리라면 뭐라고 그랬을까
그는 너무 막연한 질문에 대해 어떠한 맥도 짚지 못하고 있었다
주리는 보지 않아도 그가 자신의 벗은 몸매를 쳐다보고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알맞게 솟아나온 히프 그리고 그 밑으로 쭉 뻗은 다리 곧게 을
라간 허리와 목선
사실 1녀의 알몸은 유난히 하얗다 앵두보다 더 톡 튀어나온 히
프는 뒤에서 보면 그야말로 성기를 갖다대 보고 싶을 정도로 강렬
한 충동을 느끼게 했다
여자의 뒷모습은 충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무엇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있는 히프의 톡 튀어나온 곡선은 보는 이로 하여
금 성적인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보일락말락한 젖가슴의 등근 모습은 앞에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도 남았다
위에서부터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온 선은 가슴파 허리
히프에서 심한 곡선을 그려냈다
주리가 가만히 있자 그는 견딜 수 없는 갈증으로 다시 물었다
띨라고 그랬는데
그 말에 주리가 빙그르르 돌아섰다
자신의 앞엣것을 처억 내밀듯이 해보이며 이건 삼십 년 써먹은
총이다 라고 그랬대요 옷을 입은 채로 그러는 거예요
그는 웃지 않았다
그것이 뭐가 그리 우습냐는 듯이 주리의 앞쪽만 유심히 쳐다볼
뿐괴었다
주리는 완전히 벗은 알몸이었다 그녀의 앞설은 검은 숲으로 뒤
덮여 있었고 그 숲속 중앙에는 보일 듯 말듯 드러난 연분흥빛 길이
나 있는 게 보였다
경사진 계곡 밑으로는 다시 검은 숲으로 덮여 있어 그 밑에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대단한 흥분
을 느낄 수 있었다
小 다음엔 여자가 일어나서 뭐랬는 줄 아세요
몰라
小 여자는 자신의 앞에 손을 대더니 난 삼십 년 써먹은 총집이
다 하고 소리치더라는 거예요 호호호
그 말에 그가 이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으흥 그러니까 남자는 총이고 여자는 총집이라는 거군 흐흐
흐 맞는 말이군 그래
生 하나 할까요
주리가 재밌어 하는 그를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해봐 재밌는데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리는 그 자리에 서서 다음 이야기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맞게 솟아난 젖가슴이 유난히 탐스럽게 보였다 등근 젖가슴에
매달려 있는 돌기 주위는 작은 원을 만들며 분홍빛으로 감싸져 있
었고 그 중앙에 오도카니 돋아나 있는 돌기는 새카맣게 톡 튀어나
와 있었다
솟아오른 젖가슴과 검은 숲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그는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불끈거리는 충동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남성이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음만 급
할 뿐이었다
남자가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면 무슨 죄가 되는지 알아요
그는 다시 머리를 쥐어짜느라 골몰해지면서 역시 눈은 그녀의 사
타구니에 가 박혀 있었다
보면 볼수록 탐스런 숲에서 눈을 멜 수가 없었다 검은 숲 가운데
있는 붉게 드러난 계곡이 보일락말락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모르겠는데
역시 그가 항복을 해야만 그녀가 대답을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 목욕탕엘 들어가게 되면 불법무기 소지죄가 돼죠
그리고 여자가 남자 목욕탕엘 들어가게 되면 무슨 죄가 성립되는지
아세요
글쎄
그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자가 남자 목욕탕엘 들어가게 되면 방화피에 걸리게 되어 있
어요 호호호 그것도 몰랐죠
몰랐어 그게 그렇게 퇴나하하하
그도 역시 그 말뜻의 의미를 새기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가 남자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면 방화지가 되고 남자가 여
자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면 그건 바로 불법무기 소지죄에 해당된다
는 그럴싸한 음담패설이었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는지는 모
르겠지만 남녀의 성기를 부각시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는 주리의 늘씬한 알몸을 보았다 감히 이렇게 또렷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나큰 행운이었다
젊은 미모의 여자가 환한 불빛 아래서 스스럼없이 알몸이 된 채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손을 갖다대 검은 숲을 들춰보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찼다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젖가슴만 봐도 그랬다 그런데 그 밑에 새
까만 털이 윤기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란
그리고 그 삼각형의 숲속에서 숨은 듯이 겨우 윤곽만 드러내고
있는 연분홍빛의 계곡을 보는 순간 그는 멈출 것 같은 숨가쁨을 느
껴야만 했다
아 이런 여자를
그는 좀전의 들길에서 차 안에서 나눴던 정사를 떠올리려 애를
썼다 그러나 벌써 그 흔적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어졌는지 또렷
한 기억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는 더 애가 타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몸 속 깊이 자신
의 성기가 들어갔으리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저 들어갈게요
그러며서 그녀는 훌쩍 뒤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미끈한 두 다리 사이로 드러난 검은 음모가 출렁이듯
이 보여졌다
그는 잠시 소파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들길에서의 정사를 떠을
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그 자신이 했던 행동부터 떠올렸지만 명확
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의 느낌만 크게 느껴졌고 그리고
그 다음의 행동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그의 성기를 집어넣었을 때 이미 그는 반쯤 사정이
된 상태였었다 그녀의 성기 속으로 완전히 집어넣었을 땐 이미 그
는 움찔거리며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당시에는 자신의 몸에서 뜨거운 정액이 쏟아지고 있다는 느낌
뿐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이라던가 그녀의 성기 따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도 없을 때였다
욕실에선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 나왔다
그녀의 알몸을 다시 한 번 훔쳐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일어났

그는 점점 더 갈증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며 일어나서 시원한 맥
주를 꺼냈다 캔을 따서는 단숨에 마셔 버렸다
맥주를 거의 다 마셨을 때쯤 물기에 젖은 알몸으로 그녀가 욕실
에서 나왔다
타월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은 그를 미치도록 뜨겁게 달구어
놓고 있었다
물기가 조금 듯는 듯한 알몸으로 나왔을 때 그는 절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시원하지
勺1
맥주 한잔 할 겁니까시원한데
그의 음성은 벌써 떨려 나오고 있었다
좋아요 샤워를 했더니 기분이 상쾌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그의 맞은편 소파로 가서 앉았다 다리를 꼬느
라 검은 숲이 감칠지면서 윗부분만 앙증맞게 드러났다
작은 숲이었다
두 다리에 반쯤 가쳐진 숲은 혀로 한아도 깨끗하리만치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가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 캔맥주를 꺼내왔다 그러고는 캔을
따서 그녀에게 내밀고는 다시 자신의 것도 땄다
그녀가 한입 가득히 맥주를 부어 넣고는 다시 탁자에 내려놓았
다 그러고는 머리카락을 터느라 머리를 수그렸을 때 도톰한 젖가
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작고 탱탱한 앙증맞도록 앙팡진 것이었다
단숨에라도 거머쥐고서는 놓아 주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 마음
이 쿵쾅거렸다
제 알몸을 보니까 어떠세요 이런 거 처음 구경하시죠
그녀의 말에서도 묘한 흥분이 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 여자한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정말
황흘하군요 당장메라도 쓰러뜨리고 싶은
그러면서 그는 아직까지도 서지 않은 그의 아래쪽을 내려다보았

그제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는 듯했다
이런 미인의 알몸을 보면서도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남성 때문
에 그때까지의 기분을 깡그리 망쳐 놓는 것이었다
왜 안 서요
그녀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마치 남자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이었다 그 말에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어 왜 이러는지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벌써 팽팽하게 전
을 텐데도 난 그래 미치겠어
그는 점점 울고 싶을 뿐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서야 할
그것이 일어서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보다 더 미치고 환장할 일은 또 없을 것이다 벌거벗은 여자
의 알몸 앞에서 그것도 미끈하게 잘 빠진 주리와 같은 여자의 육체
를 보면서 이런다는 것은 미칠 지경이었다
가만히 누워 봐요 제가 한번 해볼게요 불은 끄지 않을게요 알
았죠 나도 당신의 그것을 찬찬히 보고 싶어요
그는 그 자리에서 뒤로 드러누웠다 소파에 길게 드러누운 바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녀는 남자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고
는 입술을 갖다댔다
처음엔 그녀의 고양이 혓바닥 같은 입술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
듯이 할았다 그러면서 정점 중심부로 다가왔다
혀끝이 성기의 끝부분에 닿았을 때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
녀는 천천히 그리고 세밀하게 귀두 부분을 한아나갔다 마치 혀끝
으로 원을 그리듯이 몇 번 그랬을 때 그의 잠자던 성기가 조금웍
일어나는 것이었다
主긍만 그대로 있어요 점점 일어나고 있어요 사정은 하지 마시
구요 알았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혀가 어디를 어떻게 한고 있는가 하는 것이 세밀히 느껴
졌다 차츰 정신이 맑아지면서 급격하게 흥분이 치솟는 것을 느꼈

그는 얼른 몸을 일으키면서 소리쳤다
랬어 벌써 사정을 하겠는걸
그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남자의 성기에서 허연 물줄기가 위
로 치솟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그녀의 얼굴에 잔뜩 튀었다
그녀는 허탈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主금만 참죠 그렇게도 참을성이 없어요
그는 할말이 없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선지 그 자신도 어
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할고 있을 때 조금씩 전해져 오던 강렬한 느낌이 어느 순
간에 이르러선 금방 분출되고 마는 것이었다
정말 미안한 일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쏴 버린 것 때문레 더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려고 그랬다
아노 그냥 누워 있어요 제가 다시 한 번 해볼 테니까 이번엔
정말 참아보세요 만일 그렇게 될 것 같으면 얼른 말하세요 그만둘
테니까요
다시 그녀의 애무가 시작되었다 그는 다시 눈을 감은 채로 그녀
의 혓바닥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엔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이 점점 뜨거웁게 달아오르고 있었
다 오랜만에 다시 일어섰을 때 그녀는 일찌감치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몸 위로 올라왔다
서서히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말할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그걸 참느라 질끈 눈을 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딴 생각하세요 나를 생각하지 말아요 괜히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고 생각하면 손해예요 금방 사정하고 마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가 뒤로 뺐다가 하
면서 히프를 움직였다
깊게 삽입하지 않고 얕게 더 얕게 움직이려고 애를 쓰면서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그녀는 될 수 있으면 그의 몸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양손을 그의
옆구리 쪽의 소파에다 지지대를 삼아 짓눌렀다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봐요 또박또박 세아리면서 다음 숫자를
열심히 생각하세요
그녀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입 밖으로 조그맣게 소
리를 내며 숫자를 세는 게 들렸다
열두울 열세엣
그때였다 그가 몸을 벌떡 일으키려는 것을 그녀가 꽉 눌렀을 때
그녀의 몸 속으로 뜨거운 기운이 콸콸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전해
왔다
그녀는 얼른 동작을 멈추었다 이미 그가 사정을 하고 있는 게 틀
림없었다
그의 두다리가곧게 펴지며 굳어지는 걸 알수 있었다
그러고는 잠시 조용해졌다
모든 게 끝난 것이다
허탈하기만 했다
그녀는 애써 노력한 보람도 없이 그가 한꺼번에 토해낸 정액으로
인해 자신의 꽃잎이 젖고 있는 걸 느꼈다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 기분이었다
이럴 펀 더이상의 그 어떠한 행동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했어요

정말 구제불능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떻게 된 게 단 이십 초도
못 넘긴단 말인가
불과 십오 초 만에 끝난 섹스였다 그것도 한번의 사정이 끝난 다
음에 두번째의 관계에서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꽃잎 속에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는 남성을 느꼈
다 아무런 느낌도 없어지면서 물기만 잔뜩 묻어 버린 것 같은 느낌
이었다
처음과 같은 양의 사정액이었다
원래 이런 남자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정액의 양은 같기 마련이었

한은 양의 정액을 뱉어내면서도 그렇게 약할 수가 있는 것일까
그녀는 몸을 떼면서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남자의 신체 구
조란 정말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는 것을
또다른 남자
주리는 늦게 일어났다 오늘은 비번날이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은 아침부터 설치지 않아서 좋았다 눈이 퉁
퉁 붓도록 늘어지도록 늦잠을 자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었다
새벽부터 나가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
다 그러나 어젠 그 남자와의 정사에서 조금은 피로를 푼 듯하다고
느껴졌다
섹스란 이럴 때 좋은 것이다
어렵고 힘들 때 가끔씩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풀고 나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끔히 그 스트레스가 해소되어서 기분좋은 것이다
한 남자를 깔아뭉갰다는 쾌감
차라리 한 남자를 정복했다고 하자
그가 일찍 사정을 하고서 혼자 쩔깰매는 표정을 보는 것도 일종
의 쾌감일 수 있었다
남자란 사정 시간과 비례해서 여자한테 당당해질 수 있거나 그
반대로 쩔쨀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남자란 조루에
가까운 동물이니까 여자를 당할 순 없는 거지만 그 중에서는 가끔
씩 센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기껏 세어봤자 지분 정도일 것
이었다
그 반면에 여자란 칠분이 아니라 한 시간이라도 분비물만 계속
나와 준다면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일회성의 사정
으로 모든 것이 막을 내리는 반면에 여자란 존재는 해도해도 끝이
없을 수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는 희한한 육체를 가진 것
이다
주리는 가만히 누워 책상 위 책꽃이에 꽃혀 있는 두터운 책들을
바라보았다 전부 다 전공서적이었다
지구와 우주의 생성 원리
지구라는 땅덩어리의 생성 과정과 역사를 다룬 책들이었다 그리
고 지구라는 넓은 땅덩어리에는 이름조차도 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지질로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리는 멀거니 책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그냥 이대로 살 순 없는가
굳이 학교를 졸업해서 무엇하겠다는 건가
여러가지 생각들이 거미줄처럼 얽혀들었다간 풀어졌다 그런 생
각들을 떨치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어제 그 남지치 일들이 다시 기억 속에 떠올랐다 푸훗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어떻게 해서 그런 남자가 있는지
분명히 이 세상에는 그런 남자도 이 세상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
다고 생각하니 절로 우스을 뿐이다
그런 남자는 어떤 여자랑 같이 살게 될까
주리는 그게 궁금했다
섹스를 빼 버린 결혼생황이란 게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하
는 문제였다
그 남지치 부인도 결국에는 섹스라는 문제 때문에 그의 곁을 떠
난 게 아닌가
그녀는 그 남자를 생각하면 자꾸만 실없는 웃음이 흩러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남자였다
겉은 멀정하고 배운 티가 나는 그런 남자였지만 남자로서의 구실
을 못하는 남자라는 사실이 그녀를 웃음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반강제로 한 것이긴 했지만 그가 두 번씩이나 사정
을 하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더욱더 기분이 좋아지
는 것이었다
헤어질 때쯤 그가 두둑한 돈을 건네 줬을 때 그녀는 곧바로 화를
벌컥 냈다
이런 거 때문에 핸들을 잡은 거 아녜요 절 그렇게 봤다면 그건
오해예요 치사하게 그런 돈을 받는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질
않아요 넣어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났으면 하는데
그가 돈을 거둬들이지 못한 채 주리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남자의 그런 나약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주리는 그만 풀썩 웃고
말았다
일없어요 그렇게 약한 남성이라면 싫어요 오늘은 순전히 제가
봉사한 것뿐이에요 저도 이상한 경험을 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는
거예요 도로 넣으세요
tL
그가 말 없이 수표를 집어넣는 것을 보며 주리는 비로소 마음이
밝아졌다
돈이란 정말 치사한 것이다
섹스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건 정말 구역질나는 것임에 틀림없
다고 생각되었다
주리는 아직 젊고 싱싱했다 미모 또한 어디에 내놔도 빠지 않을
자신이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리고 잘 빠진 몸매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번쯤 되돌아보
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반바지에다 스타킹을 신고 나가면 모두들
흘끔거리며 뒤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다는 것과 아름답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최고의 지성이랄 수 있는 S대학 지질학과를 다니
고 있는 학생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은 비록 휴학중이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학생신분이라는 것을
떨궈내고 싶진 않았다
대충 우유로 아침을 떼우고는 밖으로 나왔다
거리를 걸으면서 그녀는 하룻동안의 자유를 맘껏 즐길 생각을 했

어디로 갈까
그것이 첫번째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막상 거리로 나왔지만 딱히 갈 만한 데가 없었다
우선 백화점부터 들렀다가 살만한 물건이 없으면 쇼핑만으로 끝
내고 그곳 스카이라운지에서 간단히 토스트와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었다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올라탔다
勺백화점으로 가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택시는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그러나
곧 차들에 막혀 움찔거리기만 했다
딴이 본 분 같은데요 혹시 탤런트 아니십니까
운전기사는 옆좌석에 앉은 주리한테 넌지시 말을 건네는 것이었

왜요
주리는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불쑥 그렇게 되물었다
아 네 그냥 너무 얼굴이 익은 것 같아서 한번 물어보는
겁니다
주리는 잠자코 있었다
아마도 이 남자는 주리가 운전하는 택시를 어디선가 한번쯤 흘끗
지나가는 시선으로 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낮이 익은지
도 몰랐다
生育은 너무 날씨가 더워요 이렇게 더운 날은 짜증만 나거든요
마지막 더위라서 그런지 더 짜증나는 것 같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주리가 대답을 앉자 스스로 무안했던지 일부
러 말을 꾸며내1말을 잇고 있었다
그러네요 요즘 입금액 채우기는 쉬워요
아 네 그거 말도 마십쇼 버스 전용차선제다 뭐다 해서 치는
막히지 어디 서을 교통이 교통입니까 뒷골목까지 다 확확 막히는
데 어떻게 꼬박꼬박 입금액을 채웁니까 대충대충 벌어먹고 사는
거죠 뭐
U
운전기사는 약간 짜증이 돋는지 담배를 꺼내 피워댔다
그가 다소 신경질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는 것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침드시죠 운전대를 잡는다는 게
그야 물론이죠 하루 꼬박 뛰어봐야 집에 가져가는 건 별로 없
어요 전에는 차가 휑휑 뚫려서 기분이라도 좋았지만 요즘은 막히
는데다가 합승손님도 별로 없어요 우린 합승손님이 있어야 한 사
람 몫을 따로 챙길 수가 있죠 그런데 이거 워
기사는 다시 울분을 토해내듯이 담배를 빨아댔다 주리는 그 옆
에 앉아 그가 하는 행동을 쳐다보며 속으로 웃음이 삐져나을 판이
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돈을 버는 운전기사가 있는 반면에 자신처럼 슁
게 돈을 버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대개 남자들이 택시를 몰았고 간혹 여자들이 택시를
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리처럼 아름다운 아가씨가 몰고 다너는
택시는 없었던 것이다
주리는 그런 점을 쉽게 이용한 셈이다
아무렇게나 생긴 여자보다는 자신처럼 미모를 갖춘 늘씬한 아가
씨가 운전하는 택시는 어디를 가도 대환영을 받게 마련이었다 I
리고 부스러기돈 같겠지만 요금을 치르고 남는 돈에서 끝다리인 거
스름돈을 그냥 팁으로 던져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은 바로 남
자들의 치기이자 아름다운 아가치가 운전하는 데에 대한 남자들의
풍선 같은 우월심미었다
그리고 가끔 택시를 타는 손님 중엔 객기를 부러는 치들도 있었
다 그들은 미모를 갖춘 아가씨를 한번 유흑하고픈 심정으로 허세
를 부리기도 했다
wr사장인데 인물이 너푸 아까워 이런 택시를 모는 것보다 차
라리 내 사무실로 와서 비서나 하는 게 더 낫겠어
이렇게 넌지시 유혹하거나
요금의 몇 배를 줄 테니까 나랑 같이 데이트를 하면 안 돼 그냥
뭐 차로 드라이브하는 거니까
이러면서 은근슬쩍 떠보는 치들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더러는
아예 노골적으로 주리의 짧은 스커트를 힐끔거리며 모텔 운운 하는
치들도 있긴 있었다
그들은 대개 너무나 아름다운 아가치를 만났을 때의 놓치기 아깔
다는 안타까움으로 별의별 짱구를 다 굴려대는 경우였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돈타령 일색이었다 일단은 돈이 많다는
것을 내세움으로써 주리의 관심을 끌려고 그랬다 만일 한번 응해
주기만 했다면 금방이라도 일확천금을 안겨 줄 것처럼 떠벌려대는
것이다
주리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남자들의 허풍이 얼마나 세다는 것을
깨달았다
1녀 앞에서 떠벌리는 것 모두가 다 허풍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중에 그들이 택시를 내릴 때 지갑을 열어
요금을 치르는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마음껏 떠벌리던 남자들은 나중에 요금
을 치를 때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주리가 내주는 거스름돈까
지 다 받아 갔다
말로 유혹해도 안 넘어가니까 별수없이 거스름돈까지 꼭꼭 챙기
는 손님들이 있고 더러는 아깝지만 좀전에 했던 말도 있고 해서 마
지못해 거스름돈을 사양하는 척하는 치들도 있었다



시을 사람들은 전부 다 요지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
다 일에 미친 듯이 매달리기도 하고 또한 섹스에도 발광을 하듯
매달린 모습은 마치 음식을 앞에 놓고 제걸스럽게 먹어대는 대식가
인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모든 것이 자신 위주의 탐욕과 색욕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살아가
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주리는 인도를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군무를 보고 있었다 그
들의 풀어헤쳐진 걸음걸이 동작에서도 어떠한 이기주의가 휘적거리
는 것 같았다
w왔는데요
운전기사의 말에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벌마예요
그녀는 이미 건성으로 그 말을 해놓고는 미터기의 요금을 거슬르
교 있었다
주리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찌뿌
드드한 하늘이 성큼 내려와 있었다
좀전까지만 해도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던 하늘이 먹구름장으로
뒤덮여 있는 게 보였다
비가 올 모양이지
그녀는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울의 오존도를 가늠해 보았다
몇날 며칠을 회색빛으로 뒤덮은 날씨탓이 결국은 오존 때문이라
는 일기예보를 들은 날부터 그녀는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버룻이
생겼다
갑자기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기 싫은 기분이었다 이런 날은 확
막혀 밀폐된 곳으로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백화점 안은 괜히 짜증스럽기만 하다 그녀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입구로 들어섰다
일층에서부터 위층까지 다 훌고 다녀봐도 살만한 무엇인가는 눈
에 띄지 않았다
그녀는 제일 위층 라운지로 들어갔다 커퍼와 토스트를 시켜 놓
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마악 불을 붙이려는데
아니 웬일이십니까7이런 데서 만나다니
주리는 담배끝에 불을 붙이려다가 그만두고 쳐다봤지만 영 기억
이 나지 않는다
누구세요 절 아세요
주리는 막연한 눈길로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가 어색한 웃음을 띄며 다시 말했다
저어 여기 조금 앉아도 될까요
그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고는 앞자리에 앉았다
저번에 택시를 탔던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겨 조금 끌어내리며 자세를 바로 앉았다
주리를 빤히 쳐다보는 그의 얼굴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아 네 본 기억이 나는 것도 같군요 근데
분명히 기억은 났다 그러나 그가 어디서 택시를 탔고 어떤 이야
기를 나누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그에게 그걸 내색하기는 싫었다
아 네 백화점에 뭘 좀 사러 왔다가 커피 한잔 하시겠습
니까
그제서야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주리에게 황송하다는 표시를 건
네는 것이었다 그가 좀더 자세를 편안하게 가지고는 탁자 위로 손
을 올려놓았다
남자란 이런 것이다 빼어난 미모의 여자는 금방 알아보는 것이

어디서 봤건 또 어떠한 관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알아보는 척
하는 것이 남자들의 심리였다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이다
그녀는 웃음을 띄며 경계심을 풀었다
그가 손님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경계할 필요는 없는 것이
이런 데서 손님을 만났다고 해서 부끄러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시켰어요 뭐라도 시키시죠
주리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권했다 그가 서빙하는 아가씨를 불
러 커피를 시키고 나서 말했다
청말 이런 데서 만나다리 보통 인연이 아리군요 택시에서 만났
는데 또 이런 데서 만날 줄은 쇼핑하러 오셨습니까
그는 정중했다 택시를 운전했다고 해서 얕잡아보는 것이 아니었

네 그런데 살만한 게 없어서요 그냥 나가려다가 커피랑 토스트
를 시켰어요 아직 아침을 안 먹었거든요
주리의 말에 그 남자는 안췄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려 보이며 말
을 덧붙엿다
이것 참 그것 가지고 어디 아침이 되겠습니까 같이 나가셔서
식사라도 할까요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가 묻는 말이었다
그는 삼십대 후반의 왜나 멋스러워 보이는 남자였다 윗도리는
유명메이커 티셔츠를 스포티하게 걸쳤고 바지는 골프 웨어 같았

다소 여유 있는 듯한 말투 그리고 느긋한 웃음은 택시를 운전하
는 주리가 보기에는 다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 같았다
전 이걸로 돼요 식사량이 적거든요 아직 점심식사를 안 하셨나
보죠
주리의 말에 그가 랭큼 서빙하는 아가뛰를 불렀다 아가씨가 다
가오자 그는 주리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해요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나갈까요 나가서 식사나 간
단히 합시다 여긴 조금 부실한 것 같고 어때요
저 시켜왔는데
주리의 말에 그는 그건 염려말라는 투로 씨익 웃어 보였다
그는 얼른 아가씨한테 말했다
좀 이따 식사부터 하고 와서 커피를 마실 테니까 토스트는 관둬
요 다 구워졌다면 아가씨가 드시고
네 알았습니다
아가씨는 얼른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고는 주방으로 돌아갔

일어나시죠 오늘은 제가 한턱 쓰겠습니다
그를 따라 커피숍을 나왔다 그도 아직 쇼핑을 안 했는지 손에 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쇼핑을 안 했나 보죠
아노 했습니다 배달을 시켜 놓고 올라와서 커퍼나 한잔 하려고
그랬죠
그는 또 씨익 웃어 보였다 횐 이가 환히 드러나는 웃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업을 할 사람 같진 않아 보였다 티없이 맑아 보이
는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백화점 앞에 있는 일식전문 음식
점으로 들어갔다 왜나 고급스런 분위기였다
자리를 잡고 앉자 그가 말했다
체가 자주 들르는 일식집이지요 이곳에서는 최고로 치는 명솝
니다 음식이 우선 깨끗하고 먹을 만해요
勺1
1~
그때 서빙이 다가왔다 그는 차림표를 보지도 않고 몇 가지의 회
를 주문했다
이미 그가 잘 아는 것으로 주리의 입맛에 맞게 주문하는 것이었

그러고는 그가 주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제가 시킨 게 마음에 드실 겁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시켰
거든요 저도 일식은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이 무척 선하다고 느껴졌다 때론 주리
쪽에서 남자를 고르기도 했지만 이럴 경우에는 조금씩 이 남자에
게서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사랑이라는 것은 마치 줄다리기와 같아서 이쪽에서 당길 때도 있
고 저쪽에서 끌어당길 때도 있는 것이다
남녀의 관계란 처음부터 끌어당기는 멋도 있겠지만 회요리처림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한 맛이 우러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연
찮게 다가은 인연으로 인해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녀는 회를 집어 먹는 동안 그가 건네는 청하를 몇 잔 받아 마
셨다
그리고 그녀도 그에게 빈 잔을 건넸다 술은 그들 사이의 벽을 스
스럼없이 허물어냈다
전 그때 무척 바빴거든요 마침 차를 초칠 일이 있어 급히 택시
를 탔는데 아가씨가 운전하는 행운을 잡은 거죠 마음이 바빠서 그
랬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때는 이야기를 해볼 시간도 없었어요
중요한 일이라 아가씨랑 즐겁게 노닥거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
였죠
그는 처음 택시를 탔던 것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주리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웃었다
여자가 택시를 운전하는 거 첨 본 건 아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가씨처럼 날씬한 여자가 그것도 미모를
타고난 아가치가 택시를 운전하니까 뿅 가겠더라니까요 시간만 좀
있었더라면 그때 아가씨랑 같이 데이트라도 하자고 조를 뻔했어
요 하하하
남자들은 어색한 말을 꺼내고 나서 항상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
다 그도 역시 그랬다
자신의 심정을 밝혀 놓고선 활짝 웃었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어
한입에 털어넣었다
小런 경우는 많아요 손님들이 타면 모두들 그런 말씀들을 하세
요 그냥 진나가는 소리로 흘려 듣고 말죠
주리는 별 의미 없는 말이라는 듯이 말했다
아닙니다 내가 보기엔 상당한 미모를 가졌어요 그만한 미모라
면 모두 다 한번씩 쳐다보기 마련이죠 오늘은 쉬시는가 보죠 어때
요 같이 드라이브나 할까요 밑에 주차시켜 놨는데
그의 말에
시간이 있으세요 전 어차피 오늘은 비번이니까 새벽에
다시 일 나가야 돼요 그때까지는 시간이 있어요
주리는 솔직했다 질질 U는 건 딱 질색이다
남자가 처음부터 불순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갖지 않는 것도 그녀의 약점이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만
약에 남자가 처음부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면 그녀는 단호
히 물리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남자들을 거쳐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처세이기도
했다
여자는 남자가 좋아질 때에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병이라고 단정하는 그녀였다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거라고 믿었다 이
러한 것이 바로 요즘 여자들의 세태가 아닌가
다시 술잔이 오갔다 그는 반잔씩 나눠 마셨다 아마 운전을 해야
하는 걸 염두에 두는 모양이었다
그 대신 주리는 원샷으로 잔을 비워냈다 빈 속에 횟감이 들어가
면서 받아들이는 청하는 기분이 짜릿하도록 상쾌했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낮의 태도로를 달렸다 아직
은 지글거리는 아스괄트 열기를 내리밟으혀 죄다 열어 놓은 창문으
로 시원한 바람이 홀러 들어왔다
서울에서는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다 88도로를 따라 미사리 쪽으
로 빠져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있는 곳이나 그 너머 양평대교를 지
나 양수리로 들어가던가 아니면 맴도로를 따라 강화도로 들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차가 향하는 방향으로 보아서는 미사리 쪽이었다
손님과는 이렇게 만나지는 건 첨이에요
주리가 그를 옆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이건 정말 우연이죠 아마 이렇게 만나라고 거기 들른 것 같군
요 하하하 저도 이렇게 불쑥 만나지는 걸 좋아합니다 아무런 스
케줄 없이 우연찮게 만나서 술을 마시고 이렇게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잖습니까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너무 머리가 아
플 정도로 계획적이거든요 가끔은 이렇게 불현듯이 만나 술을 마
시고 식사를 하고 야외로 나가는 것이 좋아요
그는 기분이 좋은 듯이 말했다
시간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렇게 나가도 돼요
주리는 어디까지나 남자를 생각해 주는 듯한 배려에서 그렇게 말
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받는 쪽에서는 그게 아너다 자신을
깊이 생각해 주는 것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암요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렇게 미모의 아가씨라면 더

그는 또 활짝 웃는다
자꾸 그러지 마세요 하늘 높이 비행기를 태웠다가 나중에 떨어
질 때는 감당 못해요
力게 아닙니다 절대로 그건 아닙니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 손사래를 쳐댔다 그러는 모습
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가까워지려고 하는 듯한 제스처이기도 했다 주리는 남자의 그러
는 모습이 좋은 것이다
돈을 내세우고 지위와 명예를 내세우는 남자는 싫다 그런 남자
들은 일단 여자를 정복하고 나면 곧 시들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
러고는 그 다음부턴 그런 지위나 명예 돈 따위로 여자를 옭아매려
고 하는 것이다
어디로 가요
그제서야 주리가 물었다
양수리로 들어가 봅시다 이런 낮 시간엔 그쪽도 차가 덜 막히니
까 운전이야 저보다 아가씨가 더 환하겠죠
주리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약간 술이 오르는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마음 속도 기분
좋은 듯이 얼얼해지는 듯했다
料도로를 벗어나 미사리 강가를 지나면서 강바랑이 창문으로 흘
러 들어왔다
미사리를 지날 때에 군데군데 차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한낮의
데이트를 즐기려는 차들로 미사리는 언제나 붐비는 곳이다 양평대
교를 지나 양수리 쪽으로 접어들면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자 더
욱 기분이 좋아졌다
음악을 틀까요
그가 조용한 주리를 보고 말했다
心냥 이대로 창 밖을 보고 가는 게 더 좋아요 경치가 아
름다워서 이렇게 한가하게 나와보기는 첨이에요
小賣成죠 맨날 운전대를 잡느라 그러겠죠 어때요운전은 힘들
지 않으십니까
이 남자도 또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남자들은 흔히 주리한
테 운전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길 잘했다
그건 일종의 주리에 대한 남자의 배려 같기도 했지만 주리는 그
런 질문이 싫다
엄연히 직업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남다른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런지 않아요 전 좋아서 하고 있는걸요 시간도 많을 뿐더러
우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같은 거 마음껏
다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시내를 다니려면 차가 막혀서 스트레스 같은 건 안 받아요
왜요 많이 받죠 초보자라면서 넓은 도로에서도 느릿하게 다닌
다거나 자가용으로 마구 끼어드는 것은 참 어처구니가 없어요 영
업용도 안 그러는데 자가용들이 그러니까 화가 나죠 그러다가 차
가 긁히면 그땐 자기만 손해죠 영업용이야 차고로 들어가서 간단
히 손볼 수 있지만 자가용이야 카센타로 가져가면 바가지를 씌우잖
아요 일일이 그런 걸 설명해 줄 수도 없고
주리의 솔직한 토로였다 영업용을 하다가 보면 꼴불견을 수없이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어떤 때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옆차선에 있는 차에서 야유를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꼭 뭐같이 생겨먹은 젊은것들이 키들거리며 뭐라고 저회들끼리
쑤군거리는 건 딱 질색이다
대개 그런 치들은 놀고먹는 족속이거나 밤거리를 배회하며 여자
들을 희롱하면서 하룻밤을 즐기고 마는 경우에 지나지 않는 그런
인간 부류에 속했다
어느덧 양수리에 가까워졌는지 논밭엔 횐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멀리 길가로 다닥다닥 붙은 동네가 나타났다 그 동넥로 들어서면
서부터 허름한 가겟집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집들마다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시멘트 담벼락엔 흙
탕물이 튀어 지저분했다 좀더 들어가면서 다시 강이 나타랐다
강물 위에는 수상스괴를 즐기는 청춘람녀들이 요란한 모터보트
소리와 함께 뽀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었다 하얀 물보라
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동네를 벗어나면서부터 오르막길을 오르는 아스팔트 길은 비록
편도 일차선이었지만 드라이브하기엔 그야말로 안성마춤이었다 다
소 완만한 커브를 그리며 휘어졌다가 다시 펴졌다가 하면서 지그재
그로 이어지고 있었다
운전 잘 하시네요
주리가 칭찬을 하자 그가 빙긋이 웃었다 그는 속도를 조금 떨어
뜨리며 여유 있는 자세로 운전을 했다
아마도 아가뀌보단 못할 겁니다 운전 경력만 십 년을 넘었으니
까 겨우 이 정도는 하는 거지요
그는 겸손하게 말을 받았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은 곧 그 자
신의 단단함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속이 텅 빈 사람일수록 깡통소리가 크게 나기 마련이다
때로 남자들은 순진해질 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여자 앞에선
대개 허풍쟁이가 되기 쉬운 법이다
터무니없이 공갈을 쳐대거나 없는 것도 있는 것처렁 부풀려서
현혹되게 하기도 했다 그럼으로써 그러한 외양 때문에 마음이 불
현듯 끌리게도 하는 것이 바로 남자들이었다
남자들은 일단 여자에게서 한번만 환심을 사게 되면 그걸로 모든
게 끝난다고 믿고 있었다
사실은 그렇기도 하다 외양에 현혹된 여자들은 일단 그 남자의
모든 것을 외만으로 판단하고는 모든 걸 순순히 줘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남녀가 육체적인 라인을 넘게 되면 이젠 그것으로도 모든 것들이
용납되어지고 스스로를 안정시키려 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남
자들은 대개 자신의 성적인 종속물로 인정하려 들고 여자들도 가
능하면 그렇게 되리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나중에는 남자의 폭력성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여자
를 마구 대하져는 어처구니 없는 일로 발전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화상을 입기도 했다
요즘은 대개의 여자들도 그랬다
미리 그러한 것을 알고서 먼저 남자를 정복하려드는 실정이다
낭자가 차버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낌새를 알아차리고 차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요즘의 여자들의 심리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배신이나 배반의 상처는 너무나도 큰 것
이므로 누가 먼저 차버리느냐에 따라 그 상처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리는 숱한 남자들한테서 그러한 경험을 해버렸다 그랬으
므로 이제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별로 마음의 상
처가 될 것 같진 않았다
요즘은 차라리 한번 관계를 갖는 것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그 이
상의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쓸쓸함을 메꾸어 줄 상대면
족한 것이다
육체의 쓸쓸함이란 어떻게 풀 길이 없는 것이므로 그저 따뜻한
남자가 있다면 하룻밤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었다
이렇게 택시를 운전하는 것도 그러한 욕구를 채워 주는 데엔 그
야말로 안성마춤이었다 주리와 같은 미모를 가진 아가치들이 갖는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대개 남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종이 많았으
므로 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리로선 해보고 싶은 일 가운데 하
나일 수 있었다
돈도 벌고 육체의 즐거웅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
인가
주리는 지금 이 남자와의 데이트를 거절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
에 야외로 나와 바깥 경치를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

午상스키 탈 줄 알아요
남자는 수상스키장이 있는 선착장으로 내려가며 물었다 선착장
옆에는 크고 작은 모텔들과 레스토랑들이 여펀 있었다
네 조금요
그럼 좋습너다
주리가 만족한 듯이 말하자 그는 차를 몰아 주차장으로 갔다
차문을 닫으면서 그가 말했다
수상스키를 타면 시원할 겁니다 그것도 큰 운동이 되지요 괄과
다리에 힘이 없으면 가다가 그만 물에 빠지게 되죠 배가 고프면 우
리 뭘 좀 먹을까요
그가 시원스레 말을 꺼내며 선착장 매표구로 다가갔다 그가 요
금을 치르는 것을 바라보며 주리는 얼른 콤팩트를 꺼내 얼굴 화장
을 고쳤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동안에도 그가 바라본다는
것을 염두줴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콤팩트의 거울에 비친 얼굴에는 어렴풋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
다 콧등에 돋아난 작은 땀방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자세히 들여다본 눈빛은 초점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주리는 이상했다 마치 섹스를 하기 위해 양수리를 찾은 연인인
것처럼 저도 모르게 약간 긴장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러나 그녀는 곧 그것을 잊어버렸다
그가 있는 곳을 돌아봤을 때 그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
었다 강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가 마치 전
에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인 것처럼 낯익은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었

그러고 나서도 그녀의 가슴은 왠지 모르게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
이 들었다
구명조끼를 입고서 모터보트가 출발하기 시작하면서 스릴이 시작
되었다 마악 선착장을 벗어나 강 중앙으로 휘저어 들어가면서 주
리는 얼른 선착장 쪽으로 시선을 주었는데 그가 벌떡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기분이 좋았다
강물을 가르면서 달린다는 것이 통쾌한 일이었다 그것도 두 발
로써만 물길을 가르면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기분좋게 했

모터보트는 어려운 곡혜를 몇 번씩이나 하면서 주리를 강물 속에
다 처박으려고 장난을 쳐댔지만 그때마다 주리는 능란하게 묘기를
부렸다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몇 번 타본 경험이 있은 뒤로 한번도 타
본 적이 없는 스키였지만 모터보트 운전을 하는 남자의 짓궂은 장
난에도 주리는 물 속으로 빠지지 않았다
팎은 스커트가 바람에 휘날리면서 장딴지가 하얗게 드러났다 그
리고 가끔씩 모터보트가 방향을 틀 때마다 바람에 의해 휘익 스커
트가 위로 올라가느라 하얀 펀티가 드러나기도 했다
바람이 팬티 속으로 마구 들어오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
러한 느낌은 마치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인 것처럼 그대로 바람
을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리의 가는 다리가 길게 쭉 뻗은 곡선이 선착장의 많은 사람들
로 하여금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야멋지다
휘익
탄성뿐만 아니라 휘파람을 불어대는 친구들도 있었다
주리는 정말 신이 났다
선착장에서 환호하는 사람들의 목上司도 들떠 있었지만 내심 주
리 쪽에서도 마음이 들뜬 건 사실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걸치지도 않은 것 같은 팬티마저도 벗어내리고 싶
은 심정이었다 하필이면 얇은 망사 팬티를 입은 탓에 바람이 숭숭
뚫어진 실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몇 바퀴 돌았을 때는 팬티 속의 꽃잎이 나풀거리는 듯한 쾌감마
저도 느껴졌다
바람이 꼭 다문 꽃잎을 거침없이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자꾸만
허물어지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다리를 약간 벌렸으므로 칼날 같은 바람이 샅을 할으며 빠르게
지나갔다
나중에는 그곳이 얼얼할 정도였다
어때요 재밌지7너무너무 아릉다워 보였는데 사람들이 열광하
더라고
나중에 선착장으로 돌아왔을 때 그 남자가 한 말이었다
너무너무 시원했어요 하필이면 팎은 스커트를 입고 나와서
그 말을 하면서 주리는 약간 얼굴을 붉혔다 스키를 탈 때는 몰랐
지만 자신의 하얀 팬티를 내보였다는 부끄러움이 묻어나왔다
아니야 아주 멋있었어요 여기서도 미니스커트를 입고서 수상
스키를 탄 여자는 처음 봤대요 너무너무 환상적이라고 박수까지
치던걸
그는 매우 흡족한 듯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괜히 속으로 흥보는 건 아니죠 속으로 흥보는 사람이 제일 싫더

주리는 눈을 샐쭉거리며 대꾸했다
아니 아니야 정말 보기 좋았으니까 이러는 거지 내가 더 기분
이 좋았어 뭐든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말해 내가 다 사줄 테
니까 하하하
그는 진정으로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러면서 주리의 손을 잡았
을 때 주리는 손을 빼지 않았다
이미 그럴 단계는 지난 사이였다 아무런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힐 좀 먹을까 배 고프지
벌써요7좀전에 먹었는데
운동을 했는데 배 안 고파7
그의 말에 주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心럼 커피나 마시지 뭐 저기로 갈까
그가 가리키는 곳에 높다랗게 솟아 있는 건물이 보였다 횐 회칠
을 하기도 했고 통나무로 지은 집이었다 네온 불빛으로 언덕 위
의 하얀 집이라는 글씨를 만들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의 입구를 직선으로 뽑지 않고 등그렇게 원을 그리
며 올라가도록 땅바닥엔 통나무 등걸을 박아두어 발을 딛고 올라가
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통나무와 통나무 사이에는 조그마한 자갈들로 꽉 채워져
있어 제법 운치 있게 만들어 놓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입구 쪽에서부터 환한 유리창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마룻바닥의 감촉 또한 좋았다
창가 텍이블로 가서 앉자 저 밑으로 가파르게 강물이 한눈에 내
려다보였다
여기 참 좋네요 한눈에 다 보여요
주리가 창 밖을 내다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며 말했
다 그러고 나니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그래요 여긴 밑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그만이지 내7F여기 을
때마다 들르는 곳이야 점심은 주로 산채비빔밥으로 하거든
주리는 실내를 둘러보았다
나무로 된 탁자며 의자는 정말 운치있게 만플어 놓은 듯이 제구
실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장흥에 갔을 때 들른 적이 있는 재즈카페를
연상시켰다
일로 하실까요
서빙을 하는 아가치가 와서 물었다
뭘로 하지 난 괴피
그가 먼저 말했다
주리도 메뉴판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치가 돌아가고 나자 그가 담배를 꺼냈다
퍼우죠7

주리는 그가 내민 담배를 하나 꺼냈다 그가 불을 붙여 주었다
가파르게 밑쪽에 있는 강을 내려다보며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기
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실내엔 지금 샹송이 홀러나오고 있
었다
그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너무너무 좋은 곳이야 이런 곳에서 살았으면 싶을 때도 있어
서울은 이제 만원이야 그리고 공기도 너무 탁해 이젠 오존층까지
뚫려서 서을 하늘이 맨날 뿌옇다고 야단이니 원
난 여기 들어을 때마다 자연이라는 걸 느껴 자연 속에서 살아간
다는 게 얼마나 귀중한 건지 몰라
한아요 서을 공기는 너무 탁해요 하루종일 운전을 해보면 알
수 있어요 옷이 더러워지는 건 금방이고 나중엔 목에서 시커먼 가
래침이 다 나와요 이젠 서울 서을 하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갔는가
요 서울이 뭐가 그리 좋은지
주리는 정말 서울이 싫었다 아다툼을 하듯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떠 살아가는 사람들이 싫었고 너무 많은 차들의 흥수가 싫었

가끔은 서울을 빠져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오는 날엔 그야말로 기
분이 좋았던 것이다
저번에 혜진이랑 같이 속초에 갔을 때 바닷가의 맑은 공기가 생
각났다
빙 하사와 정 하사랑 같이 호텔방에서 뒹굴던 생각이 났다 주리
는 그 생각을 하자 저도 모르게 웃응이 나오려고 그랬다
왜 웃어요7좋죠
勺1
7
주리가 자꾸 웃자 그는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녜요 저번에 혜진이라는 친구하고 속초에 갔던 생
각이 나서요
生응 그래서 웃는구나
그제서야 그는 애매한 표정을 풀어냈다 마침 커피가 날라져왔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내려다보
고 있었다
커피맛이 일품이었다고 생각되어졌다 이렇게 나른한 듯이 앉아
서 마시는 커피맛은 그랬다
분위기로 마시는 것이라서 그럴까
이름이 뭐죠
그가 값자기 이름을 물어왔다
주리는 딴 생각에 골몰하고 있다가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름도 없어요 내가 뭐라고 불러야 되죠 내가 그대를 부를 수
있는 이름 말이에요
주리 예요
아하 주리 이름이 예쁘네
그는 신기한 듯이 주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맑고 건강하게 빛났다고 생각하는데
주리 씨하고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방금
1
너무나 아름다워서 섣불리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는
데 갑자기 그런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군요 무례한 말
입니까7
다시 그가 정중하게 나왔다
아노
주리는 짧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그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떠 보였다 그러고는 다
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나를 믿을 수 있겠어요TY
勺1
역시 주리의 대답은 네 였다
그 대답 또한 망설임이 없었다
나가서 잠간 모텔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 말엔 주리가 대답하지 않았다
싫다면 그냥 없던 말로 하죠 절대로 주리 씨를 얕잡아보고 한
소리는 아닙니다 내가 진정한 마음으로 던진 말이니까
알아요 그 말
그가 다시 담배를 꺼내 피웠다
주리는 그가 담배를 다 피을 때까지 강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
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수상스키가 지렁이 같은 물흔절을 남
기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나가시죠
그가 먼저 일어났다 주리는 그를 따라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가 앞장서서 걸었다 길 건너편에 있는 모텔이었다
져터
162
쓱르트
또닥른 남~~ 2
산자락을 깎아 현대식으로 지은 모텔이었다 입구에 있는 일층이
레스토랑이었고 이층부터는 모텔이었다 붉은 카펫이 깔려 있어
약한 전등 불빛에도 더욱 붉게 빛났다
그가 방문에다 괴를 꽃아 열 때까지도 주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
았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주리를 뒤돌아봤다
절 욕하시겠죠
그는 또 묻는 것이다
최대한 정중하려고 애쓰는 말투였다
주리는 대답 대신 방 안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방 안이 깨끗했

소파 옆으로 창 밖의 강물이 그대로 다 보였다 다시 수상스키가
원을 그리며 강물을 흐트려 놓는 게 보였다 그러자 강물은 순식간
에 파문이 일면서 출렁이는 듯했다
料저 샤워를 하세요
그가 말했다
헌저 하세요 전 강물을 보고 있을게요
주리의 그 말에 그는 알았다는 듯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가 알
몸이 되어 욕실로 들어가자 주리는 그제서야 창문에서 눈을 떼면
서 뒤로 머리를 기댔다
눈을 감았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부턴가 주리는 물소리에서 야룻한 생각을 하곤 했다 물은
먹는 것뿐만 아너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처렇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섹스를 하기 전엔 누구든지 몸을 씻는 버룻이 있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알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애무를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물이라고 했다
면 그 물과 섹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곤 했었다
이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주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여태까지 접해 본 남자들처럼 처음엔 약간의 호기심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과연 자신을 어떻게 다를 것인지 섹스를 하는 동안 몇 번이나 오
르가슴에 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

대개 남자들은 주리를 최대한 만족시키려고 애를 썼다
어떻게 하면 여자를 달뜨도록 만족시켜서 남성에게로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남자들이었다
섹스를 통해 한 여자를 죽여 주겠다는 욕심은 어느 남자라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리처럼 미모를 갖춘 여대생을 양촛울처럼 흐느적거리게 해놓고
선 자신의 성욕을 마음껏 분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곧 수컷들의 야
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리는 그런 남자들에게 정복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쯤
은 오히려 남자를 경험해 보는 경우에 속했다
남자란 동물은 이상하게도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경우에는한오분정도 또어떤경우에는제법 긴시간동
안 섹스를 끌고 나가기도 했다 그 시간이래봤자 정확히 말했다면
칠 분에서 십 분 정도일 것이다
남자의 피스톤 운동이란 흥분이 되면 점점 빨라져서 그 시간 동
안에 들어갔다가 빠져나갔다가 하는 횟수로 친다면 수백 아니 수
천 번의 왕복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에 여자는 길던 팎던 간에 남자의 섹스 시간에 맞춰서 만
족하게 되는 것 또한 신이 인간을 창조하면서 묘하게 만들어 놓은
원리라고 생각되어졌다
남자가 조루라면 여자 또한 조루에 걸맞게 흥분하게 되어 있었
다 간혹 남자보다 여자가 더 시간이 긴 경우가 있어 성적인 갈등을
일으키긴 하지만
주리는 생각했다 한국 남성들이 처음엔 여자한테 두꺼운 전희를
하면서 녹여 주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 위주의 성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보면 나중에는 전회라는 것을 빼버리고 우격다짐식으
로 피스톤 운동으로만 여자를 정복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다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여자는 성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지도록 만들고 권태
기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여자는 어디까지나 불변의 존재일 것이다
남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달려 있을 뿐이다
성이란 흔자만의 공유가 아닌 두 사람의 공동 몫이기도 하다는
것을 남자들은 왜 모를까
그게 궁금했다
주리가 만난 남자들마다 자신의 성적인 욕구만 헹궈내기에 바빴
다 이때까지의 그동안 려은 체험이란 다 그런 식이었다
주리의 꽃잎에 사정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 행위의
단순함이란 정알이지 더 깊은 갈증만 일으키곤 했다 가도가도 끝
이 없는 황톳길 이란 시어가 있듯이 뽀얀 먼지만 잔뜩 일으키고는
휑하니 떨어져나가 버리는 남성이란 존재는 그야말로 알다가도 모
를 존재임엔 틀림이 없었다
모든 동물들도 그럴 것이다
일단 수컷이 사정을 하게 되면 더이상 지탱하기란 힘이 든다 사
정과 동시에 수그러들어 버리는 탓에 성기가 흐물흐물해져 버리는
것이다
힘이 없는 그것은 퍼스톤 운동을 불가능하게 했다 정말 이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여자란 존재는 아무때나 마음만 있으면 몇 번이라도 가능한 반면
에 남성이란 일회성으로 끝나 버리는 것이다
주리는 남자와의 섹스에서 생물학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곤 했다
감정은 같을지라도 섹스를 하는 동안의 파정이 서로 틀린다는 것이

남성이 피스톤 운동을 하노라면 여성은 우선 그걸 즐기기 위해
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느낌을 확실히 받으려면 무언가 달콤
한 느낌을 얻기 위해선 남성이 움직이는 미묘한 감촉을 상상하면서
즐기는 편에 속했다
그리고 뜨거운 정액이 쏟아져 들어을 때의 절정감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단 오 븐 낄진 십 븐인 진락진 않는 그런 동작엑서도 커다란 느낌
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은 오로지 여자가 밑에서 느끼는 동안의 남성
의 격렬함 때문일 것이다
잡아죽일 듯이 마구 치밀어올라오는 남성에 수없이 부닥치면서
나른한 쾌감을 얻는 것인데 주리가 겪은 대개의 남성들이란 혼자
만의 동작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좀더 자극적이었으면하는 바람이 많았던 것도 그런 여유
일 것이다
여자의 여운이 오래간다면 남자는 일회성으로 모든 걸 한꺼번에
쏟아부어 버리는 존재다
주리는 윽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서 강한 쾌감을 느긴다
이 남자는 자신을 어떻게 몰고 갈 것인가
그런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욕실문이 열리면서 그가 나타났다 완전히 벌거숭이가 된 그였

타월로 머리를 털며 소파로 왔다
어 너무 시원하군 덥지3
그의 남성이 빳빳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힘차게 솟아 있는 그것을
보면서 주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웃지 뭐가 묻었나
그러면서 그가 밑을 내려다봤다
아녜요 그냥 그러고 서 있으너까 이상해서 그래요 너무
노골적으로 서 있는 것 같아서
주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 그가 뒤에서 뭐
라고 말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주리는 욕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 방금
샤워를 하고 나간 남자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벽에 물기가 튀어 있는 게 보였다 면도를 했는지 쓰다가 만 면도
기가 세면대 위에 놓여져 있었다
주리는 남자가 쓰던 물건을 바라보는 것처럼 야룻한 것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것이 비록 면도기일지라도 그랬다
벌거벗은 알몸의 남자가 욕실 안에서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상상력
이 저절로 발휘되는 것이다
주리가 여중 일학년이었을 때 우연히 본 적이 있는 남자의 자위
행위가 떠오르곤 했다 그때는 주리도 처음엔 그가 뭘 하는지를 모
를 때였다
이웃집에 사는 세든 청년이 방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
심히 문지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마침 주리는 집 옥상에서
이웃집을 내려다보는 광경이었으므로 방 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
이는 그런 구조였다
그 청년은 아랫도리를 내려놓고서 무언가를 열심히 문질러댔는데
얼마쯤 지나자 고통스런 얼굴 표정과 함께 허연 액체를 뿜어내는
것을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그 광경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
았다
그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다면 남자들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섹스를
할 때에도 그랬다
남자가 위에서 사정을 하느라 잔뜩 찡그린 얼굴 숨이 찬 듯이 허
덕이는 모습 무엇엔가 쫓기듯이 황망히 쏟아내는 모습 등은 결국
남자들이 사정에 임박해서 만들게 되는 공통된 모습들이기도 했다
주리는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사낄기를 갖다댔다 시원한 물이
쏟아져나왔다
머리는 그대로 둔 채 목덜미께에서부터 물줄기를 쏟아내렸다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기운으로 인해 다시긍 성적인 욕子
가 꿈틀대는 것이었다
남녀의 관계란 마치 물과 물의 교접인 것처럼 느껴졌다
여자가 흘리는 음액과 남자가 흘리게 되는 정액의 교합이 바로
물이 아니던가
물과 물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내는 소리 또한 성적인 흥분
을 최대한 자극시켰다
주리는 섹스를 할 때마다 밑에서 나는 물소리 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 소리를 듣는 날은 왠지 섹스 예감부터가 좋
았었다
나중엔 남자가 치받는 힘이 세어지면서 밑에서 찰박거리는 소리
가 나면 절로 까무러칠 듯이 절정에 오르는 것도 그녀만의 성감대
랄 수 있었다
귀로 듣는 성감대라고도 할 수 있었다
대개의 남자들은 섹스가 진행중이면서도 그때까지 주리가 뭘 뭔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오래도록 시간을 끌려고 발버등치다가 자신도 모르게 정액
을 쏟아내는 것으로 정력을 허비할 뿐이었다
주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찰박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
러자먼 자연히 람자의 부딪침이 커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자가 웬만큼 세게 내려치지 않고는 그런 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대개 남자들은 그렇게 되기도 전에 사정을 해
버리는 것이 예사였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주리가 쾌감을 못 느끼는 건 아니디
느끼기는 느끼지만 그렇게 커다란 절정감은 오지 않았다
도톰한 숲 부위가 벌겋게 되도록 세게 부딪쳐 주는 남자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리는 지금 샤처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남자는 어떤 유형의 남자일까 송사탕처럼 아주 나긋나
긋하게 어루만져 주며 시간을 최대한 끌려고 하는 남자는 아닌지
그리고 그런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밀착한 상태로 조금씩만 움
직이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그랬다
들쑥날쑥거리는 움직임이 작은 남자는 섹스에서 영 젬병인 셈이

주리는 자신의 샅을 씻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절대 그러한 불
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혹시 그가 입술을 갖다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꽃잎 사이에
끼였을지도 모르는 이물질 같은 것을 찬찬히 씻어냈다 쪼그리고
앉아 샤워기를 갖다대었으므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그곳을 씻어

그러는 동안에도 주리는 계속 상쾌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
했다
거실로 나왔을 때 그는 소파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It앉지 맥주 한잔 해요 너무 시원해
그가 내민 캔에서 그녀는 맥주잔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맞
은편에 앉았다
그가 따라준 맥주잔에서는 하얀 거품이 줄기차게 일어나고 있었

뽀얀 먼지 같은 거품이 물 속에서 수없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그 거품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그럴싸한 관계가 이
루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거 벗지 아가씨 같은 아름다운 숙녀가 그런 것으로 가린다는
것은 죄악이야 하하하
그가 일부러 큰소리로 웃어댔다
이것도 죄악이에요 누구한테 죄악이라는 얘기죠
주리는 일부러 그런 질문을 해보였을 뿐이다
응 그건 바로 앞에 있는 남자한테 죄악이라는 거지 이건 내가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벗어 버려 여긴 아무도 없잖아 나도 벗었
는걸 뭐
남자란 대개 그렇다 자신이 벗은 상태로 있으면서 여자한테도
벗으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름다운 주리의 몸매를 관찰하고자 하는 욕망이기도
했다
주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약간 일어나 타월
을 벗겨내렸다 그러고는 소파에 다시 앉았다
주리의 검은 숲은 유난히 새카맣게 윤이 났다 삼각헝의 숲이 반
쯤 가려진 상태로 사타구니 사이로 보여졌다 가는 다리와 흘쭉한
배 그리고 역시 가는 허리에 대비되어 드러난 숲은 앙증맞게 보여
졌다
숲속의 작은 계곡이 보일락말락 드러났다가 길을 잃은 듯이 감풔
져 버렸다 숲속에 파묻힌 계곡이 반쯤만 보여졌다
그의 눈빛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꾸 거기만 보세요 아이 싫어요
주리는 다리를 오므렸다 그 바람에 보일락말락 드러났던 계곡의
끝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냐 너무 보기가 좋아서 그래 그렇게 다리를 오므려 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조금만 더 벌려봐 그냥 자연스럽게 앉아요
굳이 이런 데서까지 그런 걸 감출 필요가 있을까
小래도
그러면서 주리는 조금 다리를 벌렸다
다시 검은 숲이 드러났고 그 속에 숨은 계곡의 일부가 연분홍빛
으로 물들어 있는 게 보였다
작고 단단한 젖가슴이었다 앙팡지게 올라붙은 젖가슴이 마악 물
기를 털어낸 듯이 싱그러움을 안고 거기 있었다
그는 맥주를 마시면서도 주리의 알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러나 주리는 젖가슴과 검은 숲을 살피는 그의 눈길이 이상스럽게도
징그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 이럴까
주리는 지긍 이 남자의 마술에 걸려든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
반문해 본다
어쩌면 주리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덫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
른다
날벌레를 포획하기 위해 어둠 가운데 거미줄을 쳐두는 것처럼 지
금 그녀는 거미의 습성을 닳아가고 있었다 거미란 놈은 자신이 쳐
둔 거미줄에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먹이가 맛있는 것이 되기를 학수고대하며 지금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긴다
람자란 정말 이상해요
주리는 그외 시선을 혼란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꺼냈다
그가 곧 질문을 던져왔다

公건 여태까지 줄곧 서 있는 그것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든 사정을 하지 않으면 죽지 않을 것처럼 빳빳하게
서 있는 것이 너무 이상해서요
으응 이거 이건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 마음껏 사정을 해
야만이 그때서야 죽어 버리지 지금 난 조금이라도 빨리 집어넣고
싶은걸 굉장히 흥분되어 있어 맥주를 마시면서 겨우 참고 있는 거
주리는 그의 말에 웃기만 했다 피돌기로 인해 꿈틀거리듯이 흔
들거리는 그것이 빳빳이 위로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것이 우스웠

그가 서둘러 맥주를 다 비우고는 아직 맥주를 다 비우지 못한 주
리를 쳐다봤다 주리는 그때 갑자기 자신의 잔을 쳐다보고 있는 그
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주리는 얼른 잔을 비워내고는 다리를 꼬았다
술 더 하실래요
아니
그가 다소 무덤덤하게 대답을 했다 아마 술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리는 그가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야만
했다 그의 관심어린 눈빛이 그랬다
저 갖고 싶으세요
그는 말 없이 주리의 아래쪽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찰짝 다리를 벌렸다
두 다리 사이에 감추어진 숲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숲 사이에
숭어 있던 계곡의 물줄기가 가느다랗게 드러났다
이젠 됐어요
주리의 말에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불쑥 손이 다가왔다
11
주리는 그가 꽃잎을 더듬어보고 싶어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의
손이 다가와 꽃잎을 헤치기까지 그리고 그 꽃잎 주위를 더듬으며
천천히 계곡의 갈라진 부분에서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꽃잎을 조금웍 헤치며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은 계곡을 따라 오르
내렸다 얇은 살갗이 파르르 떨리는 듯한 전율이 왔다

주리는 약간의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어 꽃잎을 짓이기듯이 어루만졌다
돌기 부분을 손가락끝으로 만지작거렸을 펀 이미 주리는 눈을 감아
버렸다
이상하다 이렇게 빨리 감흥이 오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다리를 더 넓게 벌려 그의 손가락이 더 깊이 들어을 수 있
도록 했다 오줌이 마려운 것처럼 간질거리는 쾌감이 리드미컬하게
다가왔다간 멀어지곤 했다
그가 안 되겠던지 주리 옆으로 건너왔다
다시 연속적으로 좀전의 동작이 계속줬다 바로 옆에 앉은 그는
더욱 편한 자세로 그녀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무릎 위에다 한쪽 다리를 쳐들었다
약간 벌어진 듯한 자세에서는 그의 행동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주리 넌 너무 이뻐 내가 미치겠어
주리는 귀 속으로 파고드는 그의 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흠
뻑 젖었다는걸 알수 있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이제 하세요 됐어요
주리가 재촉했지만 그는 아직 그럴 엄두도 내지 않고 있었다 주
리의 젖가슴을 움켜쥔 다른 손으로 계속적으로 꽃잎 속을 들락거렸

깊게 골이 파진 곳을 어루만지며 밑으로 내려갈 때는 마치 땅 속
으로 잦아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리가 몇 번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자 그는 천천히 주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 I
주리의 입에서 가느다란 탄성이 터져나오기를 기다리는 그였다
이번에는 그의 혀가 공격해 들써오기 시작했다
꽃잎 주위를 할으써 검은 숲까지 넓게 피져나갔을 때 그의 혀가
부리는 마술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자꾸만
풍랑을 일으켰다
팼어요 죽겠어요
주리는 마른 침을 삼키며 겨우 말을 했지만 그는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그의 혓바닥에 닿는 곳마다 잠자리 날개 같은 떨림
이 자꾸만 일어났다
그동안 주리는 자꾸만 소파 밑으로 몸을 내리느라 소파 끄트머리
에 겨우 엉덩이가 걸려 있었다
그가 주리의 꽃잎을 벌린 것도 그때였다
그는 혀를 동그랗게 말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래위를 할으며
오르내렸다
주리는 온몸의 물기가 전부 그곳으로 몰린 듯 자꾸만 밑으로 잦
아드는 느낌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주리는 저도 모르게 그 남자의 성기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힘껏
잡아당겨 자신의 몸 속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얼떨결에 삽입이 된 채로 그가 쓰러지듯이 밀착되어 왔다
주리는 앉은 자세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가 힘쩟 내리찧을 때마
다 소파가 내려앉는 듯한 소리를 냈다 엉덩이의 살갗이 소파의 가
죽에 맞닿아 삐걱거리는 소릴 냈다
그의 것은 예상 외로 단단했다 한번씩 내리칠 때마다 꽃잎이 파
열되는 듯한 느낌이 왔다 그리고 다시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주리
에겐 까마득한 놜흘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울까
그의 말에 주리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정면으로 그를 받아들이
자 그는 납작하게 엎드린 채로 몇 번이나 정구공이를 찧어댔다 그
러나 그게 몇 번째였을까
지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뜨뜻한 기운이 몸 속으로 파고드는 걸 느끼며 주리는 눈
을 떴다
주리는 그가 마지막 안간힘을 산는 것을 보며 사정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렸다 그를 좌악 끌어안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주리는 그가 가능하면 사정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를 끌어안았다
어 헉
그는 결국 사정을 하고 마는 것이었다 진저리를 치며 거세게 피
스톤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안간힘으로 사정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에게서 자꾸만 뜨거운 것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몸 속으로 몸
속으로 자꾸만 깊이 들어가려는 듯이 쿨럭거리며 쏟아졌다
이번엔 서로의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그의 혀는 뱀처럼 주리의
혀를 붙잡고는 놓아 주지 않았다
혀끼리 서로 엉키면서 그의 팔에도 힘이 들어왔다 주리는 그의
팔힘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섹스가 끝났을 때의 허전함이 또 밀려왔다 그럴수록 주리는 그
를 놓아 주지 않았다 마치 그의 성기가 다시 되살아나서 불사신처
럼 덤벼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몸 속에서 그의 것이 점점 쪼그라드는 걸 느꼈다
조금씩 헐거워지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속엔 뜨뜻한 액체만 잔뜩 고여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었다
주리는 그를 풀어 주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떼며 말했다
너무 좋아 좀 빨랐지
그는 미안한 듯이 말했다 주리는 그렇다고 말할 수도 그렇지 않
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애매모호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기분이 한창 달뜨다가
멎어 버린 것처럼 영 이상했다
네가 세서 그래 내가 맥을 못 추겠는걸 아가치라고 얕잡아봤다
가 큰코 다치겠어 하여튼 너무 좋았어 내가 입술을 댔을 때 그곳
에서 나는 향기조차도 좋았어 그냥 이대로 잤으면 좋겠는데
그는 정말 만족한 듯했다 얼굴 가득 환희의 빛이 나타났다
일찍 사정을 해버린 사람치곤 조금의 쑥스러움도 없는 그런 표정
이었다
잘까 자다가 일어나서 가지
그가 다시 주문을 해왔다 그때서야 주리는 마지못해 대답을 했

헌저 주무세요 전 조금 앉아 있다가 잘게요
그녀의 말에 그는 곧 침대로 갔고 눕자마자 금방 조용해졌다 그
의 가는 숨소리를 들으며 주리는 살그머니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주리는 머릿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성性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남들은 사정을 끝내고 나면 금방 잠에 곯아떨어졌다 일과성으
로 끝난 섹스일 뿐이라고 생각되어졌다 그의 짧은 섹스에서 그녀
는 아직도 좀전의 흥분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불과 오 분 정도 되었을까 그가 전회를 하는 동안까지 다 합치면
십 분 정도 되었을 것이다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이상의 시간은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주리는 천철히 역순으로 기억을 해내려가듯 그가 처음부터 했던 행
동에 대해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처음 소파에서 주리의 꽃잎을 애무하던 시간이 오 분 정도 되었
을 것이다 그리고그가삽입해서 움직이는 시간이 한 오 분 정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씩 안타까움이 물밀듯이 솟구치기 시작하
였다
왜 남자들은 저만 흔자 만족하고 마는 걸까
주리는 자신이 못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제대로 해주지 못
했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울음이 터져나을 것만 같은 기분이
었다
갑자기 서글퍼지는 기분으로 오래도록 그러고만 있었다
간단히 샤일를 끝마치고는 방으로 나왔다
그가 침대 위에 반듯이 자고 있는 게 보였다 죽어 버린 남성이
마치 어린아이의 것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너
무 왜소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것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제법 크게 느껴졌지만
사정을 끝낸 지금의 그것은 형편없이 볼품없는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린 뒤였다
작고 말랑말랑한 것이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한쪽으로
뉘어져 있었다
주리는 침대 옆으로 가서 걸터앉았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털이 무성
한 숲 가운데 힘 없이 늘어져 있는 그것은 전의를 완전히 잃어버린
패잔병처럼 보였다
그녀는 절로 웃음이 배어나왔다
잠자고 있는 남자의 그것을 바라보는 일이란 정말 우스꽝스러웠
다 어쩌면 가련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남자의
허세를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 자꾸만 쿡쿡거리는 웃음이 튀어나왔

남성은 잠들지 않았을 때에 힘이 가득 차 보이는 것이지 전의를
잃어버린 물건은 마치 구겨진 휴지조각보다도 더 흥한 물골을 하고
있었다
말랑말랑하게 생겨먹은 그것은 제멋대로 구부러져서 어떠한 자극
을 준다고 해도 더이상 일어설 것 같지 않게 보여졌다
주리는 남자의 그것을 만져보았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너무 부드러웠다 마알간 액체가 그
끝에 묻어나와 있었다
주리의 손놀림에 따라 힘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것을 만지작
거리다가 놓아 주고선 창가로 걸어갔다
창 밖에는 저녁 어스름이 묻어나고 있는 노을이 내리깔리고 있었
다 아직까지도 수상스키를 즐기고 있는 남녀들은 깔깔거리며 하얀
물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물에 번지는 파문이 하얀 금을 만들어냈다 강물 위에 그려진
하얀 금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오래도록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

주리는 다시 남녀간의 섹스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였다 그저 밋밋하고 빳빳한 것
하나만으로 여자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서 허세를 부려대
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자란 과연 섹스만으로도 여자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그 이상의 다른 어떤 무엇이 없이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만일 돈이나 명예 따위가 없이도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그런 허
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녀의 생각은 섹스를 빼고 나서 다른 어떤 것이 남녀간에 작용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요즘 현대를 사는 여자들에겐 섹스만이 전부가 아니라 어느 정
도의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아름다운 여성과의 동침이 가능
한 일이었다
경제력이 없는 남자와의 섹스란 70년대식의 서글픈 사랑일 수밖
엔 없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남자와의 섹스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

결국 돈과 섹스는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 자신이 먼저 가슴 속이 화끈거렸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 자신이 남자와의 섹스에서 그 어떠한 것을
바라고서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녀로 본다면 순전히 섹스를 즐기는 타입인 것이지 돈과는 아
무런 연관도 갖질 않고 있었다 다만 남자가 조금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음식점을 드나들어도 기분좋게 돈을 낼 수 있을 정도면 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초부터 주리는 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 부족함을 느낄 만
큼 돈에 대해 구애를 받지 않았고 그녀 자신이 손수 아르바이트를
나선 것도 일종의 사회 경험을 얻는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일 뿐
이었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은 그대로 저금통장으로 쑤셔
박아 버렸다 필요한 만큼의 경비만 제하고는 전혀 쓸 데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코 값비싼 옷은 사 입지 않는 편이다 그때그때마다 유
행하는 비메이커 옷이라도 그녀 자신이 걸치기만 하면 곧 유명메이
커처럼 나타나는 바람에 옷값은 들지 않는 편에 속했다
요즘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여자들의 성적인 광란을 바라
보면서 주리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미스라면 또 모
르겠지만 가정을 가진 주부들이 스스럼없이 밖으로 나와 애인을 만
나 대낮에 즐기고 들어간다는 것은 그녀로 볼 땐 허술하기 짝이 없
는 여자들의 광기로밖엔 보여지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질투심이랄까 아니면 자신의 미모에 킬한
우월심이랄까
대낮에 스스럼없이 모텔을 드나들며 하는 짓거리에 대한 분노일
지도 모른다
자신이 일을 하는 동안에 도처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섹스에
대한 여자로서 느끼는 분노임엔 틀림이 없었다
주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잘게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남자들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었다
결코 드러나지 않게 아무나 붙잡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꼭
하고 싶은 상대와 더 많이 관계를 가지고 싶었다
그것은 주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럼으로 해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한 더 많은 관찰을 하고 싶었
다 남자의 성기의 능력과 여러가지의 성적인 테크닉의 기교와 사
정에 이르는 시간까지도 세밀히 알아두고 싶었다
남자에 대해선 주리 자신이 최고일 정도로 그 분야에 대한 지식
을 갖춰두고 싶었을 뿐이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이 바로 섹스라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그
만큼이나 오묘해서 금방 잊어버리거나 순간적인 흥분으로 인해서
까먹어 버리는 것이 더 많았는지 모른다
섹스가 끝났을 때 곧바로 좀전에 있었던 짜릿한 행위를 기억해
내려고 해도 곧 잊어버리는 것이 섹스의 건망증이었다 그건 왜 그
런지 모르겠다
흥분된 상태에서의 모든 행위는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는 그가 몇 번 젖꼭지를 애무했으며 꽃잎을 몇 번
핫았는지 행위를 하는 동안 여러 번 계속된 것도 분명히 기억하지
못했다
낭성이란 사정과 동시에 모든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주리는
그렇게 단정지었다
그렇다면 남자의 섹스 테닉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얼마나 기교 있게 하느냐는 말일 것 같은데 파연 어떻게 하는 것
1기교 있는 테크닉이라는 것일까
여자를 죽여 주겠다고 벼르는 남자들의 허풍을 그대로 믿진 않겠
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영 가시질 않는 것이다 만의 하나 그런
남자가 이 세상에 없는 것도 아닐 성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리는 불행하게도 껌벅 죽을 만치 짜릿한 쾌감을 느껴보진 못했
다 그저 좋다는 느낌 정도일 뿐이었다 지금도 주리는 그러한 섹스
를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화끈거릴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왠지 모
르게 쓸쓸항과 함께 진한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내면으로 솟
구치기도 했다
주리는 침대에 누워 있는 탐자를 돌아보았다 아직 그대로 곤히
잠들어 있는 그가 보였다
옆으로 누운 채로 자고 있는 그의 사타구니에 박힌 그것이 축 늘
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검은 숲속에서 겨우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 같았다 작고 동그란
귀두 부분이 유난히 커 보였을 뿐 뿌리 부분은 숲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마치 조그만 공을 숲속에 떨궈 놓은 것처럼 보였다
주리는 다시 강쪽을 바라봤다
어스름이 짙게 깔린 수면 위에는 이제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도 보이질 않았다 조금 답답했으므로 주리는 土리가 나지 않게 창
문을 열어젖혔다
뒷산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런 풀냄새를 몰고 왔다 코
끝으로 스며드는 풀내음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그 내음을 맡고 있었다
어디선가 밤꽃 내음이 흘러 들어오는 것도 같았다
왜 사람들은 밤꽃 내음을 남자의 정액 냄새에 비유했을까7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그 냄새를 맡으려고 애썼다 정말 그 냄
새는 밤꽃 내음이었다
약간 비린 듯하기도 하고 풋풋하기도 한 그 내음은 정말이지 남
자의 그것과 냄새가 흡사했다
처음 주리가 김 대리한테 당했을 때 나중에 아파트로 돌아와 팬
티에 묻은 물기를 맡아본 적이 있었다
그 냄새가 꼭 밤꽃 같았다
처음엔 비위가 상할 것처럼 울컥했지만 곧 풋풋한 내음으로 맡아
졌다 남자의 몸에서 빠져나온 정액이 바로 밤꽃의 내음과 흡사하
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리는 힐끗 벽시계를 쳐다봤다 8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일을 나가려면 시간이 충분했지만 괜히 마음부터 앞섰다
그를 깨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가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마
치 깨우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만 같았다
주리는 더 답답함을 느꼈으므로 결국은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방문을 살그머니 닫고 나왔으므로 그가 깼을 염려는 없었다
밖엔 어둠살이 퍼지기 시작하고 있어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들
의 미등이 빠알갛게 켜져 있었다
좁은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들을 보면서 주리는 무작정 길을 따
라 걸었다 이렇게 한가하게 길을 걷는 것도 차암 오랜만이라고 생
각되어졌다
발걸음조차 가벼움을 느꼈다 길 양 옆으로 숲들이 오막하니 길
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그 사이로 걷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길에서 만나다
늦은 저녁의 산책
주리는 수상스키장을 벗어나 서울에서 들어오는 양수리 초입 쪽
으로 걸어갔다 좁은 길이었그므로 뒤에서 차가 올 때에는 절로 길
가장자리 쪽으로 벗어나 걸었다
차가 지나치면서 일으키는 바람의 속도만으로도 주리는 약간 겁
이 났다 만약 이런 곳에는 음주 운전을 하는 차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디까지 가s
주리는 깜짝 놀랐다 언제 다가왔는지 바로 옆에서 차문을 내린
남자가 씽긋 웃으며 묻는 것이었다
검은 모자를 쓴 젊은 청년이 거기 있었다 창문을 내린 차 안에는
그밖에 없었다
팼어요 그냥 걸어요
주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티람을 쐬러 나왔나요
엠티 왔어요
낭자는 자꾸 차를 갖다붙이며 따라오고 있었다
아노
그럼요
흔자 놀러 왔어요 그냥 가요 전 걸을래요
주러는 남자가 치근덕거리는 게 싫어서 톡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한마디로 거절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주리가 길 가장자리로 붙
으면 차도 역시 길 가장자리로 바싹 붙는 것이었다
저어 같이 드라이브나 해요 이런 데서 혼자 걷는 건 위험합터
다 혹시 누가 납치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래요
그는 반 농담식으로 엄포를 놓아댔다
활짝 웃는 폼이 겁을 주기 위한 말이었지만 주리는 그 말을
순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한적한 곳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동안에 납치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주리가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타요 전 믿을 만하니까요 겁주려고 그랬어요
주리는 그를 쳐다봤다 모자를 고쳐 쓰는 그의 웃음이 낮익은 듯
이 다가왔다
그가 따라오는 게 싫지 않게 느껴졌다
그가 주리의 머뭇거림을 알아차렸는지 조수석의 차문을 열어 주
었다
타요 저도 혼자 놀러 왔어요 엄마가 뭘 좀 사다달라고 해서 나
왔어요
할 수 없었다 주리는 마지못해 차에 탔다
거 봐요 일단은 내 말이 성공했네요 내가 엄포를 놓으니까 탔
잖아요
그는 대단한 모험을 한 듯이 기분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겁이 나서 탄 게 아녜요
주리가 톡 쏘아붙이자
心럼 왜 탔어요 겁 안 나요 이런 데서
그가 속사포처럼 되물었다
차들이 많이 다니잖아요
차들도 차들 나릉이죠 나 같은 선량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불
그가 장난말처럼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런가요
주리는 처음으로 그의 말을 인정했다 그 말 역시 그를 기분좋게
해줬는지 그는 시디플레이어를 작동시켰다
곧 커다란 음악이 튀어나왔다 김건모의 스피드였다 빠른 템포
의 리듬감이 차 안 실내를 가득 메우는 듯했다
댄스곡이군요
네 요즘 유행하는 김건모의 노랩니다 이 노래 알지요
알아요 그렇지만 전 이런 노래 안 들어요
주리는 조금은 튕기듯이 말끝을 올려붙혔다
小럼 어떤 노래를 좋아하세요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갈 듯이 주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말을 꺼냈다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라는 곡 알아요
그가 한방 먹었다는 듯이 모자를 뒤로 활짝 젖혀서 썼다 미안한
듯한 표정이었다
小 음악 역시 빠르고 강렬한 템포죠 바이올린과 피아노 합주곡
인데 한번 들어보세요
아 네 서을 가면 꼭 찾아서 들어보죠 뭐 레코드 가게에 가면
있겠죠 그 시디 말예요
있죠 당연히
그는 이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음악적인 모자람이
드러난 이상 주리한테 더 많은 말을 해봤자 손해일 것이라는 생각
이 든 모양이었다
그가 음악소리를 줄이고는 손가락으로 핸들을 토닥거렸다
음악 전옹이세요
아노 그냥 그 음악만 좋아해요 좋은 곡인 것 같아서요
그럼 뭐 전공이죠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가만 있으면 그는 끝도 없이 계
속 물어오기만 할 것 같았다
한번쯤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가 스스로 알아맞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리는 자신의 입으로 이미 휴학한 학과를 들먹인다는 것이 용납
되지 않았다
무슨 과지
그가 주리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치
였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아하 알겠다 연극영화학과 맞아요
주리는 그 말에 기가 차서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다시 화인하듯
이 들여다보자 주리는 도리질을 해보였다
그럼 뭐지 미술
역시 이번에도 주리가 도리질을 하자 그는 좀 재미없다는 듯이
멍하너 쳐다보기만 했다
운전 조심해요 그렇게 쳐다보다가 사고라도 나면
주리가 염려스러운 듯이 그를 돌아퉜다
땁니다 제가 다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그건 염려하지 마세요
누구랑 같이 왔어요
이번에도 역시 주리는 그저 운기만 했다
도대체 말을 안 하기로 작정한 사람 같아요 뭐가 비밀이 그렇게
많아요 전부 다 비밀입니까
그가 활곽 웃으면서 침을 놓았다
그건 아니예요 그냥 왔어요
그냥 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누구랑 같이 왔겠죠 친구 애

그가 집요하게 묻자
灰냥 왔어요 애인이랑 왔으면 이렇게 혼자 거닐고 있어요 이
쪽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한번 와본 거예요 근데 나한테만 자꾸
물으시는데 댁은 왜 말 안해요
이번엔 주리가 침을 놓았다 그 말에 그가 허를 쩔린 듯이 과장되
게 큰소리로 웃어 보였다
아 그렇네요 참 전 K대학 우주공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
주에 대해 관심이 많죠 장차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이 우
주에 관한 것으로 연구 대상이 될 날이 오리라고 봅니다 지금은 조
금 이른 감이 있지만 처음엔 전산학과에 가고 싶어했다가 우주공
학과로 돌린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요 이름은 송창운이구요
현 학번이세s7
주리가 물었다
댁은 이름도 학과도 안 가르쳐 줬잖아요 심지어는 대학도 안
가르쳐 주면서 나한테만 강요하는 것 아닙니까
그는 다시 커다랗게 웃었다
여자는 그래요 괜히 잘못 가르쳐 됐다가 후회하기보다는 차라
리 천천히 가르쳐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은 다 늑대라고
늑대
그가 웃던 동작을 멈추며 주리를 돌아봤다
勺1 늑대라고요 우리 과에서는 남자들보고 모이라고 하는 말을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야 늑대 모여라 하고 말하면 다 모이는걸
요 그래서 남자들은 모두 늑대라고 불러요
주리가 설명하듯이 말히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어
젖혔다
그렇다고 해서 전부 다 늑대라고 하면 어잽니까 늑대 중에도 나
쁜 늑대가 있고 좋은 늑대도 있잖습니까 전 좋은 늑대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그가 그런 식으로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렸다
좋은 늑대가 어딨어요 늑대는 모두 나쁜 거죠
아노 전 착한 늑대일 겁니다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공부 착
실히 하고 말썽 안 부리고 교수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좀 있는 편이고 그래서 이렇게 딴 길로 안 새고 엄마 아빠랑 여동
생들과 같이 이곳엘 놀러 온 거 아닙니까
그가 말하는 동안 어느새 강을 끼고 돌고 있었다 주리가 있었던
모텔의 반대쪽이었다
어마 어디로 가는 거죠 물건을 사러 나왔다면서요
주리가 놀란 듯이 묻자
勺1 맞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댁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내가 할일을 잊어버린 거죠 뭐 강이라도 한바퀴 돌다가 들어가고
싶어서요
주리가 이름도 안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해 이름도 성도 모른다면
서 종크를 주는 것이었다
그럼 아까 말한 착한 아들이라는 말은 거짓말이군요 엄마가 시
킨 심부름을 망치고 이령게 노닥거리고 있으니 벌써 알아볼 만하
군요
이번엔 주리가 맞받아서 핀잔을 주었다
小賣게 됩니까 내가 당했군요 그렇지만 난 아직 부모님께 말쌩
을 부린 적은 없거든요 너무너무 착한 놈이죠
그가 다시 착하다는 걸 강조했다
匕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렇게까지 착한 것은 혹시 마마보이
아녜요 엄마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난 그런 남잔 정말 닭살
오르더라
이번에도 주리는 말끝에다 핀잔을 매달았다
어어 계속 그렇게만 보실 겁니까 이거 어떻게 보여 줄 수도
없고 미치겠네
그는 계속 엄살을 부렸다
그럼 어디 한번 보여 주세요 대체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말이
에요 남자들이란 모두 허풍이나 떨어대죠 그런 말에 여자들이 모
두 깜박 넘어가는가 보조了
주리의 말에 그는 난색을 표시할 정도였다
우측 깜박이를 켠 그가 차를 길 옆으로 몰아세우며 사이드브레이
크를 들어을렸다
길 옆의 잡목숲이 너무 울창해서 차의 지붕까지 다
정도였다
갑자기 어둠 속으로 들어와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진 않죠 제가 그렇게 허풍쟁이처럼 보입니까
뒤덮어 버릴
그 말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가 딱히 허풍쟁이라는 분명한 느낌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것
이다 다만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자연히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 뿐
이었다
그리고 남자란 때론 허풍을 떨 때가 있겠죠 여자 앞에서 잘나
보이려고 그러는 건 순전히 애교로 봐줘야지 그런 것도 없다면 그
건 무관심일 뿐이에요 제가 이렇게 댁을 태운 것도 일종의 지대한
렸다 마치 언변이 능한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말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되었다
분명히 반박할 건덕지가 있었는데도 주리 쪽에서 대꾸할 말이 없
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 식으로 남자를 보는 건 좋지 않습니다 남자가 뭐 늑댄가
요 그리고 막무가내식의 허풍쟁이는 아니죠 아까도 말했지만 여
자한테 관심을 보이려다가 보니깐 그렇게 보일 뿐이겠죠 남자도
진심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이제 아셨죠
그는 말끝마다 매번 화인이라도 하듯이 되묻고 있었다 역시 이
번에도 주리는 대답할 마음이 아니었다
좀전까지만 해도 발랄하게 대꾸하던 그녀였지만 막상 대꾸할 말
을 잊어버리고 나니 그녀 자신이 먼저 시들해지는 기분이었다
겨우 꺼낸다는 것이 이랬다
이제 가야죠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참이에요 엄마 심부름을 나
왔다면서요
그 말에 그가 우습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왜요 너무 시간이 오래 췄잖아요
꼭 그렇게 말을 해야 합니까 이런 데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흔
자 왔다면서 윌 그렇게 나를 쫀아내려고만 그러십니까 같이 좀 있
으면 어디가 덧나요 난 좀더 같이 있고 싶은데
이젠 그도 정면으로 나왔다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드러낸 말
이었다
때로 남자들은 궁지에 몰렸다 싶어졌을 때 또는 시간이 촉박했
을 때는 가끔씩 그런 식으로 나옴으로써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을
때가 있었다
같이 있고 싶다고요 나랑
네 그래요 흔자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강가를 거닐며 시를
읖을 수도 있고 또 흑시 알아요 서울로 돌아가서 계속 만나
게 될지 이런 작은 인연이 결국에는 만남이라는 커다란 강물이 되
는 거예요 커다란 만남이란 없는 겁니다 처음부터 작은 인연으로
시작하는 거지
그는 정말 같이 있고 싶은 모양이었다
주리는 난감했다 지금 모텔에는 그 남자가 자고 있잖은가 그런
데 잠간 바람이라도 쐬고 들어온다는 것이 이렇게 되고만 것이다
왜요 안 돼요
그가 옆에서 다그쳤다 결코 성급하지 않은 그의 다그침이었다
주리는 잠시 입술을 깨물며 생각하는 듯했다가 성큼 고개를 끄덕
였다
좋아요 그럼 일단 엄마 심부름부터 하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해

주리의 말에 그는 얼른 혜드라이트를 켜며 천천히 차를 움직였
다 한적한 길 중앙으로 차들이 가끔씩 지나다닐 정도였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살피던 그가 천천히 좌측 깜박이를 켜면서
차선으로 접어들었다
그가 길 옆 가게로 들어가 물건을 사는 동안 주리는 차 안에 앉
아 있었다
상점의 회미한 백열전등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빛에 실루엣처럼 비
쳐져 보이는 그의 옆모습이 앳된 대학생인 것처럼 보여졌다 짧게
자른 단정한 머리며 헐링한 티셔츠에다 통 넓은 한바지 차림이 아
무런 부담감을 주지 않았다
그가 이것저것들을 들었다가 놓으며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는 모
습도 순진하게만 보였다
주리는 앉은 채로 길 건너편의 상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만에 그가 커다란 비닐 봉지 두 개를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

고게 뭐예요
주리가 물었다
그가 뒷좌석에다 비닐 봉지를 집어넣고는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
왔다 그러고는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네 마실 거예요 따서 마셔요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안 마셔요
주리는 받았던 병을 도로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그가 옆으로 돌
아보면서 씨익 웃는 것이었다
마셔요 나도 꺼내서 마실 테니까 내가 따 줄까요 자 이리 주
그가 주리의 손에서 병을 빼앗아 마개를 땄다 그러고는 주리한
테 내밀었다
주리는 그 병을 받아 입으로 가져가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역
시 병 하나를 꺼내 마개를 따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가 잔뜩 시켰어요 서울에서 사갖고 와도 될 것을 괜히 나
한테 사오라고 시키는 거예요 메모지에 적힌 대로 사느라고 조금
늦었어요 그 대신 이렇게 마실 걸 사왔잖아요
그러면서 그는 활짝 웃는다 주리는 그의 웃음이 좀 특이하다고
느껴졌다
멋쩍었을 때나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만큼 순진한 웃음이었다고나 할까
주리가 다 마시는 것을 보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길을 비추는 혜드라이트 불빛에 새카만 어둠이 양쪽으로 확 갈라
지는 것 같았다 그 어둠 속을 뚫고 나아가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길 옆에 있는 숲에서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와 길을 가로막을 것
만 같은 적막감이 엄습하는 그런 길이었다
오르막 길을 올라가자 다시 길게 내려다보이는 내리막길이 훤히
보였다
길 옆에 있는 강은 이제 더이상 볼 수 없었다
해지는 것이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적한 길을 달린다는 것은 쇈히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래서 양수리가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인
지도 몰랐다
어디에 묵고 있죠
주리가 앞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길을 환히 비추고 있는 혜드라이트의 불빛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
여졌다
소피아 호텔입니다 오늘이 우리 아버지 생신이시거든요 해마
다 아버지 생신이 되면 이쪽으로 와요
그가 구부러진 길을 따라 빙그르르 핸들을 틀며 말을 했다
왜 하필 양수리로 오는 건가요 여긴 데이트 코스로는 좋지만
주리는 말끝을 흐렸다
저울에서 가잠잖아요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서울로 나
가기가 좋은 곳이잖아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유난히 이곳을 좋아하
세요 그래서 양수리로 오는 거죠 뭐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그럼
아노 꼭 그런 건 아너지만 우리 아버지와 우리 엄마가 처음 만
나서 데이트를 했던 곳이래요 여기가 나도 여기에 뽁보니까 조용
해서 좋고요 오늘 낮엔 우리 가족들 모두 수상스키를 탔어요 내
여동생이 수상스키를 곧잘 타거든요
여동생은 나이가 얼마나 뤘어요
주리가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빌학년이에요 나하고 두 살 터울이니까 E대를 다니고 있어요
나중에 보면 아마 놀랄 거예요 굉장히 예쁘거든요
그는 마치 동생을 애인인 것처림 자랑하고 있었다
나보다도 더 예뻐요
그 말을 하면서 주리는 깔깔 운어댔다
아노 그보단 덜 예쁠걸요 내 동생보다 더 예쁘니까 내가 차를
세운 거죠 안 그려으면 그냥 지나갔을 겁니다
숙녀가 이런 한적한 곳에서 길을 혜매고 있는데도 그냥 지나가
요 그럼 신사가 아니네 워
주리도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차를 세운 거죠 신사 정신과 기사 정신이 너무 투철해
서 이런 게 가끔 나를 헷갈리게 했다니까요
그는 다시 크게 웃어댔다 스스로 자신을 미화하는 그가 밉지 않
았다
cf왔어요 차 안에서 조금만 앉아 있어요 이것만 내려 주고 금
방 나을게요
그는 얼른 차문을 멸어젖히고는 밖으로 나가 뒷좌석의 물건들을



#꺼냈다
황급히 사라지는 그를 바라보다가 주리는 의자 뒤로 몸을 기댔
다 머리가 약간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주리는 바깥의 어둠을 응시하다가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
으로 나왔다
말이 호텔이지 모텔이나 마찬가지인 로비로 걸어들어가 공중전화
를 찾아냈다 카드를 집어넣고는 번호를 또박또박 눌렀다
신호가 가자 저쪽에선 금방 전화를 받았다
勺1대성운수입니다
굵직한 목소리는 금방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주리는 얼른 수화
기를 바러 쥐고는 말을 꺼냈다
저예요 주리 오늘 1시에 교댄데 여기 친구랑 같이 있거든요
조금 늦어질 것 같아서요
주리는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일단 회사측에다
말이라도 남겨둬야 할 것 같아서 건 전화였다
응 거기 어딘데 얼마나 늦어지는데
전화를 받은 차 실장은 오늘 당번인 몬양이었다 경리과 미스 오
와 번갈아가며 야근을 하는 직원이었다
주리는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만약 미스 오가 오늘밤 야근이라
면 이런 부탁을 하기가 껄끄러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차 실장이라
서 말하기가 횔씬 쉬됐다
勺 한 시간종이면 돼요 미안괘요 그대신 입금액은 충분히 채
울 수 있을 거예요
알아 주리 씨 같은 미모의 마가치가 입금액을 못 채우면 우리
회사는 망하지 안 그래
차 실장이 그 말을 하면서 털털거리며 운었다 그는 그만큼 인정
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다른 기사들 같았으면 아마 주리가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 이러
쿵저러쿵 잡담을 늘어놓으며 음담패설이 섞인 말로 주리를 한껏 회
롱했을 것이다
남자뿐인 거친 직장에서 주리만큼 예쁜 여자가 있다는 사실만으
로도 그들의 입은 충분히 거칠어질 수 있었다
주리 씨는 좋겠어 그렇게 예쁜 미모와 날씬한 다리로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었으니 손님들이 미치고 환장하지 않겠어 나라도 미치
고 환창할 것이여
앗따 젊고 팽팽한 여자가 속살을 훤히 드러내 놓고 액셀러레이
터나 브레이크를 밟느라고 다리를 좌악 벌리고 있는데 누군들 안
미치겠냔 말이여 제정신들이 아닐 거구먼 그냥 그대로 콱 박고 싶
은 맘뿐일겨 안 그려
그럼그럼 아암 우리 회사에 주리 씨 같은 여자가 있으니까 벌
써 다른 택시 회사 사람들한테도 土문이 다 났더라고
앗따 뭐라고들 하는 줄 알아 너회 회사에는 팽팽하고 젊은 아
가쒸가 있어서 좋겠다아 그런 아가씨 뻠에 들어오는 수입도 좋을
것이고 가끔 심심하면 주리 씨랑 같이 뭣도 할 수 있어서 좋겠어
라면서 놀려대는됨
저떤 놈은 일부러 주리 씨를 보려고 비번날 우리 회사 앞에서
얼정거리다가 주리 씨가 물고 나오는 택시를 세워 직접 타봤다는
거야 직접 타본 놈이 그러는데 정말 쥑여 주더라고 하더군 옆에
앉아 있으려니까 저절로 오금이 저리고 사지가 뒤틀리는데 못 견디
겠더라고 하더군 나중에 내려서 보너까 바지 속에 허연 걸 쌌더라
는 말씀이야 그게 뭔 줄 알아7주리 씬
그 말에 또다른 기사가 말을 받았다
주리 씨 차에 타면 그럴 거야 미치고 환장하겠는데 사정을 안
하겠어 으슥한 곳이라면 한번 강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거야 저
렇게 짧은 스커트를 입었으너 브레이크를 랍는다 액셀러레이터를
탑는다 하면서 까딱거릴 때마다 펀터끝이 살라살짝 보이겠지 그걸
보면 어느 놈치고 환장 안 할 수가 업지 그냥 그대로 인정사정없이
콱 박아 버리고 싶을 뿐이겠지
이 서을 바닥에 씹에 미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같은 남
자들도 운전하다가 보면 섹스에 굶주린 여자들이 약간 술에 취해
수작을 걸어오는데 남자들이야 뭐 말할 수 있겠어 골빈 여자들도
그래 오늘 입긍액 다 채워 줄 테니 어터 가서 같이 놀자고 운흑해
그게 어디겠어7운전하느라 하체에 힘도 없는데 모텔로 끌고 가서
진탕 갖고 놀다가 육만 원 정도 주겠지 그런 여자는 벌써 입금액이
멀만 줄 알고 덤비는 여자들이야 그런 여자들은 거시기에 굶주려
있어 거시기가 근질근질하니깐 그러는 거라고
점점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기사들은 주리의 아랫도
리 쪽을 흘끔거리게 된다
주러는 자연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쯤에서 한마더쯤이라도 해두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 그런 쪽으
로만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것만 같았다
公래서 저도 그렇게 했다는 말이에요 뭐예요 전 그냥 예쁜 게
좋을 뿐이에요 택시를 타는 손님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뿐이에요 미치고 환장을 하든 바지 속에 사정을
하든 그건 내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란 말예요 수입이 더 좋으니까
그러는 거구요
주리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나을 때마다 거친 남자들 속에서 시달리는 건 당
연히 주리 쪽이었다 여자 한 명에 남자 기사들 수십 명이니까 당연
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차 실장은 항상 주리의 편을 들어 주었다
앗따 그만하소 주리 씨가 울잖아 우리 같은 직장에 그래도 주
리 씨같이 예쁜 여자 기사가 있으니까 그래도 우린 맨날 환한 꽃을
보는 것 같잖아 출근하면 제일 먼저 보는 게 주리 씬데 자꾸 그러
면 못써 당신네들로 주리 씨가 일 나가고 없을 때 그랬잖아 우리
직장에 주리 씨 같은 미모의 아가뛰가 있으니까 출근할 맛이 생긴
다고 그랬지 그럼 됐지 뭘 그래
차 실장의 말에 기사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나는
듯했다
열을 올리던 이야기 보따리에 찬물이 스며든 것처럼 씁쓰레한 표
정을 지으며 물러앉았던 그들이 다시금 이야기의 불뛰를 되살린 것
은 입금액을 잘 채운다고 해서 여우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는 박 기
사였다
앗따 성님도 우리가 뭐 주리 씨 핀잔이나 줄려고 그런다a그
냥 우스개 삼아 입이나 즐겁게 하자는 말이지요 예쁜 여자가 나돌
아다니면 이런 일도 생기고 저런 일도 생기는 거지요 또 그런 일
이 생기면 어쩐다요 우리야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고 우
리 직장에 저런 외모를 가진 아가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검지
요 뭐 능력 있으면 연애도 하는 거고 능력이 없으면 그저 차를
세워 놓고 딸딸이나 치는 게 상수죠 윌
박씨의 말에 다시 찰기를 되찾은 기사들은 주리 쪽을 힐끔거리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주린 씬 좋겠어 이렇게 미모를 타고났으니 택시를 타는 손넘들
이 유혹괴라도 하지 우린 그저 막노동이라도 하듯이 죽으나 사나
핸들만 좇빠지게 돌려야 하너 이거 원 시내는 막히지 차들은 많지
어디 뚫고 들어갈 만한 틈새가 있어야지 하루 좇빠지게 돌아다녀
봐야 입금액 채우기도 겁나고 삥땅이라도 좀 생겨야 집구석에 들
어갈 때 푼돈 쇳가루라도 들고 들어가는 거지 그렇다고 그거 힘이
세서 여자들이 운혹하는 것도 없고 못 배운 놈은 할 수 없는가봐
좇힘이라도 타고났으면 굻주린 여자들 그거나 벌겋도록 훔쳐 주고
돈을 뜯어낼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앗따 정씨도 이렇게 맨날 앉아만 있으니 정력이 세겠수 하루
종일 앉아서 엉덩이만 비비적대고 있으너 맨날 불알에 땀만 차서
젖어 있는데 셀 턱이나 있겠수 그저 마누라 하나 건드리기에도 벅
찰 텐데 흐흐흐
야 이놈아 그렇다고 벌써 그것도 못 하겄냐 일단 을라갔다 하
면 죽여 놓고 내려오는 거지 난 안 그러면 안 내려와 이제 알겠

겉긴겅
카르바이트O
그 말에 전부 다 폭소를 터뜨렸다
우와 그러세요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또 그렁담 이런 데서 택
시 핸들이나 붙잡으면서 힘을 쓰는 것보담 차라리 나하고 동업해서
카바레나 쉽시다 그런 데 가서 돈 많은 과부년 하나 잡아서 팔자나
고칠 일이지 골비었다고 더운 날 추운 날 불알 늘어져가며 또 거
시기가 탱탱 오그라들어서 짝 달라붙도록 핸들을 잡을 이유가 어딨
어요 순전히 뻥이야
사람들은 그 말에도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배꼽을 잡고 흔들었다
그랬다 남자들은 그쪽의 이야기라면 입만 뻥긋하면 뻥이었다
죽여 주겠다고 허풍을 떨어대는 사람이 실상은 여자 위에서 오
분도 채 못 버티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수록 남자들은 자
존심을 내세워 더 심한 허풍만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섹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랬다 어떻게 하면 더 길고 더욱 즐
겁게 섹스를 할 수 있겠는가에 골몰했다
결국 섹스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그 무엇일 수 있었
다 그랬으므로 대개 남자들은 여자를 정복하는 데에 있어 오랜 시
간 동안 섹스를 해줌으로써 극치의 쾌감을 느끼도록 해주런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동물의 생리적인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섹스를 할 때 여자들은 수동적으로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되듯
이 그만큼 여자들은 무한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남자란
일정한 시간에 도달하면 쾌감의 극치에 의해서 저절로 사정이 이루
어지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모든 행위가 끝나게 되어
있었다
주리 씨 같은 여자가 택시를 몰면 손넘들이 많이 로이겠어 그런
데 그런 남자들이 주리 씨를 보고 가만히 둘지 몰라 흑시 강간이라
도 당하면 어떡허지
어떤 기사는 일부러 그런 우려까지 나타냈다 순전히 치기어린
염려일 뿐이다 라는 걸 알면서도 주리는 기분이 언짢았다
왜 자꾸 그래요 누가 창년 줄 알아요 정정당당히 돈을 받고 태
워 주는데 누가 뭐래요 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
주리는 참다못해 그 말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의 끝도 없
을 것 같았다
그 말에 기사들이 빙그르르 웃었다
그냥 심심하니까 그러는 거지 월 주리 씨가 우리 직장에 있으너
까 좋아서 그러는 거라구 그런 건 신경쓰지 마
또 어떤 기사는 은근히 신경쓰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결국 이러
치고 저리 치는 식의 농담으로 주리를 까불고 노는 것이었다
주리는 밖으로 나와 버러는 수밖에 없었다 바깥에 놓여진 커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뽐아다가 흘짝거리며 마셨다
한순간의 허망함
주리는 차 실장에게 미리 조금 늦을 거라고 말했으므로 그리 조
급해 할 건 없었다 새벽 두시까지만 회사로 가면 되었다
왜 여기서 기다려요
그가 언제 나왔는지 주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네 전화 좀 하느라고
주리의 말에 그가 빙긋 웃으면서 차문을 열어 주었다
주리가 조수석으로 올라타자 그가 문을 닫아 주고는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차가 출발하면서 그가 말했다
엄마한테는 말씀드렸어요 지금 친구랑 같이 있다고 말이에요
그럼 줬죠
그가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주리는 그 말을 듣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런 것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해야 돼요 엄마한테
릴 그냥 일단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죠 아까도 말했지만
전 절대로 마마보이가 아너라니까요 아버지 생일인데 그냥 빠져나
오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그는 차의 속도를 높였다
한적한 도로라서 그런지 그는 길의 중앙선을 따라 달리며 음악을
크게 틀었다 그러다가 반대편에서 차가 나타나면 곧바로 제 차선
으로 접어들곤 했다
어디로 가요
주리가 물어봤다
小냥 강을 따라 도는 겁니다 드라이브나 하는 거죠 어디 좋은
데 있습니까7
아너 그냥
주리는 말끝을 흐릿하게 얼버무렸다
방학 동안에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그가 묻는다 그 말에 주리는 방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겨
지고 있었다
마치 어렸을 적에 국민학교 때나 대학교 다닐 때 서로 안부를 묻
는 단어 같기만 했다 이미 주리는 방학이라는 단어에서 멀리 떨어
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U그냥 그랬어요 방학이 뭐 재미있는 일만 생기라고 있는
건 아니죠
안습니다 그게 정답이군요 난 방학 동안 유럽 쪽을 여행하고
왔어요 어학 실력도 키을 겸해서 겸사겸사 여행이랍시고 다녀온
셈이죠 이젠 외국이라도 그리 생소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침
형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그곳으로 가서 좀 있었어요
형은 지금 박사 과정을 밟고 있거든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주리는 생각했다 이 남자의 가정은 대체로
유복한 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친구 같은 거 있어요
그가 물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이 다소 긴장된 듯했다
주리는 처음엔 웃기만 했을 뿐 잠자코 있기만 하다가 불쑥 말했

있어요
그녀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요 없을 것 같아서요
주리가 묻자
이L 그런 건 아니지만 어때요멋있는 친굽니까
그의 질문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래요 조금 못생긴 편이에요
주리는 일부러 말을 꾸며댔을 뿐이다 그가 어떻게 나오는가를
보려고 짐짓 꾸며낸 말이었다
그외 표정이 순간적으로 안도의 빛을 나타내는 게 엿보였다
순간 주리는 속으로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우리 서로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겠어요 그 친구처럼 나도 친구
로 생각할 수 있습너까
그가 정식으로 그런 말을 던져왔다
안 될 건 없죠 뭐 그런데 아직 제 이름도 안 가르쳐 줬죠 전
남주리예요
아 네 전 3학년입니다 졸업반이 되면 아버진 유학을 가라고
그래요 아직은 생각중입니다
小럼 형이 있다는 나라로 가겠네요 어느 나라예요
껸은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죠 난 우주공학이너까 독일이라는
나라가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학 공부 때문에 골치께나 쌕고 있
는데 굳이 독일까지 가서 공부해야 되는가 하고 고민하고 있습니
다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 가도 되는데 아버지께서 고집하셔서 생
각은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새 강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강을 따라 돌며 그동안
더욱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었다
강 안쪽 도로를 지나갈 때에는 풋풋한 물내음이 나다가 산기슭
쪽을 끼고 돌 때에는 싱그러운 풀내음이 나는 듯했다
벌써 밤이 깊었으므로 강가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모텔에 켜 있는
불빛들도 포근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조용해진 강 주변에는 풀벌
레 우는 소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곳에서의 휴식이란 정말 감미로운 것이었다
그가 운전하는 대로 차 안에서 즐기는 데이트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녀는 그가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강물을 하염없이 내려다볼 수
있었으면 싶었다
비록 밤이었지만 강물이 찰랑이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것 같았

어디 차를 세을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그는 천천히 강기슭으로 내려갔다 차가 강과 가까
운 곳에 멎자 차 안의 에어컨을 끄고 나서 창문을 죄다 열어젖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나니 한결 부드러운 바람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너무 시원해요 강바람이나 맞으러 나가요 우리
그래요
둘은 강쪽으로 걸어나가 강 끄트머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가
자연스레 주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 손길이 부드럼게 느껴
졌다
그녀는 물끄러미 강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늦진 않겠죠
그가 물었다
勺1 한시까지만 들어가면 될 거애요
주리의 말에 그가 손목시계를 들어올려 어스름한 달빛에 비쳐보
는 거였다
아직 멀었네요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차암 좋습니다 저한테는
여자 친구가 있느냐고 왜 묻지 않죠
그건 물어서 뭘 해요 아마 있겠죠 뭐
주리는 당연히 있을 거라는 듯이 말을 했다
있지만 그냥 친구일 뿐입니다 너무 까다로치서 공
부하는 데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죠 개네 아버진 대학교순데 너무
엄격해요 맨날 만나서 커피나 마시고 식사나 하고 그럴 정도밖엔
안 돼요
그가 불만인 듯이 말했다
학생이 그러면 됐지 그 이상 뭘 더 하겠어요
는 말이 없었다
그가 담배를 꺼내 퍼우는 동안 주리는 어둠 속에서 강 건너 불빛
을 받아 찰랑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작은 돌멩이를 잡아 강물 위로 집어던졌다
사랑이라는 것에 더이상 접근할 수가 없어서요 전 그게 불만이
거든요 좋아하는 사이라면 당연히 가까워질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히 주리한테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
었다
사랑했다는 감정을 빌미로 해서 육체적인 관계를 바란다는 말이
죠 그 말
그건 아니지만
그럼 뭐예요 아직까지도 연애도 한번 안 해본 사이예요7
勺1
주리는 이 남자가 마마보이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마보이라면 딱 질색이었다 모든 걸 엄마한테 꼬치로치 일러바
치고 심지어는 감추어둬야 할 부분까지도 모두 상의하는 남자라면
싫다
그런 남자들은 대개 이기적이거나 자기 중심적일 수가 많은 법
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한테 바칠 순정까지도 엄마의 염려와 저을
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남자와는 연애를 해도 짜릿한 맛은 없을
것만 같았다
주리는 어등 속에 우두커니 솟아 있는 그의 옆얼굴을 쳐다보았

그가 주리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슬프도록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고백하고픈 남자만의 고독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대
개 사람들은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을 다 털어내 놓지 못한 채 대충
대충 얼버무리며 사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표현의 미숙함이 아니던가
왜요
아니 그냥요
그가 얼른 시선을 회피하며 강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주리는 조금 답답해졌다
이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다소 응
기가 없는 것 같아 답답해지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요
주리의 질문에 그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키스는 해봤어요
勺1
그럼 너무 순수하군요 난 연애도 해봤는데
주리의 말에 그가 시선을 돌려왔다 다소 용기를 얻은 듯한 눈빛
이었다
그의 시선을 받자 주리는 다소 부12러운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먼저 그런 고백을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남자가 저런다면 이쪽에서 먼저 고백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럼 직접 성관계도 가져봤어요
그가 큰소리로 물어왔다
勺i
련 번 정도 그런 것까지 말해 줄 수 있어요
그는 완전히 쑥맥인 남자였다
여자가 어렵사리 말한 고백에 대해서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질
문을 던져오고 있었다
그런 건 말할 수 없어요 요즘 여대생이라면 누구든지 다 경험은
있을 거예요 군에 가는 클라스메이트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또는
멀리 여행을 갔다가 그럴 수도 있는 거예요 굳이 몇 번이라고 말할
순 없죠
주리는 다소 대담해졌다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스스로 놀랄 일
이었다
조금 꾸며낸 말이지만 사실은 주리만큼 다양한 섹스 경험을 한
여대생은 없을 것이었다 남자란 존재는 여자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다시 침묵을 지켰다
용기가 없어서 그럴 거예요
주리의 말에 그가 다시 고개를 쳐들며 바라봤다
용기7어떤 용기 말입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나 너를 좋아한
다고 그러면 여자는 일단 마음을 놓는 버룻 같은 게 있죠 그렇게
해보진 못했죠
주리는 마치 이런 강가에서 한 남자에게 성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경험자가 미경험자에게 가르
치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그럴 용기가 없어요 마치 내가 속을 훤히 들여다보이는 짓을 하
는 것 같아서
그러면서 그는 약간 수줍어했다 겉은 멀정하지만 속은 아직 어
린 티를 못 벗고 있었다
그런 것이 바로 부잣집 아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순진무구함일
수 있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겠지만 여자와의
관계에서는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같이 술집에 가서 예쁜 여자를 보면 창운 씨는 어떤
생각이 들어요 같이 자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주리의 말에 그는 잠자코 있기만 했다
람녀 사이란 그래요 좋은 상대일수록 같이 자보고 싶다는 강렬
한 욕망이 들기 마련이죠 그것이 속되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불
필요한 변명일 수 있어요 흔히 사람들은 그래요 요즘 진취적인 대
학생들 중에도 가끔 그런 친구들이 있죠 겉은 안 그런 척하면서 속
으로는 은근히 갈망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사랑이라는 것도 섹스를
했다는 것도 역시 그럴 거예요 솔직하면 할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
해요
주리는 그 말을 하면서 등에서 진땀이 나는 것 같았다 마치 어린
애 앞에서 성이라는 걸 가르치는 강사처럼 난감하면서도 약간은 쑥
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훌훌 옷을 벗고 그에게 요구하고 싶을 정도였다 남자란
여자의 알몸을 보고 나면 참을 수 없게 되는 거니까
그런데 주리 씬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요
이 남자 차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참동안 열을 올리
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김을 빼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
치다
주리는 문득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속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셨

어차피 학문이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밝히고 사람과 자연
과의 관계를 밝히는 것 아례요 사람을 빼놓고 순전히 이론으로서
만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역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
이에요 그래서 그런 거죠
그는 다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고는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
는 듯한 표정이었다
릴 그렇게 생각하세요
주리가 묻자
아 네 그냥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
주리도 강물을 바라보았다 검은 이내가 낀 것 같은 어둠의 연속
일 뿐이었다
어둠과 어둠 사이를 가느다란 불빛이 경계선을 만들며 반짝거리
고 있었다
일어나시죠
그가 부스스 일어나며 말했다 주리는 좀더 앉아 있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일어났다
차로 돌아와서도 그는 시동을 걸지 않았다
그가 침묵하는 사이 저 멀리 하늘에서 별똥별이 가느다랗게 떨
어지는 것이 보였다 멸똥별은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 떨어져서 타
버릴 그런 운명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도 저처럼 언젠가는 타서 없어지고 마는 존
재일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왜요
주리는 얼른 차를 출발시키지 않은 게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그냥 이러고 있고 싶어서 그럽니다 잠시만 이러고 있다
가 가팔
주리는 잠자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바탕에 수놓아진 별들
이 반곽이고 있었다
그 별들을 쳐다보자 갑자기 부산 광안리 바닷가가 생각났다 어
렸을 때부터 바닷가를 몹시도 좋아했던 그녀였다
처음 서울생활에서 가장 못 견디게 했던 것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바닷가처럼 맑은 별들을 볼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별을
볼 수 없는 날들이 더 많았다
왜 이렇게 하늘을 흐려 놓고 사는 것일까 하고 주리는 서을 사람
들에게 따져 물어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저 별들을 바라보세요
\
그치 물음이 처음엔 무슨 말인지를 몰라 주리는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별들이 차암 곱군요 저 별들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고 싶었
습니다
그가 느닷없이 그러는 통에 주리는 잠간 멀뚱해졌다
사랑이라는 거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고는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은 국민학생처럼 입을 다
물어 버렸다
래보세요 참으로 아름다운 거예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끼
리만이 할 수 있는 거예요 별들이 저렇게 파랗게 반짝이는 건 서로
의 아픈 마음을 달래 주려고 그러는 거라고 들었던 적이 있어요 저
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밤하늘의 별들을
찾곤 했었죠
心런데 내가 찾는 별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아예 뜨지 않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았어요
그 말을 하면서 주리는 잘게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 김 대리한테
당했을 때 부산의 밤하늘에 떠 있을 별들을 생각하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났다
낯선 서울에서의 고독감으로 진저리치도록 싫고 미웠던 때가 바
로 엊그제 같았다
그의 손이 다가왔다
주리의 손을 붙잡는 데에도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천천
히 다가온 것이다
아마 서투른 그의 손놀림이었을 것이다 어렵사리 움켜쥔 그의
손이 주리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주리는 가만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차라리 그가
강압적으로 나와 주었으면 싶었다
누우실래요
그가 또 어렵게 말을 꺼내면서 주리를 돌아봤다
주리는 레버를 뒤로 젖혀 의자를 눕혔다 그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강물이 낮게 찰싹이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땅바
닥을 쓰다듬는 듯이 찰싹이는 강물소리는 어디선가 멀리서 개짖는
소리보다도 더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가 담배를 꺼내 피우는 것 같았다 그가 몇 모금 연기를 뿜었다
가 다시 담배를 꺼버리고는 마냥 앉아 있는 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 지루하다고 느껴졌을 때쯤
속 눈 감고 있을 수 있어요
Dr
주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머쓱했는지 부스럭거리
기만 했다
괜찮아요 전
주리의 대답에 그는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주리의 손을 움켜쥐고
는 가슴으로 가져가 부벼댔다 그러고는 곧 주리의 입술을 덮어왔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외 입술은 무척 차가웠다 그러나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혀가 안으로 들어오고 혀와 혀끼리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는 아직 입맞춤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남자였다
주리가 천천히 그의 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을 할았
고 그의 혀를 깊숙이 빨아들이기도 했다 그는 점점 더 깊은 열기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이번엔 그의 손이 주리의 스커트를 들어올리는 게 느껴졌다 펀
티를 찾느라 허등대는 동안 주리는 잠깐 허리를 들어올렸다 그가
결국 펀티를 끌어내려 발밑으로 내릴 때까지 주리는 그를 돕고 있
었다
그가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주리의 몸을 덮어왔다 처음엔 혜
매는 듯했지만 주리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도왔을 때 그의 남
성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와악 끼는 듯한 무거운 느낌이었다 아무런 애무도 없이 그냥 쳐
들어온 그것은 주리가 애액을 뿜어낼 틈도 없이 벌써 움직이고 있
었다
그는 정말이지 애무란 걸 몰랐다
여자의 몸에 삽입해서 퍼스톤 운동만 하는 것이 최고의 섹스라고
만 알고 있는 남자 같았다
약간 쓰리고 따가웠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연한 살갗이 딸려 들
어가는 것 같은 쓰라림이 왔다

주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자신도 모르게 꽃잎을 닫으려고 그
런 것이었는데 그러한 동작이 마치 흥분에 의한 몸짓으로 착각한
그는 더욱 거세게 달라붙었다
대개 처음인 남자들이 그러했다 막무가래로 피스톤 운동만을 반
복하는 것이었다
주리는 꽃잎이 파르르 흐트러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 그를 끌
어늘았다
사랑해
주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몇 번 있는 힘을 다해서 곤두
박질치다가 풀썩 쓰러졌다 곧바로 뜨거운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

주리는 모든 게 끝난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좀전의 쓰라림도 없어졌다 약간 따끔거
릴 뿐괴었다

그가 힘을 잃은 채로 탄성을 쏟아냈다 그의 남성이 점점 힘을 잃
어가고 있었다
주리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아직까지 남아 있을 여운 같은 걸
찾아 헤맸다 그러나 지극히 팎은 시간 동안의 섹스에서 얻은 것이
라곤 하나도 없었다
섹스란 그렇게 곧 잊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기억을 되찾아봐도
그가 어떻게 했는지 무슨 동작을 했는지도 전혀 기억에서 사라지
고 없었다
섹스가 끝났을 때의 허망함 같은 것이 서서히 밀려들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응 다 끝났어요 어첬어요
그가 섹스에서 받은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왔다 주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짧았던 시간이었으므로 그 느낌조차 재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짙은 애무라도 있었더라면 그 느낌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
었을 텐데
그렇지도 못했으므로 약간 우울한 기분이었다
좋았어요
그 말밖엔 할 수 없었다
벌마나 좋았어요
그가 다시 묻는다
남자는 꼭 섹스가 끝난 뒤의 여자의 반응을 살피려고 하는 버룻
이 있다
이 남자도 그랬다 그걸 알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주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의 쪼그라든 남성이 미끌거리듯이
느껴졌을 뿐이다 마치 헐거운 섹스를 끝마친 뒤의 헐렁함으로 남
아 있었다
한순간의 허망함
그녀는 그것을 한순간의 허망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성적인 것과의 싸움
모든 것이 허망했다
창운과의 첫관계에서 실망한 그녀는 더이상 그곳에 남아 있을 필
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서 빨리 양수리를 벗어나 택신 회사로 돌아
가고만 싶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Lt이만 갈래요 좀 태워다 줄래요
주리의 말에 그는 선뜻 몸을 일으키며 핸들을 잡았다 그가 시동
을 걸어 강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혜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난 수면의 밝음이 주리를 처량하게 만들
었다 주리는 지긍 처참한 기분이었다
오늘 너무 좋은 것 같았어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까
그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는 더이상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1녀가 머뭇거리자
내일 다시 나와줄수 있겠어 소피아호텔 커피숍으로을 수 있

어느새 그의 말투는 반말투였다 주리도 반말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내일은 서울로 가야 하거든 친구네 집엘 들를 일이 있어

길이 나갈 거이럭
그가 물었다
응 아칭 일찍 나가야 하니까
주리는 일부러 거짓말로 둘러댔다 어차피 남자란 한번 몸을 준
여자에게 달라붙게 마련이었다 주리는 이미 이령게 될 줄 알고 있
었다
그림 서울에 가서 연락할 만한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 안 될
T/F
그의 표정이 마치 어린애처럼 진지해졌다 그러는 그를 바라보며
주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너무 순진한 것 같아 한편으론 죄스러
움이 느껴졌다
테 연락처나 알려 줘 내가 할게
주리의 말에 그는 얼른 차를 세우고는 볼펜과 종이를 꺼내 전화
번호를 꺽어 주었다
꼭 전화 해 안 하면 안 돼 알았지
응 할게
주리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차는 강기슭을
돌아 소피아 호텔이 있는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어디쯤에서 내려 줄까
그가 다시 물섰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는 커퍼숍이 보였다
늦게까지 불이 켜진 유리창으로 강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는
커플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리는 얼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

저 앞에서 내려 줘 그냥 걸어갈게
그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고마워 잘 지내다 와
주리는 차문을 닫으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이미 헤어질 것을 염
두에 둔 인사였다
그가 쌩 하고 차를 몰고 가는 것을 바라보며 주리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서글픔을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이렇게 경치 좋은 강가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 버렸다
는 생각으로 인해 가슴이 저릴 정도였다 괜히 울화통이 치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텔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주리는 도리질을 했다
아냐 그냥 가는 게 좋겠어 괜히 가봐야 재미없는 일만 생기겠

주리는 머뭇거리던 것을 멈추고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택시를 찾
았다 마침 지나가는 승용차가 주리를 발견하곤 멈추어 서는 것이
었다
어디까지 가요
창문을 내리며 묻는 남자는 삼십대쯤 되었을까
약간 건달기가 있어 뵈는 탓에 주리는 얼른 길가로 내려섰다
그냥 산책 나온 거예요 가세요
주리의 말에 그가 지지 않겠다는 듯 퉁명스럽게 나왔다
타지 드라이브나 하게 괜히 이런 데 어슬렁거려 봤자 시간만
손해라고
그 남자는 마치 주리를 할일 없이 배회하고 있는 여자쯤으로 여
기는 모양이었다
계속 주리를 따라붙으며 말을 붙여오고 있었다
주리가 얼른 언덕 위의 하얀 집 쪽으로 발길을 옳겨 놓기 시작
하자 그 남자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차를 몰고 가버렸다
미친놈 이런 데서 별 지랄이야
주리는 뒤꽁무니만 보이는 차를 향해 퉁 하고 내쏘았다
다시 길을 따라 걷다가 강쪽으로 내려갔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
람결에 물이끼 같은 풋풋한 내음이 맡아졌기 때문이었다
강가로 가서 물가에 앉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초롱하게 빛나는
것이 어린 날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왜 그랬는지 모
주리는 자신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지쳐 버진 철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래가 찢겨지고 포근한 등지를 잃어버린 떠돌이
새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었다 그렀게 생각하니 약간 서
글퍼졌다
물 속에 손을 담그니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혼자 찰박거리며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마음까지 서늘해졌을 때쯤 주리는 아려운 듯이 일어났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바쁜 마음에 주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길가로 나왔을 때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도 주궈는 창 밖의 밤 풍경에 조금이라도 시선을 놓치
지 않을 듯이 바깥만 쳐다보고 있었다
왜 흔자 가세9了
운전기사가 물어왔다
그는 이런 밤중에 길가로 나와 주리 흔자서 택시를 잡는다는 것
이 조금 이상했던지 그령게 물어오는 것이었다
삼십대 초반쯤 되었을까
짧게 깎은 머리가 마치 직업군인 같은 인상을 주었다
놀러 왔다가 그냥 가는 거예요
흔자서요
勺1
주리의 대답이 시무룩했는지 젊은 기사는 주리를 쳐다보온 다시
앞으로 시선을 던졌다
혜드라이트 불빛을 받은 산 그늘의 숲들이 초록빛을 띠며 반짝거
리고 있었다 밤늦게 서울로 돌아가는 차들로 인해 군데군데 막히
긴 했지만 창문으로 상쾌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으므로 전혀 지루
하지가 않았다
릭생입니까
勺1
주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 남자는 주리를 홀끔거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꾸만 꼬치꼬치
캐묻는 게 싫었다
랄씨가 차암 좋습니다 전부들 데이트하느라고 설쳐대는데 운전
대만 붙잡고 있으너까 너무 심심해서요 아가씨 같은 여자가 차를
타니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는 넋두리처럼 흔잣말로 중얼거렸다
주리는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왼쪽으로는 이런 밤중에 양수리로 들어가는 차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모두 하룻밤의 쾌락을 즐기기 위한 드라이브라고
해도 좋았다
요즘 여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듯했다
마음에 드는 남자와 같이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도처에 널려 있
는 경치 좋은 곳이나 모텔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 날벌레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하룻밤의 정염을 아낌없이 불태우기 위해 안달을 하는 여자들의
몸짓이란 얼마나 가련한가
마치 남자들의 희생이 되기 위한 몸부림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남
자를 포획하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었다
최고의 쾌락과 흥분
짧은 순간 동안에 가장 강렬한 흥분을 맛보기 위해 몸부림을 치
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질 때도 있었다
차라리 주리 자신처럼 학생이거나 미흔인 여자라면 또 모르겠지
만 엄연히 주부인 듯한 여자들이 더 기승을 부리며 설쳐대는 꼴이
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성性이란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섹스만이 인간들의 모든 욕구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걸까
과연 섹스가 인간 생활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

인간은 섹스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일까
섹스를 많이 하는 것과 섹스를 통해 쾌감을 얻음으로써 생활의
윤택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색스란 남녀간의 극치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무엇보다도 소중
한 최고의 경지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 세태는 성의 범람과 개방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성
을 즐김으로써 마치 섹스만이 인류를 구원할 것처럼 맹종하는 사람
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주리는 요근래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한 적이 없었다
대개의 남자들이란 주리가 미처 만족하기도 전에 사정을 해버려
서 부푼 가슴에 아처움만을 남길 뿐이었다 물론 안 한 것보다는 조
금 나았겠지만 흡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진땀나는 섹스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남자들이 왜 그런가
주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겪었던 남자들이 예상 외로 섹
스에 약하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는 그랬다 남자보다는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다 못해 사정을 했더라도 좀더 길게 포옹을 해준다면 또 모르
겠지만 대개의 남자들은 일단 사정을 하게 되면 곧바로 삽입했던
남성을 뻬내려고만 했다 그것은 남자의 자존심일 수 있었다
질 속에서 서서히 쪼그라들고 있는 남성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
어쩐지 남자의 지존심이 쭈그러드는 것만 같아 아직 팽팽하게 굳어
있을 때에 보란 듯이 뻬내려고 하는 것은 남자들만이 갖고 있는 일
종의 심리적인 과시욕이 아닐까
여자 앞에서 보란 듯이 팽팽한 것을 뻬내는 것에서 스스로를 확
인하고 싶어하고 또한 여자에게도 그러한 것을 보여 주고 싶어하
는 것은 마치 장닭이 암탉에게 머릿깃을 추켜세우며 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남자의 사정이 끝났더라도 좀더 그 속에 남아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행위가 끝나고 나서 곧바로 남성
을 빼버리는 것은 아쉬움을 남기는 거였다
그것은 아련한 여운을 싹 없애 버릴 뿐만 아니라 서운함마저 들
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개 여자들은 그 속에 오래 남아 있어 줌으로써 남성을 소유하
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자신감이란 곧 여자의
행복감이랄 수 있었다
여자는 그럴 때 비로소 섹스가 끝난 뒤의 쾌감을 서서히 빨아들
일 수가 있는 것이다
주리는 자신의 꽃잎에서 마악 빠져나간 남성이 동굴을 만들어 놓
아 허전할 것만 같은 가분이 들곤 했다 금방 빠져나간 남성이 남아
있던 자리에는 조가비처럼 확 다물어지지 않은 공간이 남아 있는
듯한
그럴 때 쇈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저만치 팔당대교가 보였다
밝은 가로등 불빛에 드러난 팔당대교는 황량하리만치 쓸쓸하게
보였다
활처럼 횐 다리 위를 달리는 차 안에서 저만치 불빛에 드러난 강
물이 더욱 쓸쓸하기만 했다
띠사리에서 좀 쉬었다가 갈 수 있어요
T
주리의 말에 택시기사는 눈을 회등그레 떴다
화장실에 좀 볼일이 있어서요
아 네 그러죠 뭐
그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먹거리고는 도로 끄트머리 쪽으
로 차를 세웠다
그곳에도 무더운 여름밤의 데이트를 즐기려는 차들로 만원이었
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데이트를 즐기려는 차들로 붐비는 것은
서을 근교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였다
주리는 차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았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을라오는 퀴퀴한 냄새가 온몸에 배는 듯해서
얼른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택시로 돌아오기까지 일부러 밖에서 서성이다가 어느 정도 냄새
가 가줬을 때쯤 택시로 돌아왔다
운전기사는 창문 밖으로 팔을 내놓은 채 담배를 퍼우고 있다가
주리가 옆에 을라타자 곧 출발하려고 그랬다
처 여기서 좀 있다가 가면 안 돼요
주리의 말에 그가 의외라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냥 바람이 시원해서 한 이십 분만 있다가 가요 요금은
그대로 계산하세요
그거야 뭐 그렇게 하죠 여기서 그냥 있을 겁니까
그가 다시 주리의 의사를 물어왔다
아노 조금 밑으로 내려갈 만한 데 없어요 강물이 보이는 데면
좋겠는데
주리의 말에 그는 기어를 넣으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길에서 밑
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찾느라 조금 시간을 지체했을 뿐 그는 금방
길을 찾아냈다
강가로 바싹 다가가 차를 세웠다
넓은 공터에는 군데군데 차들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전부 다
실내등을 끄고 있어 새카만 어둠 속에 어둠의 뭉치로 보일 뿐이었

叫 차들은 전부 데이트를 하러 내려온 차들인 모양이죠
그렇죠 어떻게들 전부 내려오는 길을 잘도 아는지 내가
찾아도 어려웠는데 저렇게들 찾아서 용케 내려온 걸 보면 이곳에
자주 오는 차들인가 봐요
택시기사의 밀퉤도 일리가 있었다
이런 캄캄한 밤길에 강가로 내려오는 길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주리는 의자 뒤로 머리를 기대며 앞쪽에 흐르고 있는 강을 내려
다보고 있었다 팔당대교의 가로등에서 내뿜고 있는 불빛으로 인해
강물이 금資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힐 하시는 분이세요 학생 맞죠
주리가 가만히 있자 택시기사가 물어왔다
그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피워올렸다 그 연기 내
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네 저어 저도 한 개피 주실 수 있어요
주리가 손을 내밀자 그가 얼른 담배를 꺼내 내밀었다 그는 불까
지 붙여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주리는 의자에 기댄 채 묵묵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창 밖으로
흘러나간 연기는 바깥 공기에 닿자마자 곧 흩어져 버리곤 없어졌

애인이랑 싸웠습니까
그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이런 데서는 그도 어느 정도 용기를 얻는 모양이었다 묻고 싶은
질문을 던짐으로 해서 주리의 심경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勺1 그래서 흔자 가버리는 거예요
주리의 말에 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小事군요 난 또 조금 이상하다 싶어서 한번 물어본 겁니

주리가 가만히 있자 그가 또 물어왔다 핸들을 껴안으면서 주리
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기분이 몹시 좋지 않겠습니다
勺II그래요 그래서 지금 화를 삭이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있다
가 보면 좀 나아지겠죠
그가 다시 두 개피께의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주리는 알고 있었다 그가 초조해 했다는 것을
주리는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남자란 기회를 노릴 것이 분명했
기 때문이었다
운전하시기 힘드시죠
그가 말이 업자 이번엔 주리 쪽에서 슬슬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뜰1 말도 마십쇼 서울에서 운전하려면 간이나 롱팥도 다 내놓고
해야 할 판인걸요 차는 밀리지 차들은 또 좀 많습너까 골목마다
차들로 만원이니까 어디 다닐 데가 있어야죠 오늘은 양수리까지
가자는 손님이 있어서 나도 드라이브했다는 기분으로 들어왔죠 그
런 손님들이 걸리면 좋죠 팁도 두둑하게 던져 주고 운전하는 동안
도 기분이 좋아요
그 기사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었는데요
주리가 묻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녀를 쳐다봤다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부부애요 젊어요
그 말에 그가 활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 참 내 이런 데 오는 남자 여자치고 부부끼리 오는 법이
어딨어요 나이는 여자가 서른둘쯤 되었을까 그리고 남자는 사십
대 중반쯤 되어 보였어요 오는 동안에도 뒷좌석에 앉아서 서로 주
물럭거리는데 이건 미치겠더라고요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대범한
줄 아세요 전에는 주로 남자들이 여자를 주물럭거렸는데 요즘엔
어떻게 된 게 여자들이 더 설쳐대요 남자 바지 속에다 손을 집어
넣고 있더라니까요
손을요
주리가 놀란 듯이 말하자 그는 더 으쓱대며 이야기를 꺼냈다
이거 참 어떻게 말해야 되나 내가 보니간 여자가 그냥 집
어넣은 게 아니더라고요 완전히 펀티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주
물럭거리고 있더라니깐요 그런 사이라면 양수리에 뭘 하러 가겠어
요 오로지 그거 하려고 들어가는 치들 아닙니까
택시기사는 그 말을 하면서 다소 격앙돼 있었다
주리 역시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럼요 서울에서는 아는 사람들 눈에 꾈까봐 그런 으슥한 곳으
로 들어가는 거라고요 그런 곳으로 가면 그거 하는데 기분도 더 나
겠죠 뭐 그러니까 비싼 택시를 타고 양수리까지 들어가는 게 아니
겠어요
주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남녀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 서울에서는 그런 여자들을 보려면 끝도 없을 것이었다 택시
를 운전하다가 보면 한눈에도 그런 사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는 불
륜의 관계들이 무척 많았던 것이다
오로지 섹스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듯한 사람들처럼 보여졌다
그들 여자들이 완전한 주부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주부티가
나는 여자들도 왜 많았던 것이다 그들 여자들은 가정살림에는 대
충이고 정부를 만나 불륜을 저지르는 데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인
지도 모른다
고기맛을 안 여자들이 더 밝힌다는 말이 있듯이 남자의 고기맛
을 안 여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고기란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 맛이라고나 할
까 어느 정도 물렸다가는 또 먹고 싶은 게 바로 고기맛이었다
섹스를 즐기는 여자들은 남자들마다 제각각 다른 체위와 느낌
사정할 때의 진기한 표정들을 수집하는 여자들도 있을 것이었다
온몸을 쥐어짜는 듯이 비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들의 짜릿한
쾌감을 올려다보면서 동시에 여자들도 그러한 쾌감을 느끼는 것이

마치 남자들이 여자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표정을 훔쳐보며
쾌감을 느끼듯이 여자들도 역시 남자들의 사정할 때의 순간을 지켜
보면서 황흘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화곡동까진 얼마나 걸릴까요
주리가 묻자
이런 시간이라면 88E로도 그리 밀리지 않을 겁니다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접니다
주리가 화곡동까지 가는 시간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물었던 데에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다 택시기
사에게 미리 시간 관념을 심어 주고 그리고 주리 자신도 2시까지
는 대성운수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왜 남아 있
는 편이었다
그가 조금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약간 몸을 움직여 주리 쪽으로
다가왔다
불편하시면 레버를 당겨 편하게 누우세요
주리는 말 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레버를 잡아당겼다 의자가 뒤
로 넘어가면서 주리는 편안하게 누을 수 있었다
차암 공기가 좋네요 저절로 잠이 올 것만 같아요
주리는 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로
팔당대교의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보여졌다
활처럼 휘어진 다리 난간마다 주황색 불빛의 가로등이 점점이 서
있었다
결혼 같은 거 했어요
아노 아직 못했습니다 이런 택시를 모는 사람에게 결흔하겠다
고 달려들 여자가 어딨겠습니까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마누라한
테 매일 구박만 받고 살게요 차라리 그럴 바엔 안 하는 게 더 낫
지 안 그렇습니까
小래도 하셔야죠 돈이야 벌면 되잖아요
주리의 말에 그가 코웃음을 치며 나왔다
학생같이 그런 생각을 가진 여자들이 어딨겠습니까 요즘 서을
에서 살려면 한 달에 최소한 백오십만 원은 가져야 그래도 애들 키
우며 살 수 있는 거죠 나같이 빌빌거리는 남자한테 윌 믿고 오겠습
니까
그외 말도 일리는 있었다
요즘 여자들치고 눈 높지 않고 콧대 높지 않은 여자가 어딨겠는

아떼 능력이 없는 남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게 요즘 여자들
이었다
주리는 그의 말에 다소 동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남자한테
한번쯤 몸보시라도 해준다면 그거야말로 같은 동종의 직업인 택시
운전기사한테 도움을 주는 게 아니겠는가
주리는 눈을 감았다 이젠 아무런 의심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

자요
주리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캄캄한 실내였지만 주리가 잠들지 않았다는 걸 택시기사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의 손이 다가왔다
처음엔 주리의 배 위에 얹힌 손을 살며시 잡았다가 천천히 쓰다
듬었다 그래도 주리가 가만히 있자 그는 용기를 얻었는지 손밑에
있는 배를 더듬기 시작했다

주리는 일부러 그런 소리를 냈다
아직 잠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듯이 그에게 좀더 강한 확
신을 던져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엔 그의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조심스럽게 다가드는 손의 감촉을 느끼며 주리는 꼼짝도 하지 않
았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었으므로 그의 손은 금세 위로 을라왔다
스멀스멀 기어들어온 손이 허벅지 안쪽을 더듬는 걸 느끼며 주리는
약간 다리를 벌려 주었다
그 밑으로 시원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외 손이 이번엔 펀티 위를 더듬기 시작했다 도톰하게 솟아오
른 불두덩이 위를 더듬다가 끝내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맨살이 만져지면서 주리는 알 수 없는 강한 전율 같은 게 느껴졌
다 마치도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강간을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
었다 차라리 그런 느낌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리는 일부러 스스로를 시험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좀더 스릴 있게 그것을 느끼기 위해선 이령게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금씩 천천히 한단계씩 다가오면서 주리를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허벅지 안쪽으로부터 할듯이 더듬어 올라오면서 펀티 사이로 손
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펀티를 들풔 올리고는 좁은 계곡을
찾아 오르내렸던 것이다
어느새 주리의 계곡 사이에 흘러내린 질퍽한 물기로 인해 그의
손가락이 젖어들 정도였다

주리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들어올렸다가 내렸다 그
바람에 그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숲을 더부룩이 거머쥐었다가 놓으며 그는 가장 예민한 부분의 돌
기 주위를 벌려 손가락 하나를 밀어넣고선 지그시 눌러댔다 그가
누르거나 문지를 펀 정말이지 정신이 문득문득 까무러칠 정도였

주리는 잇몸을 사려물면서 끝까지 그가 하는 대로 견뎌냈다
아직까지도 그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으므로 주리 쪽으로 최대한
몸을 틀어 그러고 있었다 좀 있으려니까 이번엔 그가 스커트를 밑
으로 잡아내렸다
투둑거리는 소리를 내며 스커트가 떨어져내려간 뒤에 달랑 남은
건 펀티뿐이었다
하얀 팬티를 보자 더욱 용기가 샘솟는 것인지 그는 정신 없이 팬
티를 끌어내렸다
뽀얀 사타구니가 다 드러났다 그리고 그 중앙에 검은 숲이 앙증
맞게 자리잡고 있는 게 보였다
입 안에 침이 다 고일 지경이었다 그는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는
주리를 쳐다봤다
주리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번엔 그의 입술이 공격해 왔다 엎드리다시피 해서 주리의 두
다리를 벌린 채로 입술을 들이댄 그의 턱이 까칠하게 느껴졌다
그는 혀끝을 동그랗게 말아 그 끝으로 돌기 부분을 살짝살짝 건
드리기 시작했다 건드릴 때마다 그녀의 아랫도리가 움찔거리며 흔
들렸다
아 됐어요 죽겠어요
주리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데도 그는 일어설 기미조차
없었다
그의 혀는 돌기를 건드리다가 다시 계곡 전체를 건드리며 오르내
렸다 양쪽 볼기를 쓰다듬는 듯한 짜릿한 쾌감이 계곡을 타고서 밑
으로 내려가는 듯했다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거세게 자신의 꽃잎으로 끌어당겼다 더욱 세게 다가드는 그의 혀
는 검은 숲을 헤치며 위로 올라왔다
그때쯤 그의 혀는 허벅지를 지나 아랫배를 훌으며 젖가슴으로
올라왔다 그의 입 안에 물린 듯이 들어간 주리의 젖가슴에서 또다
른 쾌감이 일어났다 뭉클거리면서 애틋한 감정이 다시 꿈틀거렸

쟀다니까요 됐어요 이제
주리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리를 잡아당겼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좀더 오래도록 주리의 그곳을 할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주리 쪽에서 참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팽팽함이 눈앞을 어질어질하게 했

그가 이번에 찬찬히 젖가슴을 풀어헤쳤다
그녀의 알몸이 드러나자 그는 감상이라도 하듯이 천천히 혀끝으
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혀는 원을 그리듯이 빙빙 돌며 돌기를 입 안
에 넣었다간 다시 뱉어내면서 거세게 빨아들였다간 다시 내뱉었

bl치겠어
주리는 이제 거의 울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몸을 꽉 붙잡은 채로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제서야 그
는 플색 쓰러지며 바지를 내렸다 그의 것이 억세게 파고드는 걸 느
낄 수 있었다
주리는 입을 벌리며 그를 세게 끌어안았다
한꺼번에 들어오지 않고 주춤거리며 들어온 그것은 처음부터 맹
렬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집어넣기만 하고서 그대로 다시 주리의 젖가슴과 어깨 부위
를 마구 할아댔다
이 남자는 여자의 성감을 제대로 아는구나 싶었다
그치 혀는 오래도록 목덜미며 귓바퀴를 할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
갔다 그동안 그는 서너 번 왕복운동을 하면서 질액을 훔쳐냈을 뿐
이었다
마구 빨려드는 것 같은 진한 감동이 밑에서부터 느껴졌다
다시 그가 남성을 뻬내며 입술을 갖다댔다 두번째의 혀가 다가
왔고 주리는 한숨을 내뱉을 듯이 깊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의 혀는 다시 주리의 계곡을 타고 놀았다 양쪽으로 벌어진 음
순 사이를 파고들며 돌기를 찾아내 그 부분만을 집중 공략해 오고
있었다
마구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요기를 느끼며 그녀는 잇몸을 와악
물었다
하아 하아 하
어느새 주리의 입에서는 알지 못할 소리가 났다
이상하게도 느낌이 좋은 것이다
그는 여러 번 그런 짓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서두르지 않고 있었

이쯤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고 해도 주리는 후회가 없을 것만 같
았다 그만큼 그녀는 달아올라 있었다
젊고 예쁜 여자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
지 않았다
뽀얗도록 회디횐 알몸엔 검은 숲이 무성했다 어두운 실내에서
바라보는 그것이란 미치도륵 환장할 일이었다 그는 차라리 삽입을
하는 것보다도 이렇게 애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남성을 만져보았다 이미 그 끝엔 점액 비슷한 물기
가 내비쳐 있었다 이대로 집어넣었다간 금방 시정해 버리고 말 것
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다시 혀끝을 갖다댔다
아 헉1
이젠 주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따름이었
다 차라리 이렇게 질식할 것만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
무엇인가가 밑에서부터 을라오는 듯한 스멀거림에 그녀는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다 마치 물결처림 파도를 타고 노는 어린아이의
손놀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꽃잎을 짓이기듯이 거세게 다가왔다간 멀어져가는 느낌이
아득했다가 다시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는 철두철미하게 그녀를 짓이기고 있었다
차라리 빨리 집어넣어 사정을 해버렸다면 모든 게 쉽게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삽입하지 않고 있었다 주리의 두 다리를 활
짝 벌린 채로 꽃잎을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그의 혀는 차라리 악마
의 혀 같았다
마치 뜨거운 불의 혀가 날름거리다가 찬물을 끼얹으며 서늘하게
냉각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주리의 몸동작을
살피고 있었다 마치 기억의 창고 속에 영원히 각인이라도 시켜 놓
을 듯이 그러고만 있었다
주리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을 더듬어 그의 남성을 거머쥐었다 숲속에 가려진 그것
은 오똑하니 솟아 있어 거머쥐었을 때는 빳빳하게 서 있었다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거세게 움직여댔다
남자란 그랬다
주리가 손으로 그러는 동안 몇 번인가 꿈틀거리며 쿨럭거렸다
그의 몸이 점점 경직되어 가는 걸 느꼈다
끝내 그는 사정을 하고 마는지 참을 수 없는 격렬함으로 이때까
지의 모든 동작을 뚝 멈추고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 소리는 너무 커서 만약 옆에 차가 있었다면 다 들릴 판이었다
그는 그만큼 큰소리를 내지르며
순식간에 그의 몸에서는 허연 것들이 쏟아져내렸다
주리는 자신의 몸 위로 쏟아지고 있는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젖
가슴과 배 위로 마구 쏟아져내리는 정액이 비 오듯 했다
그는 좀더 몸을 움찔거리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라도 다 쏟아내려
는 듯이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주리의 손바닥은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흥건했다 손과 몸 위로
흠뻑 쏟카져내린 정액은 곧 비릿한 내음을 풍겨냈다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했다
주리는 그의 몸에서 한방을 두방을 떨어져내리는 정액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서야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 알 것만 같았다
주리가 쳐다보고 있자 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여운
이 남았는지 마지막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줄어드는 남성을 볼 수 있었다 남자란 존재는 정
액의 사정과 동시에 남성 또한 줄어드는 것이라는 것을 똑똑히 지
켜봤다
비록 약간 어둡긴 했지만 차의 앞쪽 계기판을 비추고 있는 조그
마한 불빛에도 그것들은 하나하나 다 보였다
그가 줄어들자 그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는지 풀썩 옆으로 나
가떨어졌다
그러고는 주리의 손을 거머쥐었다
했어 하기도 전에 사정을 해버렸어
그가 넋두리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리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다
小賣게 하는 거예요 사정을 하는 게 그런 건 줄 이제 알았어요
어때요 기분이 좋아요
주리가 묻자
注응 사정을 했잖아 너무너무 좋은걸 학생이라는 말에 더 빨
리 사정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그건 왜죠 왜 빨리 사정을 해버렸다는 거죠
주리는 궁금했다 이 남자가 말하는 학생이라는 말이 약간 궁금
해졌다
이런 경험을 해보긴 첨이야 아가씨같이 예쁜 여자한테 이럴 수
있다는 거 그러니까 빨리 사정한 거지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인 것처럼 여겨졌
다가 막상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의외로 빨리 사정을 해버린 모양
이었다
그 말을 듣자 주리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럼자는 대개 오 분 아니면 십 분 정도잖아요 그런데도요
주리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푸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동안 몰아두었던 숭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 맞아 그 정도의 시간이겠지
남자는 다 그래요
주리가 확인이라도 하듯이 묻자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주리는 이제 남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안 것 같았다 자신이 생각했
던 대로였다
그런데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인데도 길게 느껴지는 건 뭘까
수없이 반복되는 황복운동으로 인해 길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너면 남자의 깊은 애무와 동시에 피스톤 운동을 함으로써 동
시에 느끼는 만족감 때문일까
대개 남자들은 섹스하는 시간에 대해선 전부 다 허풍을 떨어댄
다 여자를 죽여 주겠다는 등 보통 삽입했다 하면 한 시간 내지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는 등 심한 경우에는 TV드라마 세 편
이 다 끝날 때까지 지켜봤노라고 그럴 듯하게 공갈을 쳐대는 남자
들도 있었다
과연 그런가
생리적으로 남자란 동물은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연히 사정을 하
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신체의 생체 리듬에 따라 저절로 액문이 열려 버리는 것이 바로
동물이 갖는 특이성이랄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마치 감기에 걸렸을 때와도 같을 것이다 일단 감기
에 걸리면 머리에 열이 오르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열이 오
르기 시작하고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재채기가 나오면 감기에 걸렸
구나 하고 생각하듯이 남자의 사정이라는 것도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배출이 되는 것이다
주리는 가만히 누운 상태에서 자신의 배 위에 쏟아진 정액을 쓸
어보았다 끈적거리는 물기가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군데군데 마구 쏟아부어진 그것은 지독한 밤꽃 향기를 날리고 있
었다
좋았어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좋았어 나도 너무 흥분했는걸 이런 곳에서 그렇게 할 줄은 몰
너무 몸매가 아름다워서 이게 꿈인지 아닌지도 잘 모
르겠어
그는 아직도 좀전의 흥분을 좀처럼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리가 가만히 있자 그는 연신 주리의 알몸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전을 오래하게 되면 정력이 점점 떨어진다면서요 정말 그런
가요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릴 만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워낙 황흘함을 맛보았던지 주리의 그 말에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小럴지도 모르지요 하루종일 앉아만 있으니까 여름엔 사타구
니에 땀이 흥건해지니까 약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오늘은
완전히 의욉니다 삽입도 안 된 상태에서 이런 쾌감을 느끼다니
남자는 다 그런 것 같아요 꼭 오래도록 해야 했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어요 일단 서로 기분이 좋으면 췄죠 뭐 나도 짜릿했
는걸요
주리가 웃자
삽입을 안 했는데도요
테 그 대신 남자의 정액이 내뿜어지는 걸 확실히 보았잖아요
어떻게 해서 나오나 하고 무척 궁금해 했었는데 그걸 보니까 기분
이 마구 흥분되는 거 있죠 평소에도 그런가 보죠 그보다는 조금
더 길 수도 있겠죠
小래요 술집 같은 데 가서 하면 굉장히 빨라요 그건 개네들이
빨리 하라고 색을 써대니까 나도 모르게 흥분이 돼버리는 모양이에
요 그런데 보통때에는 여자들과 같이 해도 이러진 않았는데
그는 역시 아러움을 드러냈다
주리의 알몸 중에서도 유독 검은 숲이 가려진 부분만을 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주리는 천천히 그것들을 닦아냈다
그의 눈길이 떨어지지 않고 있자
아직 시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입으로 해줄래요
그는 주리의 그런 주문이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쳐들어왔

그의 입술이 닿자마자 다시 시작되는 흥분이었다 이번엔 처음
보다 좀 뒤처진 듯한 쾌감이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일어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온몸으로 짜릿한 기분이 퍼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는 혀끝으로 사타구니 전체를 할아댔다 검은 숲을 건드릴 때
의 폭널은 애무는 계곡 쪽으로 옮겨가기 위한 준비 단계였으므로
가만히 있으면 될 성싶었다
알은 날개 같은 음순을 건드리며 다가왔을 때부터 진득한 쾌감이
묻어나왔다 그가 정성스럽게 다가옴에 따라 그 속에 있는 모든 쾌
감들이 부스스 잠을 깨는 것처럼 황흘스러워졌다
아 좋아요
주리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뱉어냈다
그러면서 그의 남성을 찾았다 슨바닥 안에 거머쥔 그것은 불끈
불끈거리며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주리는 것을 잡아당겨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남자는 주리의 반
대편으로 거꾸로 엎드린 상태였고 주리는 그것을 입 속에 집어넣
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가 할아대는 곳마다 새파란 경련이 일어나는 듯했다 파르르
떨리는 듯한 경련은 온몸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흩어지곤 했다
그것은 깊은 계곡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팼어요 그만
주리는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그를 끌어당겨 몸 속으로 들어오길 원했다 그가 천천히 몸을 례
며 들어왔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일시에 몰려왔다 주리는 그가 움직이는 대
로 출렁거리며 같이 호홉을 맞린다
그는 움직이면서도 입술은 젖가슴에 고정시켜 놓은 듯 미친 듯
이 젖가슴을 할아대고 있었다 이럴 때 여자들은 거의 미칠 것만
같을 것이다
그가 파상적으로 공격해 올 때마다 주리는 파삭거리며 무너지는
걸 느꼈다
이치 겠어 그렇게 해줘요
주리의 주문이 있자 그는 더욱 열심히 공격해 왔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서 한꺼번에 정액을
쏟아냈다 그가 몸 위에서 싱한 경련을 일으키며 널브러졌다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쿨럭거리며 쏟아져나오는 정액은 주리의 몸 속으로 깊이 파묻히
고 있었다
고스란히 들어온 그것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주리는 그것을 느
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 끝났을 때 주리는 다시 깊은 허망감에 빠져들고 있
었다 너무 일젝 끝나 버린 것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래 못 참겠는걸
그가 중얼거렸다
왜 그래요
주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글쎄 모르겠어 너무 흥분했나봐 이렇게 일찍 끝나 버리기는
처음이야
불과 오 분도 채 못 된 시간이었다 집어넣자마자 순식간에 일어
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미끌거리면서도 점점 작아지고 있는 남성으로 다시 피스톤
운동을 했지만 이미 그럴 시간은 다 지난 뒤였다
주리는 밤하늘을 을려다보았다 검게 물들어 있는 밤하늘이 포근
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 같은 게 쏟아지는 건 또 무슨 연유일까
주리는 말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이상하다는 듯이 주리를 내려다보곤 옆자리로 돌아가 주섬
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제 돌아가요 너무 늦었어요
주리가 냉랭하게 말하자
그는 미안하다는 듯이 쳐다보기만 했다
그가 서서히 차를 후진시키면서 원을 그리듯이 강가를 빠져나왔

넓은 개활지를 달리면서도 주리는 창 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아가씨라지만 너무 센 거 같은데요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지만 너무 빨랐어요 혼자만 좋
아하는 건 왠지 기분이 안 좋은걸요
주리는 이제 할말을 다했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못할 이듀
가 없었다
약한 남자에 대한 공격일 수 있었다 참으려고 해도 참아지지 않
는 것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구 나무라는 건 또 아니었다 그의 자존심을 건
드릴 만큼만 톡 쏘아붙인 것뿐이었다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단지 운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주리
가 힐끗 그를 쳐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약간 지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차를 운전하는 모양새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울퉁불퉁한 길만 골라 지나갔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같았다
화났어요
참다 못해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아닙니다 별 말씀을
그러고는 그는 다시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택시는 벌써 해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한적하게 뚫려 있는 도로
에서는 보통 시속 1料킬로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제가 약한 게 아닙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다 그럴 겁니다 아
가씨같이 예쁜 미녀 앞에선 어떤 남자라도 대개 그럴 겁니다 정도
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는 변명이라도 하는 듯이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주리가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회사 기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개 남자들은 그렇게 세
지 않다는 겁니다 대충 하는 시간으로 따지자면 얼마 되지 않는다
는 거죠
그런데 이런 강가에서 그것도 차 안에서 그런 섹스를 했다고 생
각해 보세요 그것도 아가쒸처럼 젊고 발랄한 여자가 알몸으로 누
워 있다고 생각했다면 누구라도 금방 사정해 버리고 말 겁니다 참
으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게 바로 그거거든요
주리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앞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주리를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졌다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가씬지 학생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래요 여자가 너무 세
면 남자가 힘들다는 것은 알아야 될 겁니다 제가 그 정도로 애무를
해줬다면 다른 여자들 같으면 벌써 홍콩으로 날아갔을 겁니다 그
런데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널必I
理힐 略
그래서요
주리가 부드럽게 나오자 그가 힐끗 주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앞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가 한숨처럼 말을 했다
람자는요 대개 다 빨라요 아가씨가 어떤 남자들과 같이 잠을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긴 남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있다면
그건 무슨 약을 쓰거나 미리 섹스를 하기 전에 화장실 같은 데서 먼
저 사정을 하고 나서 두번째로 하는 섹스에서나 가능한 일일 겁니

약을 써요 어떤 약인데요
주리가 묻자
그건남대문에 가면 그런 약을 팔아요 칙칙이라는 약인
데 그걸 뿌리고 하면 남자의 성기가 굳어져서 오래할 수 있답니다
그런 약을 자주 쓰면 나중에는 남자의 그것이 면역이 생겨서 발기
불능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걸로 여자를 죽여 준다는
소린 들었지만 난 한번도 그런 걸 써본 적은 없어요
그 말을 하고선 그는 담배를 꺼냈다
피울래요
주리는 말 없이 담배를 받아 피워 물었다 그가 담배 연기를 내뿜
었다
조금 더 가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처음엔 학생인 줄 알았는데 학생 아너죠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남자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
고 싶진 않았다
왜요
小냥 물어보는 겁니다 술집에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학생인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군요 아까 관계를 가지면서 보니까 학생
이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학생 같다는 얘기죠
주리가 물었다
七건 그냥 느낌 같은 것으로 알 뿐이죠 술집에 나가는 여
자들이 가끔 그래요 밤늦게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은근
히 기사들을 유혹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 여자들은 대개 영업이 안
돼서 공을 친 날 일찍 집으로 돌아가긴 뭣하고 해서 억지춘향식으
로 애꿎은 기사들을 상대로 재미를 보는 경우죠
그런 일도 있어요
암요 운전을 하다가 보면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섹스는 하
고 싶고 적당히 술을 마셨으니까 아무나 붙잡고 봉을 잡는 식이죠
물론 그걸 하고 나서는 얼마의 돈을 줘야 남자 체면이 서는 거겠

小賣다면 아저씨도 그런 일을 당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주리는 그런 일이 기사들한테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았다 대성
운수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암요 여러 번 그런 일을 당했죠 어떤 때는 술에 취한 여자가

타서는 돈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리라고 그랬더니 뭐랬는 줄
아세요 그럼 어디 가서 몸을 주면 안 되겠느냐고 그러데요 그래
서 뭐 나도 총각인데 약간 구미가 당기더라고요 얼굴도 그
런대로 괜찮은 편이고 해서 일단 근처 여관으로 데리고 들어갔죠
술에 완전히 갔더라고요 옷 입은 폼새로 봐선 그럴 만한 여자가 아
닌 것같이 보였는데도 그래요
그래서요
주리는 자꾸 궁금해졌다 그가 뒬 틈 없이 말을 하도록 중간에 맞
장구를 쳐 주었다
릴 여관엘 들어갔으면 딴짓을 하겠습니까 그거밖에 할 게 없
죠 h씻를 하고 나서 곧바로 쳐들어갔죠 영업을 해야 하는데 잠
깐 짬을 내서 하는 거니간 느긋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대충대충 하
고는 밖으로 나오는 거죠
그의 말이 너무 싱겁게 끝나는 것이었다 주리는 잔뜩 귀를 종긋
거리고 있다가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이는 얼마나 되었는데요
주리가 물었다
타이는한 서른다섯쯤 뤘더라고요 얼굴도 예쁜데 그렇더라
니까요 친구들하고 모임에 갔다가 완전히 떡이 된 모양이더라구

小 여자하고 해보니까 어뻤어요
힐요 어떤 걸 말합니까
그가 선선히 말해 줄 것처럼 부드럽게 나왔다
섹스가 어땠느냐는 말이에요 좋았어요
주리는 그 질문을 던져 놓고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그러
난 일단 뱉은 말이었기에 스스로를 냉각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얼
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며 그런 표정을 감추려고 그랬다
心거야 뭐 그냥 하는 대로 하는 거죠 뭐 여자를 벗겨 놓고 그
냥애무를 하다가 곧바로 집어넣는 거죠 그리고 아까처럼 남
자는 사정을 하고 나면 모든 게 끝이잖아요 우리야 그런 여자들 만
나 사정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거죠 더이상 길게 끌어봤자 나중엔
덤터기로 뒤집어쓰는 수가 있죠
왜 써요 그 여자한테 말이에요7
七럼요 질이 나쁜 여자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우리들 같은
기사들한테 사기를 치기도 하죠 저번에 우리 직장에서 나간 그 친
구도 그렇게 해서 꽃뱀한테 걸려 크게 당했어요 같이 가서 실컷 즐
기다가 나중에 그 여자가 시비를 걸고 나오는 겁니다 그 여자의 남
자라는 작자가 나타나서 간통으로 집어넣겠다는 바람에 애꿎은 돈
만 날린 거죠
택시기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가 안췄다는 듯이 말했다
生長 다른 여자랑 할 때도 그 정도 시간이에요 전 그게 궁금하
거든요
섹스하는 시간 말입니까
그가 되물었다
네 그걸 알고 싶어서 그래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참 내 아가씨가 뭘 그런 것까지 다 알고 싶으세요
그가 이상하다는 듯이 주리를 쳐다봤지만 주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주리가 똑바로 쳐다보고 있자 그가 다시 말을 했다
대개 남자들은 다 그래요 한 오 분에서 십 분 정도일 겁니다
그 이상 하는 사람들은 드물어요 그러니까 대신 애무를 많이 하죠
실제로 하는 시간이란 그것밖엔 안 돼요 여자들이야 오래 많이 해
주면 해줄수록 더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됩니까 그리고 무
슨 충성이라고 힘들게 참겠습니까 그런 여자들한텐 대충 하는 거
죠 뭐
그제서야 주리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운전기사를 통해 들은 말로 주리는 섹스하는 시간이란 대개 그
정도일 것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때까지 겪었던 남자들도 모두 다 그 정도의 시간밖엔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길고 짧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남자들은 타고날 때부터 여자들보다 조루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지만 섹스를 하다가 보면 먼저 사정을 끝내 버리는 것에 불만
이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모든 기쁨은 같이 공유해야 할 터인데도 불구하고 유독히 남자들
만 그런 기쁨을 맛보고는 시들해져 버리는 것엔 약간은 화가 치솟
기도 했다
주리는 아직 이만한 나이에 그리 많은 남자를 려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또래의 여자들에 비해선 대단히 많은 남자들을 겪얼다
고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남자들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
도 같았다
남자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벗겨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 땐 다시
모든 게 궁금해지는 것도 어쩌면 섹스에 대한 건망증이랄 수 있었

남자와의 섹스에 대해 완전히 알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주리는 좀전의 강가에서 가졌던 섹스에 대한 미련 같


은 게 남아 있었다 섹스를 하다가 만 것 같은 미진한 구석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벌써 오늘만 해도 세 명의 남자들을 거쳤지만 세 명 모두 다 그랬

어쩌면 멋진 강가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라고 변명을 해보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택시生 여의도를 거쳐 화곡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회의사당을 돌아 인천으로 향하는 경인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에 만날 수 없을까
그가 물어왔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곧 화곡동이었으므로 어렵사리 꺼내는 그의
간청이었다
~
주리는 그저 웃기만 했다 바로 그게 남자의 착각을 불러일으켰
는지
生 만나고 싶습니다 다음번엔 더 재밌을 거 같습니다 자신있고
요 언제 시간을 한번 내주십시오 연락처라도
남들은 그랬다
한번 관계를 가진 여자한테는 마치 제것인 것처럼 굴게 마련이었

그도 역시 그랬다 주리가 어떻게 몸을 주었다고 해서 또다시 만
날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치 오 분도 안 가는 남자가 또 만나자고
주리는 속으로 그런 비웃음을 흘리며
랬어요 계속 운전을 하시면 또 만날 날이 있겠죠 뭐 저도 바빠
요 한가하게 놀러 다닐 여유가 없어요
주리는 그가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했다
학 한번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는데 제가 술 한잔 사겠습
니다
그는 아쉬운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안타까운 제안을 하고
있었다
술이라면 쌔고 쌘 게 술이었다
주리 같은 여자가 술을 못 마셔서 그렇게 몸을 줬을 거라고 생각
하는 것 같아 웃음이 튀어나왔다
랬어요 한번으로 족해요 오늘은 정말 우연히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남자 친구들이 많아요 오늘은 완전히 김새는 날이
라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구요 아저씨 같은 사람과는 첨이에

주리의 그 말에 그가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운전
에만 열중하고 있는 옆모습이 처량하게 보여졌다
화곡동 전신전화국 앞에서 차가 멎었다 주리는 내리면서 미터계
에 나타난 금액의 더블에 해당하는 요금에다 팁까지 계산해서 만원
권 지폐 다섯 장을 내밀었다
팼습니다 요금은 안 받겠습니다 제가 오히려 그냥 줬습
니다
그가 극구 사양을 했다
이런 미친놈 뼈빠지게 운전대를 잡으면서 요금도 안 받아
주리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받으세요 저도 즐거웠잖아요 이건 요금이라고요
주리가 다시 돈을 내밀었는데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아닙니다 그냥 가세요 저엉 그렇다면 다음에 한번만 더 만나
주시면 됩니다
할 수 없었다
小럼 연락처를 적어 주세요 제가 연락드릴게요
주리의 그 말에 그가 얼른 종이쪽지에 전화번호를 적어 건네 주
었다
주리는 전화번호를 들여다보다가 꾸깃 집어넣고는 고개를 숙였

泳마워요 그럼 다음에 봐요
주리는 돌아서며 마음 속으로 킥킥거렸다
이런 맹추 같은 이런다고 전화할 줄 알았냐
주리는 얼른 발걸음을 음기며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을 끼고
돌면 다음 골목 끄트머리쯤에 넓은 공터가 있고 그곳게 대성운수
택시 회사가 있었다
어두운 골목을 걸으면서 주리는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괜히 하루를 망쳐 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 엄습해 왔다
아냐 난 이제 시작이야
주리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지금부터 택시를 운전해야 할 시간임으로 자신에겐 새로운 하루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 주리에겐 택시를 몰고 나가는
시간이 바로 아침이었고 택시를 차고지에 집어넣는 것이 바로 저
녁 퇴근시간일 수 있었다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길게 한 것도 아닌데도 그져다
대성운수의 넓은 마당에서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자
절로 마음이 환해졌다 머언 곳에서 등지로 귀가하는 철새들의 귀
향 같은 기분이었다 모처럼만에 느끼는 그런 포근함이랄 수 있었

마당으로 들어서기 전에 주리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입술을 오므려 루즈 자국을 흐트러지지 않게 한 다음 다시 스커
트 위를 더듬어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어루만졌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이지만 오늘 일어난 비밀에 대해 한번 더 단속하는 그
녀였다
모든 게 굉상시와 같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성큼 불빛이
환한 마당으로 들어섰다



<< 아르바이트 5권 >>

처음엔 나도 쓰레긴 줄 알고 무심코 집어들었는데 그게 바로 여자
와 카섹스를 한 휴지지 뭐예요 모르고 집었다가 손에 진득한 것이
묻어서 알게 됐지만 세상에 그런 일도 있어요
찬주늑 그 말을 하면서 얼굴을 찌푸려 보였다
그래요 아무려면
주리가 같이 얼굴을 찌푸리며 되물었을 때 그는 얼굴을 하알게
해가며 소리쳤다
할도 마세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여자 입술 루즈 자국
이 묻은 휴지는 그래도 양반이에요 티슈에 진득한 것이 묻어 있고
또 거기에 짧은 털이 묻어 있는데도 그게 거짓말이겠어요 어떨 땐
휴지에 콘돔까지 들어 있는걸요
그 말을 하면서 창주는 아예 더이상 묻지 말라는 투로 손을 설레
설레 흔들어댔다
그래 요
그럼요 여긴 강남이 아닙니까 밤늦게 들어오는 차들 대부분이
그런 쪽 차들일 경우가 많아요 멀리 야외로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기름을 넣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차들 옆에는 부인이 아니라 꼭
영계들을 하나씩 태우고 있는 걸 볼수 있을 거예요 그런 깊은 밤
에 영계를 태우고 있다는 게 뭘 말하는지 알죠
준리는 창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창주의 이마엔 진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주리가 잘 이해하
지 못하는 것 같자 제 스스로 열을 올리고 있는 탓이었다
앞으로 여기서 일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세상이 요지경 속
이라는 말이 실감날 겁니다 요즘 여자들 왜 그래요
그가 느닷없이 되문어rl
아 젊은 여자들이 늙은 꼰대한테 빌붙어서 따라다니는 것이 눈
꼴시려워서 말이에요 그것도 다 돈 때문에 그럴 거예요 값비싼 차
를 타고 다니는 꼰대한테 붙어서 돈이나 얻어 쓰려고 그러는 거 아
닙니까7
창주는 이미 열을 받고 있었다 점점 핏대를 세우면서 이야기의
열을 올렸다
그건 아무도 모르죠 왜 그랬는지 그런 여자가 있다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그런 여자들은 또 학생이 아니잖아요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술집에 나가는 젊은 아가치들일 거예요
주리는 창주가 말하는 그런 여자애들이 실제로 대학생들이 아니
라 혜진이처럼 대학생이라고 속이며 업소에 나가는 애들을 일궐어
말하는 것 같아 그렇게 둘러댔다
주리의 말이 변명처럼 들렸는지 창주는 이마에 더 많은 땀을 흘
리는 것이었다
아립니다 한번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봤던 여자애가 늙은
꼰대하고 같이 와서 기름을 넣고 가는 걸 본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그 애도 나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는 기색이더라구요
그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혹시 아는 분이랑 같이 올 수도 있고
학과 교수일 수도 있을 테고 아무튼 아는 사람하고 같
이 차를 타고 오다가 여기 들러 기름을 넣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주리의 말에 그는 기가 차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그게 아니라니간요 개가 처음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러더니 어쨌는 줄 아세요 내가 기름을 넣는 동안 괜히 얼굴을
수그리고 있는 거예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한번 봤을 뿐인데
나도 개를 기억하고 개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그러니까 나
를 보고는 고개를 숙이는 거죠 만일 아는 분하고 같이 앉아 있었다
면 왜 그러겠어요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그렇겠죠
주리는 더이상 할말이 없어졌다
주리가 입을 계속 다물고 있자 창주도 제풀에 김이 새는지 더이
상 말을 않고 있었다 창주는 지금 열을 받아 혼자 우울한 감정을
삭이고 있었다
둘의 대화는 거기에서 끊어졌다 마침 차가 안으로 들어왔기 때
문이었다
주리는 창주가 일어나기 전에 얼른 일어나 차 있는 데로 다가갔
다 BMW였다 까만색의 차에 유리창마다 검은색 유리로 선팅이
돼 있었다
얼마나 넣을까요
하고 주리가 묻자
여어 아가씨 미인이구만 언제 왔어7
주리는 얼이 빠진 듯이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마치 아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 저절로 주눅이 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언제 왔지
그는 계속 그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주리가 말한 것에는 아예 신
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오늘 왔어요 얼마나 넣어 드릴까요
주리는 할수 없었다 억지로화를내봐야이득이 될 게 없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상냥하게 대하는 편이 더 나을 성싶었다
호오 그래 상당히 미인이신데 이런 데서 썩긴 아까운 인물인
데 그래 아르바이트생인가
주리는 지극히 짧게 대꾸했다
발랄하게 생겼군 그래 일단 기름이나 넣자구 만땅으로 넣어
그리고 이쪽으로 다시 와봐요
주리는 얼른 차 뒤쪽으로 가서 주유구를 열었다 그러고는 기름
호스를 집어넣고는 그대로 서 있으려다가 할 수 없이 앞으로 갔다
그가 목을 빼고는 주리의 몸동작을 살피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오늘 데이트나 할까7언제 일을 마치지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래 대답 안 해 기분 나쁜가내 말이
아니예요 바빠서요
주리가 얼버무리자
릴가 바쁘다는 거지7시간이 없다는 건가 아니면 주유소 일이
바쁘다는 말인가 이거 기분 나쁜데 그래 어때 이따 한번 만날
수 없을까 나도 일이 바빠 아가치가 너무 예뻐서 그래 나도 손님
이니까 자주 여길 들르는 편이야 어때 명함을 줄 테니까 한가할
때 전화나 해주지 하하 그럼 그 은혜는 잊지 않을
그러면서 그는 명함을 꺼내 주리한테 내밀었다
테니까 자 여
주리는 처음엔 명함 따위를 받지
않으려고 그랬다 자꾸만 남자
들이 명함을 내밀며 나중에 연락을
하라고 그러는 바람에 이젠 그
런 것도 받기 싫어졌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자 받아 받으라고
그가 다시 재촉하며 명함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흔들었다
하는 수 없었다
주리는 일단 명함을 받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래야만 그
의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아서였다
나중에 연락하자구 한가할 때 전화해 줘 후회는 안 할 테니

그러면서 그는 웃었다
주리는 전광판을 쳐다보다가 어느새 기름이 다
거리는 점멸등이 보였다 얼른 주유기를 뽑고는
살펴봤다 가득 채운 기름의 양은 삼만 원이었다
삼만 원 나왔는데요 손님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들어갔는지 깜박
전광판의 금액을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고 주리가 마악 몸을 틀려고 하는데 그가 불러세웠다
아 됐어요 나머지는 아가씨가 가져요 난 지금 바쁘니까
그가 오토 핸들을 조작하는 걸 보고는 주리는 얼른 말했다
아녜요 잠깐만요
주리가 얼른 사무실로 가려는데 벌써 그는 차를 몰아 주유소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주리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수표를 바꿔
입금시키고는 나머지 거스름돈을 받아두었다 혹시 다음에 오면 되
돌려 줄 생각이었다
간이 휴게실로 오면서 보니까 창주가 저쪽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휴게실 의자에 앉아 그가 건네 준 명함을 꺼내
보았다
대진건설 대표이사 임준영
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리는 가만히 앉아서 그들이 주고 간 명함을 생각했다
첫번째 손님이 준 명함에는 샤워 골프클럽 이사라고 쓰여 있었
다 그리고 두번째 손님은 바로 대진건설 대표이사였다 모두들 나
름대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명함을 주면서 전화를 하라고 일러 준 것은 주리
한테 호감이 있다는 표시였다
주리는 그들이 왜 자신한테 명함까지 주면서 연락하라고 하는지
를 알 수 있었다 그건 일종의 흥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주리와 육체적 흥정을 하자는 수작이라는 걸 그녀 자신도
모를 리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은 느끼하다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개 남자들은 그런 식으로 여자들한테 미끼를 던졌다 자신의 지
위나 돈을 내세워서 유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주가 저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나 도서관에 늦었어요 오늘 나을 애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한
시간 더 일했거든요 이제 시간이 다 됐어요 벌써 4시예요
그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주리한테 눈인사를 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마 퇴
근하려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조금 후에 다시 새로운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나왔으므로 그때부
턴 주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 여자도 주리 또래거나 주리보다 한두 살 어린 나이로 뵈는 아
가씨였다 그녀는 주유소로 나오자마자 횐 장갑을 끼고는 재빠르
게 움직이는 것이 벌써 이 주유소에서 오래된 경력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주리를 쳐다보곤 싱긋 웃었다 주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오늘 처음 나왔어요 잘 부탁해요
주리가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서로 악수를 하면서 벌써
부터 친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잘 왔네요 그렇잖아도 친구가 없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그럼 여자는 혼자
주리가 묻다가 말았다
네 그래요 며칠 전에 한 아가씨가 그만뒀어요 그 아가씬
일도 잘 했는데 왜 그랬는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그녀는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주리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뭔가 말할 것 같았다가 그만두는 듯
한 인상을 내풍겼다
이름이 뭐예요
남주리
난 현정아예요 이제 앞으로 친구처럼 지내요
좋아요 저도 좋은걸요
두 사람은 다시 악수를 나누었다 손을 먼저 흔든 건 주리였다
주리가 악수를 하며 손을 흔들자 그녀도 같이 따라 흔들어댔다
그러다가 그녀가 귓속말로 나직이 속삭였다
혹시 과장이 눈독을 안 들이던가요7
무슨 말 같은 거 없었어요3
그녀가 다시 물어왔다 그녀의 표정이 자못 신중해 보였다
무슨 말7
주리가 물었다
혹시 이따가 만나자는 말 같은 거 뭐 그런 제스처
같은 거 없었어요
jl없었는데요 왜요
주리는 일단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혀칠 전에 나간 주양이라는 애도
과장하고 모종의 썸씽이 있어서 나갔대요 그래서 혹시 과장
이 여자를 밝히나 봐요 아르바이트를 하러 들어오는 여자들을 그
냥 안 둔다는 말이 있거든요
현정아는 그 말을 하면서 약간 얼굴빛을 붉혔다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저한테 말해 줄 수 있어요
그러죠 뭐
서로 돕고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나도 알아야 과장의 속셈
을 알아차리죠 그래서 이런 말 하는 거예요
아하 알겠어요
그제서야 주리는 현정아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주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나직이 말낀틴
도 고마워요
주리는 진정으로 고맙다는 표시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일하기는 그리 힘들지 않죠남자들이 자꾸 추근덕거리는 것만
빼놓고
한아요 기름을 넣으러 오는 사람들이 좀 짓궂은 것 같아요
주리의 말에 1녀가 반색을 했다
그렇죠 괜히 명함이나 꺼내 놓으면서 한번 연락하라고 그러죠
네 그런다고 다 전활 하나요 뭐 골빈 남자들 같아 안 그래
오了
두 사람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사무실 유리창 안에서 과장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까맣
게 모른 채 그들은 서로 남자들의 흥을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현정아의 말에 의하면 주유소를 찾는 고객들 중에 상당수가 예쁜
여자들한테 눈독을 들인다는 것과 툭 하면 명함 따위를 건네 주며
한번 놀러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주양도 그런 케이스라고 했다 과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가
손님이 건네 준 명함으로 전화를 넣어서 다시 그 남자와 그렇고 그
런 사이였던 게 과장의 눈에 거슬려 한번은 과장한테 실컷 두들겨
맞아 눈두덩이가 붓고 다음날은 출근도 못했다는 것이었다
바깥에서 일어난 일이라 상세한 내막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하
여튼 주양이 다른 손님과 그런 관계였다는 게 과장한테는 눈에 거
슬렸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주양이 일을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차근차근 들려
주었다
그리고 현정아는 말을 하는 동안엔도 가끔씩 사무실 쪽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과장의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느라 무척
힘이 들었노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네 그랬군요
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절대 넘어가지 마세요 아마 제가 생각하기엔 과장님이 여기 들
어오는 여자애들 전부를 다 건드렸을 거예요 직원들도 눈치를 채
고는 있지만 전부들 다 쉬쉬 하고 있겠죠 특히 남자들끼리는 더해
요 서로 여자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들이니까요 그래서 전 일부
러 쉬는 시간에도 사무실엘 잘 안 들어가요
네 알았어요
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아의 말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 셈이었다 친절하게 가
르쳐 주는 그녀가 밉지 않았다
현정아는 웃을 때마다 작은 보조개가 입가에 피어나는 여자였다
대학교를 나와 재수를 하고 있으면서 야간엔 학원에 다니는 부지
런한 아가씨였다
학생이세요
그녀가 물었을 때
아녜요 그냥 집에서 쉬고 있어요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해서
놀기보다는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 싶어 나온 거예요
주리는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더이상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걸
밝히기가 싫어졌다
그리고 현정아에게는 더욱 그랬다 괜히 둘 사이가 기름과 물 같
은 관계가 될까봐 그런 것이었다
또 차가 들어왔으므로 주리가 먼저 일어났다
앉아 있어요 내가 할게요
그녀가 주리를 붙잡으면서 차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주리는
다시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이런 곳에서 자주 앉는다는 건 사무실측에서 볼 때엔 별로 탐탁
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서 있어야 했다는 것도 무리
였다
정아가 기름을 넣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기름을 넣으
면서도 차 안의 손님과 무언가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가끔 사무실의 쪽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녀의
그런 표정이 마치 사무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정아와 친해진 건 그날부터였다
정아는 성격이 활달해서 잠시도 가만 있질 못했다 무언가 재밌
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좀이 쑤끼는 듯 주리한테 다가와서 쉴새없
이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요즘 차들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은 다 그래
뭐가
九응 카섹스라는 거 알어 그런 것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더라
괜히 아가씨들한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지 않니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 친구처럼 평어를 쓰며 대화를 하고 있었

그렇겠지 우린 소위 영계가 아니겠니 그러니까 그렇겠지 뭐
남자들이야 젊고 싱싱하니까 좋아하는 거고
그런데 너 아저씨랑 같이 지본 경험 같은 거 있니 그런 거 있

그녀가 은근하게 말을 붙여왔다 그러는 그녀는 영락없는 소녀
같았다
몰라 그런 건 왜 물어
주리가 냉큼 쏘아대자 그녀는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쑥스러워
했다
그냥 어떤가 해서 그런 남자들은 고집이 셀 것 같
정아는 아직도 그런 쪽에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글쎄 아마도 그렇겠지 그런데 안 그럴 수도 있어 젊은
영계한테 고집을 피워봤자 무슨 소득이나 있겠어 더 잘해 줄 수도
있겠지 안 그래
어떻게
정아가 화들짝 놀라며 조급하게 물었다
그야 늙었으니까 돈으로 해결하던가 그것밖에 더 있겠어
그러니까 꼰대들한테 따라다니는 영계들이 그것 펌에 그러는 거겠
지 뭐 아무렴 영계들이 젊은 남자들하고 노는 게 더 좋지 늙은 꼰
대들하고 노는 게 더 좋겠어7젊은애들한테선 나을 게 없고 늙은
꼰대들한테선 뭔가 나을 게 있으니까 그러겠지
주리는 말을 하다가 보니 자연스레 그쪽에 대해서 제법 아는 것
처럼 튀어나왔다
넌 많이 아는구나 근데 말야
정아는 주리한테 바싹 붙어앉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섹스는 어떨까
섹스
주리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물었다 정아가 난처한 얼굴빛을 띠
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섹스는 어떨 것 같애 느낌이 다를까7
아무려면 그렇겠지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나이
먹은 사람한테서 나는 그런 냄새가 좀 나겠지 젊은애들하곤 달라
젊은애들이 통통 튄다면 늙은 꼰대들은 흐느적거리지 않겠니 섹
스 참 섹스라고 그랬지

섹스를 해봐도 그럴 거 같애 나이가 들었으니까 힘이 없겠지
그러니까 나이든 남자들이 영계를 밝히는 것도 일종의 회춘을 했다
는 식으로 선호하는 거고 실제로 해보면 별거 아닐 것 같아 내 생
각은
주리는 혹시라도 정아가 다른 생각을 먹고서 주리를 의심하게 될
가봐태 선지은고래 하는勺으로버무렀다
그러겠지 근데 그렇게 나이가 많이 먹지 않은 남자는 어때
그녀가 다시 궁금한 듯이 물어왔다
정아의 눈빛은 남자에 대한 호기심 반 주리에 대한 탐색 반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생글거리며 웃는 그녀의 입가에 작은 보
조개가 패어 있는 게 보였다
나이가 얼마냐가 문제겠지 삼십대냐 아니면 사십대냐 그리고
오십대냐가 틀리겠지 근데 넌 왜 그렇게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아
주리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그녀는 얼른 몸을 떼며 말했

匕냥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이곳에 있다가 보니
까 아저씨들이 자꾸만 웃으면서 명함을 내밀길래 한번 물어보는 거

주리는 정아의 하얀 치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어떤 쓸쓸함을 엿보
필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아의 관심은 지금 어떤 남자 말하자면 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남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주리한테 자꾸만 물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정아는 주리가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
었다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미모에다가 몸매까지 날씬한 것이 그쪽
에 대해선 자신보다 더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한번 놀러오라고 하는 남자들이 많아 그런 데 가도 될까 왜 한
번 놀러오라고 그러는 거지
정아는 일부러 시치미를 테고서 주리한테 물어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리는 어느 정도 정아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지만 계속 모른 체
하기로 했다
公定 그러겠지 뭐 한번 놀러가봐 가보면 알 것 아냐
公래도 혹시 딴맘먹고서 그러는거 아닌지 모르겠어 난
그게 겁나거든 아저씨들이 무지막지하게 덤벼들면 어떻게 해
설마 그럴려고 그러겠어 그냥 놀러오라는 걸 괜히 확대 해석하
는 거 아냐
주리가 그렇게 퉁 내쏘아봤다
아냐 아니라니깐 그런 뜻이 아닌 것 같애
정아가 세게 도리질을 하면서 강하게 부정했다 그건 정아가 남
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표시일 수도 있었다
주리가 물었다
딴 맘을 먹고서 그러는 거 같애 왜 우리같이 젊고 싱싱한 여자
들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 말야 너도 여기 있어봐 남자들의 눈빛이
어딜 향하는가 잘 봐둬 남자들은 꼭 여자의 앞쪽 부분 있지 그리
고 뒤쪽 히프 쪽을 유심히 살피는 걸 려게 될 거야 그건 바로 뭐겠
어분멍히 영계한테 흑심을 품고 있다는 표시일 거야
정아는 이제 주리가 결론을 내려 주지 않자 제스스로 아는 데까
지 모든 것을 통틀어서 결론을 내렸다
주리가 보기에도 이미 정아는 나이 많은 남자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수없이 가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면서 정아는 은근히 주
리한테 내숭을 떨어대는 것이었다
역시 정아가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섹스란 어차피 궁금
증이 남는 그런 것일 수밖에 없으니까
정아는 아마도 남자를 겪으면서 남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꽉 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주리한테 그런 질문을 퍼
붓는 것일지도
小럴 수도 있겠지 그건 남자나 여자나 다 그래 그런 것도 없으
면 벌써 고자게아니면 당노가 심해서 아예 성욕이 안 생기던지
그렇지 않음 대개는 다 그런 마음을 가질 거야 멋있는 남자나 예쁜
여자를 보고 그런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야 요즘
은 가정주부들도 노골적으로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시절인데 멀정한
남자들이 그것도 돈 많고 좋은 자가용을 굴리는 남자들이 영계를
보고 눈독을 안 들이겠어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어 만약 그런 남자가 유혹을 해오면
정아가 느닷없이 주리한테로 화살을 돌렸다
글쎄 좋은남자라면 굳이 가릴 게 뭐 있겠어그냥좋은
감정으로 만날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주리의 말에 1녀는 힘을 얻었는지 금방 얼굴이 밝아졌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맞지
으응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 걸 가지고 괜히 혼자서만 신경
을 썼잖아
난 말야 아직 연애를 못해 봤거든 실제로 하는 연애 말야 그
런 거 좀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그게
또 겁이 나잖니혹시 잘못될지도 모르고 혹시 아니7잘못해서 임
신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니괜히 산부인과로 가서 긁어내면 몸만
상할 거 아냐 그러다가 나중에 진짜로 결혼해서 임신이 안 되면 어
떻게 해
정아는 별걸 다 신경쓰는 듯했다 괜히 그러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주리는 정아가 철저하게 내숭일 거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까진 안 돼야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그래서 그

몰라 사람 일이라는 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정아의 말에 주리는 더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양파 껍질을
까면 깔수록 더 혼미해지는 것처럼 정아의 모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했다는 애가 벌써 남자에 대한 관심이
저 정도라면 날이 새도 한참 샜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아는 그런 아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찰싹 달라붙
어서 내숭을 떨어 믿음이 가게 만드는 남다른 기술이 있는 것 같았

처음엔 주리도 그녀의 첫인상을 무척 좋게 보았다 그러나 차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점점 그녀의 모든 허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
기 시작했다
재수를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실상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녀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졌고 결국은 쓸 돈이 필요해서
나온 것인데 이런 곳에서 만나지는 남자가 그리 못나지도 그렇다
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필요할 때마다 살금살금 만나서 즐기
는 것인지도 몰랐다
주유소라는 것만 빼고는 돈도 벌면서 그나마 자유롭게 섹스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점이 있었다
대개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남자들은 씀씀이가 좋았다 영계가
얼굴과 몸매만 예쁘다면 그들은 돈을 펑펑 써대는 사람들이었다
고작 그래봐야 그들이 영계들에게 쓰는 돈은 자신들의 수입에 비
했다면 껌값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씀씀이만 돼도 주리나 정
아 같은 영계들에겐 큰 도움이 아닐 수 없었다
적은 급료를 받아 고급 음식점이나 레스토랑에 가서 은은한 조명
을 받으며 우아하게 식사를 했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니 자연 앳
된 영계들이 나이가 든 남자들을 따르는 것도 결코 나무랄 일이 못
되는 것이다
대개의 남자들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좋아했다
소위 말하는 영계라는 위력이 나이든 남자들에겐 가히 뇌쇄적이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탕험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계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남자들은 그것을 무슨 자신의
정력과 비례하는 것처럼 자링갈럽게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

나 오늘 밤에 데이트 있다
정아가 한 말이었다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한
층 밝아 보였다
학원은 안 가
九응 그거 이따 학원 끝나고 만나기로 했어
주리가 보기엔 정아는 학원은 커녕 그 근처에도 안 가본 것 같았
다 괜히 학원에 다닌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구실로 삼친 있는
게 분명했다
근데 남자가 나이가 좀 많아
얼마나 많은데
주리가 물었다
확실한 건 몰라 삼십대야 삼십대 중반쯤은 됐을 거야 조그만
회사의 과장이거든 나한테 잘 해줘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몰라
公데
주리가 염려스러운 듯이 말하려고 하자 그녀가 먼저 말을 잘랐

아냐 그렇게 염려할 정도는 아냐 그저 만나서 커피나 마시고
그래 그 이상은 아냐
정아가 극구 해명이라도 하듯이 변명하는 것이었다
公렇지만 하여튼 조심해 남자란 젊은 여자만 보면 언제
라도 쓰러뜨리려고 그러니깐 겉으론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어느
순간에 가서는 꼭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말거든 겉만 봐선 아무
도 몰라 또 그것도 그렇지만 일단 정이 들면 어쩌려고 그래 그땐
뗄 수 없는걸 물론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주리는 너무 심하게 말핼다 싶어서 말끝을 흐렸다
小건 염려 마 나도 그런 것쯤은 다 알아서 해 남자가 그렇게
나오면 책임지라고 하면 되지 뭐 그런 책임감도 없이 어떻게 함부
로 그렇게 해7
乙건 말도 안 돼 남자들이 그렇게까지 신경쓰는 줄 아니일단
집어넣고선 사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동물들이야 사정을 하면 분명
히 임신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즐기려고 사정을 푹 해버리는
게 바로 남자들이야 남자들만 믿고 있다가 애꿎게 여자만 당해 참
을 줄 모르는 것이 바로 남자들인걸 자신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
고 생각하고 함부로 사정해 버리는데 어떻게 그걸 막니7
너도 그런 경험이 있구나7그렇지7
주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小건 그래 남자들은 일단 집어넣고 운동을 하다가 잠시 참는 것
도 잊어버리고 금방 싸버리더라고 그렇게 해서 나도 당했던 경험
이 있어 그땐 정말 죽고 싶었어 산부인과에 가서 긁어내느라 눈
물이 마구 나오는데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는 거 있지 그런데 수술
을 마치고 그 남자가 뭐라 그랬는지 아니
주리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시울이 약간 발갛게 뚤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
은 순진해 보였다
小만 헤어지자는 거야 나 참 그런 짐승이 어딨니난 실
컷 고생하고 나왔는데 따뜻한 위로 한마디 해줄 생각은 않고 도리
어 내가 짐이 될까봐 먼저 선수를 친는 거야 다시 만나지 말자고
남자는 그래 그건 나도 알아 임신까지 해서 소파수술까지 했으니
부담이 됐겠지 책임지지 않으려고 도망치려 할 것이라는 것종은
나도 짐작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 길로 헤어졌어 그런 놈한테 다리
를 벌렸던 내가 잘못한 거지 그런 말 듣고 나니까 더이상 꼴도 보
기 싫어졌어
그래 그럴 거야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公데 그걸 하니까 난 자꾸 느는 것 같은데 남자들은 안 그런가
봐 왜 그러지
정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은근히 물어왔다
뭐가7
주리는 그녀의 말뜻을 못 알아들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
의 확실한 핵심을 알고 싶어서 물어봤던 것이다
럼자는 대개 팎은 것 같아 심한 경우는 일 분 정도밖에 안 될
때도 있어 그리고 기껏 많이 해봐야 삼 분에서 오 분 사인걸 나도
처음엔 왜 길게 느껴졌었는데 막상 시간을 보니까 그것밖엔 안 돼
나중엔 정점 안타까워지는 거 있지 이러다가 나중에 시집 가서 남
자가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되는 거 있지 넌 어
떻게 생각해 그런 문제
정아는 자신이 본 대로 느긴 대로 솔직하게 털꺼내 놓고 일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결국 남자들은 자기에게 도취돼서 만족
하고는 푹 싸버리는 거야 흥분을 간직할 줄 모르는 것 같아 좀더
여자를 즐겁게 해주려고 참을 줄 아는 게 아니라 참을성이 없는 거
야 그리고 대개 남자들은 흥분이 되면 여자의 몸 속에 사정하고 싶
은 충동을 느끼나봐 임신이 되든지 말든지 그것과는 상관 없이 일
단 사정하고 보자는 식이야 그건 바로 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말
과도 같을 거야 그게 진정한 사랑이겠니7
안 아긴다고 그런다고 여자를 안 아낀다고 할 수 있겠어7그렇
게 생각해
정아가 안타까운 듯이 물어왔다 자꾸 반복하는 그녀의 말이 그
러했다
마치 남자를 경원시하는 듯한 주리의 말에 부정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심정인 것 같았다
小건 맞는 말이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정만 하려고 드는 게
남자들이라니간 그건 곧 짐승과 같은 거야 본능만 살아 있을 뿐이
지 이성적인 사랑은 없는 거야 그리고 일단 임신을 시켰으면 마음
으로라도 진정으로 여자를 아낄 줄 알아야지 안 그러니 섹스를 할
때는 금방이라도 여자를 위해 죽을 듯이 그러잖아 그러다가 섹스
가 끝났을 때는 다시 제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게 남자야
정아는 말이 없었다
한국 남자들은 길어봐야오 분 정도밖엔 안돼 그것도 왜 긴 시
간이야 그렇게 팎은 시간도 못 참는 거야 지금까지 그리 많이 겪
어보진 못했지만 다 그랬어 나도 처음엔 왜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
었어 그러나 점점 섹스를 알고부턴 그런 시간이 지극히 짧다는 걸
느꼈는걸 원래 남자들은 조루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 더구나 우리
같은 영계들에겐 더욱 심하겠지 요즘 가정주부들이 설쳐대는 것도
어쩌면 남자들이 비실거리니까 바깥으로 나도는 건지도 몰라
주리는 거의 단정적으로 말을 했다 주리 자신이 이때까지 겪어
본 남자 중에서 길게 했던 적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대개의 남자들이 거기서 거기였다 오 분에서 칠 분 사이를 오락
가락하며 끝내는 것이었다
이미 주리는 남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남자는 여자가 주는 자극에 매우 민감하며 그럴수록 더 빨리 사
정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남자들마다 성감대를 느끼는 부분이 다 달랐다 어떤 남자는 어
깨덜미께를 혀끝으로 할아 주면 쉽게 달아오르기도 했고 또 어떤
남자는 고환을 한아 주면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젖가슴과 허벅지에 민감한 남자들도 있었고 특히 항문을
한아 주면 금방 사정해 버리는 남자도 있었던 것이다
여자들의 성감대가 여러 군데 퍼져 있듯이 남자 또한 여자들만
큼 제각기 다른 성감대를 갖고 있었다 주리는 그러한 경험이 있었
기에 남자를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를 것처럼 복잡하기만 했다
그래서 섹스는 곧 끝나고 나면 쉽게 잊어버리는 건망증이랄 수도
있었다
어제 했던 섹스도 오늘 생각하려고 하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남
자가 어느 부위를 어떻게 했으며 또 어떤 식의 특이한 방법이 있었
는가를 생각하려면 나중엔 회미한 기억밖엔 없었다 그만큼 섹스는
건망증이 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섹스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른

주리는 정아가 과연 어떤 남자들과 관계를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질투심이랄 수도 있고 정아에 대한 관
심이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아는 지금 마악 섹스에 눈을 뜬 풋내기여서 그럴
듯한 남자가 명함을 주면 곧 쉽게 전화를 걸어 만날 수 있는 여자
같기도 했다
남자가 뭘 하는 사람인데
응 아 그거 몰라 잘은 모르지만그냥조그만회사
에 다니고 있는 것 같아 평범한 남자야 가끔 내 속을 썩여서 탈이
지만 말이야
정아는 조금씩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을 하는
동안에도 자꾸만 사무실 쪽을 힐끗거렸다

너무 여자를 밝히는 것 같아서 난 그게 미치겠어 남자는 왜 능
력도 없으면서 자꾸 다른 여릎 ~
겠어
주리가 정아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한숨을 몰래 내쉬면서 말
을 이어나갔다
태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어 모른 체했지
만 사실 난 참기 어려웠는걸 그렇다고 내가 자꾸 추궁할 수도 없
고 정말 화나게 하면 한번쯤 받아 버릴 거야 그래도 그 인간은 정
신을 못 차릴 인간이야 그건 내가 더 잘 알아 그 사람 다니는 직
장이 그렇거든 여자들 꽃밭에 싸여 있으니까 애초에 버룻이 그렇
게 들었나봐 정말 미치겠어
小게 바로 남자야 남자는 못 올라갈 여자를 정복해 놓고도 그걸
잘 간수하려고 들진 않고 곧바로 다른 여자를 살피기 시작하거든
지 꼬라지는 모르고서 아무 여자나 건드리면 금방 되는 줄 알고 착
각에 빠지는 거지 그런 남자들은 그렇게 살다가 끝나 말로 했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닐 거야
주리는 그 말을 해놓고서 정아의 표정을 살폈다 시무룩해진 정
아의 얼굴이 안돼 보였다
정말 그렇다면 죽여 버릴 거야
난 그래 그런 인간한테 몸을 줬다는 게 미워 죽겠어 그렇다고
냉정하게 끊어 버릴 수도 없고 미치겠어 정말
정아는 점점 화가 치민다는 듯이 거의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 그런다고 되는 일이 아냐 간단히 생각해 버
려 그러면 남자도 혹시 다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남자는 마치
개처럼 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걸 뭐 그걸 어떻게
막겠어
개자식 만일 그러기만 해봐라 그땐 정말 모가지를 날려 버릴
거야
주리가 가만히 있자 정아는 스스로 미안해졌는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고 주리는 다섯시가 다 돼서 사무실로 들
어가 퇴근하겠다고 말했다
수고했어요
경리 아가씨가 바쁜 중에도 주리한테 말을 건네왔다
네 수고하세요
주리는 밖으로 나와 정아한테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과장과
의 약속장소인 일도횟집을 향해 걸었다 지하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일도횟집이 있었다
그가 퇴근하는 시간은 정확히 말하면 여섯시였지만 다섯시까지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조금 늦더라도 기다리고 있으면 곧
나타날 것 같았다
한 30분쯤 기다렸을까
유리문을 밀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예요
주리는 잠깐 일어설 듯이 엉거주춤 말했다
그가 주리를 보고는 씨익 웃었파
않이 기다렸지
아노
걸어왔다면 한 이십 분은 기다렸겠어 뭐 먹을까
그러면서 그가 먼저 메뉴판을 펼쳐 들더니 주리한테 내미는 것이
었다
아무 것이나먹죠 뭐 전 다 잘 먹어요
그래 그럼 여기 이 집에서 제일 잘 하는 걸로 하지 생선 모듣
찌개로 할까 밥하고 같이 먹으면 좋아
그러세요
주리가 대답하자 그는 손을 높이 들어서 사람을 불렀다 서빙하
는 사람이 오자 그는 생선 모듬찌개를 시켰다
어때 힘들어
아노 힘은 안 들어요
주리는 명랑하게 웃어 보였다
力래 힘들 건 없지 힘이 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을 하라고 그러면 내가 다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
L~1
주리는 과장의 말이 믿음직스러웠다 과장의 속시원한 말을 듣고
있자니 하찮은 일이지만 위로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창주라는 애는 어때
과장이 물었다
뭐가요
주리는 무슨 뜻인지를 몰라 되물었다
으응 개는 좀 어떠냐고 같이 일을 하니까 좀 어떤 것 같애
아 네 무척 착실한 친구 같아요 도서관엘 가서 골부하면서 열
심히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 개는 그런 것 같고 근데 정아는 어떻지어떤 것
같애주리가 생각하기엔
주리는 그를 쳐다보았다 창주와 정아를 번갈아 물어보는 것이
마뜩찮았다
그가 날라져 온 소주를 주리의 잔에다 부어 주얼다
자 한잔 해 찌개가 나오기 전에 한잔 하는 것도 괜찮지
그가 주리의 잔을 가득 채워 주었고 주리는 그에게서 소주병을
받아 다시 그의 잔에 따라 주었다 그러자 그가 먼저 건배를 하자
며 잔을 들이댔다
두 사람의 잔이 부딪쳤다
하하 원샷으로 다 들이키는 거야 남기면 안 돼 알았지7
주리가 소주를 마시고 있는 동안에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

할 수 없이 주리는 소주를 다 마시는 수밖에 없었다 주리는 소주
잔을 내려놓으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하하 잘 마시는데 나도 다 마셨잖아 하하 다시 한 번 건배할

그는 다시 주리의 잔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는 이번엔 자신의 잔
에도 손수 술을 따랐다 그러고는 다시 잔을 높이 들었다
주리가 마지못해 소주잔을 들자
자 건배 이번엔 진짜 건배야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자 건

그는 장황스럽게 말을 하며 주리의 잔을 부딪쳐왔다
주리는 일부러 그의 잔보다 조금 밑에서 잔을 부딪쳤다 그러고
는 다시 원샷으로 술을 들이켰다
두 잔의 소주가 빈 속에 들어가자 위에서부터 짜릿한 감이 번져
왔다 공복에 土주가 들어감으로써 확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리는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단숨에 거푸 두 잔을 마신 탓일까
주리는 그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담배 생각이 났다 그렇
다고 그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마침 생선찌개가 나왔다 즐비하게 차려진 상 위에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서빙하는 여자가 밖으로 나가고 나자 과장이 말했다
마음놓고 들어 자 먹지
그가 먼저 숟가락을 드는 것을 보고 주리도 따라 들었다 한 입
떠넣은 찌개의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가 식사를 하는 간간이 소주잔을 건넸다 주리는 몇 잔 연거푸
마신 탓에 약간 얼얼했으므로 더이상 받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받어 괜찮아 내가 누구야 과장 아니야 그런데도 안 받어
주리는 할 수 없이 잔을 받았다 그는 잔이 철철 넘치도록 부었

주리는 과장 몰래 몇 번이나 입술에 댔던 잔을 내려놓으며 주량
을 조절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그의 강요는 끈질겼다
왜 자꾸 입에 댔던 잔을 내려놓지그냥 받어 그거 마신다고 안
죽어
七게 아니라 술이 약해서요
주리는 그렇게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자꾸 소주를
권했다
나중엔 그가 먼저 취했고 주리도 약간 취한 듯했다 얼얼한 기분
었다
그 정도가 되니까 서로 허물이 없어진 것까지는 좋았으나 주리로
선 정신이 어지러운 술자리였다
어때 남주리라고 그랬지
勺1
나랑 같이 방새도록 술을 마실까어때
그는 딸꾹질까지 해대며 말을 끝까지 이었다
아녜요 저도 취했어요 그냥 갈래요
어허 이러면 쓰나 내가 누군데 내가 바로 남주리의 상사 아
냐 상사의 말을 안 들을겨
그는 혀꼬부라진 소릴 냈다
小래도 과장니임 저는 집에 가야 돼요 벌써 소주를 많이
마셨잖아요
어허 왜 이러나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인가 과장님과 직원 사이
가 아닌가 그렇담 오늘은 과장님 말씀도 좀 들으셔야지 안 그래
요7
과장은 취기어린 목소리로 자꾸만 술자리를 이어가려고 했다
주리는 몇 번 안 된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할 수 없이 따라나셨

그가 잘 가는 단골 술집이라는 곳이었다
실내 포장마차였다
넓은 주차장의 한켠을 막아 포장마차로 만든 그런 곳이었다 저
녁 시간인데도 그곳엔 젊은이들로 만원이었다
아마도 비싼 술집으로 가기 전에 일차로 이곳에서 소주를 마시는
주객들인 것 같았다
옷차림새로 봐선 압구정동파쯤으로 보였지만 그들도 술값을 아끼
기 위해선 일차로 이런 곳에서 소주를 마시는 모양이었다 주리와
과장도 그들 틈에 끼어 낙지와 소주를 시켰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주 두 병을 비워냈다 그동안 안주로는
낙지와 고들빼기가 나왔다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주리는 오늘따라 술이 받는 모양이었다 덜 마시려고 그랬지만
안에서 받아들이는 데엔 할 수 없었다
나중엔 주리가 손수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는 횡설수설하느라고 그런지 주리가 소주를 혼자 따르는 것도
몰랐다
주리는 목이 마른 만큼 자꾸 소주잔을 기울였다 처음엔 사양하
던 술이었지만 일단 술이 돌고 나니까 저절로 술맛이 술을 당기는
모양이었다
야 니가 나보다 더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어 너 술이 세구

아녜요 과장넘 전 아직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요
파장님이 취하셨나 보다
그런가 하여튼 좋아 오늘은 술맛이 좋군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니까 막 마시자고 어때 괜찮지

小럼요 저도 취했는걸요 자꾸자꾸 마시세요 제가 따라 드릴게
어허 기분좋다
과장은 취한 듯했다 주리 또한 말짱하진 못했다 약간 자세가 흐
트러졌다
그가 가끔 장난삼아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주리의 짧은 스커트를
툭툭 쳤어도 주리는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들이 술집을 나왔을 펀 벌써 밤이 늦은 시간이었다
술집마다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길거리에는 주차시켜 놓은
차들로 만원이었다
어디서 그런 돈이 솟아나는지 그들은 술을 마시는 일엔 전혀 돈
이 아깝지 않은지~
서울은 돈이 있는 자들에겐 너무나 관대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돈만 있으면 큰소리를 칠 수 있고 보란 듯이 뽐
낼 수 있었다
술집마다 꽉꽉 들어찬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그만한 숫자의 영계
들로 만원이었다
낮엔 볼 수 없었던 초미니 배꼽티를 비롯해서 팬틴지 스커튼지
모를 정도로 극히 짧은 스커트를 입은 아가쒸들이 몸매를 뽐내느라
정신들이 없을 지경이었다 모두가 돈에 취해 비틀거리는 군상들
같았다
그가 택시를 잡기 위해 비틀거렸다 벌써 지나가는 택시 한 대를
놓치고 난 뒤였다
어딜 가려고요
주리는 자꾸만 술이 올라와거 더이상 인도 쪽에 서 있을 수가 없
었다 마침 그가 손을 붙잡았으므로 그에게 손을 내맡기고 있는 중
이었다
어디
小心 쉬러 가는 거지 어디긴 어디야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주리는 어때
나도 취했어요 그런데 어디로 가죠
자러 가자고 좀 쉬었다가 가야지
주리는 일시에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찬바람에 어느 정도 정신
이 드는 것 같았으나 머리가 아파왔다
어디요7
주리가 재차 물었다
이미 주리도 어느 정도 취해 있었다 발음이 정확치 못했다 그가
다시 주리의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쉬러 가자고 오늘 너무 마셨어
난 집에 가야 돼요
주리가 그의 손이귀에서 손을 빼내려고 그랬다 그러나 그가 놓
아 주지 않았다
놓으세요 과장님은 여기서 택시를 타고 가세요 전 저 건너편에
가서 타야 돼요
주리는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그러느라 약간 휘청거렸다 그가
쓰러지려는 주리를 받쳐 주었다
파 주리도 취했잖아 조금 쉬었다가 들어가자고 나도 집에 들
어가 봐야 돼 잠깐 쉬었다가 가
그는 주리의 손을 놓아 주지 않았다 주리는 몇 번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그가 끝내 놓아 주질 않자 조금씩 체념이 되
꺼졌다
할 수 없이 따라갔다가 조긍 있다가 빠져나와도 될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주리는 더이상 그에게서 빠져나릴려고 애를 쓰
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그래도 혹시 정아와 무슨 관계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추
측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이상 1녀가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래 끝까지 가보는 거야
주리는 얼핏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남자도 역시 남자일 뿐이다 그를 따라가면 분명히 섹스를 원
할 것이다
미리 마음 속으로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차라리 편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주리의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부터 주리는
더욱 술이 취하는 기분이었다
그가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뒷좌석으로 올라타자 그는 마치
연인인 것처럼 주리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저 푸른초원으로 갑시다
句 알겠습니다
운전기사는 아무 표정도 없이 말을 받아서는 액셀을 밟기 시작했

푸른초원이라면 강남에서 알아 주는 일류 모텔이라는 것쯤은
주리도 알고 있었다
주릴는 의자 뒤로 머리를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주리의 허리 곡선을 따라 어루만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주리는 잠자코 있었다 눈을 감았으므로 더구나 택시 안이라서
公런지 안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의 손이 허리께를 더듬으면서 다가왔다 택시 안이라 그런지 그
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뒷좌석이 약간 어두웠으므로 그의 손은 점
점 밑으로 내려갔다
주리는 앞쪽의 운전기사가 걸려 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그는 막
무가내였다 짧은 스커트 안으로 들어온 손은 금방 펀티에 가 닿았

그가 그 속으로 손을 집어 넣으려고 그랬다
안 돼요 여기선
그녀는 얼른 그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가 빙긋이 웃으며 걱정말라는 투로 다시 손을 밀어넣었다
주리는 난감해졌다 자꾸만 손을 막아도 그를 제지할 수가 없었
다 손을 붙잡으면 그는 다시 손을 비틀며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이러면 안 돼요
주리는 필사적으로 그를 막았다
괜찮아 안 보여
그는 귓속말로 그렇게 말하며 다시 쳐들어왔다 할 수 없었다 주
리는 더이상 그의 손이 들어을 수 없도록 붙잡고 있는 수밖에 없었

손에서 땀이 났다
그를 붙잡느라 그녀는 오금이 저릴 판이었다 두 다리를 확 오므
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손님 다 왔는데요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면서 말했다 벌써 푸른 초원이었다 주차
장 마당에 차를 세운 택시 운전기사는 잠깐 뒤를 돌아다보았을 뿐
그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가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가 요금을 치르는 동안 주리는 밖으로 나왔다
바깥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미 주차장에는 자가용들로 만
원이었다
이런 곳엔 언제나 자가용들로 만원이라는 건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대낮이건 밤이건 불륜을 저지르는 남녀들의 행렬은 그칠
줄을 몰랐다
주리가 주춤거리고 서 있는 동안 그가 얼른 다가왔다
들어가지 않고
그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리는 그치 뒤를 따라 안으
로 들어갔다
이런 곳은 별로 들어을 곳이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들어을
때의 기분도 그랬지만 나갈 때의 곤혹스러움 때문에 더욱 그러했

주리는 마지못해 뒤따라 들어가는 것처럼 어정정하게 그의 뒤를
따랐다
입구에서 계산을 끝낸 그가 키를 받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그가 포옹을 해왔다
좀 앉아요
주리는 몸을
빼내며 그렇게 말했다
다 이럴 때의
그런 남자들勺
그土락로 가서
앉아 뭐 시원한
방 안 구석진 곳에
작은 냉장고가 놓여져
벙장고에서 생수를
내 왔다
會 말고 다른 거 없
그는 맥주를 찾았다
남자란 맹목적인 것만
속을 알고 있었다
털썩 앉았다
거 없나
주리가 다시
냉장고의 문을 열어
주리가 맥주를 꺼
꺼내 왔다
1가 먼저 잔을 내밀었다
定저 받지t
勺징김이 먼저 받으세요O
나 시원한 맥
그가 이번에는 주리刃
쳤다
기굼이 잔 밖으로
그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았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주리는
있는 게 보였다
주를 마시고 싶은데
내밀었다 그러고는
잔에
맥주를 따랐고
넘쳐 흘렀다
우리들의 만남을 위
그가 먼저 건배를 외쳤다
위하여 I
주리도 조그맣게 소리를 냈다
목 안으로 시원한 맥주가
넘어가자 조금 살
다 조금은 답답했던 것이 금세 시원해지는
맥주를 따
두 사람은 잔을 부딪
것만
같았다 택시를
기분이었다
이제서야 술이 좀 오르는군 어 취하는 것 같애
그는 잔을 내려 놓으며 쓴 입맛을 다셨다
과장님도 술이 그렇게 약하세요7맨날 술을 마신다면서 그래요
전 아직 말짱한데
小래 주리는 말짱한 것 같군 나같이 매일 술을 마시는 놈치고
성한 놈이 없는 법이야 술에 절었어 하하
그는 웃고는 있었지만 눈꺼풀이 잔뜩 풀어져 있었다
다시 잔들이 오갔다 주리는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맥주 두 병을 다 비워냈을 때쯤 그는 넥타이를 풀며 뒤로 기댔

술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술 더 드실래요
주리가 맥주를 더 꺼내오려고 한 말이었다
아냐 줬어 나 취하는 것 같아 주리가 먼저 샤워를 하지 난
좀 자야겠어
7
주리는 그가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보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
을 다 벗을 때까지도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욕실 안으로 들어서자 가벼운 현기증 같은 게 났다
주리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채로 잠시 이마를 짚고 있었다 그
녀도 술이 취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샤일 꼭지를 틀어 세찬 물줄기를 맞고 서 있었다 머리에
서부터 흘러내린 물이 가슴을 적실 때는 정신마저 맑아지는 듯했

물줄기는 가슴을 거쳐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자신의 검은 숲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
고 있었다
래가 왜 이러지
그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런 곳에 와서 샤워를 했다
는 것 자체가 서글펐다
그는 잠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 자신은 아직 의식이 맑다는 게 서글픈 것이었다 오
늘 같은 날은 두 사람 다 취했으면 또 모르겠지만 흔자만 의식이 말
똥거리는 건 서글픈 것이었다
왜 이러는지 몰랐다
섹스를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나 자신을 위했다는 건가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다 결코 그
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갈증 때문에 그러는 것
일 뿐이었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반항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가끔 술이 잔뜩 취할 때면 부산에 있는 부모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부러 떠올리려고 그런 건 아니었다 무심코 서글픈 감
정이 생길 때면 떠오르는 얼굴이었다
주리는 거세게 머리채를 흔들었다
모든 걸 잊어버리고 오로지 샤워만 하고 싶었다 그녀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쏟아지는 물줄기와 함께 흘러내렸

그녀는 혼자 울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리는 대충 비누칠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는 아직도 소파에서 옆으로 쓰러진 채 곯아떨어져 있었다 헝
클어진 옷과 머리카락들이 더욱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방 안을 둘러봐도 그랬다
단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텔이라는 곳이 던져 주는 의미가 그녀
의 가슴에 비를 내리게 했다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진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런 의
미도 없이 제멋대로 놓여져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갑자기 눈이 멀
어져 버린 것처럼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물들이었다
주리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잠꼬대를 하는지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몸
을 뒤척였다
과장님 과장니임
주리는 그를 불렀다
으응 누구야
과장은 부시시 눈을 뜨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의 눈이 한껏 충혈돼 있었다 어렴풋이 주리를 알아본 그가 몸
을 일으켰다
응 같이 왔지 샤워는 했어
네 했어요 들어가세요
그 말을 하면서 주리는 컵에 따라 놓은 생수를 마셨다 그가 일어
나 옷을 벗는 게 보였다
그가 다시 소파로 와서 앉았다
왜 안 들어가요
주리가 물었다
아냐 정신 좀 차리고 나서 들어갈 거야
그는 아직도 정신이 맑지 못한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물 좀 마실래요
그가 고개를 쳐들었다 주리가 건네 준 물컵을 받아 그는 단숨에
다 마셔 버렸다
이제야 좀 정신이 드는군
그는 정신이 드는 듯 주리를 쳐다보시작했다 알몸의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생기를 띠는 듯했다
너무 예쁘군
그가 중얼거렸다 마치 잘 빛어 놓은 조각품을 보고선 혼자 중얼
거리는 것 같았다
발리 들어가요 부끄럽게
아냐 주리는 너무 예뻐 이령게 감상하고 싶은 걸 알맞게 솟아
오른 가슴과 쭉 빠진 몸매 가는 허리 그리고 그리고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빛이 한 곳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주리는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예쁘군
그는 주리의 검은 숲을 보며 그렇게 말을 더듬거렸던 것이다
어서 가세요 찬물을 맞고 나면 금방 정신이 들 거예요
주리는 그를 떠다밀듯이 내몰았다 비록 손으로는 안 그랬지만
목소리로 그런 것이었다
아아 좀 보면 어때서 너무 예뻐서 그래 정말 잘생겼는데 뭘
그래 정신이 확 든다니까t
그는 정말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놀란 눈빛이 그러했다 자
꾸만 머뭇거리며 주리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고 있었다
주리는 점점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
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신 말을 하면서도 주리의 약
간 벌려진 다리 사이로 시선이 가 있었다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두 다리를 오므렸다
왜 그래좋은그림인데
그는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가 곧 일어서려고 그랬다 이미
그의 몸은 달61올라 있었다 하늘로 치솟아오른 남성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다
주리는 그걸 볼 때마다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남자의 그것은 볼 적마다 이상했다 왜 그렇게 치솟아 있는 것인
지 평소엔 아무런 힘이 없이 잠잠하다가도 일단 자극만 받으면 나
무처럼 딱딱해지는 것이 정말 묘했다
남녀의 신체 구조란 서로가 묘한 점을 갖고 있었다
주리가 보기엔 여자의 성기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반면 남자
의 그것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좀 자세히 볼 수 없나 다리를 좀 벌리면 안 돼
그가 말했다 궁금한 표정이었다
안 돼요 빨리 들어가세요
주리가 재촉하자 그는 마지못한 듯이 일어섰다 앉아 있을 때보
다는 더욱 실감나는 그의 것이었다
그가 욕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주리는 좀 전에 본 남자의 그것
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흥분시키려고 그랬다
그녀의 손이 보드라운 살결을 어루만지며 내려갔다 자신이 봐도
탄력 있는 몸매였다 가는 다리 사이로 드러난 검은 숲이 아름다웠

그녀의 손은 그곳에 머물러 한참동안이나 계곡을 탐색하고 있었
다 비단결 바람보다도 더 부드러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
에선 지금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환희가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듯했

오늘따라 주리는 쉽게 달아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추켜세워준 탓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여자의 몸이란 시시때때로 분위기에 따라 변화무창
하게 변하기 마련이었다
주리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한 손으로는 젖가슴께를 어루
만지고 있었다 지극히 작은 평화가 그곳에서부터 출발하여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스스로 하는 자위는 언젠가 비디오에서 본 그대로였다
흔히 여자들은 자신의 젖가슴과 아랫부분을 만지면서 어떠한 형상
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마치 남자들이 자위를 하면서 자신이 가장 애절하게 그리는 여자
를 생각하듯이 주리 또한 그랬다 좀 전에 본 성난 남성이 그녀를
달아토르게 만들었다
그녀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갔다
그녀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고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그녀
자신도 참을 수 없는 경지에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그녀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물컵을 찾았다 탁자 위에 놓인 물컵
을 집어 단숨에 마시고는 축 늘어졌다 이미 그녀의 몸에서는 충분
한 양의 물기로 번들거려졌다
주리는 그가 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나른한 잠에 빠져들고 싶었
다 쾌감 뒤엔 항상 졸음이 오는 것이 그랬다 그녀는 소파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한참만에 그가 나왔다
어 자는 거OF~
그의 목소리에 놀라 주리는 허등거리며 눈을 떴다
아노 그냥 눈을 감고 있었어요
주리는 얼른 일어나 앉았다
피곤한 모양이야 나도 그래 아간 깜박 잠이 들어 버렸는 걸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싱그러운 비누내음을 풍기며 다가왔다
會 좀 드실래요 샤워를 하니까 조금 시원해지죠
그는 주리가 내민 물컵을 받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의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다 들어왔다 바로 눈 앞에 있는 그의 남성이 늠름하게
보였다
그가 주리의 옆으로 다가오며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는 작은 새처럼 가만히 있었다
이런 것을 갈증이라고 해야 할까 목마름이었다 살갗에 대한 갈
증이었고 육체에 대한 갈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리는 정신이 가물거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럴 때의 느낌이란 그런 것이었다 뭔가
무너지려는 듯한 안타까움으로 벼랑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정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육체 또한 그랬다
관계를 할 때의 기분이란 정신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까
하는 것은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정신과 육체가 한데 어우러져서 일어나는 것이 바로 쾌감이라는
속성이었다
섹스를 하고 나서의 갈증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른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비처럼 꽃을 찾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
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한 제 나름대로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꽃나
무는 화수분을 공급받으며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을 하기도 했다
수정을 하기 위한 남성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나비라면 꽃나
무는 여자에 비유될 수 있었다
꽃나무는 나비에게 달콤한 꿀물을 주고 나비는 그 대가로 수정
할 수 있는 수컷의 꽃가루를 옮겨 주는 매개체다 이렇듯 모든 사물
들에는 음양의 조화가 있듯이 남녀 사이에서도 아름다운 조화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주리는 지금 지극히 황흘한 경지로 도달하려는 순간에까지 와 있
었다 말할 수 없는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그의 달콤한 손길을 느끼
고 있었다
지극히 작은 마음의 평안이 때로 커다란 행복을 안걱 주기도 했
다 주리는 그의 손길에서 그러한 것을 느졌다 조심스럽게 다가오
는 손길에서 그녀는 커다란 즐거움이 거기 묻어 있는 것처럼 황흘
해지기만 했다
어때 기분이7
그가 얼굴을 쳐들며 물었을 때 주리는 그때 정신이 오락가락했
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주리가 가만히 있자 그가 다시 말을 했다
이런 곳에서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난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
걸 아름다운 것은 역시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3
주리는 아직까지도 할말이 없는 듯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
는지 무슨 내용의 말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그의 손
길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눈을 감아 봐 그리고 천천히 느껴 봐 모든 게 좋다는 느낌뿐일
거야
그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주리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를 최대한 느낄 뿐이었다 그는 주
리가 정신이 아득해지도록 하고 있었다
oFol
주리는 몸을 틀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는 애무
를 하면서 스스로 눈으로 확인하기도 하면서 흔자 즐기고 있었다
주리의 무릎이 한껏 벌어지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매우 강렬한 공격이라고 생
각되어졌다
주리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었으면 싶어서 그렇게 나왔던 것
이었다
그런데 그게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 그는 곧 몸을 빳빳이 경직
시키면서 으스러지도록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아나오려고 그래
주리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작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불과 오 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그랬다
그는 꿈틀거리며 왈칵 쏟아내고 있었다 주리는 몸 속으로 뜨거
운 것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쏟아낼 것처럼 울컥거리며 진저리를 치면서
사정했다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주리를 내려다봤다
아 너무 좋았어
어때
그는 확인하듯이 물었다 그렇지만 주리는 눈을 감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주리의 젖가슴을 흔들어댔다
주리는 아예 눈을 뜨지 않을 것처럼 꼬옥 감았다 그가 몇 번 흔
들다가 이상했는지 그대로 잠자코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먼저 믐을 례지 않은 채 그대로 있기만 했다 그
가 나중에는 답답했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왜 그러지
주리는 그제서야 눈을 떴다 그가 웃음을 띠며 주리를 내려다봤

러무 좋았어 홍분이 돼서 못 참겠더라구 일찍 끝나서 그래 다
시 할까
그가 말을 했다
주리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래 그래 뭐가 마음에 안 들었어
아니예요 그냥 그래요 좋았어요
주리의 말은 그랬다 좋은 것도 아니면서 말만 그렇게 했을 뿐이
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끝나 버린 게 싫어써 그랬던 것이었다 벌써 시
들해져 버린 그의 남성을 느끼면서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
었다
그가 미안하다는 듯이 내려왔고 주리는 말 없이 일어나서 티슈
로 몸을 닦아랬다 그러고는 얼른 욕실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가 버렸다
샤워 물줄기를 맞으면서 주리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
다 자신의 몸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물줄기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
이었다
주리는 지금 아무런 느낌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망연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개새끼
주리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괜히 속상한 마음이었다 멋진 섹스를 기대했다가 와르르 무너진
기분만이 불쾌하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섹스는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었던가
주리는 괜히 흙탕물에 새 옷을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비를
맞고 걷다가 지나가는 자동차에 흠뻑 흙탕물이 튀어 버린 것처럼
씁쓸함만 남아 있었다
겨우 오 분도 안 돼서 사정을 해버린 남자를 믿고 이곳까치 따라
온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자신에 대한 허탈감으로
뒤바뀌억졌다
주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서 있으면서 시원한 물줄기를 계속
맞고 있었다
두번째날
주리에게는 주유소로 출근하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다 지하철
은 대낮인데도 웬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자리가 비지 않았으므
로 계속 서서 갔다
주리의 짧은 스커트를 쳐다보는 남자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이상
하게 느껴졌다 마치 주리의 알몸뚱이를 훌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주리는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에 들러 얼굴을 살펴봤다 어
젯밤에 마신 술로 인해 얼굴이 푸석푸석퍼 보이지는 않는지 살펴봤
지만 그리 표가 나진 않았다
사무실에 들렀다가 마악 나가려는데 뒤에서 이상한 말들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 사무실에 여우가 한 마리 나타L1~네
저렇게 팎은 스커트를 입고 어느 놈을 죽이려고 저러나 나 원

미젯밤엔 보나마나 누가 건드렸을 거야
주리는 나가다 말고 그 자리에 섰다 제일 마지막의 말이 귀에 거
슬렸던 것이다
뒤돌아서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다시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래 나가다가 말고 서 있지
귀가 아픈 모양이야
心러게 말이야 찔리는 게 있나 보지 뭐
저희들끼리 키득거리는 소리에 주리는 옴짝할 수가 없었다
경리 아가씨 쪽을 쳐다봤을 때 경리 아가치도 바쁜 척하며 주리
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주리는 얼른 달아나듯이 문을 밀고 나왔다 그때 다시 왁자한 말
들이 귓등을 때렸다
거시기가 아팠겠는걸
주리는 간이 휴게실로 와서 의자에 앉았다
창주가 책을 보고 있다가 주리를 쳐다보곤 씨익 웃어보였다
이제 왔어요
勺1
주리가 힘 없이 대답하자
왜무슨 일 있어요
창주가 멀뚱하게 안경을 치켜올리며 묻고 있었다
아노
근데 왜 그래요 누가 뭐랬어요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간밤에 있었던 일들이 어떻게 해서 벌써 사무실에까지 퍼지게 됐
는지 모를 일이었다 분명히 남자들은 주리한테 들으라고 하는 소
리인 것 같았다
그렇찮아도 주리의 짧은 미니스커트를 가지고 입방아를 찧어대던
그들이었다 그들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었다
주리는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등짝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

누가봤을까 혹시
주리는 과장과 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을 누군가가 본 것만 같았
다 그렇지 않고서는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이 그렇게도 빨리 소
문이 날 턱이 없었다
혹시
주리는 혹시 과장이 그런 말을 퍼뜨리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보
았다
그럴 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단정지었다 같은 사무실에 근
무하면서 스스로 그런 소문을 낼 까닭이 없었다
주리는 일을 하면서도 내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귀신이 곡할 노룻이었다 은밀히 일어난 일이 그렇게도 허술하게
직장에까지 퍼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리가 그런 기분으로 있자 창주가 주리 대신 일하는 횟수가 많
아졌다 창주는 일부러 주리를 쉬게 하고는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했

그런 창주가 주리는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췄어요 이번엔 내가 넣을게요
주리가 나섰지만 창주는 고집을 피워댔다
告 앉아 있어요 내가 할게요 난 곧 퇴근하잖아요
창주는 보기보다 침착한 남자였다 비록 주리보다는 나이가 한
살 정도 어렸지만 성실한 면을 지니고 있었다
나중에 퇴근을 했다면서 사무실에 들렀던 그가 다시 돌아와 가방
을 추스리고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아 참 먹으려고 넣어뒀던 건데 이거 먹으세요
그가 내민 것은 카스테라였다 그리고 포도 주스 하나를 내놓고
는 후적후적 나가 버렸다
주리는 그가 사라지고 나서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무
실 쪽을 지켜봤으나 오늘따라 과장의 얼굴은 영 보이질 않았다 그
렇다고 경리 아가씨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네시까지는 주리 혼자 일할 수밖에 없었다 네시가 되면 정아가
나타날 것이었다 정아가 나타날 때까지 주리는 계속 일을 하면서
도 좀전에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손님이 무얼 물었는데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서 멍하니 얼굴
만 쳐다보며 서 있곤 했었다 그러다가 뒤늦게서야 말뜻을 알아차
리곤 대답을 하곤 했다
네시가 다 되었을 때쯤 사무실에서 불렀다 경리 아가치가 조그
만 창문을 통해 손짓하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전화 왔어요 정아예요
사무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는 동안에도 남자들의 시선은 줄곧 주
리의 스커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응 나야 왜7
주리는 될 수 있으면 빨리 용건만 마치고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

으응 난데 오늘 못 나가겠어

주리가 물었다
으응 그건 몸이 좀 아파서 그래 그래서 사무실로 전화를
넣었더니 큰일났다며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널
바찍달라고 그랬어
주리는 마른 침을 삼켰다
분명히 정아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프다고 말을 하면서도
채 어디가 아퍼
生르겠어 그냥 온몸이 다 아퍼 못 나가겠는걸 그래서 말인데
네가 내 대신 더 일하면 안 될까 그래서 전활 넣은 거야 부탁해
그 말을 듣자 주리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듯했다 안 그래
도 사무실 남자들이 입방아를 찧어대며 놀리고 있는데 정아
가 안 나온다면 정아의 시간몫까지 더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이 아파
주리가 확인이라도 하듯이 물어봤다
응 그래
후우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일이 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화기를 들고 있는 손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주리는 얼
른 수화기를 바꿔 쥐었다
래가 만일 약속이라도 있었으면 어떡할 뻔했니
주리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짜증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띠안해 나중에 내가 한턱 낼게 정말 미안해
주리는 더이상 전화기를 붙잡고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입
술을 잘게 깨물면서 말했다
그래 알았어 내가 대신 할게
그 말에 정아는 단번에 희색이 되料다
갱말 고마워 나중에 보답할게 이만 끊어
정아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전화기에서 뚜뚜거
리는 소리가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을 때 주리는 수화기를 내려놓
았다
리래요
경리 아가비가 물어왔다
아 네 오늘 몸이 아파서 못 나온다고요 그래서 내가 대신 하
기로 했어요
주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쪽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던 남
자들이 입방아를 찧어댔다
아 무슨 놈의 얼어죽을
아 고것이 벌써 죄를 부린단 말씀이야 아프긴 뭐가 아파 어떤
놈 만나서 재미볼려고 그러제 우린 다 알지 그런 말 했다고 누가
속아 주나 나이도 어린 게 겁도 없이 그러는 걸 보면 세상 말세라
니까 말세
아무도 모르는 줄 알고 혼자만 재밌게 노는데 이거 참 같은 직
원끼리라 어떻게 말할 수도 없고 과장놈의 새끼는 어디를 가거 안
들어오는 거야
주리는 아랫직원이면서도 과장이 없다고 해서 함부로 말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막돼먹어 보였다 괜히 과장까지 들먹이며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며 얼른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런데 밖으로 나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좀전에 그들이 말했
과장에 대한 욕설까지 곁들여 나오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들
**
이 말한 같은 직원들끼리라는 말은 또 뭔가
주리는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그런 생각에 골몰해졌다
혹시 혹시 정아와 과장이
주리의 생각은 거기까지 가 닿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아와 과
장이 연관지어지는 것도 같았다
설마
주리는 다시 부정을 했다가도 생각의 꼬리는 감춰지질 않았다
어쩌면 정아와 과장이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

그러나 그뿐이었다
아직 근무시간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설사 알았다고
해도 자신이 어떻게 나설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자니 더욱 답답해
지는 것이었다
준리는 기름을 넣으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고 있었
다 쓸데없는 상상이라고 물아붙이면서도 기억 속에선 영 떠나질
않고 있었다 없어지려 했다가도 이내 다시금 그들에 대한 추측으
로 무성해졌다
이게 사랑의 질투라는 것인가
주리는 정말 웃음이 나오려고 그랬다 이것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었다 주리는
그저 육체의 경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정아가 과장과 밀애를 즐기고 있을 거
라는 생각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정아가 혹시 과장 때문에 나쁜 곳
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겨나기도 하다가 또 다른 쪽
으로는 정아가 내숭을 떨면서 과장을 유혹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아무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만일 그런 관계라면 자신은 또 뭔가
주리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상한 삼각관계를 만들지나 알았나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주리는 오늘따라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 가는지 몰랐다
어서 빨리 일을 마치고 일도횟집으로 달려가고픈 생각이 간절
했다 그래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괜히 마음부터 허
등대는 것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서 스
스로 위안하면서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

결국 사랑이든 사랑이 아닌 단순한 만남이든 남녀간의 일이란
시기와 질투의 점철이었다 주리는 아직까지도 정아와 과장의 그렇
고 그런 관계인 것만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Ir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지극히 짧은 시간의 섹스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정아가 과장과 그런 사이라면 깨끗이 물러나
고 말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주리는 일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혼자 화를 내기도 하고 혼자 화
를 삭이기도 하면서 어제 명함을 주고 간 샤일 골프끌럽 대표이사
라는 김철민 사장한테 전화를 넣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사장님 좀 부탁드릴까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예상했던 대로 저쪽에선 비서인 듯한 아
가씨가 확인하는 것이었다
지금 손님을 만나고 계시는데 누구시라고 말씀드릴까요
비서는 상냥한 어투로 물어왔다
네 어제 저한테 명함을 주고 가셨거든요 남주리라고 해요
네 알았습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고는 수화기를 통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잠시 기다렸을까 딸깍 하는 소리가 나면서 굵은 목소리가 홀러
나왔다
여보세요 김철민입터다
바로 어제 듣던 목소리였다
아 네 사장님 저 어제 주유소에서 명함을 주셨던
남주리예요 그냥 한번 전화를 넣었어요
e남주리 양 어떻게 웬일로 이렇게 전화를 다 주시고 하하
반갑구만 마침 손님이 와 있어서 많이 기다렸지
아노 조금요
주리는 1의 친절한 말을 듣자 일시에 마음이 밝아지는 듯했다
오 그래요 이렇게 전화까지 다 주시고 주리라고 했던가
勺1
주리는 쾌청하게 대답했다 이때까지 그늘진 마음과는 사뭇 달랐

生우 그래요 남주리 씨 오늘 어때요 같이 저녁이라도 할까
그는 마치 외국물을 먹은 사람처럼 호탕하게 나왔다 주리의 어
두운 마음까지 환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여자를 높여 줄 줄 아
는 남자였다
그의 제의에 주리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句 그런데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퇴근시간 말예요
오우 그래요 그런 건 내가 맞출 수 있는 거죠 몇 시예요 퇴
근시간이
저녁 9시면 어떻겠어요
주리가 먼저 퇴근시간을 계산해서 그렇게 말했다
오우 좋습니다 좋아요 그렁 그쪽으로 차를 보낼까
아 아니예요 그러진 마세요 약속장소로 나가면 되죠 뭐
주리는 얼른 그의 선의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런 곳으로 차를 보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큰일날 일
이다
그래요 좋아요 그럼 거기서 가까운 곳으로 합시다
그는 여자에 대한 배려가 깊은 남자였다 자상함을 풍기는 사십
대의 남자같아 보였다
말투마다 주리를 먼저 생각하고 주리 편에서 편리하도록 배려를
하고 있었다
약속장소는 주유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제였다
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고급 요정이었다 주리는 황제라는 말에
과연 사장답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곳이라면 생선회 한점에
일이 만원 정도 하는 최고급 술집이기도 했다
주리는 퇴근을 서두르면서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혹시라도 일도횟집에 들를 수 있는 길목이
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주리는 퇴근하기 전에 잠간 화장실에 들러 얼굴을 살펴봤다 낮
동안에 약간 수척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하루종일 정아와 과장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던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리는 찬물로 얼굴을 헹궈내고는 티슈로 가볍게 물기를
트그츠
쳐내고는 화장을 다시 고쳤다 그리고 루즈를 새로 바르고는 나왔
던 것이다
일도횟집으로 가면서 주리는 다시 정아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혹시 모른다 아직까지 거기서 식사를 하고 술을 곁들여 마시고 있
다면 어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생각은 자꾸만 불안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불행한 예감이랄까
주리는 일도횟집에 가까이 다가가면서부터는 차츰 맥박이 빨라
졌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섹스로 만족할 수 없었던 남자에게 왜 이렇게 치기를 보이는 것
일까 하고 스스로 반문해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딸려가는 듯한 기
분이었다
주리는 횟집의 넓은 유리창 너머로 안쪽을 살펴봤다 넓은 실내
는 통째로 다 들여다보이도록 되어 있었다 탁자마다 두세 사람 혹
은 넷씩 둘러앉아 술자리를 만들고 있어서 앞사람이든 뒷사람이든
얼굴은 다 보였다
주리는 깜짝 놀랐다 이때까지 염려하고 걱정했던 대로 정아의
하얀 얼굴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등을 돌리고는 있었지만 분명히 과장의 뒷
모습이 보였다 서로 술잔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주리는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럴 수가
주리는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가슴이 화끈거렸다 정아가 아
프다면서 자신을 속이고 그 시간에 과장을 만나고 있었다는 것이
속상했다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모른 척하고 쳐들어가기에는 너무 마음이 약했다 그렇게
할 만한 무슨 명분 같은 것도 없얼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지만 괜
히 남의 사랑에 대해 시샘하는 것만 같아 주리 자신이 더 부끄러워
질 것잉에 틀림없었다
주리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동안을 망설였다
그들이 서로 정답게 술잔을 주고받는 것이 못내 못마땅했다
이것도 질투라는 것인가
주리는 자꾸만 서글퍼지려는 마음을 억누르며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더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과장의 뒷모습이 혼들거리는 걸로 봐선 왜나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다 그러나 정아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말짱하게 보였다 생글
거리며 술을 따르는 그녀의 모습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졌다
주리는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한참 걷다가 시계를 보니까
약속시간에서 십 분이나 지나 있었다
늦었어 라는 생각만 했을 뿐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이상
신경이 쓰여지지 않았다 다만 약속을 했으너까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주리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황제로 들어서자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곳에 그가 앉아 있다
가 손을 들어 보였다 그가 일어나서 주리 쪽으로 걸어나오려는 걸
보고는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
늦었죠 미안해요 사장님
주리는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앉아요 조금 늦는가 보다 생각했어요 기다리면서 여러 군데 전
화를 하고 있었지
그는 그러면서 핸드폰을 접어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안해요 걸어오느라
e04
그래요 걸어왔군
勺1
주리는 다시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뤘
을 때 그는 웃고 있었다 주리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힐로 할까여긴 싱싱한 회가 전문이거든 술은 좀 해요
그가 물었다
아무 거나 전 다 괜찮아요
그래도 그렇지 오늘은 내가 내지 마음대로 시켜요
그러면서 그는 메뉴판을 주리한테로 내밀었다 주리는 건성으로
메뉴판을 훌어봤다
메뉴마다 옆에 쓰여진 가격표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하가 한 접시에 십 만원 정도 하는 것들뿐이었다
주리가 가격표에 놀라 그를 쳐다보자
괜찮아요 여긴 먹을 만한 게 많아요 뭐든지 시키세요
아녜요 전 아무 거나 먹을게요 모르는 것도 많고
시키세요
어서
주리는 메뉴판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알았다는 듯이 메
뉴판을 접고는 서빙하는 아가치를 불렀다
여기 내가 잘 먹는 걸로 가져오고 술은 주리 씨가 정해
요 여긴 다 있으니까
그가 다시 주리한테 물어왔다
청하가 어때요
하면서 그가 두 병을 먼저 시켰다
서빙하는 아가씨가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주리를 쳐다봤다
주리 씬 너무 순진하군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주리는 무슨 말인가 싶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가 담배를 꺼내 피우며 다시 말을 덧붙였다
아직 세상의 때가 안 묻었을 나이야 그런데 그런 곳에서 일을
하니까 너무 좋게 보이는 거 있지 나도 대학교 대학교 다닐 땐
찢어지게 가난해서 공부밖엔 몰랐어 힘든 일을 다 해봤어 신문팔
이 중국집 짜장면 배달 지하에 있는 봉제 공장에서 옷감 나르는
일도 다 해봤어 그러면서 대학을 마쳤지 이젠 나도 외제차를 타고
다닐 만큼 돈도 벌었어 세상은 물질 세계야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었어 주
리 씨를 처음 본 순간 고생하던 내 어린시절이 생각나더군
心러셨어요
응 주리는 그런 일을 할 만한 아가치가 아닌 것 같아 그렇지만
그런 용기가 대단한 거야 얼굴도 예쁘고 날씬한 아가치라면 그런
곳에서 일하기보다는 수입이 더 좋은 데서 일하려고 하겠지 난 그
게 좋아 보였어
주리는 너무 과분한 칭찬에 얼굴이 붉어졌다
주리의 그런 모습까지도 그는 기분좋게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주
리는 점점 낯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자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마침 술과 생선회가 나왔으므로 그가 먼저 제의를 했다
I ~1
주리는 그가 먼저 술병을 들어 따라 주는 대로 술을 받았다 그러
고는 다시 그의 잔에도 술을 따라 주었다 그가 술잔을 주리한테로
가져왔다
자 건배하지
주리가 잔을 갖다 대자 그는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는 입으로 가
져갔다 주리도 역시 입술로 술잔을 가져가면서 그를 쳐다봤다
그는 천천히 입술을 적시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왜나 품위 있
는 모습이라고 생각되어졌다
회를 많이 먹어요 여긴 동해안에서 직접 올라오는 횟감이니까
아주 싱싱하거든
그가 주리 앞으로 회접시를 내밀면서 말했다
네 같이 드세요
주리는 그렇게 자신에게 깊은 배려를 하는 데에 믐둘 바를 몰랐
다 젓가락으로 회를 집으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다시 술잔이 오갔다 이번엔 주리가 먼저 1의 술잔에 술을 따랐

이렇게 한가하게 술을 마시기는 처음이야 요 근래 무척이나 바
빴거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바빠요
心럼 내가 하는 사업은 사람들 만나서 사귀는 사업이나 마찬가
지야 그게 곧 사업이거든 그러니까 바쁜 거지
학생인가 주리 씨는
그가 물었다
주리는 아니라고 대답할까 하다가도 그게 도리가 아닌 것 같았
다 이런 사람에게는 진실되게 말하고 싶어졌다
까생이에요
어느 대학이냐고 물어봐도 될까
그건
주리가 얼버무렸다
학교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
었다
정 말하기 싫음 그만두고 충고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
만 하여튼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해서 코피가 날 정도로 해야 돼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는 거지 학문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
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어 몇 학년이지
4학년
주리는 같은 동급생들이 벌써 4학년이었으므로 그냥 4학년이라고
말해 버렸다
졸업반인데 이렇게 일을 하고 있다니 무척 힘들겠군 졸업 논문
도 준비해야 되고 할 것들이 많을 텐데
그는 걱정하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시시한 과라서 대충 하면 되죠 뭐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학점은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 후회
를 하게 돼 일단은 무엇이든지 최고가 되지 않으면 안 돼요 왜
학교가 마음에 안 드나
아노 그렇진 않아요 학교는 그런대로 좋은 데예요 남들이 못
들어가서 안달일 정도의 학교는 돼요
오호 그런가 그럼
그가 다음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걸 주리가 얼른 막았다
小賣게만 알고 계세요 학교보다는 학과가 더 중요하잖아요
小래도 하여튼 주리를 만나서 반갑군 나도 그리 좋은 대
학을 못 나와서 아직까지도 콤플렉스라는 거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
지 그래서 일단은 학교에 다닐 때는 코피가 터지도록 열심히 해야
된다는 것이 철칙이 된 거야 열심히 해봐요
勺1
주리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왠지 싫지 않게 느껴졌다
다정다감하다고나 할까 여자에 대한 배려가 깊은 남자라는 인상
이 주리의 뇌리에 와 박혔다 거듭 술잔이 계속되면서 그의 따뜻함
이 묻어 나왔다
술이 너무 과하지 않을까 벌써 많이 마셨는걸
그는 주리긴 술에 의친
먼저 취하실걸요
주리는 그러면서 활짝 웃었다 횐 이가 다 드러나도록 웃고 있자
그는 술잔을 들다 말고 물끄러미 주리를 쳐다봤다
왜요
주리가 그를 쳐다보자
으응 너무 티 없이 맑고 예뻐서 술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
겠는걸
그는 농담도 잘했다
주리가 배꼽을 잡고 웃자
정말이야 내가 이렇게 기분좋게 술을 마시기는 드문 일이야 맨
날 사업 때문에 신경쓸 일만 있었지 어디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실
수가 있어야지 이런게 같이 술을 마시니까 기분이 너무 좋은걸
자 받아
그가 다시 술잔을 내밀었으므로 주리는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오늘따라 쉽게 술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천천히 취하는 모양
이었다
주리는 기분이 좋을 정도일 뿐이었다 그리 취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몇 병짼가를 비워냈을 때 주리도 어느 정도 술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좀전에 봤던 정아와 과장의 모습들이 불현듯 떠
오르온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주리는 쓴 술을 입으로 가져가
단번에 털어넣온 했다 괜히 정아가 미워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자에 대한 배심감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런 생
각이 자꾸만 드는지는 주리 자신도 모른다 다만 어젯밤에 정사를
나눴던 상대가 감쪽같이 자신을 속였다는 불쾌강만이 지글지글 끓
어오르고 있었다
주리는 오늘따라 왜 많은 술잔을 비워냈다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는다는 것이 오히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술을 왜나 잘 하네
네 그래요 학생이라고 깔보면 안 돼요 매일 술로 사는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가 그렇게 술을 퍼마시고 언제 공부를 하지
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心런 애들도 있다는 거예요 제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주리는 벌써 혀가 꼬부라지고 있었다 그걸 숨기려고 애를 쓰면
서 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 술병을 기울여 자신의 잔에 따랐다
이걸로 끝내지 벌써 많이 마셨어 가끔 이렇게 대작을 해도 되
겠어 내가 못 당하겠는걸 하하하
그는 농담처럼 말했다 거의 같이 마신 술이었지만 주리보고 더
세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아니예요 저도 약해요 그렇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술이 잘 받네

왜 무슨 일이 있었나7
아노
으변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물끄러미 주리를 쳐다봤다
주리가 술잔을 비우는 것과 동시에 그가 말했다
나가지
주리는 그를 따라 일어서려는데 약간 비틀거렸다
어어 조심해요 내가 잡아 줄까
그가 주리의 팔을 붙잡았다 주리는 그의 손을 가볍게 밀어내며
억지로 일어서려 했다 그가 옆에서 조싱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것
이 영 마음에 걸렸지만 주리는 일어나서 걸었다
밖으로 나오자 이미 늦은 밤이었다
오랜 시간 일했던 탓도 있었지만 약간 과한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나른해졌다 시원한 바깥 바람을 맞으면서 속이 울렁거렸
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잠깐만요
주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로 들어서
자마자 곧 먹은 것들이 토해져 나왔다
웩 웩
주리는 토하면서 눈물이 범벅이 되어 나왔다
무얼 그렇게 많이 먹었는지 토해내고 또 토해냈는데도 멈출 것
같지 않았다 쓴 물이 목 안에서 넘어오느라 내장이 다 뒤틀렸다
주리는 가까스로 구토를 멈추며 입가를 닦아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눈알까지 다 빨개져 있었다
주리는 수도 꼭지를 틀어 입을 헹궈내고는 핸드백에서 화장품을
꺼내 간단히 얼굴을 매만졌다
밖으로 나오자 그가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놀란 표
정을 지었다
토했어
네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어때Y
이젠 좀 괜찮아졌어요
주리는 흑시라도 입가에 무엇이 묻었을까봐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가 옆으로 다가와 주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니까 오늘 너무 마셨어 나도 많이 마신 셈이야 그러
니 주리가 토할 만도 하지
그는 주리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주리의 어깨를 통통 두드
려 주었다
拏어요
그는 두드리던 동작을 멈추고는 다시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어때갈 수 있겠어
그가 물었다
勺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리는 다시 입가를 쓰윽 닦아냈다 자꾸 입가에 무언가 묻어 있
는 것 같았다
내가 기사를 부를까 내 차로 가지 안 흔들리리까
아니예요 됐어요
주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넓은 대로로 나오자 조금은 살 것만 같았다 휑하니 뚫려 있는
대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살 것 같았다
갑자기 대로로 나와서일까 주리는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가 얼른 주리를 붙잡았다 주리는 그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가
까스로 쓰러지려는 걸 멈췄다
안 되겠어 어디 근처에 들어가자고 이대론 못 가겠어
小래도 되겠지조금 있다가 가 그래도 되지
주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가 주위를 살펴보다
가 빨간 불빛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그리로 걸어갔다
주리는 걷는 데에도 힘이 들었다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나니 다
리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그런 모습을 보
이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었다
그가 멈춘 곳은 모텔이었다 넓은 대로변에 있는 작은 모텔 앞에
서 그는 주리를 돌아봤다
들어가도 괜찮겠지
그가 물어왔다
주리는 힘 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가 주리의 표정을 살피고
는 곧바로 안으로 주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걸으면서 주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왜 그래 또 토할 것 같아

붉은 카펫을 보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복받쳐왔던 것이다
주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 왔어요 저 방이야 조금만 참아요
그는 얼른 달려가서 방문을 열어젖혔다
방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주리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고
는 참았던 것들을 다 토해냈다
양변기에 엎드려 토하느라고 진땀이 다 났다 속이 온통 뒤틀려
시며 머리끝까지 오물로 범벅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만에 방으로 들어오자 소파에 앉아 있던 그가 벌떡 일어나
주리를 붙잡았다
어때 괜찮겠어
네 다 토했어요
주리는 입가를 닦아내며 말했다 아직 입에서 구토물냄새가 그대
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저 샤워를 해야겠어요
匕래 그래야 빨리 깰 거야
그는 주리를 놓아 주며 말했다
주리는 벽면에 붙어 있는 전등 수위치를 내려 불을 끄고는 옷을
벗었다 욕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때문에 주리의 몸매가 드러났

注지 마세요
215
rcrr2
주리의 말에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창 밖으로 향한 그의 시선
이 거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주리는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몸을 씻어냈다 샤워기패서 떨어지
는 물을 입으로 받아 여러 번 헹궈냈다
그제서야 조금 정신이 드는 듯했다
주리는 비누칠을 하면서 점점 정신이 들었다 그리 또렷하진 않
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의 섹스
를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리는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는 욕탕 속으로 들어갔다 샤워로
씻어내리기보다는 차라리 찬물에 그대로 몸을 담그고 싶었다 그렇
게 하니까 다시 새로운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그가 들어을 수 있도록 욕탕을 말끔히 헹궈내고는
물을 틀어 놓았다
어 벌써 다 했어
네 들어가서 씻으세요
주리는 아직도 방 안의 불을 켜지 않았다 그가 옷을 벗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십대라고는 하지만 배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풍성하게 살집이
오른 남자의 벗은 알몸이 욕실의 불빛을 받아 더욱 남성적으로 보
여졌다
그가 옷을 벗으면서 주리를 보고 말했다
生지 마 나도 창피하니까
그 말에 주리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본대요 괜히 그러시네요 안 봐도 다 알아요 배 나온

아냐 난배 안나왔어 자 보라고
그가 배를 앞으로 내밀었다
정말1
주리는 달려가서 그의 아랫배를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사실 그는 배가 나온 게 아니었다
옷을 다 벗은 그가 욕실로 들어가고 나서 주리는 침대로 가서 드
러누웠다 그가 샤워를 하는 잠간 동안이라도 편히 누워 있고 싶었
던 것이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편했다 창 밖으로 길에서 나는 차들의 소음
이 약간 귀에 거슬렸다
주리는 찻소리를 들으면서 나른한 잠에 빠져들었다 잠간 누워
있는다는 것이 깔박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어디선가 세찬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이내 깊은 잠에 빠
져들고 말았다
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주리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가
는 코를 골며 어둠 속에 누워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그
는 벽면의 스위치를 올렸다
환한 불빛에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아무렇게나
그대로 누워서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며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리의 손가락을 훌어보았다 핏기가 없는 긴 손가락이었

살포시 가슴에 얹은 채로 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한
참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젖가슴을 가리고 있는 두 손이 깍지
껴진 채 서로 맞물려 있는 모습이란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세운 채로 누워 있었으므로 허벅지 안쪽의
하얀 팬티가 드러나 보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때까지도 주리는 곤한
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다 약간 흔들리다가 마는 그녀의 몸이었다
그는 불빛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음에 일어나는 동요가 온몸이 떨릴 만큼 심해져 왔다 그
녀가 잠시 괴로운 듯 몸부림을 치면서 옆으로 돌아눕느라 한쪽 다
리를 오므릴 때마다 입고 있던 팬티가 다 드러났다
이렇게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다니
그는 경탄해 마지 않는 눈빛으로 주리의 하얀 허벅지를 훔쳐 보
았다 짧은 스커트가 허벅지 위로 밀려 올라가면서 팬티는 거의 다
드러나 있었다
도톰하게 불거진 여자치 중요한 부분까지도 세밀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얇은 팬티 속으로 드러난 검은 그림자 같은 것도 다
보였다
나이에 비해 제법 무성하고 진한 털 빛깔이었다
그는 방 안을 서성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그랬지만 쉽지 않
았다
가슴 속에선 큰 방망이가 마구 두들겨대는 것처럼 쿵쿵거렸다
한번씩 주리를 쳐다볼 적마다 더욱 심해지는 방망이질이었다
셔츠 자락 사이로 약간 들여다보이는 1녀의 젖가슴의 횐 살결이
보였다 그는 침을 삼키면서 애써 참으려고 하다가 다시 눈빛이 그
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주리의 긴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채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그는 잠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크게 심호흡을
했지만 가슴의 떨림은 멎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주리의 곁으로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고른 숨을 쉬었다가 한참만에 커다란 숨을 내쉬는 걸
로 봐선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주리의 스커트 호크를 찾았다 옆으로 누워
있어 허리께에 붙어 있는 호크를 끌르자 긴장되었던 스커트가 툭
풀어 헤쳐지며 옆으로 벌어졌다
너무 확 끼인 통 좁은 스커트였으므로 밑으로 내리기에는 힘이
들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쪽을 벗겨내렸다 조금 내려오다
가 엉치뼈에 걸려 더이상 내려오지 않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스커트
를 놓아 주었다
반쯤 걸린 스커트는 팬티의 일부분만을 내비친 채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점점 숨이 가빠지는 듯했다
머릿속에서 쿵쾅거리며 혈압이 뛰는 듯했다 눈앞이 아찔거리며
현기증마저 일어나는 듯했다
그는 마냥 내려다보고 있다가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다시 주리
의 스커트를 잡아당겼다 더이상 내려오지 않는 스커트였지만 조금
씩 잡아당길수록 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들썩였다 그 바람에 스커
트는 조금씩 밑으로 내려왔다
나중에 그녀가 반듯이 누우면서 스커트는 흘쩍 내려졌다 그녀는
스커트가 내려가자 홀가분했던지 다리를 자유롭게 뻗치며 편안하게
누웠다
그는 말할 수 없는 흥분으로 손바닥에 땀이 다 났다 스커트를 들
어 보니 그것은 마치 조그마한 천조각에 불과했다 허리 사이즈래
봐야 고작 남자 허벅지 정도밖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주리 곁으로 다가갔다
다리를 약간 벌린 채로 잠들어 있었으므로 하얀 팬티 속으로 검
은 숲이 드러나 보였다 도톰하게 솟아오른 그곳은 마치 꿈의 동산
인 것처럼 얕은 언덕이었다
팽팽하게 달라붙어 있는 팬티여서 검은 숲 사이로 드러난 작은
계곡까지 어렴풋이 다 보였다
너무 예쁘군
그는 저도 모르게 찬사가 튀어나왔다 그러고도 남을 만큼 그녀
의 몸매는 완벽하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나이에 비해 너무나 젊었다는 것이 오히려 부담감을 주기
에 충분했다 그는 말없이 서 있으면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 밑으로 가는 두 다리가 벌려져 있었다
그는 술이 깨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젊고 싱싱한 애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모처럼만의 행운이랄 수 있었다
물론 강남에 있는 술집으로 가면 이보다 더 나이가 어진 앳된 영
계들을 실컷 만날 수 있겠지만 그런 애들은 어디까지나 직업적인
여성에 불과했다
돈맛을 알아가지고 두둑한 돈이 아니면 아예 상대를 않거나 이
리 빼고 저리 빼면서 외박을 나가는 것을 꺼리는 것이었다 그만큼
영악한 애들이었다
그런 애들은 또 섹스를 해봐도 별로 감흥 같은 게 없었다 돈을
주고 산 애들에게서 커다란 감흥을 얻는다는 게 애초에 잘못된 생
각이겠지만 그들은 거의 직업적으로 물들어 있어 매너리즘에 가까
운 듯한 체위와 감흥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풋풋한 주리 앞에선 그도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
는 대단한 흥분이 일어났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는 표현이 맞을
정말 아까운 애군
그는 절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어디를 보나 거의 완벽한 몸매
였다 이런 여자를 안아 본다는 것은 점말 드문 일이었다 그것은
그 자신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이 새로운 감흥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겨내렸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도록 손이 떨려오기는 처음이었다 그
는 스커트의 호크를 풀고 밑으로 끌어내리느라 한참동안 망설이면
서 겨우 그 일을 끝냈을 때는 이마에 땀이 다 밸 지경이었다
완전한 알몸이 드러났다
그때까지도 주리는 잠을 깨지 않았다 아마 깊은 잠에 빠진 듯했
다 술을 마신 탓일까 그녀는 약간 몸을 뒤척였을 뿐 눈을 뜨지
않았다
젊고 발랄하게 생긴 그녀와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그는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마치 강간이라도 하는 듯한 죄책감과 함께 미안한 감정이 어우러
져서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에겐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일이었으므로 멈출 수는 없
는 노릇이었다 이런 여자를 앞에 놓고서 어떻게 성욕을 자제할 수
가 있는가
그는 떨리는 손으로 팬티마저 벗겨내렸을 때 그는 하마터면 재
채기라도 할 뻔했다
그의 놀람은 절대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보드
라운 숲을 가졌는지 그는 스스로 격정에 빠져들면서 여러 번
심호흡을 하곤 했다
그래야만 겨우 정신이 들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그러나 지금 한가하게 물을 마실 수
는 없었다 점점 타오르는 불길로 인해 그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이
어디론가 이끌려가고 있는 듯한 충동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의 가슴은 커다란 방망이로 마구 두들기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
었다
그는 좀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을 샅샅
이 살펴보았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듯한 그곳은 아직까지도 깊은 잠에 빠
진 듯이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
검은 숲을 보자 그는 다시 새로운 격정에 횝싸였다 그곳을 통해
남자를 받아들이고 함께 쾌락의 경지를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신
기할 뿐이었다
모든 여자가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름다움을 지킬 줄 아는 여자만이 아름
다운 것이라고
그는 마음 속으로 떨리는 것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가능하
면 좀더 침착하게 다음 순서를 진행시키고 싶었다
그때까지 그녀의 옷을 어떻게 다 벗겨냈는지도 기억에 없을 정도
였다 너무나 극진한 흥분 때문이었을까
그는 스스로를 억제시키느라 마른 침을 삼키떠 그녀를 내려다보
고만 있었다
그가 이날 이때까지 려어봤던 여자들이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 느낌부터 이렇게 떨려오기는 처음이었다
그것은 수많은 경험을 가진 남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럴 것이라
고 생각되어졌다
그는 아득해지려는 의식을 가다듬으며 그녀의 몸에 입술을 갖다
댔다 무슨 내음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7
싱그러우면서도 풋풋한 풀내음 같기도 했다 그녀의 몸에선 향기
롭기까지 한 풀냄새가 났다 아직 처녀라는 뜻일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머리를 흔들어댔다
아냐 이렇게 순순히 나오는 아가씨라면 절대 그럴 리는 없어
그는 좀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선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었다
부정을 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었

지금 이 순간 그에겐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녀를 영원히 깨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점점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를 안 깨운다는 것은 마치 강간이라도 하는 기분이 들 것이
었다 만일 그렇게 했다면 기분이야 더 좋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끝났을 때의 비참함을 감당하기가 어려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흔들어 깨운다면 그 자신이 더 어색할 것만 같은 기분
1들었다
그는 양갈래 길에서 한참동안이나 망설이고 있었다 죄의식과 양
심 사이에서 흔자 흔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그녀를 깨우리라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주리 일어나야지
그는 주리를 흔들어 깨웠다
주리는 어렵사리 눈을 뜨고는 그를 쳐다봤다 어느새 자신의 몸
이 알몸으로 변해져 있다는 걸 안 모양이었다
내가 벗겼어 너무 온히 자는 것 같아서
그의 말은 마치 변명처림 나왔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벌써 다 했어요
그는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크게 떴다 주리가 말한 것
은 자신이 자고 있는 동안에 벌써 관계를 끝내 버린 게 아닌가 하
는 질문쯤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나중에서야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으응 샤일는 벌써 다 했지 주리가 자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었

벌써요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려 했다
心性 누워 있어 그제 더 좋아
7
난 주리가 그렇게 누워 있는 게 보기가 좋거든
주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가렸다 그러고는 눈을
감아 버렸다
난 이런 기분 처음이야 물론 많은 여자들을 상대해봤지 사업을
하다가 보면 술집 같은 데 가서 접대를 할 때가 많았지만 오늘같이
놀라기는 첨인 걸 주리는 너무 예뻐 난 그게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몰라
그는 마른 침을 삼켜가며 진실된 말을 했다
小냥 자도록 내버려두려다가 깨웠어 나중에 죄책감이 들까봐
서 주리가 자는 동안에 해보고 싶었어 하지만 그게 떳떳하
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
그는 마치 사과라도 하는 듯이 어렵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주리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행여 그의 진싣
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어서였다
그는 말을 아꼈다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려니까 그
의 입술이 다가왔다
주리는 그가 입술을 포개오면서 자신의 몸을 어루만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것이 안으로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의 아래쪽 몸뚱이가 실룩거렸다 사정을 돕느라 그러는 모양이
었다
주리는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뜨거운 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
고 있었다
한참만에 그는 경직을 풀면서 말을 꺼냈다
끝났어 다 했어 기분이 좋아
그는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헐떡거렸다
주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때 좋았어7
그가 물었다
남자란 그렇게 여자가 만족해 하는 것을 확인하기를 바라는 건지
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극대화시키는 건지도
그러나 주리는 그게 아니었다 한껏 달아올랐던 기분이 그의 사
정과 동시에 가라앉아 버리고 만 것이었다
주리는 그가 무겁게 느겨지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까지도 그는
시든 남성을 그대로 집어넣은 채로 오래도록 있고 싶어하는 눈치였

그의 입술이 손이 입과 젖가슴에 동시에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시 재촉하는 거였다
어때7좋지
주리는 대답할 말미 없어 스르르 눈을 감아 버렸다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의 질문에 부정도 긍정도 하기가 싫었다
섹스란 하기 전이 짜릿할 뿐이지 막상 하고 나면 쓰디쓴 맛만 잔
뜩 남는 것 같았다
어렴풋한 잠결에 간지럽히듯 다가오는 그의 손길과 막상 눈을 떳
을 때의 그의 간절한 눈빛과 행위가 차라리 더 나았다 그가 혀끝으
로 간지럼을 태을 때가 더 애틋한 쾌감으로 온 전신을 쉽싸는 것 같
았다
그리고 그가 남성을 깊숙이 집어넣어 피스톤 운동을 활발히 할
때만 해도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그가 얼마나 흥분췄는지 모르겠지만 곧바
로 사정을 해버렸으므로 주리는 미처 그러한 기분을 느낄 새도 없
이 시들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자연히 짜증 같은 게 솟아났다 그래서 눈을 감아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도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십대의
남자가 보는 주리란 아직 성적으로 앳된 햇병아리에 불과할 것이라
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주리는 달랐던 것이다 이미 여러 남자들과의 섹스에서
남자들이 조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섹스를 할 때마다 혹시라도 더 짜릿한 관계를 오래 지속
시켜 줄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남자도 역시 오 분을 넘지 못했다
애무하는 시간은 왜 길었지만 막상 섹스를 하는 시간은 그리 길
지 않았다
주리가 자고 있는 동안 그는 벌써 흥분했는지 모른다고 생각되
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약간 창피했다
무엇을 봤을까
그리고 자고 있는 동안에 어떻게 했던 것일까
주리는 그가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했다
자고 있는 여자의 괜티를 끌어내리고 옷을 다 벗겼다면 그냥 그
대로 보고만 있었을 것이겠는가
어쩌면 주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행동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리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다 보여 줬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저
절로 부끄러워졌다 눈을 뜨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눈을 뜰 수가 없
었다 자존심 같은 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주리가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자 그가 슬며시 물어보는 거
였다
아노
그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주리의 몸에서 남성을 빼냈다 그러
고는 다시 주리의 사타구니 속으로 내려가려는 순간이었다
公만둬요 이제 췄어요
주리가 그를 붙잡았다 그가 멀뚱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지 아직 못 느꼈어7느끼는 것 같던데
느꼈어요
주리는 마지못해 네 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그는 욕심 많게도 주
리가 만족하지 못했을 거라고 믿으면서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남자란 그랬다 여자가 만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동물 같은 존
재들이었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매번 혼자만이 즐기다가 사정을 해버리고는
후닥닥 내려가 버리는 것이다
좋있괴7어땠어
조금요
주리의 대답에 그는 약간 시무룩해졌다 조금밖에 느끼지 못했다
는 주리의 말에 자신의 남성이 멸시당하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끼
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다시 시도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리와 같은 영계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을 것
이다 가능하다면 억지로라도 그의 남성을 다시 일으켜 세워서 다
시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남자들의 근성이랄 수 있었다
그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그랬다
물론 한 번 사정을 한 다음의 섹스는 좀더 오래할 수 있었다 그
래서 남자들은 여자를 죽여 놓을 심정으로 미리 섹스를 하기 몇 시
간 전에 화장실 같은 데로 들어가서 손으로 사정을 하고 난 뒤에 애
인파 같이 동침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몇
십 초나 일 분 정도의 시간밖에 연장되지 않을 것이었다
남자란 자신의 성기능이 최고가 되는 것이 꿈인 것처럼 매일 그
러한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자세로 주리의 꽃잎을 내려다보고 있
었다 보면 볼수록 탐스런 그곳이지만 이미 한 번 사정한 뒤라 어
떻게 빨리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애무할까7
그가 물어왔다
주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한 것이 마치 승낙의 뜻인 줄 알
고 그는 다시 혀끝을 갖다 대며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허벅지 안쪽을 할으며 그 주위를 다 할았지만 주리에게선 이렇다
할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사십의 나이를 넘긴 탓인지 주리
의 몸을 마음껏 애무했는데도 그것이 일어서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점점 초조한 기색이었다
주리의 꽃잎을 다루는 걸로 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중에는
주리의 꽃잎을 잔뜩 벌린 채로 그 속으로 혀를 집어넣어 페니스 역
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동그랗게 말은 혀끝이 페니스처럼 파고들었지만 주리는 남성을
느끼진 못했다 이미 한번 식어 버린 열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
고 말았다
그가 나중엔 실컷 애무를 했는지 두 손으로 꽃잎을 벌린 채로 열
심히 들여다보고 있기만 했다
주리는 벌렸던 다리를 오므리면서 눈을 떴다
이제 일어나요 안 되는걸요
그는 말이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
었다
주리의 안 되는걸요 라는 말이 마치 자신의 남성을 탓하는 것만
같았는지 1는 더욱 얼굴이 상기되어 버렸다
제가 그래요 아깐 좋았는데 지금은 기분이 식어 버렸어요
왜 그러지
몰라요 아마 아직 제가 뭘 몰라서 그렇겠죠 뭐
그런가7
그는 다소 용기를 얻는 듯했다
이제 정신이 말똥말똥해졌어요 술이 다 깼나 봐요
주리가 그렇게 둘러대자
거 참 난 좋은데
그는 아직도 주리의 다물어진 꽃잎에서 눈을 례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싱싱한 영계를 눈앞에 두고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적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주리가 다시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있자 그는 다시 입술을 거기
에 갖다 댔다 이젠 그의 혀끝이 닿을 때마다 약간씩 쓰라렸다
그렇지만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약간은 기분이 되살아나는
듯하면서도 쓰라린 것이었으므로 그걸 탓할 수는 없었다
生늘 자고 가면 안 돼
주리는 머리를 가로저어 보였다
누구랑 같이 있지
점마 아빠랑 다 같이 있어요 식구들이 기다리는걸요
주리는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할 수 없군 그럼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주리의 몸에서 남성을 빼냈다
그의 남성은 이미 시든 지 오래였다 헐렁한 듯 그것이 밖으로 빠
져나오자 곧 정액이 밑으로 쏟아져내렸다 주리는 얼른 손바닥으
로 밑을 가렸다
티슈 좀
그가 머리맡에 있는 티슈를 뽑아 주리한테 내밀었다 주리는 흘
러내리는 정액을 닦아내면서 괜히 우울해졌다 매번 기대가 큰 만
큼 실망 또한 큰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말이 없었다 주리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옆에서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다
주리가 팬티를 꿰어 입고 스타킹을 신는 것까지도 물끄러미 바
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주리가 겉옷을 입고 나서 화장을 다 고쳤을 때쯤 그가 무겁게 입
을 열었다
경험이 많은 것 같군
7
주리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그를 쳐다봤다 그가 담뱃불을 부
벼 끄며 소파 앞의 탁자 위로 다리를 쭈욱 뻗었다
小게 무슨 말이에요
주리가 약간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되물었다
캄자 경험이 많은 것 같아서 그래 학생이라면서
네 그래요
학생 신분에 그렇게 익숙하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지
그는 처음과 달리 완전히 변해 있었다 주리한테 시비를 걸고 있
는 것이었다
주리는 기가 찼다
실컷 즐기고 나서 했다는 소리가 바로 이것이라니
속에서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걸 참고 있었다
生長 경험이 아냐 대개 다른 여자들 같으면 그 정도에도 벌써
만족했을 텐데 주리는 얼마나 경험이 많은 거이
왜요 그걸 어떻게 알죠
다 알 수 있지 남자란 여자를 한번만 만져보고도 알 수 있어
그걸 하는 동안에 여자가 하는 행동만 보고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거

그가 그쪽에 대해선 자신만만하다는 투로 말했다
小걸 어떻게 알아요 여자가 일부러 거짓 신음소리를 내거나 몸
을비트는 것까지도다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주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허공에다 말을 쏘고 있었다
거짓으로 그러는 것과 진짜로 그러는 것하곤 차이가 나지 여자
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남자 나이 사십이면 금방 알 수 있는 거
야 어떤 놈들은 여자의 거시기 색깔을 보고 거기가 검으면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는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다 거짓말이야 허벅지 살
이 없는 여자들이 섹스를 즐긴다고 하는 말도 다 쓸데없는 말들이
지 그렇지만 내 눈은 못 속여 내가 보기엔 주리는 많은 남자들이
거쳐갔어 그렇지
그가 단정적으로 나오는 데에 주리는 기가 차다는 식으로 쳐다보
았다
왜7내 말이 틀렸어
그가 도전적으로 나왔다 주리가 만족해 하지 않자 그도 성이 난
모양이었다
처음엔 그렇지 않은 남자였는데도 그랬다 섹스에 불만족한 남자
가 하는 전형적인 트집이었다
틀린 건 아니죠 요즘 대학생들 중에 숫처녀는 없어요 내 말 알
아들으시겠죠 심지어는 비디오방에 가서까지도 그것을 했다구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시겠죠
주리가 그렇게 했다는 건가
주리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더이상 말을 했다간 괜히 꼬리만 잡
힐 것 같았다
왜 말 못해
나도 가보긴 했지만 그런 것을 한 적은 없어요 다른 애들이 그
랬어요 나도 들어서 아는 거구요
친구들이 한 얘기라고 둘러대는구먼
그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런 모습을 보자 주리는 알 수 없는 눈물이 피잉 도는 것 같았
다 눈가가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왜 그래요 아깐 안 그렇더니 난 믿고 따라왔는데
드디어 주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러는지를 난 주리가 완전한 처녀인
줄 알았어 그래서 몰래 팬티를 내려본 거고 실망했어
주리는 울다가 눈물을 닦아내면서 그를 쳐다봤다 팬티를 내려
모든 걸 봤다는 그의 말이 주리의 가슴을 치며 달아났다
이겁하시군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小호 그런가 그렇지만 남자는 여자한테 발등 같은 건 안 찍혀
내가 오늘 너무 빨랐나 그래서 주리가 이러는 거 아냐
주리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정곡
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네 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람자가 사정을 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그리고 그리 시간이 긴 것
도 아니라고 불과 10분 안쪽이야 그런데 학생이라는 주리는 너무
경험이 많아서 그래 그 정도면 충분히 흥분할 수 있는 시간이야
누군가 센 놈을 만난 거로군 그래
그는 지금 완전히 주리를 비웃고 있었다 더이상 대꾸해 보았자
아무런 소득도 없을 것 같았다
주리는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고는 발딱 일어섰다
저 갈래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가다니 어딜 가
그가 정색을 하며 말했으므로 주리는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화가 난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하는 그가 갑자기 무서워졌던 것
이다
앉아 앉으라구
주리는 앉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이대로 갈 수 있을 것 같애7내가 내일 가서 말 한마디만 하면
넌어떻게 되는줄알지좋은말할때 그자리에 앉아 난더 하
고 싶으니까
왜 그러세요
주리는 짜증이 났다
왜 그러냐리 앉으라고 말했을 뿐이야 앉아 조금 더 있다가 나

주리는 들었던 핸드백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가 소파로 와서 주리의 옆에 앉았다
그는 아직도 벌거벗은 몸이었다 그의 남성이 축 늘어져 있는 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주리
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 끌어당겼다
놓으세요 가야 돼요
주리가 빠져나오려고 그랬지만 그는 놓아 주지 않았다 더 억센
팔힘으로 주리를 끌어안았다
가만히 있어 들어을 땐 그냥 들어왔지만 나갈 땐 그게 맘대로
안 돼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 그게 신상에 좋을 거야
그는 마치 짐승 같은 소릴 냈다
주리는 그를 노려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었다 그
렇게라도 해서 얼른 그에게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거기 누워 누우라고
그는 말을 안 들으면 금방이라도 한대 후려칠 듯이 인상이 험악
해졌다 주리는 그런 모습을 보자 저절로 눈이 감겨졌다
눈을 감고 있는 순간에도 혹시 그가 주먹질을 할 것만 같았다
小래 빨리 누워 나도 나쁜놈은 아냐 말만 잘 들으면 곱게 내
보내 줄 테니까 그리고 오늘 치른 대가도 충분히 치러 줄 수 있

주리는 할 수 없었다 그가 어떻게 하든 이제는 그의 우리 속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두 다리를 꼬옥 붙인 채 눈을 감아 버렸다
이러지 마 괜히 왜 그래 아까 주리가 잠들었을 때 내가 어떻
게 했는 줄 알아 서로 피곤할 뿐이니까 순순히 말을 잘 듣는 게 좋
을 거야
그러면서 그는 주리의 다리를 벌렸다 그는 다시 주리의 스커트
를 내렸다 그리고 팬티마저도 벗겨내렸다
주리는 이를 악물었다 그에게 다시 자신의 알몸을 보이는 게 싫
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물은 엎어진 다음이었

난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네가 이런다고 해서 내가 가만 있을
건가 말야 주리도 어엿한 대학생이니간 어느 정도 사리 분간쯤은
할 줄 알겠지
주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주먹을 말아러고는 눈을
질끈 감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주리의 두 다리 사이로 엎드린 채로 다가왔다
이젠 넌 내 거야 이 시간만음은 그래 나중에 내가 톡톡히 대가
를 치뤄줄 수 있어 얌전히 가만히 있는 거야
그는 거듭 강조하듯이 말을 했다
동작으로 그려의 반응을 살폈지만 주리가 꼼짝 않고 누워만 있자
약간 성난 듯이 나왔다
왜 화났어
아노
그뿐이었다 주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그것밖엔 없었다
小럼 줬어 주리가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난 최선을 다하겠어
이번에는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샅샅이
할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왜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처럼 느리게 다가왔다

주리는 참을 수 없을 때쯤 잠간 그런 소리를 냈을 뿐이었다 그
리곤 입을 다물어 버렸다
注음 참는다는 말이군 이런 건 참는다고 되는 건 아냐 자연스
러운 것이 좋은 거라고
그는 마치 各계라도 하듯이 타이르고는 다시 몰두하는 것이었다
그가 절벽을 건드릴 때는 주리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주리는 그런 느낌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주러는 최대한 이를 악물었다
그가 중간중간 주리의 표정을 살피곤 했다
사람이란 말야 뭐랄까 내 의지 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
아 섹스라는 것도 그래 가능하면 시간을 오래도록 끌고 싶지만 그
게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주리는 더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것 같아 숫처녀가 아니라는 거지 난 그걸 알고 있어 진짜 처녀는
아무것도 모르지 그리고 이런 데에 들어와서 겁이 없다는 건 주리
가 숫처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거지 그런데도 숫처녀처럼 앙
탈을 부린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야
그 말을 듣자 주리는 내심 부끄러움이 앞섰다 일부러 내숭을 떨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그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
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내숭이라며 주리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건 아니예요 다만
주리는 무슨 말이라도 해둬야 할 것 같았다
아니긴 뭐가 아냐 왜 그렇게 나와 처음부터 순순히 나왔으면
이러진 않잖아
주리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가 다시 입술을 갖다댔다 그는 어떻게든 주리를 달궈 놓고선
마지막 섹스를 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리의 마음에서부터 그러한 감정이 쉽게 일어나 주질 않
는 것이었다 아직은 마음이 차가웠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주리의 주먹을 펴서 자신의 몸
을 만지게 했다
주리는 마지못해 그외 남성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마음이 앞서지 않는데 즐겁게 만질 이유가 없었다
왜 그래 아직도 안 일어나
그는 약간 화가 나 있었다
주리의 두 눈에서 주루룩 눈물이 흘러나왔다
7
그는 잠시 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주리를 쳐다봤다 그도 역시 아
무런 말이 없다가 다시 그짓을 계속했다
Z의 애무는 점점 거칠어졌다
마치 혓바닥까지 바늘처럼 느껴졌다 온몸을 휘감으며 더듬는 손
길조차도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게 빨리 끝났으면 싶었다
그녀는 점점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았다 스스로 무너
지려고 애를 쓴 것처럼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주리의 눈에서 눈물이 스며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제 췄어 조금만 참아
그는 짐승이었다 여자의 눈에 눈물이 나오게 해놓고선 그제서야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가 몸을 밀어넣었다 쓰라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
는 동안 주리는 내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허무한 마음뿐이었다
모든 게 허망함만 그 자리에 남는 듯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릴 섹스를 위해 안간힘을 써대던 그가 보기조차 싫었다
죄의식이라고 해야 좋을까 이런 의식은 정말 싫었다
마음에도 없는 섹스를 할 때의 기분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강
간을 당한 여자의 심정과도 같았다
남자가 뿜어내는 정액을 받아 먹는 암컷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곤 했다 남자가 짐승이라면 자신은 그런 짐승의 정액을 받아야만
하는 암컷이었다
마음에도 없는 섹스
그렇다 마음에도 없는 섹스를 했을 때의 비참함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됐어요
주리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울먹이는 듯했다 남자를 향한 욕설
처럼 들렬다
그가 꿈틀거리며 얼굴을 쳐들었다
어때
그 말에 주리는 이를 사려물었다
왜 싫어
주리는 말하기조차 싫었다 어서 빨리 죽은 남성을 꺼내고 그가
흘린 정액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을 뿐이었다
일어나요 다 끝났잖아요
주리의 목소리는 한껏 풀이 죽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주리가 반항하고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좀더 가만 있어봐 다 나와야 빼지
그는 조금이라도 더 주리의 몸 속으로 자신의 정액을 쏟아 넣길
원했다 한방울이라도 더 집어넣기 위해 찔끔거렸다 그가 움찔거
리며 안간힘을 쓰는 게 느껴졌다
그래 마음대로 해도 좋아
주리는 그런 모진 마음을 먹었다 더이상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이기도 했다
그는 오래도록 주리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밤
새도록 그러고 있고 싶었을 것이다
이미 죽어 버린 남성을 그대로 박고 있는다는 건 그의 욕심일 뿐
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천천히 몸을 떼며 말했다
이젠 됐어 마음껏 했으니까
주리는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욕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비누로
온몸을 헹궈내기 시작했다
세찬 물줄기를 맞으면서 주리는 울고 있었다
모든 기억들이 비누거품처럼 싹 없어져 버렸으면 하고 생각했

어떻게 아파트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텅 빈 것 같은 걸음으로 택시를 탔고 택시에서 내려서는 또 어떻
게 걸어서 아파트를 찾아 걸어왔는지 몰랐다 이미 주리의 머릿속
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공백 상태였다
너무나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날이 밝았지만 늦도록 주리는 일어나지 않고 있얼다 아파트 밑
으로는 지나가는 차들 소리 노는 아이들의 고함소리들이 뒤엉켜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 놓아 괜히 소란스런 소리들만
잔뜩 집 안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주리는 창문을 닫아 버릴까 생각했다가도 일어나기가 싫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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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획
만두었다 그러고는 다시 시트 자락을 끌어당겨 머리끝까지 덮어
버렸다 그러고 나니 조금 조용해졌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불 속처럼 캄캄하게만 느껴졌다
차라리 어둠의 연속이었으면 싶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감출 수 있는 어둠이 이 지구를 지배해 버린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때까지 살아온 날에 대한 지독한 반성이었

그러나 주리는 끝까지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았다 그런 것은 변명
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차라리 이를 악물고 혼자 견디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주리
는 그런 여자였다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라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와 아버
지의 불화로 인해 철저히 소외되면서 자신은 이 세상에서 그 누구
의 도움을 바랄 수 없는 흔자라는 것을 터득한 것이었다 가정이 서
먹하게 갈라지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외도에 대해 주리는 아무런 반
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울로 유학을 오면서부터 부산이라는 곳을 잊어버렸다
부모의 도리로써 매달 한번씩 부쳐 주는 학비만이 그들이 주리한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모 역할일 뿐이었다
어쩌면 주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러한 불륜에 대해서 깊은 저
항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머니 편에서 보면 주리 또한 여자여서인지 남자에 대한 복수
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편에서 본다면 남자란 즐기
려고 태어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또한 남자들 못지 않게 여
자들에게도 즐길 수 있는 권리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 주리였다
성性이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스러운 것이다
그녀는 결코 섹스를 타락된 행위로 보지 않았다 가정이라는 을
타리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바깥에서도 엄연히 즐길 수 있
는 것이라고 믿었다
지식인들의 양면성 말하자면 겉으로는 한 가정의 가장인 듯한
인상을 풍기면서 술집에 가서는 온갖 탐욕의 성행위를 갈구하는 그
들의 양면성에 대해서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차라리 둘 다 존립시키면서 인정하는 편이 백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리는 사회로 뛰쳐나와 성이란 것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지배
욕이 먼저냐 사랑이 먼처냐를 놓고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은 말하자면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한 것이냐 지배
한 것이냐의 문제와도 같을 것이었다 그래서 주리는 아버지와 어
머니의 사이에 일어난 불화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고 싶었다
주리가 생각하기로는 성이란 어느 한쪽만의 것이 아니라 두 사
람이 배분해서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요가 아
닌 자발적인 헌신으로써만 그 존재가 가능한 것으로 믿고 싶었다
그랬다 이때까지 겪은 남자들에게서 느낀 것이란 성은 오로지
즐기기 위한 방편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종족번식
이라는 것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위주로만 엮어져 온 보수적인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반기라고 볼
수 있었다 미친 듯이 싸돌아다니는 여자들의 핑계는 댈 수 없을 정
도로 많았다
남편이 돈을 못 벌어오는 죄값으로 대신 직장으로 나섰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직장을 나가면서 서서히 잠
재워졌던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있는 자들의 농간이랄 수도 있겠지만 예쁘고 잘 빠진 여
자들을 보고 탐내지 않을 남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억눌려 살아야만 했던 여자들이 얻게 된 자유라
는 것에서 방종하고 싶은 충동욕구가 되살아나는 것이 요즘 여자들
의 외도의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에게서 무관심으로 대접받는 데에 대
한 서운함으로 외도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사회의 한 현상이라면 그런 사회의 모순을 보고 자라
난 젊은 세대들이 그러한 성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이란 한낱 즐
기기 위한 도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봐야 옳
을 것이었다
주리는 자신의 분방함에 대해 그리 깊은 죄의식 같은 건 없었다
성이란 것 때문에 일어난 가정 불화의 책임을 다른 곳 즉 말하자
면 사회로 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리는 사회를 배우면서
더불어서 그것의 정체를 알기 위해 몸으로 부대끼며 살고자 애썼던
것이었다
커튼이 둘러쳐진 방 안에서 그녀는 어둠과 씨름하고 있었다 이
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져 있었다
벌써 출근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꼼지락거리고만 있었다
출근할 마음이 아니었다
아니다 아예 이참에 그런 직장엘 나가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
는지도 몰랐다
불과 며칠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많은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 버린
듯한 허전함이 밀려들고 있었다
전화라도 해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부스스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다이얼을 누르는 동안에도 그녀는 많은 생각을 했다
무슨 핑계를 대지
언제나 일을 시작할 때는 쉬웠지만 이렇게 직장을 그만둘 때는
마음부터 무거워졌다
저쪽에서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계 88주유솝니다
경리를 보는 김양의 목소리였다
저 예요
누구
경리 김양은 일이 바빴던지 주리의 목소리를 듣고도 알아듣지 못
하고 있었다
주리 예요
그제서야 그녀는 알은 체를 했다
L응 주리 씨 근데 웠 아직 안 나와요 벌써 11신데 왜7어디
아파요
주리는 오늘따라 그녀가 더욱 친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껴서일까 주리는 갑자기 눈물이 피잉 도는 걸 느꼈다
창주 나왔죠
주리는 왜 창주부터 찾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물어 놓고도 자신
이 왜 그것부터 물어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그런데요
실은 나 오늘부터 못 나가게 됐어요 그래서 연락이나 하려고
전화한 거예요
왜 무슨 일이 있었어요 혹시
김양은 혹시 라는 말을 꺼냈다가 후회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 말이 약간 이상하게 들렸다
왜요
주리가 물었다
아니 그냥 해본 소리예요 과징힘 바꿔 줄까요
그녀가 다시 친절한 목소리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과장을 바
꿔 줄까 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아니 췄어요 그냥 오늘부터 안 나간다고 전해 주세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주리는 단숨에 다 말해 버리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진 것 같았다
갑자기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일은 무슨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거짓말하는 거 아녜요
하고 곧바로 튀어나왔다
cr
그 말을 듣자 주리는 그만 할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주리 씨까지 그러면 어떻게 해 오늘 나을 수 없어요
무슨 말이에요 누가 무슨 일을 벌였어요
아니 그냥 주리 씨가 그러니까 그렇게 말한 것 뿐예요
제발 좀 나와요 네
김양은 난처하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옆에 누가 있어요
아니오 사무실엔 지금 아무도 없어요
파장은
주리는 드디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봤다 김양이 눈치를
챌까봐 내심 가슴을 졸였지만 할 수 없었다
과장이 사고를 쳤어요 그래서 지금 사무실이 어수선해요 그런
데 주리 씨까지 그러면 어떡하냔 말이에요 제발 나와요 뭣 엄에
그러는데요
주리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더이상 말해 봐야 김양의 설득에 못
배길 것 같았다
주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말을 꺼냈다
이만 끊어요 그리고 나중에 창주 씨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전해
주세요 알았죠
주리는 김양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수화기를 내려놓아 버렸다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흘가분해졌다
마치 초등학교 일학년짜리가 숙제를 안 해서 학교에 가기 싫어하
는 것과도 똑같은 기분이었다가 막상 김양과 통화를 하고 나니 훨
씬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주리는 빈등거리며 누워 있는데 점심때가 지나서 창주한테서 전
화가 걸려왔다
어털게 된 거야7
창주는 금방이라도 달려을 것처럼 말을 했다 주리가 수화기를
들고 네 주립니다 하고 말하자마자 창주의 목소리가 튀어나온 거
였다 나이는 비록 한 살 어리지만 주리와는 금방 가까워진 사이였

응 들었구나
주리가 반갑다는 듯이 말하자
들었어 경리 아가씨한테 근데 무슨 일 있었지
L~
주리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창주가 뭘 듣고서 이런 말을 할까 싶
었다
주리가 궁금해 하고 있는데 창주가 먼저 말했다
지금 회사가 야단났어 정아가 김 과장을 고소해서 경찰서로 불
려갔어 그리고 주리 씨가 안 나오니까 나만 골탕먹잖아 정말 안
나을 거야
창주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였다
하긴 그렇기도 했다 주리와는 친구처렁 지내면서 같이 일하는
보람 같은 게 있었는데 막상 주리가 안 나온다고 하자 그만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주리는 말을 하지 못했다
정아가 김 과장을 고소했다면 뭘로 고소를 했다는 말인가
그게 궁금했다
정아가 왜 김 과장을 고소했다는 거야 무슨 잘못이 있길래
아직 그것도 몰랐어 김양이 이야기 안 해
응 못 들었어 아까 통화를 하면서 이상한 말을 하길래 왜 그러
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얼버무리고 말던걸 그래서 못 들었어 뭔데
그래
會라 혼인빙자 간음죄래 사무실에선 김 과장과 정아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래도 쉬쉬 하면서 감춰
왔다는 거야 주리 씨는 그런 눈치 못 챘어 정아가 이상한 말이라
도 안 해줬어
몰라 정아가 내숭쟁이라서 설마 그런 일이 나도 몰랐는

그러고는 주리는 속으로 한숨이 포옥 새어나왔다 결국 정아와
김 과장이 그럴고 그런 사이였다는 게 들통난 것이었다
주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한편으론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터 느꼈던 것이었다
정아가 틈만 나면 사무실 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것이 아무래도
그런 의혹을 던져 주었다
사무실이래봐야 잡일을 하는 남자 직원들하고 세차장에서 일하
는 기사들뿐이었다 그런데 정아가 그쪽으로 자주 시선을 준다는
건 결국 김 과장밖엔 없을 것 같았다
주리의 짐작이 맞아떨어진 것이 따로 어저께 밤이 아니었던가
일도횟집에서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똑
똑히 봤던 것이다
바로 그날밤 주리는 샤워 골프클럽 김철민 사장과 같이 술을 마
시고 모텔로 들어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주리가 그렇게 김 사장과 쉽게 모텔로 들어가고 싶
어했던 것도 결국은 김 과장과 정아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는 것
을 보고 난 후에 홧김에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아가 왜 김 과장을 고소했을까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김 과장이 정아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던 탓일까
아마도 김 과장을 고소할 정도라면 정아가 단단히 화가 난 것임
에 틀림이 없었다
小럼 어떻게 해 계속 혼자서 일하고 있어 그럼
주리가 물어보았다
心래 나 혼자서 일을 하고 있어 저녁 7시까지만 일해 달라고
그래 할 수 없지 뭐 그때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수밖에
창주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왜 나한테 그래
주리의 말에 그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창주가 한참동안 아무런 말이 없길래 주리는
래 그래화났어
그래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
이었다
이따 일 끝마치고 만날래 기다리고 있을게 8시쯤 어때7어디서
만날까 응 시내로 나갈까 대학로로 나와 지하철 혜화역 입
구에서 만나 알았지
알았어
그는 그 말만을 하고는 툭 전화를 끊어 버렸다
주리는 다시 드러누워 지금쯤 사무실 안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상상해 보았다
그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김 과장이 경찰서로 불려가고
정아가 나오지 않았다면 갑자기 일어난 일련의 일에 사무실 직원들
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게 뻔했다
주리는 정아를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무서운 애라는 생각이 들
었다
주리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녀는 시치미를 뚝 뗀 채 오히려 주리
한테 과장에 대한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라도 주리
한테 눈독을 들이고 있지나 않을까 하고 살피던 불안한 모습이 눈
에 선했다
아마도 김 과장은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에
게 다 손을 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걸 알게 된 정아가 시샘을
해서 일을 터뜨리고 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아가 그렇게까지 나을 턱이 없었다
주리는 얇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갑자기 솟아오르는 서글픔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갑자기 정아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자신보다도 더욱 정아가 불쌍해 보이는 것은 재수를 하면서까지
대학을 가겠다고 얻은 직장에서 김 과장의 죄임에 그녀가 빠져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아가 김 과장을 혼인빙자 간음죄로 고소를 했다면 필
시 김 과장이 정아한테 결혼하자는 말로 안심시켰을 게 뻔했다
정아가 그런 말에 넘어가다리
그렇게 약삭빠른 애가 허술하게 그런 말에 넘어갔다는 것이 믿기
지 않았다
물론 정아가 그런 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김 과장이 술을 같이 마
시자고 하면서 술을 먹인 후에 여관으로 데려갔을 수도 있었다
정아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애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님
이 건네 주는 명함을 잔뜩 갖고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어쩌면 김
과장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들과도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주리는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다가 점심도 거른 채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저녁때쯤 일어나서 라면을 끓여 먹고는 간단히 얼
굴을 매만지고는 밖으로 나갔다
혜화역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주리는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얼른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창주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왔구나 언제 왔어
그는 말이 없이 뒤돌아서서 걷고만 있었다 주리는 그의 뒤를 종
종걸음치면서 말을 붙였다
화난 거 아직 안 풀렸어
주리가 그의 옆에 바싹 붙으면서 물었지만 그는 끝내 말이 없었
다 그저 걷기만 할 뿐이었다
어딜 가는 거야
그제서야 그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는 주리를 돌아다봤다 그의
눈빛이 성난 표정이었다
주리는 창주에게서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으므로 지레 움찔거
려졌다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옆건물들을 살피다가 그쪽으로 걷기 시작
했다
그 건물 안에 커피씁이 있었다 창주는 청바지에 손을 푹 찔러 넣
은 채 터벅터벅 계단을 걸어 내려가 자리에 앉았을 때까지도 아무
런 말이 없었다
왜 그래 너 무섭다 그렇게 나오니까
주리는 그 말을 하면서 약간 웃어 보였지만 그는 내내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담배를 꺼내 피웠다
타도 한 대 줘
주리가 손을 내밀자 그는 말 없이 담뱃갑째로 주리한테 던져 주
는 것이었다
주리는 괜히 주눅이라도 든 것처럼 창주의 눈치를 보면서 한 개
피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말 없이 라이터를 꺼내 주는 걸 받
아서 불을 붙였다
말해봐 왜 그래 정아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 말을 하면서 주리는 답답했다 입이 붙어 버린 것 같은 창주의
침묵이 답답할 뿐이었다
주리가 얼굴을 찌푸리자
혹시 과장이 주리 씨한텐 무슨 말 안 했어
그 말을 하는 창주의 얼굴빛이 붉어졌다
亨슨 말
그는 또 입을 다물어 버렸다 몹시 난처한 얼굴이었다
혼자서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할해봐 무슨 말 말야
주리가 재촉했다
김 과장이 잘 봐준다고 했던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하
라고 했던가 뭐 그런 거 그리고 혹시
그는 계속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말이 드문드문 끊어지고 있었

혹시 뭐야 묻고 싶은 거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봐
주리가 약간 화가 난다는 듯 말을 재촉했다
갈시 같이 술을 마시자고 안 그랬어
그는 마치 경찰관처럼 취조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술을 같이 마시긴 했어 왜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랬어
응 같이 마셨어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돼 혹시 너 내
가 김 과장하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봐 그러는 거구나 맞지
드디어 주리가 먼저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찔렀다
창주가 주리를 똑바로 쳐다봤다 주리도 역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마도 창주는 그걸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匕런데 아무 일도 없었어 그걸 갖고 그러니
주리는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비록 마음 속으로는 뜨끔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묻는 걸로 봐선 창주는 아직까지 그것
까지는 모르고 있는 듯했다
정말이야
응 그래 왜
그는 다시 담배를 뽑아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빠르게 몇
모금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자욱한 연기가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연기 사이로 주리를 쳐다보는 눈빛은 적이 안심이 된다는 표정이었

小래서 너 날 의심했구나 맞지
응 맞아 김 과장이 들어오는 여자들마다 다 건드렸다는 거야
정아가 그렇게 말했어 정아가 사무실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
김 과장 같은 놈은 철창 속으로 보내야 했다고 박박 우겨대면서 을
부짖었어
주리는 입을 다물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아가 그동안 주유소에서 일한 여자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서 다 확인해 보겠다는 거야 그래서 당한 여자들끼리 똘똘 뭉쳐서
같이 고소장을 쓰겠다는 거야 그렇게 김 과장을 상습 파렴치범으
로 몰아 중형을 받게 만든다나봐 그래서 혹시
그는 또 말을 끊었다
小래서 내가 걸려들었을까봐 그래서 염려가 돼서 그렇게 안달
을 한 거야
이번엔 주리가 더 세게 나왔다
김 과장에 대한 화가 창주에게로 쏟아폈다
아니면 췄어 난 또 그랬을까봐 미안해
그제서야 그는 안심이 된다는 투로 사과를 해왔다
이제 됐어
주리는 그가 정말 진정으로 알아들었는지를 묻고 있었다 아직도
그에게 의혹의 꼬투리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오
해 같지 않은 오해로 말미암아 그가 괜히 마음 아파할까봐 가슴이
쓰라렸다
주리는 처음엔 그가 사무실에서 어떤 말을 듣고서 그러는 줄 알
았다 그래서 그것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

이제 모든 게 다 벗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주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우리 술 마시러 갈까
그렇게 제의한 것은 주리였다 이런 날은 술이라도 마셔야만 할
것 같았다
좋아 오늘은 내가 낼게 주리 씨가 밥줄이 끊긴 날이므로
그런가7정말 그렇네
하하 그걸 축하라도 해야지 그리고 정아 씨의 승리를 위해서라

小賣네
주리는 기분좋게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커피숍을 나와 들어간 곳은 주차장이 있는 바로 옆의 락
카페였다 요란한 재즈음악이 쿵쾅거리는 곳엘 들어가면서부터 실
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 같았다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얼핏 봐도
알록달록한 앞치마를 두른 아르바이트생들이 예닐곱 명은 될 것 같
았다
이층으로 올라가서 구석진 자리의 벽면으로 붙은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곧 아르바이트생인 남자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생맥주 2렐以낏하고 안주는 안주는 뭘로 할까
창주가 주리한테 물었다
주리는 얼른 메뉴판을 들어 훌어보았다
이걸로 해
주리가 짚은 것은 멕시칸사라다였다 그러자 창주는 서빙을 하
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멕시칸사라다와 생맥주를 주문했다
이런 곳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나이가 좀 어린 듯했다 장난스럽게
생긴 고깔 모자를 산고 있었다
그들은 안주와 맥주가 올 때까지 주위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
었다 주로 주유소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빛만 다 해결되면 그날부로 그만둘 거야
그가 말했다
그 다음에는 윌 할 거야7공부만 해
응 당분간 시간이 없을 거 같애 토익 공부도 해야 되고 할 것
이 너무 많아
그는 담배를 빼서 주리한테 한 개피를 건네 주었다 그러고는 자
신도 한 개피 물고는 불을 붙여 주었다
나른한 연기가 올라가며 그의 얼굴이 가려질 듯하다가 곧 맑아지
곤 했다
주리가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쫓으면서 그는 주리를 쳐다보고 있
었다
아니 그냥
그가 담배 연기를 후 하고 주리 쪽으로 내뿜었다 그 바람에 주
리의 얼굴에 연기가 와닿았다
주리는 손바닥으로 부채를 해서 연기를 날려보냈다 그가 장난스
럽게 낄낄거리며 웃었다
주리 씨는 어떻게 할 거야
으응 난 그냥 놀고 있겠지 뭐 백순데 할일이 뭐 있어야
그러면서 주리는 웃어 보였다 그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 속으로
우스워졌다
언젠가는 알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걸 말
하고 싶진 않았다 그에겐 될 수 있으면 끝까지 숨기고 싶었다
나한테 전화 줄 수 있어 전화번호를 적어 줄게
그럴게 적어 줘
주리의 말에 그는 선뜻 종이를 꺼내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주
리는 종이쪽지를 한번 훌어보고는 접어서 주머리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꼭 전화할게
그는 웃고 있었다
커다란 피처에 담겨진 생맥주와 안주가 날라져 왔다 맑은 액체
가 그득한 피처를 보며 그가 어린아이처럼 소리쳤다
이야 이렇게 받으니까 푸짐하네
그는 커다란 피처에 담겨진 생맥주를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표정
이었다 그가 먼저 피처를 기울여 주리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었다
두 사람의 잔이 가득 차자 그가 먼저 제의를 했다
자 건배를 하자고 우리들의 젊은 앞날을 위하여
위하여
주리는 끝 부분만을 따라서 불렀다 그러고는 쭈욱 들이키는 맛
이 남달랐다
맥주를 넘기느라 목젖이 울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 비싸지 않은 술집이었다 피처 2000CC를 다 비우고 다시
2000CC를 더 시켰다 오랜만에 맛보는 것 같은 맑은 정신으로
마시는 술이었다
거의 둘 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셨다 서로 잔을 맞바꾸며 술을 따
라 주곤 했다
그들이 술을 다 마시고 밖으로 나왔을 땐 밤이슬이 소복괴 내려
있었다 길거리가 물기에 젖은 것처럼 눅눅괘져 있었다
혜화동을 걸어 경복궁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그들은 걷다가 다
리가 아프면 아무렇게나 길가에 앉았다가 다시 걷곤 했다
종로를 거쳐 불광동까지 걸어갔다 쉬엄쉬엄 걷는 것이 왜나 많
이 걸은 것이었다
불광동으로 내려가는 고가도로가 있는 곳에서 주리가 털썩 주저
앉았다
더이상 못 걷겠다 다리가 아파 죽겠어
주리가 먼저 퍼졌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인도였다 주리는
짧은 스커트를 여밀 생각도 없이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아 시원해
녀는 마치 땀이라도 닦아낼 듯이 이마를 짚었다 적은 양의 술
을 마신 게 아니었다 창주도 같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계속 걸으면
지구끝이겠지
주리가 말했다
같이 걸을 수 있을까
창주가 중얼거렸다
난 걸을 자신이 있어 좀 쉬었다가 걸으면
그녀는 기분좋게 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창주의 손을 붙잡
았다
창주는 그녀에게 손을 잡힌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하
늘엔 희미한 별무리들이 떠 있을 뿐이었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

우리 걷자
주리가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창주도 따라 일어났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은 채로 걸어 내려갔다 드문드문 사람
들이 그들 곁을 지나갔지만 늦은 시간의 사람들을 밤거리를 배회하
는 밤의 방랑자 같았다
차들이 총알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차도는 마치 뱀이 벗어 놓은
허물처럼 보여졌다
옛날 서울구치소가 있던 자리 뒤로 검은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위로 달이 지는 것인지 아니면 새벽이 밝아오는 것인지 뿌연 밝
음이 거기 머물러 있었다
주리는 그에게 매달려 어깨동무를 하고서 걸었다
그의 손이 가끔씩 젖가슴을 스칠 때에는 야릇한 쾌감이 가슴 속
으로 전해져 왔다
너 여자랑 자봤어
아니
한번도 못 자봤어
그는 말이 없었다 주리를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과에 그럴 만한 여자가 하나도 없어 아니면 학교 안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그렇게 없는 거야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小래 너 같은 맹추는 여자가 따라붙지도 않겠다 그런다고 장학
금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살아서 뭐하니
주리는 창주를 놀리고 있었다 선의로 그러는 거였지만 주리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심했다 싶었다
모르겠어
왜 그래 남자가 왜 그렇게 약해빠졌어 그런 식이었다간 여자들
치 다가왔다가도 금방 달아나겠다
小것도 모르겠어 난 내 인생이 더 소중해 뼈빠지게 벌어서 흔
자 공부해야 하니 이것도 다 운명인가봐
7
주리는 너무 심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
듯이 말하는 걸로 봐서 그랬다
야 오늘 우리 보디파티할까 술도 마셨는데 어디 가서 파티나
하자
그가 쳐다보았다
정말이야 오늘 우리들의 만남이 영원할 수 있도록 말이야
P
그는 계속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주리를 쳐다보았다
불광동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붉은 네온
이 켜져 있는 여관이 보였다 주리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방 하나 주세요
주리가 먼저 돈을 꺼냈다 그러고는 멍청하게 서 있는 창주의 등
을 밀어넣었다
들어가 보자 근사한 파티를 위해서
그때까지도 창주는 주리가 장난을 치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막상 돈을 치루고 나서 어깨를 치는 폼이 사실임을 깨닫고는 의
아한 눈빛으로 주리를 쳐다봤다
nF라와
주리가 까딱 손짓을 하고는 추적추적 앞으로 걸어갔다
방을 정해서 안으로 들어서자 주리는 창주를 껴안았다 그를 벽
으로 밀어붙이면서 끌어안았다
3
창주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듯이 주리를 쳐다봤다
오늘만이야 오늘만 네가 갖고 싶어졌어
주리가 깔깔거리며 웃자 창주도 역시 흐드러지게 웃어보였다
그래 왜 그러지 난 이유를 모르겠어
公定 몰라도 돼 난 네가 순수해 보여서 좋아 그래서 살맛이 나
는 세상이라는 거구 나도 이젠 학교로 돌아가야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어 그래 좋아 난 네가 좋은걸 이 세상은 너무 더러워져 있
었어 다시는 세상으로 나오고 싶지도 않아
7
그녀는 울고 있었다 눈물 사이로 웃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창주가 말 끝을 흐렸다

아냐 난 그저 언젠가는 네가 학교로 돌아갈 거라고 믿었어 그
냥 그런 생각을 했어
정빈

탄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싫어졌어 내가 이때까지 배운 학문이
라는 것도 전부 가짜라고만 생각해 왔었어 그러나 지금은 조금 알
겠어 세상이 온통 가짜와 진짜가 판을 치듯이 진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다시 시작할 거야 그래서 나중
엔 이 세상과 격리된 채로 학교에만 남고 싶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야 강단에서 학생이나 가르치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

그래 맞아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넌 너무 방황하는 것 같았

주리는 창주의 입술에다 자신의 입술을 덮었다 그 이상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주리는 즐거웠다 비로소 환회의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첫 발걸
음인 것처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럴수록 주리의 눈에서
는 더 깊은 눈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창주가 그녀를 꼬옥 끌어안았다
울지 마 이젠 복학할 거잖아 불안할 거 하나도 없어 전에도
그의 토닥거림이 꿈결인 것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주리는 그의
품속에 더 깊이 파고드는 작은 새처럼 파닥거렸다
그녀가 몸을 떼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 내가 모든 걸 할 테니까 넌 가만히 있는 거야 알
았지

창주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중에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네 맘이야 알아
~
창주의 대답이 끝나자 그녀는 창주의 셔츠 단추를 끌렀다 그리
고 하나하나 옷을 벗겨내렸다
완전히 알몸이 되었을 때 주리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가
보고 있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그 앞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는 새로운 기분만이 들 뿐이었

이 세상의 모든 때를 벗어 버리고 창주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었

이제 그녀는 더이상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남아 있지 않을 생각
이었다
랄 눕혀 줘 저기 침대로 데리고 가서
주리의 말 속에도 눈물이 배어 있었다 주리는 그가 신을 들어
안는 것을 느끼며 더욱 서러운 듯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가 주리를 눕히고는 얼굴의 눈물을 할아냈다
눈물은 볼을 흘러 귓불에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창주는 역시 귓
불까지도 낱낱이 할아내고 있었다
감미로웠다 그의 입술이 그리고 그의 따뜻한 혀가
이안해 정말 미안해
주리가 중얼거리자
아냐 미안하긴 아무것도 미안할 거 없어 내가 바보였는걸
그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수치심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나도 복학할 거야 너처럼 순수해지고 싶어졌어
주리는 그 말을 남기면서 눈을 감았다 스르륵 잠이 몰려오는 것
만 같았다 어디선가 손길이 다가와 자신을 덮는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꿍길 속을 걷고 싶었다 하얀 꽃이 듬뿍 수놓아진 꽃길 어디메쯤
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서 있을 것만 같았다

판 쇄 인쇄일단기 4329년1996년7월 13일
2판 쇄 발행일단기 4329년1996년9월 12일

지은이一이진수
펴낸이이진산
펴낸곳산미디어
423O12
경기도 광명시 광명2동 10tl호 2층
전화 6151914영업부6151915편집부6821854기획부
FAX6848728
등록번호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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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6500원



아르바이트 5
명함을 주는 남자
성적인 불능 54
주유소의 꽃들 108
첫째날 12~
두번째날 1~0
후회 244
명함을 주는 남자
주리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미리 교대를 마치고 귀가를 잠시 미
루며 앉아 있던 기사들의 시선이 일시에 주리한테로 모아졌다
어 주리 씨 아직 일 안 나갔어
웬일이야
으응 오늘 좀 늦었구만
남자 기사들은 마치 이런 피곤한 밤중에 주리가 나타난 것만으로
도 반기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남자들만 있는 직장이라선지
주리는 완전히 꽃이랄 수 있었다
네 친구들 만나느라 좀 늦었어요 이제 일 나가야죠
주리는 일단 사무실에 있는 기사들한테 인사만 하고 나갈 참이었다
오호 친구라 남자친구겠지 요즘은 젊은이들이 모텔을 스스럼
없이 들락거린단 말씀이야 운전을 하면서 그런 걸 수없이 보아왔
지 혹시 주리 씨도 그런 축에 끼는 건 아니겠지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이런 야심한 새벽에 그것도 남자들만 있는 사무실에서 그런 말
을 듣고 보니 자연 멈칫해졌다
주리가 쳐다보자 좀전에 말을 꺼냈던 송 기사가 돌아앉으며 외
면을 하고선 다시 말을 꺼냈다
누가 아나 낮에 만나서 실칫 즐겨도 모르는 세상인데 밤
늦게까지 같이 있었다면 아마도 거시기가 퉁퉁 붓도록 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안 그래
송 기사는 누가 듣건 말건 혼자 지껄이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주리는 송 기사의 뒷덜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리가 아무런 말이 없자 송 기사가 뒤돌아보다가 주리의 매서
운 눈길과 마주쳤다 그가 황급히 시선을 돌리려는 찰나에 주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저씨 누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내가 그랬다는 거예요
주리가 빽 소리치자 송 기사는 누가 뭐랬느냐는 듯이 멀뚱하게
쳐다봤다
다른 기사들도 그러는 그가 우스웠던지 킬킬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사무실에 남아 있
던 기사들이었다
주리는 화가 났다 이러쿵저러쿵 말을 만들어 하는 남자들의 소
리가 싫었다
랜히 주리를 시험대에 올려놓고서 짓까불어대는 것이었다 남자
들은 여자를 이상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길 좋아했다
옆에 있던 천 기사가 끼어들었다
앗따 이 사람아 우리 직장에선 그래도 하나뿐인 주리 씨한테
그런 말을 하면 쓰나 다 같이 벌어먹고 살자고 나오는 직장인데 우
리 같은 남자들이 막가는 인생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주리 씨까지
막가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제 그래도 주리 씬 뭔가 조금 배
운 사람 같은데 그런 말 함부로 쓰는 법 아녀
천 기사는 말투가 느리지만 정확한 말을 골라 하는 편이었다
그 말에 송 기사가 눈을 흘길 듯이 쳐다봤지만 천 기사의 나이엔
못 당하는 것이었다 천 기사가 아무래도 손윗사람인 것만은 틀림
이 없었다
누가 뭐래요 그냥 장난삼아 짓궂은 농담 한번 해본 걸 갖고 뭘
그래요 농담도 못 해요
송 기사가 은근슬쩍 농담으로 몰아붙였다
그래도 아까 들어보니까 자네가 너무 심한 것 같드라 아직 새파
란 아가씨한테 그렇게 말하면 쓰나 주리 씨 오래비래도 그런 말 함
부로 하면 혼나제 주리 씨가 친구를 만났다면 친구를 만난 거제 자
네가 무슨 말이 그리 많어 젊으니까 그만큼 바쁜 거겠지 하고 생
II하면 될 일을 갖고 무슨 트집을 잡듯이 나무라면 어쩔려고 그러
는 거여
그 말에 송 기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주리를 쳐다보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미안
하다는 투의 눈빛이었다
주리는 송 기사의 그런 얼굴 표정을 보며
천 기사 아저씨 그만 됐어요 내가 늦었으니까 그러는 거겠죠
뭐 친구들이랑 같이 호프집엘 갔다가 빠져나오기가 뭣하더라고요
그래서 늦겠다고 실장님한테 말씀드렸거든요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주리는 어색한 분위기를 틈타 얼른 밖으로 나왔다
마당으로 나와 저만치 세워져 있는 택시로 다가가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밤하늘에는 희미한 별들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

이런 도시에서 모처럼만에 본 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리는 그 자리에 서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가슴으로 밀려들어
온 밤바람을 그대로 내뱉지 않고 한참동안이나 모아두었다가 밖으
로 내뱉었다
대성운수에는 천차만별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는 사람 제법 큰 사업체를 운
영하다가 쫄딱 망해서 처자식이 굻는 걸 보다 못해 할 수 없이 대
성운수로 들어온 이도 있었다
중년의 송 기사는 결혼 십 년 만에 아내가 춤바람이 나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갖고서 튀어 버린 케이스다 그는 걸핏하면 동료
기사들과 말싸움을 주 했고 그때마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다가
결국은 다른 동료들로부터 따돌럼을 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도 결국은 아내를 찾기 위해 대성운수로 들어온 거나 마찬가
지였다
그는 언제나 택시에다 칼을 품고 다녔다 바람이 난 여편네를 찾
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말 거라는 호언을 늘어놓으며
사무실에서 쉴 때에도 칼날을 놓지 않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누라를 찾는 데에는 택시 운전을 하는 것
만큼 빠른 것은 없을 거라고 했다 택시를 몰면서 언젠가는 그 년놈
들을 만날 거라는 그의 강한 확신에는 섬뜩하리만치 낯선 무서움이
배어 있기토 했다
천 기사 역시 料줄에 들어선 사람으로 건실한 가장이었다
그는 어느 날 계주였던 부인이 겟돈을 몽땅 긁어서 도망쳐 버런
케이스였다 중동에서 피땀 홀려 번 돈으로 단독주택까지 갖고 있
던 그가 졸지에 알거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부인 역시 사채놀이를 하면서 알게 된
젊은 놈광이와 몰래 놀아나다가 쑹쑹 구멍이 뚫려 버린 겟돈 때문
에 결국 젊은 정부와 줄행랑을 놓은 것이라고들 했다
대성운수에는 제대로 건실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기사들은 하
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문제가 있어서 핸들을 잡으러 나온 사람들
이었다
그들은 쉴 틈만 나면 예전의 일들을 들먹이며 동지애로서의 유대
관계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 동지애라는 것은 같은 일로 인해서 가정을 잃어버린 기사들끼
리 돈이라는 것 때문에 단란했던 가정이 깨어져 버린 데 대한 향수
랄 수 있었다 돈이 없고 그럴 듯한 백이 없었던 탓에 쉽게 무너져
버린 가장으로서의 권위는 그들에겐 그야말로 비참한 것이었다
그들은 죽지 못해 사는 게 인생살이라고들 하면서 힘들고 어렵지
만 돈을 벌기 위해서 악착같이 핸들을 잡는 기사들이었다
한번 무너진 가정은 절대 회복될 수 없었다 더구나 여자의 바람
기라는 것은 그랬다
한 남자만 알고 지내던 것이 외딴 남자의 성기맛을 보면서 그동
안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이 바로 여자
라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랬으므로 주리는 그들 앞에서 절대로 화를 내거나 일에 대해
투정을 부린 적이 없었다 차라리 그녀 자신이 그들의 삶의 상처를
씻어내 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험악한 직장에서 그래도 꽃이랄 수 있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한가닥 기쁨을 줄 수만 있다면 그녀는 마다하지 않고 그들과 친숙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런 수모를 겪고 보니 주리로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
다 그들은 돈에 대해서 여자에 대해서 복수심에만 불타 있을 뿐
주리가 헤아리는 그들에 대한 동정심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주리는 핸들을 잡으면서 서글펐다
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밤과 낮이 두려을 뿐이었다 낮은
남자들에게 돈을 벌어오기를 강요하는 철면피와도 같았으며 밤은
또 피곤한 가운데서도 아내를 즐겁게 해줘야 할 의무감으로 짓눌린
쇠창살과도 같은 것이었다
남자들은 이래저래 낮과 밤의 지옥 형벌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존재일 수 있었다
남자의 권위가 떨어지면 자연히 여자들의 외도가 잦아지는 것도
바로 오늘날의 성문잔이 주는 결과일 수 있었다
주리 자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성性은 오로지 남자들에 의
해서 자행되어진 것들이었다 물론 지금의 섹스는 여자인 주리가
리드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섹스는 모두 남자들의 무지막지한 횡
포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조금의 돈을 가졌다는 것으로도 주리와 같은 나약한 여성
들을 울린 악마 같은 존재들이었다
주리의 복수심도 결국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남자에 대한 성적인
복수에 지나지 않았다
고척동 언덕바지를 넘으면서 길가에 서 있던 취객 한 명이 친hi
그것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너무 가까이 다가
오다가 가끔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남자 손님이 뒷자리로 올라타자마자 행선지를 물었다
응여자잖아
주리는 웃을 뿐이었다
대개 남자들은 다 그랬으므로 웃어 주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일이 다 대꾸를 하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잠깐만
뒷자리에 탔던 손님은 곧 앞좌석으필 옮겨 왔다
어디까지 가세요
주리는 벌써 택시를 움직이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묻는
말이었다
옆자리에 탄 손님은 주리를 쳐다보고는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아가치가 이런 밤에 운전을 해요
그는 놀라운 듯이 계속 쳐다봤다
네 그런데요 제가 운전을 하면 안 되나요 어디까지 가시죠
주리가 재차 물었지만 그는 행선지는 말하지 않은 채 계속 주리
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은 주리의 허벅지와 스커트를 연신
뭘 그렇게 놀라세요 여자들도 택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요 어디까지 가신다고 말씀하셔야 그쪽으로 가죠 어디까지 가
세요
으응 집이 어디더라내 참 그것도 까먹었네 가만 좀
생각을 해보고 말하면 안 될까
집도 모르세요
주리는 벌써 짜증이 났다
이런 손님을 태우게 되면 괜히 골치가 아프게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괜히 택시를 타서는 딴전을 피우기가 십상이었다
일단 달리자고 가면서 생각해 보면 기억나겠지 뭐 그냥 가
손님은 막무가내였다 일정한 망향도 없이 그저 달리라는 건 질
색이었다
주리는 차를 인도 쪽으로 붙이면서 차를 세웠다
어디까지 가시는지 말씀하셔야 가죠 그냥 달리라고만 말하면
어떻게 해요
주리는 끝내 역정을 내는 소리를 했다
택시는 손님이 가자고 하는 대로 가는 거 아냐 그냥 달리자고
말했잖小
사십대 중반의 남자는 약간 머리가 벗겨져 있었다 번들거리는
얼굴로 주리를 쳐다보는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계속해서 주리의 아래위를 번갈아 쳐다보며 관심어린 눈길
주리는 할 수 없었다 아무 데로나 넓은 길을 골라 차를 달리는
수밖에
이럴 때엔 남자가 음흥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환한 길만을 골라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술에 취한 남자들은 일단 주리가 예쁘다는
것만으로도 차에서 내리려고 들지 않았다
주리는 어차피 요금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더이상 손님과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요금은 있으시죠
아암 있고말고 누가 돈이 없을 거 같아자 봐 보라고 여기
있잖아
손님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펴보였다 그 속엔 수표와 지
폐가 가득 들어 있는 게 보였다
잘 넣어두세요 혹시라도 잃어버렸다고 그러시지 말고
그건 걱정 말라고 난 돈을 빼면 시체야 이거 왜 이래 이 지구
끝까지 가더라도 요금은 충분히 될 거야
그는 보란 듯이 담배를 빼내 물었다 라이터를 찾는지 호주머니
를 뒤지기만 하고 있는 그에게 주리가 시거라이터를 꺼내 내밀었

어 이거 고맙구만 아가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니까 이제 술이
좀 깨는 것 같은데 아가씨 어느 회사야
왜요
주리가 물었다
아니 별건 아니고 그냥 물어보는 거야 나중에 연락해서 내가
키워 줄까 싶어서 그러는 거지 나 이래봬도 한가닥 하는 사람이라
구 그건 몰랐지
손님은 자기 자신을 추켜세웠다
부스럭거리며 안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이거 봐 내가 누군가 알 수 있을 거야
주리는 그가 내민 명함을 살펴봤다
방송작가혈회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여러가지 직책이 쓰여 있었지만 첫눈에 들어오는 사무국장
이라는 직함만 읽었을 뿐이었다
사무국장이세요 방송작가협회
응 그래요 오늘 술을 너무 마셨어 요즘 잘 나가는 방송작가
김소현이 알지 그 여자 집에 초대를 받아 갔다가 오는 길이야
그는 다시 어깨를 뒤로 젖히며 폼을 잡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요 왜 초대를 했는데요
그야 뭐 가끔 초대할 때가 있지 작품이 떠서 시청률이 엄청 을
라갔거나 그 반대로 시청률이 내려갔을 때도 우리들을 부르는 거
야 그냥 인사 치레지 그래야 다음 작품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
거든 다 그런 거야 사람이란 서로가 상부상조하면서 사는 거니

그는 꺼억 트럼까지 하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렸

방송작가 되기 어렴죠 그런 작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주리가 물어봤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김소현이라는 작가의 집
엘 다녀온다는 말에 방송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야 국문학과 출신이거나 방송국에서 뽑아서 양성한 사람들이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거지 드라마만 쓰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쓸
것들이 많아 방송 프로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는
데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명의 스크립터가 필요하고 자료조
사 요원이 필요하고 작가가 필요한 거야 방대한 작품은 작가도 여
러 명일 수 있어 그러니까 한 편을 찍기 위해선 스텝들이 많이 있
어야 돼
으응 그렇구나
주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아가씬 학교 어디 나왔어 이런 일을 할 것 같지 않은데
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를 놀려 줄 양으로 S대 지질학과를 다녔다고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푸었다 아마 그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주리는 속으로 웃었다
얼굴이 너무 예뻐서 탤런트를 해도 되겠어 너무 예뻐 이런 데
서 택시나 몰 그런 인물이 아냐 인물이 아까워
그는 계속 주리를 쳐다보며 안타까운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
다 비록 술은 취했지만 또렷한 정신만은 있는 듯했다
그러세요 전 또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아냐 거짓말이 아냐 내가 방송국에 있으니까 그런 것쯤은 볼
줄 알지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학교를 어
디까지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인물은 아깝다 이거야 내 말 알아듣
겠어
네 알아요
주리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주리는 이 남자는 술에 취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한 남자들은 여자에게 약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
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횡설수설할 때도 있고 때로는 허풍이 섞인
말이 나을 수도 있었다
남자들은 술의 힘을 빌려 여자한테 과시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
것이다
주리는 그가 말한 것들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말을 하
는 폼새로 보나 이런 더위에 양복을 입은 것으로 봐선 그의 명함킬
로 그만한 직책을 갖고 있을 법했다
그는 한 개피의 담배를 다 태을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창 밖으로 열심히 연기를 내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부벼 껐다
여기가 어디지
시내 쪽으로 가고 있어요 광화문요
광화문 난 여의돈데 그럼 그냥 마구 달려 버려 한 바퀴 돌다
가 돌아오지 뭐
주리는 할 수 없었다 그가 시키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

광화문을 지나 종로로 들어서면서 합승을 하려고 길가로 나와 있
는 사람들이 손을 치켜들었다 이런 손님을 태우고선 합승을 할 수
가 없는 것이다
주리는 태우지 못한 손님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대로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다 청량리 근처에 가서 다시 물어봤다
여긴 청량리예요 이젠 어디로 가죠
어디로 갈까강남으로 해서 돌아올까 나중에 터도로를 타면
되겠지
이번엔 그가 되물어왔다
匕러지 마시고요 차라리 드라이브를 하시려면 미사리 쪽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게 어떠세요 거긴 강이 보이는데 어때요
주리의 말에 그가 쾌청하게 나왔다
그래 그게 낫겠어 그리로 가자고
주리는 다시 미사리 쪽으로 향했다
벌써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가는 곳이던가
좀전에 그곳에서 가졌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주리는 은근히 그쪽
으로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미사리에 도착하자 길에서 내려 강가 쪽으로 차를 몰았다 넓은
개활지는 어둠에 갇혀 있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난 돌멩이들
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
어때요강가로 나오니까 좋죠
주리의 말에 그는 흡족한 듯이 미소를 띄며 강을 내려다보고 있
었다 어둠에 싸이긴 했지만 멀리 양평대교에서 흘러나오는 가로등
불빛에 의해 강물의 반짝거림이 보였다
정말 좋군 이렇게 단 둘이 이런 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군 어때요나랑 연애하는 기분이 안 들어
그가 농담삼아 한 말이었다
피이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세요 저랑 어떻게 연애를 해요
왜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 요즘 나이 따지면서 연애하는 사
람들이 어딨어 그냥 마음에 들면 연애를 하는 거지 난 지금 정신
이 맑아져서 굄장히 기분이 좋거든 어때 이런 데서 한번 안아보고
싶은데
그는 점점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나왔다
주리는 그저 말 없이 어두운 강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있
었다 수없는 반짝거림이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정사를 떠올리게 하
고 있었다
지금 다시 이곳에서 정사를 벌인다면
주리는 그런 생각을 하자 알 수 없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왜 웃지 내 말이 너무 가당찮아서
그가 정색을 하며 나왔던 것이다
주리는
그게 아니라 딴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뭐라고 하셨죠
주리가 그 말을 하자 그는 그만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그랬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지
아 네 그랬어요
이번엔 주리가 허등거렸다
어때 우리 한번 안아볼까
에이 이런 데서 어떻게요 그냥 앉아 있다가 가요 강물이 너무
좋잖아요
주리는 될 수 있으면 천천히 시간을 끌면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었다
밤이 제법 깊은 강가는 너무 한가했다 길 위쪽으로 드문드문 밤
늦은 데이트를 하는 차들이 빨간 미등을 켠 채 달려가고 있는 게
보였다 강가에서 보면 달려가는 차들의 미등 불빛까지도 반갑게
느껴졌다
그는 술이 취하는지 자꾸만 트림소리를 냈다간 긴 하품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턴가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었다
주리는 졸고 있는 남자의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
렇도록 술을 마셨을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깜박 잠이 든 것처
럼 가는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자의 입에선 약간의 술냄새가 났다
주리는 강물의 깊이를 가늠하면서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시라도 나와 줄 것만 같은 밤이었다 옆에서 졸고 있는 남
술을 너무 마신 남자는 왠지 싫었다
대개 남자들은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수가
많았다 술힘을 빌어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자제력을 잃어
여자에 대한 방종이 일어나는 것인지 하여튼 남자들은 술을 마시
면 여자한테 함부로 대하는 습벽 같은 것이 있었다
주리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부산에 있는 D대의 교수이면서도 어
머니와의 불화를 미끼로 외박을 일삼던 아버지에게선 자꾸만 술내
음이 나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심으로 해서 외박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박을 하다가
보니까 곁들여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버
지는 새 여자를 알아 방종을 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어머니마저
도 그에 질세라 외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냉랭하게 뒤돌아서 버린 그들에게선
이상한 술찌꺼기 같은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라고 해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고뇌의 삶
을 지탱하기 위해서 술을 마셨을지도 모른다
이젠 어차피 둘 다 회복이 불가능한 별거 상태의 관계였다 이름
만 부부라고 붙여진 허을 좋은 부부일 뿐이지 살가운 부부라고는
볼 수 없었다
외동딸인 주리가 서울로 훌쩍 떠나온 다음부턴 그들의 관계가 어
떻게 변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매달 부쳐 주는 돈만 은행에
가서 찾아 쓸 뿐이었지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의 간섭이나 충고로 그들
의 벌어진 벽이 메워질 수 있다면 이미 주리는 예전에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밤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선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속
궁합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겉으
론 다정다감하게 보이던 남녀도 실제론 악궁합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섹스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맛있게 보이는 사과도 실제로 먹어 보면 맛이 없을 수도 있듯이
남자와 여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흔히들 여자의 겉모습을 보고서
도 섹스에 있어서는 어떠할 것이라는 말은 완전히 거짓말인 것이

여자가 입이 크면 어디가 클 것이라는 말과 볼에 보조개가 패이
면 질을 조이는 힘이 클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그렇다 그리고 허
벅지의 살이 없으면 그것만 즐기는 색골이라는 말도 역시 틀린 말
일 것이다
실제로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실제의 섹스 사이엔 크나큰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주리는 많은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아무것도 이렇다할 해답을 얻
은 것이 없었다 그저 즐겁게 하기 위한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남자들이 여자를 밝히듯이 여자들 또한 밝힐 뿐이다 여자라고
주리 자신만 해도 그랬다
남자에 대한 갈증이 일어날 때는 참을 수 없었다 누군가와 그것
을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강간이 아니라 주리가 마음먹은 대
로 할 수 있는 상대라면 더더욱 좋은 것이었다
지금 이 남자
스스로 방송국 드라마 연출가라는 이 남자도 역시 남자였다 비
록 술에 취하긴 했지만 남자로밖엔 보여지지 않았다 나이는 그리
상관할 바 아니었다 남녀 관계에서 나이 따지고 사회적인 신분을
따진다면 눅눅하고도 진득한 섹스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주리는 그걸 원했다
남자의 신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남자가 치근덕거리는 것
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런 남자가 아리라면 언제든지 판계를 가지
고 싶어했다 그런 남자가 이 세상에 많은 건 아리었다 남자들은
일단 관계를 가지고 나면 여자를 하인처럼 생각하는 치들이 너무
많았다
한 번 관계를 가졌으므로 영원히 내것으로만 생각하려는 통에 주
리는 일체의 연락처 같은 걸 남기지 않았다
누가 자신의 이러한 행동들을 알겠는가
주리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자신이 한 일을 아무도 모
른다는 것이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섹스란 은밀할수록 더욱 좋은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때론 이런 밤에 하는 것도 스릴 있는 일이었다 적막한 강가에서
단 둘이 이러는 것도 좨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주리는 잠자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가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남자의 입에선 아직까지도 술냄새가
나는 듯했다
일어나세요
주리가 흔들어 깨우자
으응여기가 어디야
그는 잠결에 일어난 사람처럼 멀뚱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잠만 자세요 집으로 안 가요

주리의 말에 그는 잠깐 정신이 드는 듯했다 그가 기지개를 켜며
긴 하품을 했다 그러고는 부스럭거리며 담배를 찾아 꺼냈다
불 있어 아함 너무 잤나 근데 여기가 어디지
주리는 불을 붙여 주며 눈을 흘겼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세요 미사리로 가자고 그래 놀고선
그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새어나왔다
匕런가 근데 나만 잤나 여태까지 뭘 했지 혼자서
뚤 강물만 치켜봤다고요 밤새도록 강물만 지켜봐도 하나도 질
리지 않을 것만 같아요
그 말을 하면서 주리는 웃어 주었다
이제 술이 좀 깨는군 미안해서 어떡해
그는 이제 좀 술이 깨는 것 같았다 얼굴이 어느새 횐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가 강가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주리한테로 시선
을 옮겼다
가요
아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 이왕 늦었는데
요금은 계산하신다고 그랬어요
주리의 말에 는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주리의 말을 가
로막았다
어떻게 해요 가요
주리가 다시 물으며 의자를 고쳐 당겨 앉았다
아냐 다 피웠어 조금만 기다려
그는 곧 담배를 눌러끄고는 주리의 옆으로 바착 다가왔다
주리는 핸들을 껴안은 채 잠자코 있기만 했다 그의 손이 주리의
어깨 위로 얹어졌다
그의 손이 조금씩 밑으로 미끌어져 내려가 젖가슴에서 머물렀다
작고 단단한 젖가슴이 만져졌다 그는 마치 음미라도 하듯이 눈을
감고는 한참동안이나 망설이듯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가 레버를 젖히고는 주리의 몸 위로 덮펴왔다 그의 몸 일부가
주리의 꽃잎 속으로 파고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주리는 눈을 감은 채로 그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주리는 자신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는 정액의 체온을 느
꼈다 밑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얼른 그를 떠밀어냈
다 그가 저만치 떨어져서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주리는 말 없이 자신의 꽃잎을 닦아냈다 그때까지도 그는 꼼짝
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쪼그라든 남성이 옆으로 뉘어져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心게 빠른 거예요
주리의 말에 그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주리를 쳐다보며 말
을 꺼냈다
너무 빨랐어 이러지 않았는데 술을 마셔서 그런가 마악
기분이 좋아지려는 순간에 끝나 버리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아가치
가 너문 좋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이거 참
그는 계속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변명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남성이 완전히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계속 황망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강바람이 서늘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벌써 여름도 다 끝나가는가
밤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곤 했다 특히 이런 강가에선 더욱 그
주리는 반듯이 누운 채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가 슬그머
니 주리를 쳐다보다가 말을 꺼냈다
무하고 여자하고 같은 점 세 가지를 알아
그가 넌지시 퀴즈 같은 걸 물어왔다 뭔가 있을 것도 같은 질문인
것 같아 주리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무하고 여자하고 상관된 이미지라는 게 얼른 떠오르지 않
았다
글쎄요 뭔가 생각날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네요 그런
데 그게 뭐죠
주리가 묻자
잘 들어봐 무하고 여자의 공통점은 첫째로 물이 많으면 많을수
록 맛있다는 거야 그리고 둘째 무하고 여자는 희면 횔수록 보기가
좋다는 거야 그리고 셋째 무하고 여자는 고추하고 같이 버무리면
버무릴수록 더욱 맛이 있다는 거지 어때 그럴 듯하지
그의 말에 주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정말 그렇네요 그런데 마지막의 고추하고 대무리면 버무릴수록
더욱 맛이 있다는 말이 아주 섹시한 것 같아요 누가 그런 말을 지
어냈는지 모르겠네요
주리는 정말 우스운 뉘앙스를 풍기면서 묘하게도 섹스어필한 그
의 말에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주리가 웃자 그도 역시 웃음을 띄며 말했다
이번에도 그런 류의 문제지 아마 이건 맞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
그가 먼저 뜸을 들였다
뭔데a
주리가 궁금해 하며 묻자
사랑은 이제 그만이라는 세 단어를 딱 한 글자로 줄이면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한 글자
응 딱 한 글자로 줄여야 돼
그가 말을 덧붙였다
주리는 그게 뭘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딱 한 글자로 줄이는 데엔
자신이 없었다 무엇인가 말이 되려면 한 글자가 아닌 두 글자 정
도는 돼야 한 뜻을 나타내는 단어가 될 것 같았다
모르겠어 요
몰라
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네요 한 글자라고 하니까
이번에도 그가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은 이제 그만이라는 단어를 딱 한 글자로 줄이게 되면 빼
라는 글자가 되는 거야 알았어
주리는 그때까지도 그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랑은 이제 그만이라는 말이 왜 빼 라는 한 글자가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그 말뜻
그걸 말이라고 해요 빼 라는 글자가 뭔지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하긴 그렇네요 그거 하다가 빼라는 말이겠죠
주리는 큰소리로 웃어댔다
그가 웃으면서 주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주리
는 그를 맞으면서 잠자코 있었다
그는 주리의 이마며 귓불을 한으며 입술로 내려왔다 주리의 혀
를 끌어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입에서 진한 담배내음이 묻어
났다
너무 좋았어 이렇게 또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안 돼요
주리는 잘라 말했다 그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말뜻은 서로 몸까지 허락핼는데 왜 그러느냐는 물음이었다
주리는 그의 입술에서 떨어져나가며 말했다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녜요 그냥 내
가 하고 짚을 때 하는 것뿐예요 더이상의 것은 필요없어요
小럼 돈을 주겠어 아가씨가 필요한 게 뭐지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나왔다 그러는 그가 비굴하게 보이진 않았

하지만 주리는 고개릎 흔들었찍
런 건 뚠제가 안 돼요 난 처음부터 경헝을 얻기 위해 이 직업
에 뛰어든 거예요 돈 때문이라면 굳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할일
이 너무 많을 거예요 적당히 기분이 났을 때 이런 곳에서 이런 짓
을 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는 뒤통수를 맞은 듯이 멍하게 주리를 쳐다봤다
남자 손님들은 다들 그래요 내가 뭐 여자 운전수니까 아무렇게
나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
의 철학 같은 게 있어요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랄 수 있겠죠
어떤 호기심그게 뭔데
그가 물었다
小건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좋아하나 하는 것과 섹스를 할
때의 느낌 같은 것 그리고 남자들의 섹스하는 시간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남자들마다 가지고 있는 어떤 색깔 같은 것들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운전대를 잡은 건지도 몰라요
아가씨는 소설을 쓰고 있나
그 물음이 소설가냐는 물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리는 그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아가씨 같은 얼굴이면 왜 괜
찮은 얼굴인데
그런 건 상관없어요 다만 남자에 대해서 알고 싶었을 뿐예요
그는 주리의 옆얼굴을 세심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주리가 말한 남자에 대한 관찰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
도 거기에 한몫 끼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연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안았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오로지 여자들을 섹스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려고 들어요 얼굴이 예쁜 것도 몸매가 예쁜 것도 키가 큰
것도 다 성적인 관심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전 그게 싫거든
요 물론 나도 즐길 때도 있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허전함만
깊이 남는 것 같아서去
주리는 이제 할말을 다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차 안엔 마실 물이나 음료수
같은 게 없었으므로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싶어졌다
아저씨 담배 하나만 주세요
그가 담배를 꺼내 자신도 한 개피 물고 주리한테도 한 개피를 건
넸다
두 사람이 피워올리는 담배 연기는 실내에 자욱이 퍼졌다가 이내
밖으로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지금 정사가 끝난 뒤의 조용한 시간
을 갖고 있는 중이었다
서로에 대한 자기 반성이랄까
이상하게 엉켜 버린 낮선 섹스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는 중인지
도 몰랐다
그는 주리를 이렇게 생각했다
이 아가씨는 보통 여자와는 다른 데가 있어 젊고 예쁘지만 뭔가
께름칙한 구석이 일는 여자야 혹시
담배를 쥔 그의 손이 떨려왔다
혹시라도 에이즈에 강염되어 남자들만 보면 그 에이른 모 ril
뜨려 안달을 하는 건 아닐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자 온몸이 오싹해졌다 그러고는 주리를 쳐다
봤지만 주리는 아주 태연했다
왜요왜 그러세요
주리가 묻자 그는 약간 당황하는 듯한 눈길을 황급히 거두었디
아니 그냥 택시를 하기 진엔 직업이 뭐였지
그는 내심 주리의 전직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냥 그저 집에만 있었죠
주리가 무덤덤하게 내뱉자 그는 더욱 속이 타는 기분이었다
그냥부모랑 같이 살아
아노 부모님은 부산에 계시고 저만 따로 있어요 그건 왜 묻

주리가 다시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그러면서 그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차마 그런 말을 꺼
내기가 겁이 났던 것이다
래 자꾸 그렇게 얼버무리세요 말씀하세요
주리는 지금 이 남자가 다시 성관계를 가지기 위해 그런다고 생
각하고 있었다
남자는 한번 여자를 정복하고 나면 또 관계를 가지길 원하기 마
련이었다 그런데 다시 하자고 조르자니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리는 속으로 혀를 찼다
린데요말씀해 보세요
그냥 혹시 택시 운전을 하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가 싶어
서 그게 궁금해서 그래
그제서야 주리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 역시 자신이 선선히 몸을 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는
혹시 술집 같은 데 있지 않았나 싶어 물어보는 것임을
그런 생각을 하자 주리는 풋 하고 웃음이 튀어나왔다
전 학생이었어요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나선 거예요
학생좨 용돈이 필요해서 그럼 학교는 언제 다니고
그는 여러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주리는 무엇부터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네 그래요 지질학과예요 학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 휴학을 한
거예요 일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특히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많
은 걸 배우고 있어요 그래서 좀전에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
이 많다고 말씀드렸던 거구요
그는 그제서야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
궁금증이 다 씻어진 건 아니었다
公래 그런데 다른 아르바이트도 많은데 하필이면 이런 운전을
하는 건 왜지 너무 힘들지 않아
네 힘은 들어요 하지만 내가 직접 돈을 벌어본다는 게 얼마나
큰 체험인지 몰라요 굳이 돈이 필요해서 하는 게 아니라고 아까도
말했잖아요 전 인생 경험이 더 중요하다구요
주리는 또박또박 말을 했다 자신의 경험이 얼마나 쓰라린 것이
었나를 알려 주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지금 주리의 가슴 속에서는 처음 당했을 때의 뜨거운 눈물이 솟
구쳐나오는 것만 같았다
김 대리 그 자식이 이렇게 만들어왔어
주리는 속으로 그런 말을 되뇌이면서 잇몸에 힘을 주었다
남자들은 모른다 여자의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픔은 결국 남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그가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리
는 그가 쳐다보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었다
깊은 숨을 내쉬듯 한숨을 속으로 내쉬며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
의 손이 건너와 가볍게 거머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리는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주리가 쳐다봤다 어둠 속에 커다란 물체처럼 앉아 있는 그가 보
였다
바로 가까이 있는 그였지만 타인처럼 느껴졌다 비록 몸을 섞긴
했지만 아직은 타인이었다
小賣게 함부로 살지 마 나중에 후회해 그건 인생을 좀더 많이
살아본 내가 더 잘 앞지 ~ ~ ~
줄 알았지 그렇게 몸을 함부로 굴리면 누구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 대화를 하는 동안에 아가씨가 말했던 대로 대학생이라
는 말이 믿겨진 거지 난 정말 이런 일을 겪어보긴 청이야 아가치
같은 여자와 섹스를 했다는 것 자체가 곧 내겐 충격인 거지 물론
고급 술집에 가면 대학을 다니다가 온 여자들이 많아 그렇지만 그
건 어디까지나 술집인 거고 이렇제 운전을 하고 있는 학생과 같이
섹스를 했다는 것이 전혀 믿겨지지 않는군
주리는 창문에 랄꿈치를 괴고선 이마를 짚었다 미열이 나는 것
처럼 머럿속이 뜨뜻해졌다
주리는 눈을 감았다 이 남자의 말을 그대로 다 들을 순 없었다
마치 어른처럼 말하는 건 딱 질색이었다
그도 주리의 표정을 눈치챘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다가 부
스럭거리며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받아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건 내 성의야 돈이 필요
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돈은 필요할 때 쓸 수 있어야 퇘 아가씨가
받아야 내가 덜 미안하지 받아둬
그가 수표 한 장을 내밀고 있다가 주리가 끝내 받지 않자 주리의
품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는 마치 술집에서 영계들에게 팁을 주듯이
돈을 젖가슴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었다
됐어요 이런 거 받으면 내가 더 비참해져요
그러면서 주리는 다시 돈을 꺼내 그에게 맡겼다 그가 어
손으로 수표를 들고 있었다
왜 그래내 성의라니깐
주리는 머리를 창 밖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바깥바람을 들이마시
고 있었다
그가 다시 주리의 손을 잡아 돈을 그 속에다 집어넣어 주었다
요금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럼 덜 미안하지
주리는 이제 잠자코 있었다
그 이상 뿌리친다는 것은 이 남자에 대한 무례함일 수 있었다 절
대로 몸값은 아닌 것이다 라고 샐각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시간은 점점 새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차들의 왕래도 없는 편
이었다
찻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로 봐서 벌써 시간이 좨나 깊어진 모양
이었다
주리는 앉아 있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자리에 앉아
만 있는 것이 질식할 것만 같았다
좀 나갔다가 올게요
그러면서 주리는 밖으로 나왔다 강가로 다가가니 풋풋한 바람이
불어와 서늘하게 느껴졌다
주리는 강가에 쪼그리고 앉았다 강물 위로 번지는 슬픔 같은 것
들이 누렇게 출렁이고 있는 게 보였다
다시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학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다 좀더 있다가 돌아가고 싶다
주리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자신이 무너지려 할 때마
다 주리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대학이 마치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불현듯 떠오른다는 것도 주리
에겐 마음의 기등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기척이 들렸다 자박자박 걸어오는
발걸음이 주리 곁에서 멈췄다
주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성큼 다가와 주리 옆에 앉았다 그의 손이 주리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
인생이란 그리 복잡하지도 대단한 것도 아니야 아가치 같은 나
이엔 마치 대단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살아보면 그것도 아니
란 걸 알게 돼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주리는 그대로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
다 긴 머리카락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내렸다 그녀는 그대로 두었

나도 그런걸 매일 밥 먹고 직장에 나가고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술자리에서 다 늙어 버리는 거지 인생이란 그렇게 물 흐르듯
이 흘러가는 거야 너무 대단한 의욕이나 욕심을 가지면 나중에 후
회하게 돼 그렇다고 해서 아가치 같은 여자가 이런 일을 하면서까
지 경험을미리 겪을필요는 없는 거야
그의 손이 주리를 더 힘껏 끌어안았다
힘이 들겠지 사는 게 자포자기하지 말고 학생들처
럼 용기 있게 살아봐 그게 나중엔 힘이 되는 거야 내가 배운 학문
이 나를 지탱시켜 줄 거라고 믿는 건 바보야 아가씨처럼 똑똑한 여
자일수록 현실을 냉철하게 봐야 돼 내 말 알아들었지
주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주리의 눈빛이 어른거렸다 점점 희미해지는 건 또 뭔가
주리는 끝내 한방을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울지 마 그건 아직까지도 세상의 때가 안 묻었다는 증거야 그
게 바로 용기야 날씨가 차군 안으로 들어가지
그가 주리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차 안으로 들어와서도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는 담배
를 꺼내 피우고 있었고 주리는 다시 창 밖만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그녀 자신도 몰랐다 갑자기 봇물처럼 터
져 버린 감상이었다
그때까지 난감해 하던 그가 천천히 주리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 가자 너무 시간이 지났어
그가 말했지만 주리는 아직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담배를 꺼내 피웠다 이상하게도 그가 밉지 않다는 생
각이 들었다
주리는 천천히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웠다

주리는 누운 채로 그를 바라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읽은 그가
안쓰러운 듯이 내려다봤다
주리는 그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웃옷의 단추를 잡게 했다 그
때서야 그는 주리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이제 됐어 그량 가
주리는 다시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자신이 손수 스커
트의 호크를 끌러내렸다
그러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그가 주리를 돕기 시작했다 스커
트가 내려지고 웃옷이 벗겨져내렸다 그리고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도 벗겨졌다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만 하던 그가 입술을 갖다댔고 그의 손은
주리의 안쪽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주리는 점점 더 넓게 다리를 벌
리면서 눈을 감았다
그가 천천히 위로 올라오는 동안 주리는 부산의 백사잣을 ysr
었다
하얀 갈매기간 날아오르고 고깃배들을 따라다니며 끼룩거리는
갈매기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치 백사장에 와 있는 듯한 착
각이 들었다
그래 산다는 건 물 흐르듯이 그저 흘러가는 거야
더이상의 욕심도 소용이 없어
욕심 때문에 사람들은 망가지고 찢어지는 거야
그녀는 누운 채로 그런 생각을 했다 비록 작은 나이지만 인생을
너무 휘황찬란하고 크게 보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생각되어졌다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녀는 욕심을 줄여야 했다고 마음
먹었다 누구에게도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자신에게도 그런 다짐을
해두고 싶었다
그의 입술이 나비처럼 가볍게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살갗에 닿을 적마다 물기를 내뿜으며 간질거리는 혀의 감촉이 샅
샅이 느껴지고 있었다 혀란 참으로 이상한 존재였다 오로지 이런
일에만 쓰여지도록 만들어진 것처럼 미묘한 감촉을 일으키는 것이
었다
그가 위로 올라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귓불을 어루만지며 나
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그가 물었다
주리
이름이 예뻐 주리한테 내가 선물을 하면 어떨5r넓
마음의 선물 마음으로 하는 선물을 주고 싶어 어때
싫어요 그런 건
주리는 눈을 감았다
왜 싫은 이유가 뭐지 마음의 선물인데
그가 달래듯이 주리의 귓불을 쓰다듬었다 그의 혀 끝이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며서 할아댔다 또다른 부드러움이 거기 있었다 점
점 아득해지는 듯한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그런 건 싫어요 받는다는 건
주리가 눈을 뜨면서 말했다
아냐 주리는 아직까지도 받는 게 어색해 너무 자신을 가둬 놓
고 살아가고 있는 거야 받을 줄도 알아야 베풀 줄도 아는 법이야
사람이란 혼자 독불장군일 수는 없어
주리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등을 껴안았다 넓고 튼튼하다고
생각되는 등 뒤로 두 손을 바악 거머잡았다
복학해 내가 힘 닿는 데까지 도와 줄게 공부란 젊었을 때 하는
것이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점점 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야 조금 있
다가 또 조금 있다가 하고 미루다가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
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 법이야 등록금이 없으면 내가 해결해
주면 안 될까
그는 진정으로 그녀를 위하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 말 들어
그가 다시 물었다
네 하지만 그런 건 싫어요 전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고 싶진 않
아요 집에서 부쳐 주는 돈으로도 충분해요 내가 싫어서 휴학한 것
뿐이지
그럼 왜 이런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거지 돈 때문에 하는 거 아
냐 왜 택시를 운전하는 거야
그건 내가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누구에게도 구속받
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주리는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런다고 떳떳이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아무리 대학
생이 휴학을 하고 이런 택시를 운전했다고 해서 알아 주는가 말야
그건 오기일 뿐이야 차라리 더 보람 있는 일이라면 몰라도 이런
건 그냥 아르바이트로 끝내는 일이야 우선은 학교로 돌아가 공부
를 하는 게 주리에겐 더 밝은 미래적인 일일 수 있지 안 그래
小것도 맞아요 하지만
I도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입술을 덮어왔다 한 손으로 주리의 옷을 벗겨내선 밑으로
내렸다 주리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눈을
감은 채 바깥의 바람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가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물소리를 냈다
약 오 분쯤 되었을까 그가 하던 동작을 우뚝 멈추고는 전율했다
한참만에 그가 몸을 뗐다 흥건하게 묻어 있는 물기를 닦아내며
주리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몸도 잔뜩 물기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만
족스러을 지경이었다
팼죠
주리가 물었다
그가 말 없이 웃기만 했다 그는 몸을 구부려 주리의 입술에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그들은 다시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젠 서먹함도 사라지고 없었다
주리의 몸 속으로 두 번씩이나 흘러
것이 없었다
너무 란았지
아노
주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좀더 할수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게 잘안돼
그가 변명처럼 말을 꺼냈다
팬찮아요 저도 좋았는걸요 아까하곤 달랐어요
어떻게
그가 다시 물어왔다
그냥 느낌이 달랐어요 시간이야 똑같았을 테지만
우선 마음이 핀했던 거 같아요 저도 왜나 흥분이 됐던 것 같은데
그의 몽에서 빠져나온 정액이
들어온 이상 더이상 가리고 말
魂9定理
七럼 됐어 나도 좋았어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거야 남자들이란
못 참거든 여자들이 남자에 맞추는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네 맞아요
이제 갈까
勺1
아쉬움을 담은 목소리로 대답한 주리는 기어를 넣으며 액셀러레
이터를 꾸욱 밟았다 차가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면서 원을 그렸다
강가를 벗어나면서 그가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그냥 누우세요 여의도에 도착하면 깨워 드릴게요
그럴까 몹시 피곤하군 근데 혼자서 운전을 하면 너무 심심하잖

그가 주리를 생각하는 듯했다
아노 괜찮아요 전 아직 괜찮은걸요
주리의 말에 그가 웃었다
公래 아직은 젊으니까 피곤한 줄 모르겠지 하지만 난 좀 피곤
찬걸 그렇다고 잘 수는 없고 그냥 누워서 이야기나 하지

주리는 잠자코 있었다
88도로를 따라 달리는 기분이 남달랐다
충분한 섹스 뒤의 가뿐함이 느껴져서일까
주리는 기분좋게 액셀을 밟았다 택시는 주리의 발끝 움직임에
따라 미U러지듯이 나아갔다
아가씨도 연애를 많이 해봤겠군 테크닉이 좋은 거 같아
그가 그런 질문을 했다
그러나 주리가 듣기엔 그리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가
까운 사람이 던지는 질문같이 들렀다
네 조금요
주리가 애매모호하게 대답하자 그가 소리 없이 큰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난 사십대야 여자들을 겪어보면 대충은 알 수 있

어떻게요
주리가 물었다
小런 건 그냥 경험으로 아는 거지 꼭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론
이 있는 건 아냐 접촉해 보면서 느낌으로 알 뿐이지 여자는 경험
에 의해 다듬어진다고나 할까 뭐 그런 거지
전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주리는 이제 말상대로서뿐만 아니라 그의 섹스 파트너로서 아무
런 부끄러움이 없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정말 자연스럽게 섹
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아가씨는 다른 아가치들과는 달라 마치 쫀득쫀득한 젤리처럼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맛이 처녀 같지 않은 느낌이야 그리고 아
가치 같지 않게 어느 정도 길이 나 있는 주부들처럼 생소함이 전혀
없어 그러니까 그게 좋은 거지
그 말을 들으면서 주리는 쿡쿡 웃었다 아가치 같지 않다는 말이
그렇게도 재미있었다
그런 걸 느끼세요 제가 경험이 많을 거 같다는
일부러 그
렇게 보이게 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주리는 일부러 빙 돌려서 말을 했다
小런 건 우리 나이쯤이면 금방알수 있지 섹스를 할때 달라
붙는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는 거야 아가씨들은 대개 그런 맛이 없
어 혹시 그런다고 해도 억지로 그런다는 것쯤은 느낌으로 대번에
알 수 있는 거야
대개 어떤 친구들하고 그런 관계를 가졌는지 말해 줄 수 있나
가령 친구들이라든가 아니면 아직은 학생이니까 직장 남자들과 그
런 관계를 가졌을 리는 없고 어디서 그런 경험을 가질 수 있
었지
그가 궁금한 것을 물어왔다
그건요 비밀이에요 괜히 자꾸 그런 쪽으로 신경을 쓰시면 기분
이 이상해지잖아요
주리는 그의 질문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자 조금은 기분이 이상
해졌다 마치 그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도
어느 정도는 자극을 받을 것만 같았다
벌써 오늘만 해도 몇 번째던가
그런데 차 안에서 그런 말들을 주 반는 ~
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가령 그런 말을 주고받다가 서로 흥
분이 되면 근처에 있는 잠실 고수부지 같은 데로 내려가서 또 그질
을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小래 그럼 그만두지 근데 아가씨가 겪은 남자들은 대개 어느
정도 시간을 끈다고 생각해학생들이나 총각들은 아무래도 짧겠
小래요 특히나 그런 애들은 짧아요 그렇지만 나이 든 남자들도
역시 그렇더라구요 거기가 거긴 것 같았어요 느낌만 다를 뿐이지
별로다르다는건 못느끼겠어요 한오분 길어야십 분정
도겠죠 뭐
주리는 자신이 느꼈던 대로 말했다
匕럴까 그렇겠지 그 이상은 사람의 의지대로 되는 게 아
니니까 그런데 아가치는 어떤 게 좋아 길게 하는 게 좋겠지
小야 그렇겠죠 모든 여자들이나 남자들도 다 길게 하기를 바라
잖아요그렇지만 마음대로 안 되니까 안 되는 것뿐이겠죠 택시를
운전하다가 보면 요즘은 주부들도 불륜을 많이 저지르는 것 같아
요 남자랑 같이 택시를 타면 대개 으슥한 곳에 있는 모텔로 가자는
거예요 그런 여자들은 왜 그럴까요
그게 무슨 말이지


그가 되물었다
왜 주부들이 바람을 피우느냐는 거죠 왜 그래요
이번엔 주리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을 물었다
타찬가지겠지 남편이 그걸 잘 못해 주던가 아니면 아까도 말을 했
듯이 남자가 너무 팎아서 여자가 미처 쾌감도 느끼기 전에 사정을
해버려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남자랑 같이 즐기는 거겠
지 성적인 것은 풀지 못하면 곧 스트레스가 되는 거야 그건 남자
도 역시 마찬가지야
아저씨도 그래요
응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남자란 섹스를 잘 해야 사업도 잘 할
수 있고 정력적으로 살아간다고도 볼 수 있지 섹스가 시시하면 사
업도 역시 시시할 수밖에 없어 남자의 진취적인 정력이란 여자한
테서 나오거든
II
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졌다
근데 남자도 다 똑같은 거고 여자도 다 똑같은데도 왜 느낌은
다 각각 틀리는 거죠할 때의 느낌 말이에요
그건 그럴 수밖에 없지 사람마다 다 개성이 틀린 것처럼 얼굴도
다 틀리고 몸매도 다 제각각 틀린 거와 마찬가지치 그러니까 섹스
를 할 때의 기분도 다 틀린 거고 그래서 섹스를 할 때마다 그 느낌
이 틀린다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아가뛰도 그런 걸 겪어봤잖아 남
자들마다 똑같은 느낌이 드는 남자가 있었어7
아노 다 틀렸어요
小럼 다 틀리다는 게 맞는 말이야 그리고 하는 시간도 다 제각
각 틀리는 거고
이제 주리는 알만 했다
남자들의 세계와 섹스에 대한 신비감이 어느 정도 벗겨지는 듯했
다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적
은 없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번 놀러와 이것도 인연이랄 수 있는 거니

그의 제의에 주리는 싱긋 웃어 보였다
네 그럴게요
어느덧 여의도가 가까워졌다
料빌딩 쪽으로 빠져나와 여의도로 들어갔다 희뿌띰한 새벽 공기
를 마시며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제 마악 푸른 잠에서 깨어나고 있
었다
어디다 차를 세워요7
응 저 앞에 세워 줘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괴는 곳은 미도 아파트였다
주리는 미도 아파트 앞에 이르러 차를 세웠다 굳이 아파트 안쪽
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고마웠어 다음에 꼭 연락해
그가 내리면서 주리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주리는 그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지켜
보았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주리는 차를 출발시켰다
주리는 여의도 고수부지로 차를 몰았다 새벽이 밝아오는 동안
고수부지에서 아침을 맞고 싶었다
고수부지에는 이른 아침의 싱그러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간밤
의 소란스러움이 없어지고 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는 경건함 같은
것이 있어서 좋았다
주리는 차를 세워 놓고 의자를 뒤로 눕혔다 잠깐 누워 있는 사이
에 깔박 잠이 들어 버렸다
비둘기들이 땅밑으로 내려와 구구거리며 놀고 있었다 마른 햇빛
이 점점 열기를 더해가며 주리가 탄 차를 달구어대고 있었다
주리는 가냘픈 숨을 몰아쉬며 모처럼만에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
었다 여러 번의 섹스에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주리는 햇빛이 얼굴을 다 덮을 때까지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성적인 불능
주리는 아침결의 해맑은 햇살이 더없이 좋았다
한강을 내리비추는 따사로운 햇빛은 수면에 반사되어 유리창을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몇 시간째 깊은 잠에 빠졌던가
어제 하루는 그야말로 주리의 짧은 인생에서 너무나도 벅찬 하루
였다 하룻동안에 무려 여섯 번의 섹스를 한 셈이 된다 횟수로 따
지자면 그랬다
그랬으므로 온몸이 노곤거렸다 수면이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점
신은 말짱했고 정신이 말짱한 것 같으면서도 아랫도리께가 뻐근해
졌다
꽃잎 주위로부터 만족감이 부풀어오르면서 나른한 기운이 전신으
로 퍼져나가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주리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이른 아침의 고수부지엔 사람들이 드
물었고 대신 거렁뱅이 같은 남자들이 두엇 잔디밭을 거닐고 있었

간밤엔 젊은 남녀들로 북적거렸을 터이지만 밀물처럼 싸악 빠져
나간 고수부지는 그야말로 한가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로 가지
주리는 막상 핸들을 잡긴 잡았지만 몸이 무거워졌다 시내로 들
어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온몸이 찌뿌드드한 게 몸살기가 있는 듯했다 주리는 다시
의자 뒤로 머리를 기댔다 그러고 나니까 조금은 편안해졌다
모든 일상들이 물거품처럼 소용돌이치는 급류에 휘말리면서 어디
론가 떠내려가고 있는 듯한 막막함으로 나타나곤 했다 생활 가운
데서 즐거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끔뤽은 가슴이
허진해지면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직은 젊어서일까
젊음의 피가 들끓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의 모든 것들을 채워 주는 건 아니었
다 가령 어제와 같은 날에는 네 명의 남자와 숨가쁜 정사를 나눈
셈이었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의 흔적 같
은 것만 남았을 뿐이었다
주리는 콘솔 박스에서 담배를 찾아내 불을 붙였다 길게 한 모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이때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
게 되었다
아무리 자신을 둘러봐도 자신에게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
다 정말 서글픈 일이었다 이렇게 하루를 살아간다고 한들 무엇하
겠는가 하는 자괴감이 뒤따랐다
주리는 아랫배가 당기는 것 같은 약간의 통증을 느꼈다 아마 조
긍 무리했던 탓이었는지 콕콕 쑤시는 듯한 불쾌감이 일어났다 그
리고 자신의 꽃잎 부근이 얼얼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긴 그럴 것이다
네 명의 낭자와 같이 하루에 여섯 번의 섹스를 했으니 그쪽이 온
전할 리가 없었다 약간 쓰라린 듯이 얼얼한 통증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주리는 스커트 속으로 손을 밀어넣어 자신의 꽃잎 주위를 만져보
았다 보드라운 살결이 손가락이 닿자마자 더욱 쓰라렸다 짓무른
것같이 얼얼하기만 할 뿐이었다
주리는 다시 반듯이 누운 채로 바깥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은 뜨거운 열기를 식히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더운 공기
는 계속적으로 창문을 통해 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주리는 에어컨을 틀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어 버렸다 마음이 혼란
스러웠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치러 버린 듯한 허탈감이 드는 건 왜일까
남자들을 겪으면서 너무 쉽게 자신을 무너뜨려 버린 것에 대한
ol~
후회감이랄 수 있었다
주리는 자신의 내부 어디에선가 자리잡고 있다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정체 모를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까7
주리는 일단 남자들에 대한 지나친 욕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란 려으면 겪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수학 문제처럼 난해하기만
했다 처음엔 단순해 보이다가도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였다
벌써 몇 명의 남자를 겪었던가
주리는 하나하나 기억에 떠오르는 대로 자신을 거쳐간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특징적인 얼굴과 웃음과 몸동작까지도 생각해내
려고 애썼다
더러는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 같았지만 서서히 떠오르는 얼굴들
은 아직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다 날벌레처럼 주리의 알
몸에 붙었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간 남자들이었다
흔적이라면 주리의 몸 속에 정액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들은 물거품보다 더 빨리 사그라들고 말았던 것이다
주리는 이제 택시 운전을 하는 것도 지겨워졌다 그렇게 생각하
니 더욱 핸들 잡기가 겁이 났다
남자들만 우글대는 직장에서는 혼자 외로이 견뎌내기가 어려웠
다 그들은 하나같이 주리를 애완동물 정도로만 여겼다
가끔 그녀가 있는 데서 버젓이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아니면
더 심한 말까지 서슴없이 해대곤 했다
그러한 것은 모두 주리보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성적인 자극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주리가 무엇을 하든지 그들은 늘상 시선을 주리의 짧은 미니스커
트 속에 두었고 아주 가끔씩 주리가 몸을 수그리느라 짧은 스커트
가 위로 말려 올라갈 때면 주리의 팬티를 훔쳐보려고 안달하는 남
자들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슴없이 주리의 팬티 색깔을 알아맞히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리는 가슴이 오싹해지곤 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여자의 깊은 곳을 훔쳐보는 것을 취
미로 여기는 그네들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관계이기도 했다
주리는 이참에 대성운수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주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강쪽을 바라보았다
무심히 흐르는 한강물이 혼탁해 보였다 저 멀리 마포가 보였고
산등성이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보였다
사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갑자기 침울해지는 자신을 발견
하곤 주리는 얼른 시선을 돌린다 주리는 일단 마지막이라고 생각
하면서 여의도 고수부지를 빠져나왔다
영등포 쪽으로 가려다가 마포 쪽으로 내달았다 아무래도 마포
쪽으로 달리는 것이 나을 성싶었다
가든호텔 앞에 이르자 호텔 쪽 인도에 서 있던 손님이 손을 들어
보였다 주리는 그 앞에다 차를 갖다 댔다
그 손님은 차문을 열면서도 주리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

그는 옆자리에 타자마자
택시 맞아요
주리가 짧게 대답하고는 얼른 행선지를 물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종로3가
주리는 기어를 변속시키면서 차들의 물결을 헤치며 어렵사리 나
아갔다
번잡한 곳이 바로 마포 가든호텔 앞이었다 마포 공덕동 로터리
에서부터 교통이 막힌 것이 가든호텔 앞에서부터 미리 막히고 있었

차들이 나아가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주리는 아예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 놓고선 차들이 뚫리기를 기다렸다
7
그의 시선이 여지없이 주리의 짧은 스커트를 훔치고 있었다 남
자들은 넥타이를 맸거나 작업복을 입었거나 할 것 없이 누구나 택
시를 타기만 하면 주리의 스커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허연 살결이 그들의 시선을 붙잡아 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
무 노골적인 시선은 영 부담스럽기만 하다
주리는 얼른 앞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해서
남자들의 시선을 내쫓으려고 해봤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주리로선
그냥 그래보는 것밖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야아 아가치 차암 예쁘네 이런 아가씨가 택시를 모나 이거 참
남자들은 저마다 그런 소리들을 했다 역시 이 남자도 주리의 허
벅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게 햇빛에 그을린 허벅지의 살결이 팽팽했다 가는 듯
하면서도 단단해 뵈는 주리의 허벅지는 남자들의 성욕을 자극하기
에 충분했다
그리고 꽉 끼는 작은 스커트를 입었으므로 작은 엉덩이 선의 윤
곽이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럴 것이다 저 작은 스커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주리는 여자를 훌어보는 듯한 남자들의 끈적끈적한 시선이 형편
없이 저질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택시를 타는 람자들마다 매
번 그러했으니까
그런 꼴을 수없이 보아왔으므로 주리가 남자들을 그렇게 생각하
는 것 역시 무리는 아니었다
여자들의 과도한 노출도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그걸 즐기려는 남
자들의 심리가 더욱 얄미웠다 조금이라도 더 심한 노출을 탐닉하
려드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 또한 그렇게 되어가는 것인지도 몰랐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차들은 슬금슬금 기어가듯이 공덕동 로터
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주리의 차가 신호등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다음 번 신호
에서는 얼른 빠져나갈 양으로 주리는 최대한 액셀을 밟을 생각이었

나이가 올 해 몇입니까
그 남자는 주리의 나이가 궁금했는지 말을 건네왔다 그러나 주
리는 그냥 싱긋 웃고만 말았다
비밀입니까 여자들은 다 그런가 보죠 나이는 죽어도 안 가르쳐
주는 게 마치 상식처럼 돼 있습디다
그 말에 주리는 발끈 했다
小렇지 않아요 여자들마다 다 틀리겠죠 전 스물세 살이에요
그럼 됐어요
生호 스물세 살 이거 너무 젊으신 분이군 그런데 택시를 몰
아요
이게 어때서요 小料도 엄연히 직업이잖아요
하긴 그렇지만 그런데 아가치는 이런 일을 할 만한 여자가 아닌
것 같은데 얼마나 했어요 이 운전
한 달쯤 됐어요 그런대로 할 만한걸요 재밌잖아요
주리는 그쯤에서 말을 끊었다 마악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
었다
주리는 얼른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가 부웅 하고 미끄러듯
이 나아갔다
요철이 있는 부분에서 택시가 덜커덩거렸다 지하철 공사를 하느
라 덮어 놓은 철판에서 심한 떨림이 핸들에 전해져 왔다
마포 경찰서 부근에서 다시 신호등에 걸리게 되자 주리는 브레
이크를 밟고서 기다렸다 신호만 바뤼게 되면 총알같이 튀어나갈
태세였다
좀 살살 몰아요 무슨 여자가 그렇게 무섭게 몰아요요즘 입금
액 채우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주리는 그를 슬쩍 노려봤다
무슨 남자가 이래
괜히 트집을 잡는 것만 같아 힐끗 쳐다본 것이었는데 그가 멋쩍
은 듯이 웃음을 흘려 보냈다 겉으론 괜찮아 보이는 남자였지만 속
마음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남자라는 존재였다
천천히 갑시다 시간이 좀먹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요금은 미터
대로 나오잖아요
한아요 小렇지만 꾸물거리다간 찻길이 막힐까봐 I러는 거죠
그러면 손님한테만 요금이 더 올라가는걸요
주리는 무미건조하게 대꾸했다
괜찮습니다 이왕 가는 거 좀 늦게 가면 어때요 아가씨 차에 타
니까 난 좋은데 괜히 빨리 가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아요
그는 벌써부터 여러가지 수작을 걸어오고 있었다
대개 남자들은 주리의 택시에 타게 되면 다 그랬다 좀더 여자를
감상한려고 드는 남자들의 심리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주리가 그러한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주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침부터 이 남자가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안 그래도 주리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무언가 피곤한 듯하면
서 영 기분이 개운치 않았던 것이다
마치 생리를 하는 것처럼 온몸이 개운치 않았다 차라리 이런 날
에는 차를 세워 놓고 쉬는 편이 더 나을 것도 같았다
입금액을 채우는 건 시간문제였다 주리로선 일단 핸들을 잡기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금방 입금액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수입이
괜찮은 편이었다
젊은 아가씨가 운전하는 택시라선지 어디에서나 남자 손님들이
꼬이게 마련이었다 택시란 허탕치는 일이 없이 줄줄이 손님들이
이어지면 그건 곧 입금액을 채우고도 남았으므로 입금액 외의 수입
은 곧 주리의 몫이기도 했다
멈춰 섰던 차들이 꾸물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공사를
하는 곳은 지독하게 막히곤 했다
다시 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췄을 때 주리는 옆차전의 자가용에
서 주리를 쏘아보는 듯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만 했다 주리가
그쪽을 쳐다보자 그쪽에 타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손을 흔들어댔

저 자식 겨자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자가용을 타고 가면서 그
런다고 되나 안 그래요7
옆의 남자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면서 주리를 쳐다봤다
그래요 남자들이란 다 저래요 괜히 그러는 것뿐예요 할일 없
이 저러는 남자들이 젤 싫더라
心럼 어떤 남자들이 마음에 듭니까
주리의 말에 곧 그가 되묻는 질문이었다
주리는 그를 돌아보았다
주리의 시선에 놀란 듯 그는 어색한 채로 담배를 뽑아 물었다
그가 몇 모금 연기를 뿜어내는 것을 보며 주리는 다시 옆차선의 차
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그 남자는 주리가 쳐다보자 다소 용기를 얻은 듯이 활짝 웃어 보
였다 괜히 그러는 것인 줄 알면서도 주리도 같이 웃어 주었다
그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동그랗게 모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심심하던 차에 택시를 몰고 가는 주리를 보고 추파를 던지는 남자
였다
주리는 싫은 듯하면서도 그리 싫진 않았다
람자란 다 저런 것이니까
주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무런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公쪽으로 보지 마쇼 자꾸 그쪽을 보니까 저놈이 저러는 거 아닙
니까
옆의 남자가 시기를 하는지 주리한테 괜한 꾸중을 하는 것이었

괜찮잖아요 저런 골빈 남자한텐 살살 웃어 주는 것이 좋다고요
혹시 알아요 나중에 내 택시를 타게 될지 웃어 준다고 해서 돈 낼
건 없잖아요
그는 주리가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품고 있는 듯
했다 그의 새초롬한 눈빛이 그랬다
주리가 보기엔 남자란 질투가 많은 편이었다 괜히 자기 것도 아
니면서 자기 것인 양 젠 체하는 것이 바로 남자들의 속물 근성이었

小런다고 다 그렇게 아는 체를 해주니까 저러는 것이지요 어때
요7종로에 가서 나랑 영화나 한편 볼 수 있습니까
이 남자
벌써 주리한테 수작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주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그의 말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운전은 어떻게 하고요
心야 제가 입금액을 채워 주면 되잖습니까 입금액이 얼맙니

小런 건 묻지 마세요 부지런히 뛰면 그런 입금액 정도는 충분히
채을 수 있어요
주리가 톡 쏘아붙였다 더이상 그런 식으로 수작을 걸지 말라는
투였다
아가치도 참 내가 충분히 요금을 내고 같이 영화나 보자
는 말인데도 그래요 같이 이야기도 못해요
그가 다소 도전적으로 나왔다
보아하니 막 래먹은 남자는 아닐 성싶었다 양복에다 넥타이를
단정히 맨 샐러리맨같아 보였다 두툼한 책 한 권을 들고 있는 걸로
봐서 그랬다
주리가 가만히 있자
영화 한편 보小는 데 그게 나쁩니까 택시 미터 요금보다도 더
후하게 팁을 주면 될 거 아닙니까 안 돼요
이 남자는 처음엔 제법 단단하게 나오다가 차츰 감정을 누그러뜨
리떤서 나왔다
小럴 만한 시간이나 있어요7어디를 급히 가야 하는 것 아니었나

주리는 그가 황급히 택시에 오른 것부터해서 또 무언가 사무적
인 일에 쫓겨서 택시를 탄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일이야 내일도 있잖습니까 그건 내 일인 거고 오늘은 아가치랑
같이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그건 내 사정인 거고
어때요7같이 영화나 보면서 이야기 상대가 돼 보는 것도 좋잖습니

주리는 그렇게 말을 하는 남자의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쳐다
봤다
짧게 깎은 단정할 머리며 양복을 갖춰 입은 IZ외 옷매무새가 흐
트러져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은행원 같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주리는 은행원이라면 괜히 싫었다 은행원이란 하나같이 꼼꼼한
인상을 풍기면서 돈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싫었던
것이다
왜요 내가 건달같아 보여요
아노 그런 것 같진 않아요 근데 돼 나랑 같이 있고 싶죠
주리는 터무니없는 질문인 줄 알면서도 그런 질문을 했다
小야 아가씨같이 젊고 발랄한 여자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뭐 나도 젊잖습니까 젊은 남녀끼리 이유가 어딨습니까 그냥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면 공통점이 발견되는
거 아닙니까
어떤 공통점 말이에요
주리가 되물었다
그가 난처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만 그는
문에 답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너무 어렵게 말을 하지 맙시다 그냥요 그냥 같이 있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꼭 있어야 합니까
그 말에 이번엔 주리 쪽에서 할말이 없어졌다
좋아요 그럼 입금액을 채워야 되니까 시간당으로
시는 거죠
아암 그렇고말고요
야기를 합시다
극장으로요
주리는 극장으로 가자는 말로 알았다
재빨리 주리의 질
계산해서 주
그럼 종로로 갑시다 일단 종로로 가서 이
극장보다는 다른 데가 어떨까요 커피룝이라든가 레스토랑 같
은 데 가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식사를 하죠 뭐
그는 새로운 제의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주리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마침 그때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므로 주리는 액셀을 급작스
럽게 밟았다 차가 울컹거리며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옆차들보다 빠
르게 달려나갔다
그가 옆차에 탄 남자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사이드 미러를 통
해 보이는 옆차는 이미 주리의 택시에서 저만큼 멀어져 있었다
小 차가 우리 차를 따라오는군요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
다 하하하 이거 내가 마치 왕자가 된 기분이군
그는 기분좋다는 듯이 웃었다
처런 차들 많아요 괜히 추근덕거리며 옆으로 바싹 다가와선 데
이트 하자고 졸라대는 치들 말이에요 처음엔 그냥 커피나 한잔 하
자고 말을 꺼내요
주리가 건성으로 말하자
小래요7그런데 아가씨도 같이 커피를 마셔봤어요그런 치들이

그가 물었다
첨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몇 번 커피를 마셨는데 영양가가 없
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냥 커피나 마셨다는 것뿐예요
주리가 종로1가로 들어서며 말했다 광화문에서 종로1가로 들어
거는 교차로에서 또다시 신호에 걸렸다
주리는 깊숙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차를 정지시켰다
匕런 남자들 중에서도 왜 괜찮은 남자들도 있을 텐데 그런 친구
들은 없었어요
있긴 있죠 그렇다고 서로 연애할 시간이야 있겠어요 그냥 커피
를 마시고 저녁이나 같이 먹는 정도지요 뭐
저녁3

그는 말이 없었다
왜요7젊은 남녀끼리 저녁이야 같이 먹을 수 있잖아요 안 그래
요7
그야그렇죠 그런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왜 그러죠
주리가 옆으로 돌아보며 묻자
心런데 말입니다 남자들이 그냥 저녁만 먹고 헤어지자는 말은
아닐 텐데남자들이란 예쁜 여자만 보면 데리고 놀고 싶어하
는 거 아십니까그런데 그냥 헤어질 수 있어요
주리는 그를 쳐다봤다
이 남자가 무얼 알고 싶어하는 것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괜히 그런 말을 꺼내가지고 쓸데없
는 상상만 불러일으킨 꼴이었다
람자들이 추근덕거리지 않습디까 같이 술을 마시자던가 더 오
래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게 남자들의 속성일 텐데
小야 그렇죠 대개 남자들은 다 그래요 젊은 아가씨와 같이 있
다는 걸 무슨 훈장처럼 생각하나 봐요 그렇지만 나도 일을 하는 몸
이라서 오래도록 같이 노닥거릴 순 없잖아요
그는 다시 말이 없었다 주리한테서 무언가 허점을 찾아내려고
했을 것이다
주리는 이 남자가 무얼 알고 싶어하는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 차
라리 이런 허점을 보여 주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가 말했다
평창동 쪽으로 갈까요그쪽이 어떻습니까
주리가 쳐다보자 그는 겸연쩍은 듯이 웃어 보이며 다시 말을 꺼
냈다
그쪽에 잘 하는 음식점을 하나 알고 있거든요 커피숍도 운치가
있는 데가 많고 여기보다는 그쪽이 낫겠어요
그는 그쪽으로 가줬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였다 주리는 그의 의
중을 읽을 수 있었다
평창동 쪽으로 가려면 종로3가에서 차를 돌려 빠지는 수밖에 없
었다 주리는 어느 정도 달리다가 한국일보 건물이 있는 쪽으로 방
향을 돌렸다
주리가 핸들을 꺾자 그는 다土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小쪽이 더 좋을 겁니다 조용하기도 하고 숲이 우거져서 커피를
마시기에도 운치가 있고요 이런 도심에러보파도 그런 데서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지요
딴아요 저도 그쪽으로 가다가 보면 차를 세워 놓고 커피를 마시
고 싶다는 껑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쪽엔 이상한 호텔들이
많아서 그게 조금 흠이지만요
주리의 그 말에 그가 조금 동요하는 기색이었다
그야 뭐 서울에서 어디를 가도 그런 곳이 없는 데가 있습
니까그래도 그런 곳은 숲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오는 데죠 숲을
볼 줄 모르고 그저 오로지 먹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
은 강남으로 가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에요
그는 주리한테 동의를 구하듯이 쳐다봤다
전 저번에 밤늦게 오피스텔로 들어가다가 용변이 너무 급해서
일층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주리가 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公定데 그런 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할 사람이 있겠나 싶어서 무
심코 화장실 문을 노크했는데 문이 안으로 잠겼더라고요 그래서
옆 화장실로 들어갔죠 용변을 보려고 마악 옷을 내리는데 칸막이
틈새로 첫바지긴
그래서요7
주리가 물었다
근데 칸막이 틈새로 청바지가 조금 나와 있길래 슬쩍 잡아당겨
보았죠 조금 딸려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 화장실 변
기 위로 올라가 칸막이 위로 옆쪽을 봤어요
뭐가 있었는 줄 압니까
그가 웃으면서 물어왔다
릴가 있었어요
주리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글쎄 그런 곳에서 그걸 하고 있잖아요 그런 시간에 말입니다
그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필요
화장실 양변기에 남자가 앉아 있고 학생인 듯한 아가치가 그 위
에 걸터앉아 열심히 그걸 하고 있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
어요 둘 다 대학생인 듯한 남자와 여자였는데 뒤쪽에 있는 변기
뚜껑 위에 책과 노트가 묶여진 바인더가 놓여져 있더라고요 남자
는 청바지를 다 까내리고 변기에 걸터앉아 있고 여자는 남자 위에
앉아서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얼굴을 보니까 너무 순진하게 생
긴 것 같았는데 충격적이지 뭡니까 그런 건 처음 봤어묘
여자가 위에서 해요 그런 데서
주리가 마른 침을 삼키면서 되물었다
匕럼요 아가치가 남자의 무릎을 짚은 채로 하다가 다시 자세를
바꿔서 서로 마주보면서 그걸 하는데 스릴이 있더라고요 서로 키
스를 하면서 젖가슴을 만지는데 보는 사람이 어떻겠어요 정말 미
치고 환장하겠더라니까요
그는 그때의 광경을 되살리느라 그런지 웃으면서도 꽤나 심각해
보였다
生응 그런 데서도 그런 게 가능한 거구나아
주리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말을 들으면서 주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 쪽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잠깐 훌고 지나가는 것 같은 전율이
었다
끝까지 다 지켜봤죠 위에서 내려다보는 줄도 모르고 서로 그것
을 하는 걸 보고 있으려니까 목 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소변이 마려
운 것이 못 참겠더라고요 불파 몇 분 만에 끝나는 것이었지만 그렇
게 시간이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일 겁니다 숨이 딱 멎어
버릴 것처럼 가빠지는데도 억지로 참고 있었죠
그는 정말 숨이 막힐 것처럼 한숨을 몰아쉬었다가 내뱉었다
小런 데서 하면 기분이 더 좋은가 보죠 잠깐 동안에도7
이번엔 주리가 침을 삼키면서 물었다
小렇죠 남이 감히 상상도 못할 짓을 하고 있으니까 서로는 간절
해지겠죠 여자가 위에서 하는데 남자가 못 참더라고요 내가 중간
에 봤으니까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다 세지는
못했지만 아마 금방 시작한 거 같았는데 내가 숫자를 세아리니까
하나 둘 셋 하고 서른 번쯤 세었을 겁니다 금방 남자가
싸버리더라고요 남자가 사정을 하는지 여자의 몸을 꽈악 붙잡고
헐떡거리는 거예요 그러더니 정말 사정을 했더라고요 조금 있다
가 여자가 몸을 떼는데 밑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보이더라고

그걸 봤어요ct위에서도 보여요
小럼요 타일 바닥으로 흘러 떨어지는 걸 봤죠 그리고 남자가
여자의 거기를 닦아 주는 것도 봤어요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
어요 남자가 여자의 밑을 닦아 주는 거 너무 자연스럽게 그러는
걸 보니까 아마도 둘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란 걸 알았어요
아유 그런 데서도 그런 게 가능할까요3
주리는 다시금 그가 말을 잇게 만들었다 그 남자는 자신에 찬 목
소리로 말을 받았다
小렇죠 충분히 가능하겠죠 둘 다 바지만 벗으면 되니까 아가
씨 같으면 스커트만 위로 올려도 가능하잖습니까7팬티만 벗으면
되는 일인데 그러더니 둘 다 태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더라고
요 아마 학생들 같았어요 늦은 밤에 오피스텔에 들렀다가 사정이
있어서 화장실에서 그런 것 같아요 어쩌면 오피스텔에 들어갔다가
그 여자의 친구가 와 있었거나 누군가가 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와서 그런 곳에서 잠간 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아니

그가 말끝을 얼버무렸다
주리가 쳐다보자
心 오피스텔로 들어가다가 그 전에 그런 곳으로 가서 그러는 건
지도 모르겠구요 하여튼 저는 그것을 보고 나서 며칠 밤을 그 생각
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어요 아랫도리가 벗겨진 젊은것들이 변
기에 걸터앉아 그러는 것을 보고 나니까 괜히 이상해지는 거 있죠
정말 실감나더라고요 앳된 대학생같이 생긴 여자애가 그러는 것을
보니까 괜히 마음이 설레이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걸 알았을까 싶
을 정도더라고요 그런 거 본 적 있어요혹시
아노 지금 처음 들었어요
아마 봤으면 굉장했을 겁니다 그것처럼 짜릿한 건 없었으니까
요 위에서 내가 내려다보는 줄도 모르고 둘이 신나게 그러는 걸 봤
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실감나는가 아가씨가 봤다면 숨이 막혀
버렸을 겁니다 하하하
그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 주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자
신의 과거라도 들추듯이 말을 하고 있는 그를 쳐다보기가 민망스러
웠다
남녀 사이란 그렇게도 그런 장소에서까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리라는 것을 토르는 건 아니다 어쩌면 주리 자신도 그런 일을
충분히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남자가 원하고 자신의 기분이 그러하면 그런 장소가 아니라 그
어떤 장소에서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장면을 봤다는 이 남자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주
리는 한층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성적인 것은 듣고 보는 것 그리
고 만져지는 것으로 인해 한층 더 흥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남자의 말대로라면 머릿속으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이었다 젊은 남녀 학생이 변기에 걸터앉아 즉석에서 섹스를
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요즘 젊은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주리 자신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였다
小런 데선 길어봐야 약 이삼 분밖에 못 하잖아요 그 이상 하기
는 힘들죠
주리가 궁금한 듯이 물어보자 그는 싱긋 웃으면서 바로 받았다
匕야 그렇죠 그렇게 젊은 친구들이 오래하겠습니까7그냥 넣었
다는 감촉만으로도 짜릿한 감정을 느끼겠죠 몇 번 정도 움직이다
가 금방 싸버리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을 겁니다 남자는 일
단 사정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거든요
心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예요 일단은 기분이 좋기는 하죠 남자
가 자신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서 사정을 했구나 하고 생각하면 말
이죠 매번 그렇게 빨리 사정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여자도 곧 싫증
을 내겠지만 말이에요
心렴 스릴 때문에 그러는 건가 맞아요
小賣죠 어떤 가수의 노래 가사에도 그런 게 나와 있잖아요 엘
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도 섹스를 할
누 있을 거라고 말이에요 일층과 이층 사이가 불과 이삼 초밖에 안
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섹스를 할 수 있다고 노랠 지어 부르는 판
인데 그런 화장실에서야 넉넉한 시간이 있는데 충분히 가능한 일
이죠 그런데 남자들이 문제예요
뭐가 말입니까
그가 물었다
남자들은 여자가 미처 만족하기도 전에 사정해 버리잖아요 그
러니까 여자들이 거기에 맞춰 흥분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안 그래

주리가 빤히 쳐다보자 그는 얼른 시선을 돌려 창 밖을 향했다
팬히 그러는 것처럼 그늘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계속 창 밖만 내다보고 있는 그에게 말을 붙이기는 좀 무리였다
주리는 묵묵히 운전에만 신경을 썼다
어느새 평창동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길
옆으로 작은 호텔들이 보였다 마치 숲속에 가려진 듯이 서 있는 호
텔들이 숲속의 조그만 방처럼 아늑하게 보여졌다
어디에 차를 세울까요
주리가 속력을 떨어뜨리며 묻자
응 아 네 저기 저쯤에다 차를 세우죠 저기가 좋겠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바로 올림프스 호텔이었다 작은
궁전처럼 지어진 아담한 호텔이 눈에 띄었다
주리는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기다가 택시를 세우라는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주리가 머뭇거리며 천천히 차를 그쪽으로 몰아갔다 그렇지만 내
키지 않는 걸음인 것처럼 계속 그를 쳐다보자
어때요 저런 곳의 커피습도 좋아요 저기서 식사를 할 수도 있
고 식사가 잘 나와요
그가 설명이라도 하듯이 말을 덧붙였다
주리는 할 수 없었다
천천히 차를 몰아 주차장에다 파킹을 시켰다 그가 얼른 내려서
는 주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마치 다정한 연인인 것처럼 굴
었다
저쪽으로 가요
그가 차문을 닫아 주었다
주리는 그를 따라 로비로 들어갔다 커피숍에는 얕은
어와 실내 분위기가 따스한 봄날처렁 아늑하게 느껴졌다
햇빛이 들
군데군데 남녀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광경이 무척 다정스러
워 보이기는 했지만 주리의 눈엔 전부 다 불륜의 현장을 보는 것만
같았다
뭘로 하실까요
웨이터가 다가와 물었다 그가 얼른 주리한테로 시선을 주었다
그럼 나도 커피로 하지
그가 따라 말하자 웨이터가 주문을 받아 사라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의미 없이 웃었다
패 웃으세요7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이상해서 머뭇거렸
그럼 아가씬 왜 절보고 웃는 겁니까 처음엔
주리는 부정했다
아닙니다 제 눈에는 분명히
마지못해 따라온 걸로 압니다
런 데 들어오는 게 겁나세요7
그는 주리의 마음을 예리하게
거부봐 표시가 똑똑히 보였습니다
일단 와 보니까 그렇지 않죠 왜 ol
베뚫는 무엇이 있는 듯한 남자였
이야기로 화
다 주리가 난처한 얼굴빛을 드러내자 그가 얼른 다른
제를 돌렸닷
즉씁可라는 게 그렇습니다 이런 데 와야 할 때가 있고
갇이 술을 u꼰 쳐갔 있는 겉니다 그리고 집에 못 들어갈 때도 간
혹 있고요 남자들의 세계라는 것이 그렇잖습니까
결혼은 하셨어요
주리가 묻는 말이었다
주리의 말에 그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풀어냈다 그가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어때요결혼한 것 같습니까 안 한 것 같습니까7
그가 오히려 되물었다
주리는 입을 벌린 채로 그를 쳐다봤다
왜요내가 너무 이상한 질문을 했습니까7당연히 결혼했을 나이
라서 그럽니까
勺 했죠7
아닙니다 틀렸습니다
그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주리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결혼이란 게 뭐 대숩니까 요즘은 남자 하나 살아가기도 벅찬데
둘씩이나 어떻게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살아갑니까 그냥 혼
자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독신주의자세요아니면 내가 앞에 있으니까 일부러 그러는 거
예요
그러면서 주리가 활짝 웃어 보이자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
었다
아닙니다 능력이 없어서 그럽니다 그래서 차라리 혼자 사는 겁
니다 그게 더 편해요
그럼 바람등이시군요 가끔 필요할 때 이렇게 여자를 만나서 바
람이나 피우는 그런 남자시군요
이제 주리도 어느덧 농담에 가까운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
의 말에 그가 자꾸만 웃어댔다
小것도 틀리는 얘깁니다 난 내 능력을 압니다 혼자라는 게 제
능력의 전붑니다
小것도 능력일 수 있어요
주리가 말한 능력이라는 것과 그가 말한 능력이라는 것에는 엄연
한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 줄은 몰랐
던 것이다
그건 차츰 알게 될 겁니다 내 능력에 대해서는
그가 얼버무리는 데에는 할 수 없었다
주리는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더이상 그 문제로 대화
를 질질 끌 순 없었다
아가씨는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다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어떤 걸요
주리가 커피를 홀짝이면서 물었다
그가 다소 당황하는 듯하다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말했다
무엇이든지요
그의 말에 주리는 한참 웃기만 했다 대체 이 남자가 무슨 말을
거내려고 그러는 걸까 하고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해보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말할게요
그럼 아가비는 남자 경험이 많은 편입니까 어떻습니까
그런 걸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주리는 그를 쳐다봤다 그의 얼굴이 꽤나 진지하게 굳어 있었다
그도 역시 긴장되는 질문을 던진 것 같아선지 스스로 침묵하고
요즘
함을 느끼는 거죠
그가 다시 한숨을 내뱉어냈다
그럼 이흔한 거예요
아닙니다 여자가 먼저 이혼하자고 그러는데 어떤 남자가 그 말
을 받아들이겠습너까 많이 다퉜죠 그러면서 몇 달이 지나고 잊을
만 하면 또 싸움이 시작되고 하다가 그 여자가 조금씩 변해 갔어요
예전처럼 나한테 조르지를 않는 겁니다 나는 그때 그 문제에 대해
서 이 여자가 스스로 체념했거나 그당시 취미교실에 나가서 배우
는 것을 통해 잊어버린 줄 알았지요
그의 얼굴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결국 어떤 남자를 안 거예요 나중에 알고 나서 한번 되게 손찌
검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날 나가서 가출을 해버린 겁니다
가끔 전화를 해서 이흔을 해달라는 말을 하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극심한 노이로제에 걸리고 맙니다 결국 술로써 나를 달래느
라 몸이 엉망이 되어 버린 거죠
주리는 잠자코 있었다 벌써 차는 김포 쪽으로 접어들어 넓은 도
로를 달리고 있었다
길 양편으로 넓게 펼쳐진 논들이 칠흑처럼 검게 보였다 아직 벼
를 베지 않았는지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난 벼들이 누렇게 일렁이
고 있었다
좀 쉬었다 가도 되죠
있었다
주리가 얼른 입을 열지 않고 있자 다소 긴장된 듯한 그였다 그
도 역시 목이 마른지 커피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갔다
止게 그렇게 알고 싶으세요7그건 왜죠제가 젊은 아가씨라는
것 때문에 그래요
주리가 묻자
小럴 수도 있죠 전 그런 것에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저엉 불편
하시다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그냥 아가치 같은 나이
에 얼마나 자유분방한가에 대해 궁금할 뿐입니다
그가 설명조로 말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해 드릴게요 그러면 됐죠
小豆까
두 사람은 다시 커피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서로 마주보며 커피를 마시는 동안 그는 주리를 유심히 쳐다봤
다 주리는 굳이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굉장히 발랄한 것 같습니다 택시는 얼마나 운전했습니까
헐마 안 돼요 그냥 경험삼아 해보는 일인걸요 뭐 남자분
들은 대개 그런 질문을 하더라 댁도 예외는 아니네요
아 그렇습니까 람자들은 대개 그렇죠 너무 예쁜 아가씨가 택
시를 운전하고 있으니까 궁금한 게 많았을 거예요 저도 역시 그런
걸9 뭐
그 다음 질문은 뭐죠7
주리가 다음 질문을 물었다
택시를 하기 전엔 뭘 했죠
그가 물었다
小것도 역시 남자들이 똑같이 물었던 질문이에요 학생이었어
요 지금은 휴학중이구요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아니예
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 사회 경험을 쌓고 싶어서 핸들을 잡은
거예요 그럼 됐나요
그는 다시 커피잔을 집어들었다 그가 몇 모금 커피를 마시는 것
을 지켜보고 있다가 물었다
그 다음온걸
어느 대학입니까 저도 대학과는 연관이 있어서
강의 나가세요
그런 셈이죠 시시한 대학이니까 내가 맡고 있는 과목은 국문학
입니다 아가비는
小賣다면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대학도 학과도 말예요 혹시
어디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은
없겠죠
그러면서 주리가 웃어 보였다
그럼 시시한 대학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勺1
주리는 짧게 대답했다
재 휴학을 했죠 그냥 다니면서 얼마든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小건 제 사정이죠 입학할 때의 학과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
았고 차츰 대학에 대한 매력을 잃었어요 졸업을 하고 나와 봐야
별볼일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언젠가는 복학할 거예
요 우리 사회란 능력보다는 간판을 더 요구하잖아요 그래서 실망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얼른 학교로 돌아가진 않을 거예요 좀더 아
르바이트를 하다가 저엉 싫증이 나면 그때 가서 복학할 생각이에

공부는 때를 놓치고 나면 다시 하기가 힘들어지죠 등록금 때문
이라면 굳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세상의 때가 묻긴 쉬
워도 그걸 씻어내려면 한참동안의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요 아가씬
벌써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알아 버린 것 같아요
그가 마치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주리는 잠자코 듣고 있기만 했다 마치 대학교 선생이 타이르
는 것처럼 들렸다
우리 사회란 너무 성적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어때
요 택시를 하다 보면 그런 걸 많이 느끼지요
그가 친절하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느덧 친근감이 묻어나왔다 처음과 달리 점점
친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心래요 택시를 타는 남녀들을 보면 마치 세상이 내일이라도 곧
종말이 오고야 말 것처럼 여겨져요 오로지 섹스에만 미쳐 돌아가
는 것처럼 보여지거든요 잠깐 동안에 서로 눈이 맞아 여관이나 모
텔로 직행하는 걸 보면 마치도 초스피드 시대 같다는 생각이 들어
公事죠 나도 그걸 느낍니다 성적인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려고
해도 나 혼자 그러는 것 같아 그것도 부끄러운 일이 되고 말죠 그
럴 바엔 나도 차라리 그런 쪽에서 과감히 살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곤 하죠 아가씨는 남자 경험이 많은 것처럼 느껴져요
그가 다시 그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하긴 그래요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죠 그리고 적다고도 할 순
없을 거예요 내 나이에 비해서 말예요
그가 쳐다봤다
주리는 그 말을 해놓고서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 이미 자신
은 자신에 관한 모든 걸 숨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한번 본 남자 앞에서 이런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을 수 있
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히려 흘가분했다
이제 저도 할말은 다 할 수 있어요 나이는 상관하지 마세요
주리의 주문에 그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담뱃갑을 꺼내 주리한테로 내밀었다
담배 퍼을 줄 아십니까7
그러면서 주리는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도 역시 담
배를 꺼내 퍼우는 것이었다
그는 말이 없었다 한참동안 담배만 피워대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같이 올라갈 수 있습니까
어딜요
주리가 놀라면서 되물었다
그가 다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주리는 커피숍 뒤쪽으로 난 통로를 바라보았다
커피를 마시던 커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그쪽으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그들은 아무런 스스럼없이 그 쪽문을 통해 위층으로 을
라가고 있는 것이다
주리는 위층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알고 있었다
젊은 남녀들이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러는 욕망을 맘껏 불태우는
곳이라는 것을
그랬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그들은 잠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에 곧바로
위층에 있는 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순리인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들이었다
별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믿어도 됩니다
그가 다시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말했다
어떻게요
주리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가 잠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小냥 잠시 있다가 내려오면 안 될까요
그는 그 말을 하기가 몹시도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말을 하는 동
안에 침을 삼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주리는 그 말을 듣자 우습기도 하고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을 느
낄 수 있었다
小래요 잠시만요
주리가 끌말은 그것뿐이었다 비록 늦게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그
말밖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안심하십시오
그가 먼저 일어났다 그러고는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서 미리 계
산을 치렀다
주리가 카운터 옆을 지나 뒤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그가 따라왔다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서 그런 말을 꺼냈습니다
그는 마치 용서라도 구하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는 주
리의 옆을 앞질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위층 카운터에서 그가 계산을 하고 키를 받는 동안 주리는 멀찌
감치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몸을 돌렸을 때 그를 뒤따라
걸어갔다
복도에는 대낮인데도 조명이 낮은 전구알이 드문드문 천장에 붙
어 있었다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복도를 걸어 기역자로 꺾어진 룸
으로 들어갔다
주리는 방 안에 들어서자 곧 소파로 가서 앉았다
말끔히 정돈된 방 안은 창문 쪽에 더블 베드가 놓여 있었고 소파
사이엔 유리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티슈 케이스가 놓여져 있는 것만 봐도 기분이 이
상해졌다 누군가 뽑아서 쓴 흔적이 있는 것이 더욱 그러했다
주리는 방 안을 휘이 둘러보다가 다리를 꼬며 의자 뒤로 몸을 기
댔다
랒선 것 같으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주리는 전혀 낯설지 않은 곳에서의 이런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게 느껴졌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져온 연
인처럼 아무런 부담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가치 정도면 내가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주리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그는 다시 주리를 쳐
다보며 말했다
사실 저는 혼잡니다 독신이거든요
주리는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조금 어색해 하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왜나 숫기가 없어 보였다
남자란 예쁜 여자 앞에선 더러 그러는 법이었다 그도 역시 그러
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리는 그의 입을 쳐다보았다 굳게 다물어졌다가 말을 할 때마
다 입이 열려졌다
아가치 같은 여자와 관계를 가져보고 싶습니다
그가 진실되게 말을 했다
진지한 그의 표정이 마치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졌다 그는 두 손을 맞잡아 쥐고선 무릎 사이에 끼우고 있었다
그래요 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였던가요 후훗 우습네
주리가 웃고 있자 그는 약간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七게 아닙니다 남녀란 가능성만 있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가능성을 봤다는 거죠 안 됩니까
그가 애원하는 조로 나왔다
남자의 애원이란 정말 여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문제일 수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그런 표정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따라 들어왔는데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여자는 다 남자하기 나름일 거예요 저를 그렇게 갖고 싶으세

그가 손가락을 풀며 말했다
먼저 h띨나 하고 나오세요 전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러면서 주리는 등받이에 더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가 애절한 눈빛으로 주리를 쳐다보다가 일어나서 옷을 벗기 시
작했다 그러고는 팬티만 걸친 채로 욕실로 들어갔다
푸훗1
주리는 마악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다가 그가 욕실로
들어가고 난 다음에서야 터져나왔다
욕실에서 굵은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물소리는
마치 갈급한 대지를 흠뻑 적시며 떨어지는 텟방울소리 같았다
주리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앞에 놓인 주스 잔을 들어 입가로 가
져갔다 그러면서 남자의 알몸을 그려보았다
이누칠을 하고 있을 남자의 알몸은 어떤 모습일까
주리는 그런 상상을 하며 시원한 주스를 들이마셨다 차가운 기
운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목 안이 짜릿했다
그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을 것인가 그게 궁금해졌다 대개 남자
들은 일률적이었다 그저 형식적인 애무를 하고는 후딱 결합부터
서두르는 편이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는 마치 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피스톤운
동에서만 숭부를 걸려고 그랬다 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가 섹스
란 그렇게 무모하리만치 피스톤운동으로서만 승부가 나는 것이 아
니라 감미로운 분위기에서 여자들이 사로잡힌다는 것을 모르는 것
이었다
주리는 이제 섹스에 대해 환멸을 느낄 때도 있었다 천편일률적
으로 왕복운동에만 의존하는 남성들의 섹스 패턴에 대해 싫증이 돋
아나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잘못된 섹스에서는 비듬 괍은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차마 말할 순 없었지만 내심으론 별다른 감홍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냥 그저 육체적인 결합을 했다는 만족감밖엔
더이상 없었다
주리는 그의 물소리를 들으며 스커트 밑으로 손을 가져갔다 부
드러운 감촉을 지닌 그곳은 아직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달아오를 것처럼 엷어져 있었다
주스를 마시며 미리 자신을 점검해 보는 그녀였다
그녀는 서서히 달아올랐다 욕실 쪽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선 아
직도 요란한 물소리만 들려나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보면서 주리는 금방이라도 성
욕이 솟구칠 것만 같은 충동을 느꼈다
어 시원해 옷벗고 들어가지
그가 소파에 앉았다 알몸의 그가 머리카락을 털며 고개를 숙였
을 때 그의 몸 중간에 있는 남성이 불끈거리며 서 있는 게 보였다
그의 몸에서는 비누내음이 물씬 풍겨나왔다
주리는 일어나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
에서 뒤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했을 때 그의 눈길이 앙팡진 히프
에 와 꽃히는 걸 느꼈다
헛있군 그래 너무 멋져
그는 마치 신음소리처럼 낮게 중얼거렸다
보지 마세요 부끄러워요
주리가 그렇게 말하자
아로눈 앞에서 벗고 있는데 안볼수 있나 여긴 아무도 없어
신경쓰지 말고 벗어 너무 예쁜걸 뭐
그는 마치 거미처럼 주리의 알몸을 샅샅이 훌어보고 있었다
핵주나 마시세요 그럼 시원할 거예요
그럴까
그가 냉장고의 캔을 쩌내러 가는 동안 주리는 옷을 벗고는 욕실
로 들어갔다
방긍 그가 샤일를 하느라 흘린 물기로 인해 타일벽이 흠뻑 젖어
있는 게 보였다 온통 비누내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리는 샤워 꼭지를 틀어 물을 맞고 서 있었다
머리에서부터 홀러내린 물줄기는 가슴을 적시며 아래쪽으로 흘러
내려갔다 숲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시원한 물을 맞자 온몸의 세포들이 새로이 태어나는 것처럼 기
분이 상쾌해졌다 주리는 계속 물을 맞고 서 있었다 아직은 비누칠
을 할 마음이 아니었다
섹스를 하기 전의 의식인 것처럼 몸을 썬는 건 아니었다 만일 그
런 기분이라면 주리는 몸을 씻지 않았을 것이다 섹스를 하기 위해
서 그러는 것보다는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어서 샤워를 하는 것이
라고 생각했다
섹스를 할 때의 짜릿한 강흥을 얻기 위해선 정신부터 맑아야 했
다 그리고 하룻동안의 끈적거림이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서 우선
은 싫었던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비누의 미끌거리는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두 번씩이나 비누칠을 했는지 모른다 맑은 물로 헹궈내고 나니 한
결 가뿐한 기분이었다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는 타월로 몸을 가렸다 밖으로 나오니 그
가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L 앉아요
그는 주리의 알몸을 쳐다보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
주리가 그 앞에 앉자
정말 예쁘군 너무 예쁜 거 같아
그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보니까 그렇겠죠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잘 빠졌는데요
벌써 취하시는 것 아녜요
주리가 생글거리며 웃자
아냐 난 안 취했어 이제 시작인 걸 뭐
그가 이제 마악 캔 하나를 비웠다는 뜻으로 캔을 들어 보였다
힐 그렇게 가릴 필요가 있나 벗지
그가 주문을 했다 그러면서 그가 캔을 내밀었다 주리는 캔을 받
아 쥐면서 타월을 풀어내렸다 뱀허물처럼 스르륵 벗겨져 내린 타
월 속에서 하얀 알몸이 드러났다
그가 눈이 부신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마치 혼자 전율을 느끼듯이 목을 움츠리면서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본 적은 없었다 아랫배에 군살이 하나
도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몸매였다 그리고 잘록한 허리 밑의 두
다리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곳에 계곡과 숲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

가지런한 다리 사이로 깊게 드러난 계곡이었다
그는 스스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가끔 강의실에서 여대생들의 발랄한 미니스커트를 보면서 충동을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강렬한 성충동을 느끼긴 처음이었다 여
체는 역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도 일어서지 않고 있었다
사랑에는 역시 눈으로 보는 쾌감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
었다 처음엔 얼굴이겠지만 그 다음에는 여자의 벗은 몸매였다 얼
굴과 몸매가 완벽하다면 그야말로 절세미인 축에 드는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침을 넘겼다
죽리의 손을 거머쥔 그의 손이 약간 떨렸다
주리는 그가 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내색
은 하지 않았다
묵묵히 맥주를 마실 뿐이었다
학생이라면서 그런데도 하나도 안 부끄러워
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자신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리며 붉
어졌다
지금은 휴학중이에요 아직은 학생이 아니죠 복학을 안 했으니
까 후후
그녀는 학생이라는 말에 다소 불쾌해졌다
그렇지만 내가 이러고 있는 데도 하나도 겁나지 않아 만
일 강간이라도 하면 어쨀려고
이번에도 역시 그의 목소리는 떨려나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주리의 손을 붙잡은 채로 탐색전을 펼치고 있을 뿐이었다
겁요 하나도 겁나지 않아요 강사라면서요
강사라도 그렇지 강사라고 해서 전부 다 겁이 안 난다는 건가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게 남잔데도
그런 건 말씀하지 마세요
주리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김 대리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를 생
각하기만해도치가떨렸다 이렇게 섹스에 물들게 한게 바로그
였다
주리는 섹스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런 섹스를 즐기려는 남자들
이 미웠다 강간으로라도 여자를 정복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을 경멸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서로 마음이 통해 이렇게 몸과 마음을 주기는 쉬운 일이
었다 마음이 없는 섹스란 바로 폭력일 수 있었다 연약한 여자를
강압적으로 정복하려는 남자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손에서 점점 자극이 왔다
그는 주리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한 손으로는 주리의 허리를 둘
러 지그시 끌어안았다 알몸과 알몸의 밀착이 감미롭게 느껴졌다
주리는 눈을 감고서 나른한 쾌감을 느꼈다 그의 입술이 다가왔

주리가 조금 입을 벌리자 그는 그 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혀
와 혀가 서로 엉기면서 서로를 애무했다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물결이 한꺼번에 일어났다간 스러지곤
했다 점점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마저 가파르게 띨었다 그녀를 껴
안은 그의 팔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이제 주리의 아래쪽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여자의 몸이란 정말 신비한 악기였다 남자의 조율에 따라서 섬
세해지기도 하고 여러가지 빛깔의 음색을 띠는 것이다 때로는 부
드럽게 때론 감미롭게 색소폰소리보다도 더 애틋한 감정으로 흐느
끼기도 하는 것이었다
왜 이러지
주리는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의 손에 의해 침몰하는 자신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침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손으로 어루만질 때마다 감정의 土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황흘함이었다 소리의 진폭만큼이나 떨려오는 감정의 흐느낌
소리를 들었다
주리는 자친도 모르게 온몸을 비틀었다
스스로를 억제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침몰하면서
느껴지는 황흘함은 그녀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土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그 말밖엔 더이상 할 수 없었다 비록 눈은 감았지만 그의
손놀림이 다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목 안 깊숙이 심한 갈증이 일어났다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왔으므로 입 안에 고인 침으로 입술을 축여
냈다
가장 애틋할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일 것이다
사랑의 밀도가 가장 깊어졌을 때 그가 선선히 다가오지 않는다
는 것도 죄악일 것이었다 그만큼 참기 힘든 순간이기도 했다 그건
본능에 대한 죄악임이 분명했다
그는 끝까지 서두르지 않았다
그것이 이상했다
주리는 참다 못해 그의 것을 만져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그는 일
어서지 않고 있었다
왜 이래요
주리는 목이 마른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
으응 그건
그는 주리의 입술을 막으며 포개왔다
주리가 고개를 흔들며 빠져나왔다
왜 그러냐고요 안 서요
주리가 다시 그의 난섯은 oFd ~ oFr~
주리가 생각하기에도 화가 날 만했다 한편으론 서글프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기껏 기대를 하고 만져본 것
이 여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쳐들었다가 멀뚱하니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곤 이
내 고개를 푹 꺾었다
r
주리는 그가 왜 그러는지를 아직 몰랐다
그는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쁜 숨을 쉬는지 주리의 가슴
에 그대로 다 느껴져 왔다
왜 그래요 뭐하자는 거예요
주리의 목소리엔 약간의 노기마저 숨어 있었다
띠안해 잘 안 돼
그는 다시 주리의 입술을 찾았다 그러나 주리는 입술을 허락하
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옆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는 말없이 주리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왜 이러는 거예요
이안하다고 했잖아 자꾸 그러지 마
주리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小만해요 일어서지도 않잖아요
그가 머뭇거리며 일어섰다 주리의 몸에서 떨어진 그의 남성은
한마디로 볼품 없는 패잔병 같아 보였다
이런 남자도 있구나
주리는 갑자기 남자들의 고민거리인 임포텐츠라는 게 생각났다
제 의지대로 일어서지 않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기사를 어디선
가 본 적이 있는 듯했다
술과 과로로 찌들어 버린 남자들에게서 그러한 현상들이 많이 일
어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들은 왜 그런 현상들이 일어날까
여자들한테는 없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여자들한테는 불감증이라
는 게 있어서 그게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남자들은 임포텐츠라는
것 때문에 관계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주리는 그의 시든 남성을 바라보며 저절로 웃음이 튀어나오려고
그랬다
전혀 안 서요

왜 그러는 거예요 이유가 있을 거 아녜요
주리가 답답한 표정으로 묻자 그는 약간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어 언제부터인가도 모르겠고 난 일어설
줄로만 알았어
그의 말은 마치 변명인 것처림 들렸다
안 일어서는데 어떻게 설 거라고 생각해요
아깐 그랬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강한 욕망 같
은 것이 움찔거리더라고 근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그게 잘
안 돼 나도 모르겠어
匕런 건 다심리적인 문제 아니예요나는 할수 있다 라는자
신감만 가지면 가능한 일 아니냐구요 그렇게 해봤어요7
주리가 사뭇 심각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小賣게 생각해 보기도 했었지 물론 심리적인 문제가 크겠지 그
렇지만 꼭 한 가지 문제만으로 이러는 게 아리라는 걸 알았어 정신
과 의사는 순전히 심리적인 영향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또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아
7
주리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동안에도 일어서기를
바랄 뿐이었다 주리는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다
리가 조금 벌어졌다 그가 그곳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야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뿐이라면 고치
는 건 쉽겠지 그러나 그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냐 나도 노력할만큼
은 다 해봤는 걸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止럼 영원히 일어서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그럴 수도 있는 거예
요 만일 그렇다면 결혼 같은 건 어떻게 해요7
주리의 질문에 그가 더욱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小건 나도 모르겠어 이대로 간다면 아마 못 할지도
모르겠지
그는 더듬거렸다 고뇌에 찬 목소리였다
주리는 더욱 다리를 벌렸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다 보이도록 일부
러 그랬다
그를 위해서 좀더 고혹적인 포즈를 취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가 일어서기라도 했으면 싶었다
그는 이마에 손을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철저하게 망
가지고 있는 한 남자의 고뇌를 보는 것만 같았다
주리는 자신의 알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제가 애무해보면 어때요 그래도 안 될 것 같아요7
7
그가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한일 그렇게라도 해서 서면 되겠죠
주리의 말에 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 그의 몸에 입을 갖다댔다 조심스
럽게 혀 끝으로 할아나갔다 그의 온몸을 그리고 그의 중요한 부분
을 샅샅이 정성들여 애무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리는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가능성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이미
시들대로 시든 그것은 일어설 줄을 몰랐다
주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하던 동작을 멈췄다
그 정도의 애무라면 누구든지 일어설 만도 했다 제아무리 고자
라도 주리 같은 여자가 입으로 애무를 했다면 벌떡 일어설 것이었
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그대로였다
주리는 아직까지 침이 그대로 묻어 있는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한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에 이런 곳에 들어온 거라면 그를 일으켜 세워서 멋진 섹스
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왜 이래요 전에 다친 적 있어요
주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 잘은 게 배어 있었다 아마 힘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小런 건 없어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으니까 나 혼자서 고민
도 많이 해봤어 그리고 수없이 치료도 받아봤고 그런데도 가능성
이 보이질 않는 걸 의사들이 그래 임포텐츠라고 나중엔 의사들도
포기를 하더군
그의 말에는 더이상의 부끄러움 같은 건 없었다 차라리 주리한
테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혀 기분이 안 나요 내가 그러는 데도
느낌은 좀 있어 그런데도 그게 안 서 나도 미치겠어
주리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후우 하고 한숨이 의어
나왔다
어떻게 이릴 수가 있는가
그를 쳐다보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겉은 멀정하게 생
겼어도 속 빈 강정이었다
I고
세상에
주리는 절로 그 말이 튀어나오려고 그랬다
小럼 사정도 안 해요
아니지 발기는 안 돼도 사정은 해 그럴 때가 있어
주리는 또 한번 새로운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할기도 안 되는데 사정이 돼요 관계 자체가 안 되는데도오
주리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팍 찼을 때 그럴 때는 서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사정은 돼 영원
히 사정을 안 했다는 건 아니지 그런 얘기는 이제 그만 하지
그의 요구는 절실한 것이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점
점 집요하게 괘묻는 주리에게 두려운 눈빛을 보냈다 주리는 남자
의 그런 눈빛이 더욱 안쓰러웠다
그는 끝내 일어서진 않았다 다만 그의 님썽에서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주리는 얼른 티슈를 뽐아 그에게 갖다댔다

그는 황홀한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모든 게 끝난 것이다 주리는
남자의 사정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씁쓸한 비애 같은
걸 느꼈다
그가 뒷처리를 하느라 티슈를 뽑는 게 보였다 주리는 그저 그가
하는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가 다 닦고 나자
비로소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는 말 없이 눈을 감았다
결혼 같은 건 안 해봤어요한번도
주리가 물었다
그는 눈을 뜨지 않은 채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했어 못 한 거지 이런 걸 가지고 어떻게 해 그건 여자에
대한 죄스러움일 따름이야 만일 여자를 속인다면 할 수는 있었겠
지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
그의 목소리에서는 아픔의 흔적이 묻어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랑 같이 자봤어요
자긴 잤지
그가 웅얼거렸다
小런데도 한번도 안 됐어요
L응 그냥 돈만 주고 나왔어 미안하다고 그랬어
돈으로 여자를 公군요 그렇죠
그는 말이 없었다
公런데 사정은 하네요 난 그것도 못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왜
그렇죠
주리가 물었다
小건 사정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일어서지를 못할 뿐이라는 거
야 의사가 그랬어 그래서 아가씨를 보자 일어설 것만 같은 생각
이 들어서 내가 그런 건지도 몰라 미안괘 정말 미안해
그가 다시 사과를 해왔다
띠안해 할 건 없어요 난 이런 경우는 처음 봤어요 대개 남자들
은 여자가 애무를 하면 금방 일어서는 걸로 알았는데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저 갈게요
그녀가 마악 일어서려는데 그도 같이 따라 일어섰다 그는 얼른
바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수표 두 장을 내밀었다
이런 거 필요없어요
주리가 딱 잘라 뒤돌아섰다
몇 발자국 움직였을 때 그가 얼른 따라와 주리의 손에 수표를 쥐
어 주었다
받아 내가 미안하니깐 아까번에 요금이라고 그랬잖아
그가 사정을 하듯 수표를 맡겼다
그러나 주리는 다시 그의 손에 수표를 건네 주면서 얼른 뛰쳐나
왔다
랬어요 전 이만 가볼게요 천천히 나오세요
주리가 문 밖으로 나을 때까지도 그는 벌거벗은 몸으로 수표를
건네 주려 했으나 더이상 따라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기만
주리가 복도끝에서 뒤돌아보니 그가 아직 그 자리에 반쯤 문을
열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얼른 계단을
내려갔다
주리는 밖으로 나와 택시에 올라타고는 얼른 룸미러를 통해 얼굴
을 봤다 다소 상기된 듯한 얼굴이 거기 있었다 눈빛이 조금 충혈
되어 있얼다
주리는 웃음이 나오려고 그랬다 괜히 헛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걸
참으면서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택시를 몰아 시내로 내달렸다
카세트에서는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 발랄하게 흘러나오고 있
었다 주리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다
주리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멀리 강화도쯤이나 가서 차를 세워
두고선 하루종일 빈등거리다가 되돌아오고 싶었다
숲을 찾는다는 건 얼마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가
그녀는 시내 쪽으로 달리던 차를 돌려 입도로로 진입하여 강화도
를 향해 달렸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결이 싱그럽게 느껴졌다 김포쯤에 이르
러서는 넓은 들판이 나타났다 푸른 들판을 배경삼아 시속 1X킬로
로 달리는 기분이란 비록 그와 정상적인 관계를 갖지 못했다고 하
더라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 흥겨운 드라이브였다
강화츱을 지나 외포리로 들어갔다
군데군데 길가에 서 있는 모텔들을 지나면서 빈 공터에 서 있는
차들이 하나도 부럽지가 않았다 그들은 전부 대낮의 섹스를 위해
잠깐 쉬어가는 나그네일 뿐이라고 생각되어졌다
외포리를 지나자 바로 막다른 곳인 조그만 포구가 나타났다 가
끔 주리는 기분이 우울할 때면 찾곤 하던 곳이었다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다 바로 그러한 점이 그녀
로 하여금 그곳을 찾게 하는 매력이랄 수 있었다
외딴 곳이지만 모텔이 하나 있었다 그 일층에 있는 커피룝엘 들
를까 생각하다가 그녀는 차를 몰아 포구 가까이 내려갔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하염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는
늘상 새로운 것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어떤 미지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주리는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을 했던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이렇게 외딴 곳에 와서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돌아가는 것이 기분좋았던 것이다
그녀는 마악 침몰하는 석양에 물들며 오래도록 그곳에 서 있었


O料진
주유소의 꽃들
이 서울에서의 생활이란 너무 복잡했다
도심을 홀러다니는 차들의 흥수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결
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운전을 하고 나면 그야말로 하얀
옷이 매연에 그을려 목덜미께가 검어지는 건 다반사였다
주리는 더이상 대성운수에 다니고픈 마음이 없었다 사표를 던
지고 나니 그야말로 속이 후련했다
밤낮으로 모여앉아 고스톱을 치거나 포커를 해서 돈을 잃어버리
는 기사들이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그나마 겨우 장만했던 집까
지 날리는 기사들도 있었다
맨날 모여앉기만 하면 여자 이야기 섹스 이야기로 시작해서 또
주유소왹 꽃들
여자 이야기 섹스 이야기로 끝을 맺는 그들의 삶이 진절머리나도
록 싫었다
주리를 앞에 두고선 들으란 듯이 지껄여대는 통에 처음엔 그래도
참을 만했지만 그것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밤낮으로 그러는 것에
진저리가 다 났다
이참에 주리는 회사에다 사표를 던지고는 밖으로 나왔다 더이상
있을 곳이 못 되었던 것이다
경험을 얻기 위한 곳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주리는 이제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생겨
났다
하루종일 운전을 하면서 나름대로 운전을 익힐 수 있었고 또한
서을 시내 지리도 환하게 익힐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
다 택시를 타는 남녀들의 불륜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한 직장이었다
지금 서울은 불륜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
다 멀정한 주부가 그리고 겉으론 멀정해 보이는 남자들이 벌건 대
낮에도 모텔을 들락거리고 너무 쉽게 만나 사랑을 불태우다간 금
방 식어 버리는 냄비처럼 헤어지곤 했다
만나면 그들이 갈 곳은 딱 한 군데였다 바로 모텔이 그들의 편안
한 안식처였다
그들은 일단 모텔로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면죄부가 주어지는 듯
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모텔을 찾아들었다 그 역할을 담당한 것
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주리는 길을 걸으면서도 풀
썩 웃음이 새어나왔다
사랑은 강요에 의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그들께게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단지 주
리는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기만 했을 뿐이지만 불륜
에 가담한 공범자라는 찝찝한 느낌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는 없었

막상 운전을 그만두고 나니 한편으론 흘가분했고 다른 한편으로
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기도 핸다
이제 어쩐다
주리는 길을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파트로 곧장 들어가
기는 싫었다 모처럼만의 해방감 같은 것을 그냥 그대로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가긴 싫었던 것이다
주리는 시내로 들어가 서점에 들렀다가 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대학로로 가서 연극을 보기로 했다 모처럼만에 연극을 보는 것 같
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대학로에 들러 지나가는 젊은이들의 요란한 옷차림을 바라보면서
절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O탠진 유니섹스 모드를 보면서 주리는 지금
자신이 너무 시대에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
게 되었다
쌍쌍이 껴안다시피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들의 나이래봐야 겨우
대학생이거나 대학생 정도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기성세대들에게 항거라도 하듯이 대담한 포즈를 취하며 걷고 있었
다 걸어가면서 여자 파트너의 젖가슴께를 껴안듯이 손을 갖다 댄
남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마치 유행처럼 하나같이 술집에 나가는 여자애
들같이 배꼽티를 입었거나 팬티의 무의까지 내비칠 정도의 야한
럭바지를 입고 있어서 걸을 때마다 팬티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
곤 했다
하여튼 젊고 싱싱한 모습들이었다
주리는 연극을 소개하려고 밖으로 나와 있는 선전원들이 뿌리는
전단지를 모아 들고 걸었다 얼핏 보기엔 다 그럴 듯해 보이는 연극
들이었지만 하나만 골라야 했으므로 요즘 벗기는 연극이라고 혹평
하고 있는 춘자의 마지막 시도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으므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커피숍으
로 들어갔다
벌써 만원일 정도로 붐비는 커피숍에는 쌍쌍의 커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리는 창가로 가서 앉았다 이층에서 내려다뵈는 길 위로 사람
들이 분주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저렇게 바쁘게 걸어다닐까
사람들은 왜 공중에 떠서 등등 떠내려가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
일까
그런 생각을 하자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횡단
보도를 건너느라 바삐 걸어가고 있는 발걸음들이 그렇게 보여졌다
주리는 커피를 시뤄 놓고 한모금 마셨을까 그 다음부터는 길 위
를 오가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들을 내려다보느라 커피가 식는 줄도
몰랐다 가끔 목이 말라 갑갑해졌을 때쯤 커피잔을 들어 입술을 조
금 적셔냈을 뿐이었다
모두가 바쁜 듯했고 또 모두가 사랑에 겨워 행복한 모습들이었
다 서로 팔짱을 낀 채 정답게 걸어가고 있는 남녀들의 모습이란 언
제 보아도 싱싱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유부남과 유부녀의 불륜에 대해전 꼴불견처럼 여겨지는
건 주리 자신도 그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주리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자신의 배 위를 거쳐간 남자들의 얼
굴들을 하나하나씩 떠올렸다 그들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간 연기
처럼 사라지곤 했다
그들의 육체적인 몸짓까지도 다 기억났다 어떤 이는 이마에 땀
을 흘리면서까지 안달을 하는 듯했고 또 어떤 이는 해괴망측한 포
즈로 섹스 하기를 강요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모두 다 섹스에 미쳐 버린 사람들 같았다 주리의 미모에
반해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금방 사정을 끝내고서는 아쉬운 듯
이 쳐다보는 눈빛까지도 영영 잊을 수가 없었다
사내들이란 다 여자의 아름다움을 보고 음욕을 품는 존재에 지나
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리 자신 역시 스스로 그들 가까이 다
가가지 않았던가
주리는 가능하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해서 다 겪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번 터진 둑은 막을 길이 없듯이 그녀도 복학을 하기 전
까지는 최대한 많은 남자들과 섹스를 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
다 물론 그 남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가했다거나 그 외에 주리한테
서 돈을 빼앗으려는 불량한 양심의 남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즐기
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게 아니었다
매일 신문지상의 한쪽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는 사회란의 구석진
곳의 기사에는 불륜으로 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몸도 뺏고 돈까지
도 요구하는 협박범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
었다
자신의 육체적인 욕심을 채우고 나면 그 여자의 능력 안이든 능
력 밖이든 간에 자신이 필요한 돈을 긁어내려는 파렴치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여자의 몸과 돈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것이다
주리는 그게 두려웠던 것이지 섹스 그 자체를 두려워하진 않았
다 여자가 아무리 없는 척해도 남자가 쥐어짜면 얼만큼의 돈쯤이
야 카드를 긁어서라도 튀어나을 수 있다고 믿는 게 바로 여자의 돈
이었다
흔히 제비족들이 그러했다
여자에게 정을 듬뿍 쏟아붓고 환심을 산 후 천천히 본색을 드러
낼 때까지는 그 여자 자신도 그 남자의 속마음을 전연 모르는 것이

세상이란 그랬다
남의 것을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랄
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차츰 알 수 있었다
주리는 이미 세상의 처녀가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벌써 세상의
찌든 때를 뒤집어쓴 채 세상의 중심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스스로 원한 것이든 원하지 않은 것이든 그녀 자신이 몸으로 부
대끼면서 터득한 세상의 이치라고 할 수 있었다
주리는 렉타이를 매고 걷는 남자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았다 그
리고 그들의 밝은 얼굴이며 걸음걸이까지도 자세히 살폈다
겉으로 보기엔 멀정한 것 같으면서도 밤만 되면 돌변해 버리는
것이 바로 남자라는 늑대들이라고 생각되었다
늑대들은 겉으론 양의 얼굴을 하고 속으론 엉큼한 본심을 숨기
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적당한 먹이를 발견하게 되면 그들은 서서히 접근해서 여자
의 알맹이를 다 빼내 먹어 버리고는 곧바로 달아나 버리는 것이 바
로 늑대들의 습성이랄 수 있었다
주리가 배운 것이라곤 택시를 운전하면서 남자들의 표정과 직업
따위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것은 여자의 본능이랄 수 있었다 그러
므로써 불필요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는 자구책일 수도 있었다
주리는 시계를 봤다
연극이 시작되기 10분 전쯤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마시다가
만 커피잔을 그대로 둔 채 밖으로 나온 그녀는 횡단보도를 가로질
러 극장으로 향했다
연극은 처음부터 벗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資미한 조명 아래
서 여대생인 듯한 젊은 여자가 전라로 나오면서 연극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관객석을 가득 메운 것은 물론 남자들이었다 간혹 연인인 듯한
남녀가 들어와 앉아 있긴 했지만 그들을 빼고 나면 거의가 남자들
뿐이었다
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그들은 따가운 눈총을 무릅써가며 연극
표를 샀을 것이다
주리는 그들을 보자 야릇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까지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걸까
주리는 이때까지 남자들에게서 받은 것들에 대해 도리어 역공을
가하고 싶어졌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 자친부터 그러한 일에 뛰어든 셈이었다 그럴수록 남자에
대한 갈증이 커지긴 했지만 그건 어차피 겪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았다
연극은 초반부터 벗어젖히더니 종반에서도 역시 전라의 여주인공
이 스승인 교수를 유혹하여 섹스를 하고는 좋은 학점을 받아 졸업
후 결국 그 대학의 강사로 남게 된다는 줄거리였다
섹스란 마치 물건처럼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
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 결국 인간 세상에서는 성적인 것도 상품의 가치가 인정
되는 것이다
잘나고 예쁜 여자들은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는 만즘 그 값도 을
라가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남자들은 그런 예쁜 여자 주위로만 몰리게 되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미적인 시각이랄 수 있었다
늑대란 끝없이 먹이를 찾아 넓은 초지를 방황하듯이 남자란 빼
어난 미모를 가진 여자를 쫓아 하염없이 방황하는 것이라고 생각되
었다 인류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성의 역사란 바로 그런 것이
었다
주리는 연극을 보고 나오다가 무심코 길바닥에 버려진 생활정보
지를 주웠다가 우연히 펼쳐본 페이지에서 아르바이트 광고 구인란
을 보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급구
주유소 급유원 모집
시간당 충분한 보수 지급
이라고 쓰여 있는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충분한 보수라고 해봐야 그게 그것이겠지만 일단 주리는 내일부
터 집 안에서 틀어박혀 놀 일이 걱정이 되었던 참이었다
처음엔 그저 쉬고 싶을 만큼 놀고 싶었지만 막상 놀려고 생각하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내내 아르바이트 생각을
했다
주유소 급유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 주유소마
다 알록달록한 스커트를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채 자가용을 호객하
는 모습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匕렇게 해야만 장사가 되는 것인지
하여튼 주유소마다 경쟁적으로 예쁜 아가치들을 동원해서 판촉
활동을 벌이는 장면은 수없이 봐온 터였다
그러나 주리는 그렇게까지 요란하게 차려입고서 갖은 아양을 떨
며 주유를 해야 했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小렇지만 일단 연락이나 한번 해볼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유소의 일이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에는 그야말로 적격일 정도로 보기에는 한가해 보이
는 일이 바로 주유하는 일일 것 같았다
주유소 앞에서 따가운 햇빛을 받아가며 짧은 스커트에다 이상한
유니폼을 입고서 차량들을 향해 호객하는 짓을 하라면 못할 것이

그러나 그냥 급유만 하는 일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었다
발랄하게 통통 튀어가면서 주유를 하는 모습이란 매력적일 것만
같았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지 뭐
주리는 그렇게 다짐하면서 근처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다이얼을
돌렸다
저쪽에서는 서투른 남자가 받아 다시 다른 사람한테로 전화를 넘
기는 모양이었다 이미 주리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물었던 것이었으
므로 전화기를 바꿔서 받은 사람은 아마도 여직원일 가능성이 많았

네 말씀하세요
경리인 듯한 젊은 아가씨의 말소리가 들렸다
네 저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
었어요 무슨 일을 하고 급료는 어떻게 돼죠7그게 궁금해서요 그
리고
주리는 묻고 싶었던 것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아 더듬거렸다
뭔데요말씀하세요
그 아가씨가 재촉하고 있었다
아 네 하루 몇 시간 일하죠3
주리는 드디어 묻고 싶었던 것을 찾아내 얼른 물었다
小럽 말씀드릴게요 차에다 기름을 넣어 주는 일을 하고요 그
다음엔 뭐라고 하셨죠3
그 아가씨도 주리의 질문을 까먹어 버린 것인지 다시 물어왔다
급료는 어떻게 돼요7
아 참 그렇죠 급료는 시간당 25셀왼이에요 그리고 일하는 시
간은 아가씨께서 정하시면 되구요 하루 몇 시간 일하겠다는 것과
어느 시간대가 좋은가는 일닥 나와
저쪽에선 주리의 나이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스물하나요 왜요
주리는 자신의 나이를 줄여 대답하면서 얼른 왜 그러느냐고 물었
다 나이와는 왜 상관이 있느냐고 묻는 말이었다
아노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그럼 됐어요 일단 나오세요
아가씨는 여러 번 말을 끊어가면서 장황스럽게 대강의 위치를 알
려 주었다 주리의 아파트에서 조금 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곳
이 강남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르바이트로 나가는 거니까 한두 번 전철을 탄다고 해서 그리
힘들 건 없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를 한답시고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주리는 이때까지 낮 시간에 출근하고 저녁 시간에 퇴근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남들처럼 낮엔 활동하고 저녁엔 아파트로 돌아오
는 출퇴근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주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차림새를 내려다보
았다 허벅지 위로 한 뼘이나 올라오는 짧은 미니스커트에다 하얀
티셔츠를 걸친 모습이 영 눈에 거슬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지를 입고 나올걸
주리는 약간 후회했다 가장 무난하게 청바지라도 입고 나왔으면
싶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기가 귀찮아서
주리는 그대로 지하철을 탔다
~ 아직三 여를날의 추억
이 묻어 있는 양 조금은 풀어진 듯한 모습의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
고 있었다
이렇게 한낮인데도 꽉확 미어터지는 지하철이라면 출퇴근 시간
대에는 얼마나 찜통일 것이겠는가
주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조금 한가한 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리가 서 있는데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자꾸만 주리의 앞자
락께를 힐끗거렸다
주리는 괜히 속이 화끈거려졌다 마치 이 남자는 주리의 스커트
속과 팬티 색깔이라도 알아맞히려는 듯이 눈빛이 끈적거렸기 때문
에 어떻게 시선을 둘 만한 데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유리창만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혹시나 해서 내려다보면 그
남자는 아직까지도 계속 주리의 가장 은밀한 부분만을 지켜보고 있
었다
처음엔 밀가 묻었나 싶어 스커트 앞자락을 내려다봤지만 아무것
도 묻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주리의 스커트를 노려보면서 나름대로 주리
의 알몸을 상상하고 있거나 그 속에 있을 여체의 신비한 곳을 상상
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남자의 시선 높이와 자신이 서 있는 아래쪽의 높이가 거의 딱 일
치하는 곳에 서 있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곳으
로 자리를 옮겨가기도 그랬다
몰라
小 여자는 자신의 앞에 손을 대더니 난 삼십 년 써먹은 총집이
다 하고 소리치더라는 거예요 호호호
그 말에 그가 이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으흥 그러니까 남자는 총이고 여자는 총집이라는 거군 흐흐
흐 맞는 말이군 그래
生 하나 할까요
주리가 재밌어 하는 그를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해봐 재밌는데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리는 그 자리에 서서 다음 이야기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맞게 솟아난 젖가슴이 유난히 탐스럽게 보였다 등근 젖가슴에
매달려 있는 돌기 주위는 작은 원을 만들며 분홍빛으로 감싸져 있
었고 그 중앙에 오도카니 돋아나 있는 돌기는 새카맣게 톡 튀어나
와 있었다
솟아오른 젖가슴과 검은 숲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그는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불끈거리는 충동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남성이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음만 급
할 뿐이었다
남자가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면 무슨 죄가 되는지 알아요
그는 다시 머리를 쥐어짜느라 골몰해지면서 역시 눈은 그녀의 사
타구니에 가 박혀 있었다
주리의 그러한 시선을 느꼈는지 삼십대 중반의 남자는 신문을 들
고서 그 신문밑으로 주리의 하체를 살피는 것이었다
팎은 스커트밑으로 하얗게 드러난 다리와 팽팽하게 불거져나온
스커트에 감추어진 히프는 이 남자에게 짜릿한 성적인 자극을 주기
에 충분했다
주리는 서 있는 동안에도 남자의 시선이 계속 달라붙어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징그러운 벌레가 달라붙어 있어 스멀스
멀 기어다니는 것만 같아 절로 마음이 졸여졌다
겉은 멀정하게 생겨먹어 금테 안경까지 쓴 남자가 그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때 전철 안이 미어터지도록 복잡했더라
면 아마도 이 남자는 주리의 히프나 앞쪽 부분에다가 손을 갖다 댔
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치한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대개 남자들은 즉발적인 성 충동에 의해 손이 가는 것이다 그리
고 그런 충동에 의해 수치심까지 잊어버리는 게 바로 남자들의 속
물적인 근성이랄 수 있었다
가능하면 좀더 예쁜 여자 옆에 서 있고 싶고 옆에 서 있으면 그
여자의 몸을 은근슬쩍 만져보고 싶은 것이 본능일 것이라는 게 주
리의 생각이었다
그 남자의 무릎이 주리가 서 있는 스커트밑에까지 다가왔을 때는
정말이지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쯤에서
그가 그런 행동을 멈췄기에 다행이었다
잠실역에 도착하자마자 주리는 얼른 내렸다 그가 따라오는지를
살피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면서 뒤를 돌아봤을 때 다행히 그는 따
라오지 않았다
주리는 개찰구를 빠져나오면서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다보았다
역사를 빠져나와 역에서 300미터쯤 걸었을까
멀리서 봐도 한눈에 확 띄는 주유소가 있었다 주유소마다 경쟁
적으로 알록달록하게 치장해 놓은 까닭에 멀리서 봐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주유소에는 젊은 남녀들이 서성이며 농담을 하고 있거나 방금
들어온 차에 기름을 넣고 있는 게 보였다
주리는 사무실로 들어가 경리인 듯한 아가씨한테로 다가갔다
저어 좀 아까 전화를 드렸던
주리가 말끝을 흐리자 그 여자는 금방 알아듣고는 자리를 가리
켰다
아 네 금방 오셨네요 여기 앉으세요 과장님이 금방 들어오실
거예요 요 앞에 잠간 나가셨거든요
勺1
주리는 의자에 앉아 실내를 둘러봤다 주유소마다 같이 딸린 세
차장과 간단한 경정비 카센터가 있어서인지 기름때를 묻힌 남자 직
원들이 들락거리며 주리를 훌어봤다
경리 아가치는 바깥의 주유 미터기에서 올라가는 요금 수치대로
표시되는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고정시킨 채 무언가 열심히 단말
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아마도 손님이 요구한 영수증을 뽑아내려는 모양이었다 경리 아
가씨는 주리 나이 또래쯤 되었을 것 같았다
주리는 그 옆에 앉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짜라락거리
며 쥬이져나오는 계산서와 경리 아가씨가 다시 실적을 옮기느라 두
들기는 컴퓨터의 모니터에선 누계된 입금액이 표시되고 있었다
이런 시간인데도 벌써 하루 매상이 1000만원대를 육박하고 있었
다 좨나 장사가 잘 되는 주유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오시네요
언제 봤는지 경리 아가씨는 주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L~1
주리는 일어설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앉아 있었다 과장이라는
남자가 들어와서는 주리를 바라봤다
파징힘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오신 분이에요 과장실로 보내
드릴까요
1~
과장의 말에
들어가세요 저쪽이에요
아가치는 방금 들어간 과장실을 손으로 가리켰다
小맙습니다
주리는 간단한 목례를 하고는 과장실을 노크했다 안에서 들어와
요 라는 말이 들렸다
주리는 들어서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리 앉아요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요
勺1
주리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경험은 있어요
그가 물었다
없는데요
주리가 말하자
뭐 이런 일은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냥 성실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손님들에게 친절하기만 하면 되고 이력서 갖고 왔어

이력서라는 갑작스런 그의 말에 주리는 당황했다 그런 말은 듣
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과장이 인터폰을 눌러 경리 아가씨를 찾는 모양이었다
미스 김 이 아가씨가 이력서를 안 써갖고 왔다는데 이력서 한
장 좀 갖다 줄래7
그가 인터폰을 끊자마자 곧 경리 아가치가 들어와 주리 앞에 이
력서를 내밀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써요 여긴 그래도 매출이 많은 곳이라 형식적으로 이력서를 받
는 거예요 연락할 전화번호 같은 것도 필요하니까
주리는 이력서를 들여다보다가 볼펜을 꺼내 천천히 기입해 나갔
다 이력서란에서 대학교는 쓰지 않았다
주리는 간단히 빈칸을 채우고 과장한테 내밀었다

과장이라는 남자는 주리가 쓴 이력서를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
덕였다
팔씨를 잘 쓰는군요 그런데 왜 주유소 일을 하려고 그래요 여
자한테는 조금 힘이 들 텐데
그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겉 순전히 주리를 떠보기 위한 배려
에 지나지 않는 말이었다
팬찮습니다 그냥 경험도 쌓고 돈도 벌고 싶어서요
주리는 그렇게밖엔 할말이 없었다
됐어요 그럼 시간대는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시간당 얼마라
는 것은 들었습니까
그가 물었다
네 들었어요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다른 시간 같으면 얹제라
도 좋아요 시간도 여섯 시간 정도 일할 수 있었으면 더 좋겠고요
그가 주리를 빤히 쳐다봤다
안 돼요
주리가 묻자
그게 아니라 그렇게 일할 수 있겠어요 시간이 말입니다 그렇
게 했다면 우리는 더 좋고요
네 괜찮아요
근데 나이가 얼마죠
그가 다시 이력서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아마 생년월일을 나이로
환산하는 모양이었다
스물하나요
물론 주리는 생년월일까지 틀리게 적었던 것이다 실제 나이보다
조금 적게 적어 넣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학생이에요
아노 재수하고 있어요
그는 말이 없었다 그저 주리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주리가 입고 있는 팎은 스커트를 보면서 다소 놀란 듯한 눈빛이
었다 주리가 쳐다보자 그는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번에는 주리의 젖가슴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신체검사
를 하기라도 하듯이 그녀를 살펴보는 눈빛이었다
내일부터 나을 수 있어요 그럼 시간은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로 하죠 복장은 그런 복장이라도 좋아요 여자는 손님들이 보기에
발랄한 것이 좋으니까
그가 합격이라는 듯이 선선히 말했다
그가 웃음을 지으며 말할 때 주리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낄
쉬었다 비록 간단한 면접 같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통과했다는 것
이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럼
주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다시 경리 아
가씨한테로 다가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마치 입시를 친 듯한 기분이었다
주리는 근처를 배회하다가 해질 무렵에~~ol o~TslF ~
강남까지 온 이상 혜진이한테 전화라도 넣어볼까 하고 생각했다
가 그만두었다
아마 지금쯤 업소로 나가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있거나 사꿔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128
카르바이트
철째날
주리는 느지막이 일어나 출근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것을 출근이라고까진 말할 수 없었으나
한번도 출근다운 출근을 해보지 못한 주리에게는 색다른 기분마저
들게 했다
출근시간이 아닌데도 전철 안은 역시 사람들로 붐볐다 겨우 자
리에 앉아 올 수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미리 앉아 있던 남자들이 주리를 알아보곤
낯익은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주리는 들어서자마자 목례를 하며 웃어 보였다
그들은 주리가 인사를 하자 어정정하게 앉아 인사를 받고는 속
으로 흐뭇해 하는 눈치였다 주리처럼 예쁜 아가씨가 주유원으로
나온다는 것이 여간 기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주리는 곧장 과장실로 들어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응 왔군 거기 좀 앉아요
주리는 소파에 다소곳이 앉았다
과장의 눈빛이 주리의 스커트로 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주
리는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쳐들었다
그가 약간 당황한 듯 말을 했다
복장이 좋아요 신선해서 좋은 것 같군 오늘 어때요첫날이고
하니까 앞으로 일을 잘 해달라는 뜻으로 내가 저녁을 사고 싶은데
어때요
주리는 가만히 있었다 선뜻 대답하기가 좀 어려웠다
재바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아노
匕럼 같이 저녁식사라도 하지 뭘 그래 난 이 직장의 과장이고
주리 씨는 처음 들어왔으니까 용기도 줄 겸해서 그러는 거야 바쁘
면 그만두고 다음에 하면 되지 뭐
그는 다음으로 미를 것처럼 말했다
아녜요 됐어요 그럼 이따 일을 마치고
주리가 흐리게 말하자
알았어요 나도 그 시간쯤이면 퇴근을 하지 그럼 그때 어디서
식사를 할까미리 정해 놓는 게 낫겠지
이렇게 하지 일을 마치고 나서 주리 씨가 요 위에 있는 일도횟
집에 가 있으라子 난 정리 좀 하고 곧바로 그리로 갈 테니까
그가 얼마 떨어지끼 않은 일도횟집이라는 곳의 위치를 상세히
가르쳐 주었다
알았어요 그럼 나가볼게요
주리는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때도 역시 사무실에 앉
아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주리한테로 쏠렸다
이야 저런 애가 아르바이트를 해히프가 팽팽한데 손님 좀 끌
겠구만
주리의 뒤쪽에서 그런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주리는 얼른 밖으로 나와 면장갑을 끼고는 주유기 앞으로
다가갔다 주유기 앞에 있던 남자 아르바이트생 하나가 다가와 말
을 걸었다
처음 나오신 모양이죠 얘긴 들었습니다 제가 상세히 가르쳐 드
릴게요
주리는 그를 쳐다보았다 주리보다 두세 살 정도 어린 나이의 남
자였다 짧게 깎은 머리가 학생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차마다주유구가다틀컴~ q2lli~7Fo ~O 11

위쪽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써요 그러니까 모르면 운전사한테 직
접 물어보세요 그리고 요즘 나오는 웨건형 승용차 중에는 휘발유
대신에 경유를 쓰는 게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잘못해서 휘발유를
넣어서 망신 당할 우려도 빈으니까요 그리고 지프형 승용차 중에
서도 경유를 넣는 게 있고 휘발유를 넣는 게 있어요 그걸 잘 알아
둬야 경유와 휘발유를 바꿔 넣는 실수가 없을 겁니다
그는 친절하게도 차근차근하게 차의 종류와 기름 넣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는 K대 경영학과 재학중이라는 사실까지
도 말해 주었다
저는 이따 3시면 도서관엘 가야 돼요 3시까지만 일하고 있어
요 몇 시까지예요
그가 물었다
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예요
주리가 대답하자
학교는 안 다녀요
주리는 그저 웃고만 말았다
그건 그의 상상력에 맡기는 것이 나을 성싶었다 어차피 이런 데
서 일을 하다가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주리는 마침 주유소로 들어온 차가 있어 그쪽으로 다가갔다
얼마나 넣어 드릴까요
창문을 통해 물어봤을 때 운전석의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주
리의 아래위를 훌어봤다
그가 얼른 말하지 않았으므로 주리는 공중에 있는 주유기를 잡아
당겨 기름통부터 열었다 그러고는 다시 창문으로 다가가서 물었

얼마나 넣어 드컨요3
마음대로
111
주리는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가 싶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는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만땅이라는 말입니다 내 말은 후후 아가치는 여기 처음인가
봐 그렇지7
주리는 얼굴이 빨개졌다
랄리 넣어요 그러고 나서 이쪽으로 쑤봐요
주리는 얼른 주유기를 꼽고는 다시 운전석이 있는 데로 왔다 그
가 명함을 꺼내 주리한테 건네 주었다
나 여기 자주 오는 사람인데 오늘 처음 봤군 어때 이따 연락
좀 해줄 수 있겠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내가 맛있는 거 사줄 테
니까 나 잘 봐둬 여기는 내가 단골로 다니는 주유소니까
그는 다시 지갑을 집어넣으며 만원권 지폐를 꺼내 주리한테 쥐어
주었다
아아 받아요 수고하니까 주는 팁이야 그래야 다음에 와도 아
가씨가 기름을 잘 넣어 줄 거 아냐 수고하니까 주는 거라고 넣어

그가 하도 내미는 바람에 주리는 할 수 없었다 저쪽에서 남자들
이 볼까봐 얼른 집어넣었다
고맙습니다
주리는 표가 안 나게 까딱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가씨 스커트가 너무 시원해 보이는데 발랄하게 생겼군 다음
에 오면 내 유리창도 닦아 주고 서비스도 좀 잘 해줘라 언니 알
았지7
그는 주리를 언니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는 싱긋 웃처 보였다
기름 다 넣었는데요
주리가 주유구로 가서 주유기를 뽑고는 다시 와서 말했다
얼마지
삼만사천 원요
그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주리는 돈을 받아 사무실로 달려갔다 사무실에서 내주는 서비스
품목과 거스름돈을 받아 쥐고는 다시 왔다
그에게 내밀자 그가 잠간 주리의 손을 잡았다가 놓으면서 다시
말했다
꼭 연락 줘요
그는 오토를 D에다 놓으며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까만색 뉴그랜
저였다
그가 빠져나가고 나자 주리는 다시 간이 휴게실로 지어진 의자
로 와서 앉았다 아까 친절하게 가르쳐 줬던 남자애가 곁으로 와서
물었다
어때요괜찮아요
아까 그 남자가 무슨 말 했어요왜 다정하게 말을 하고 있던
그냥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그는 주리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다가 불쑥 말을 꺼냈다
내 이름은 정창줍니다 아가리는 이름이 뭐죠우리가 이때까지
이야기는 했으면서도 이름을 묻지는 않았네요
그는 꽤나 미안한 듯이 말했다
전 남주리예요 잘 부탁해요
아니 뭐 이런 데서 잘 부탁할 거까지 있습니까 다 같이
일하는 입장인데 안 그렇습니까3
그가 그 말을 하면서 싱그럽게 웃었다 주리도 같이 따라 웃었다
곧 차가 들어왔으므로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그가 먼저 주리를
제지하며 말했다
이번엔 제가 할게요 여기 앉아서 쉬십시오
주리가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그가 차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주리는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차를 보내고 나서 다시 와서 앉았다
낌은 안 들어요 그런데 좀 앉아 있을 시간이 없는 게 흠이지만
조금 앉았다 싶으면 곧 차가 들어오니까 잽싸게 달려나가야 하니까
조금 피곤해요 전날 술이라도 조금 마신 날은 좀 힘들어요 덥기도
하고 매일 하는 일이 너무 단순하니까 너무 심심한 거 있죠
아마 주리 씨도 곧 심심하다는 걸 느낄 거예요
그는 의외로 따뜻한 남자인 것 같았다 비록 후배지만 붙임성이
있어서 좋았다 주리는 마치 남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밀
감을 느꼈다
져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
주리가 물어보았다
저도 얼마 안 됐어요 이제 한 달쯤 됐을 거예요 방학 때 유럽
여행을 가느라고 잠시 시작한 건데 유럽을 갔다가 와서 빛이 좀 있
거든요 그것 다 갚을 때까지는 일해야 될 것 같아요
빛 있어요 무슨 빛
주리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빛 말이에요 빛이 없으면 뭣 펌에 이런 일을 하겠어요 다른 데
가면 더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전 빛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심심해서 이것도 엄연히 직업
이잖아요
주리는 빛 때문에 이런 일을 해야 했다는 창주의 말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너무 펑펑 써대는 과소비로 인해 학업
보다는 오히려 돈 버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 학생들은 물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었다
실력이 있어서 고액 과외를 맡기만 하면 대학생이나 대학생 한
사람에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까지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
고 예능 과목인 경우에도 물론 그러했다
그런 학생들이 쉽게 돈을 벌어 또 쉽게 돈을 물쓰듯 하는 것이다
요즘 밤늦은 새벽의 이태원이나 압구정동에 가보게 되면 대학생
쯤 되는 젊은이들이 값비싼 차를 몰고 다니며 술값 또한 서민들 한
달치 월급과 맞먹는 양주를 마신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일이었다
대개 그런 곳에서는 대학을 중퇴한 영계들이 있어서 옆에 앉아
술만 따라 줘도 팁값으로 10만 원을 줘야 하니 술값에다 팁값까지
계산하면 한번 술을 마시는데 백만 원 정도는 써야 간에 기별이 갈
정도였다
주리는 혜진이 쉽게 돈을 번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

혜진이처럼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잘 빠진 애가 대학을 중퇴했다
고 속이면서 술시중을 든다면 적어도 한 테이블에서 10만 원씩 해
서 밤새도록 여러 테이블을 돌면 하루 수입이 몇 십만 원은 된다는
결론이 나을 수 있었다
주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돈보다는 경험이 우선이었다
우선 주리가 려어보고라 했던 남자들의 세계를 다 알 때까지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왕 버린 믐 차라리 그쪽으로
더 나아가서 몸으로 부대끼며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연구하고픈 생
각이 들었다
모든 학문은 결국 인간에게 관계되는 것이었다 인간에게 관계되
지 않는 학문이란 존재할 수조차 없는 일이고 그런 학문은 이 사회
에서 하등 필요치 않는 쓰레기 잡문에 불과한 것이라고 믿었다
창주는 주리가 빛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라 경험을 얻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는 말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았다
이런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나중엔 덥고 짜증이 날 때
도 있어요 손님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고 마구 나무랄 때는 당장이
라도 때려치우고 싶어질 때도 있는걸요
주리는 잠자코 듣고 있기만 했다
창주는 한가한 시간을 틈타서 주리한테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
이었다
한번은 기름을 넣으러 온 손님이 운전석에 앉아서 뒷자리의 바
닥에 떨어져 있는 화장지들을 치워달라고 요구한 적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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